비가 내리기 시작한 밤, 결국 나는 할일은 하나도 하지 않고 엉뚱한 짓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고서

한 술 더 떠서

파자마 차림에 외투만 걸치고 어슬렁거리며 편의점에 가서 맥주 두캔을 사오고 말았다.

하나는 6.9% 알콜의 카스 레드, 하나는 카스 라이트.

안주로 대령한 것은 말린 무화과. 뚜껑을 보니 이란 산이라고 되어 있다.

비오는 봄밤에 나는 이란의 어느 하늘 아래서 익고 또 말려졌을 무화과를 먹고 있다.

(예전의 말린 무화과는 주로 터키산이었던 것 같은데..)

윤건의 새 앨범을 틀어놨다.

녹음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땐 뭔가 생각나는 말들이 많은데 그걸 편하게 녹음기에 대고 중얼거렸다가 나중에 들어보고 건질 것들은 옮겨 적으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다.

무화과는 넉넉하게 있다. 맥주는 오로지 두 캔 뿐이지만

와인이 일곱병 있고 따지도 않은 보드카가 한 병 있고, 조금 먹다가 남겨둔 글렌피딕이 있고, 누군가 중국 출장길에 사다준 이름모를 중국술이 커다란 병에 담겨 있다.

한데, 딱히 취하고 싶은것도 아니니 무화과나 열심히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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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2007-04-12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옆에 앉아 무화과에 손 내밀고 싶은건지...-.-

이리스 2007-04-1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 오세요. 내민 손에 무화과 한웅큼 쥐어 드릴게요~ ^_^

이리스 2007-04-12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웩.. 고알콜 카스 레드 맛이 어마무지하게 이상해요. ㅠ.ㅜ

antitheme 2007-04-12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렌피딕에 군침이 돕니다. 몇년산인가요?

다락방 2007-04-12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티멘탈한 밤을 보내셨군요. 오늘은 또다시, 아침입니다.
:)

비로그인 2007-04-12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나도 무화과 안주 좋아라 하는데~
낡은 구두님 저랑 같이 ㅎㅎ

Koni 2007-04-12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mp3 플레이어나 핸폰에 대부분 녹음 기능이 있지 않나요?

이리스 2007-04-12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티테마님 / 음, 그닥 좋은거 아닌데요. 17년산이에욤~
다락방님 / 네, 또다시 아침이... 결국 빈속에 라떼 한 잔으로 버티고 있어요. --;

체셔님 / 으흐, 좋아요 좋아~~~ ^^
냐오님 / 제 스타이 폰엔 녹음 기능이 없더라구요. -.- 엠피쓰리는 함 봐야겠어요. -_-;; 그러나 뭔가 좀 근사한 녹음기를 꿈꾼다는... ㅋㅋ

moonnight 2007-04-12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분위기있네요. 근데 말린 무화과 한번도 먹어본 적 없다는. ;;; 좌우지간, 맥주 한 잔 하고싶어요. ^^;

이리스 2007-04-12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 웅, 저는 안말린 무화과를 먹어본 기억이.. -_-;;; 맥주 일잔!! ^^

다락방 2007-04-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낡은구두님!!!
샤워하다 문득 생각났는데요,
얼마전에 메피스토님의 서재에서 [럭키넘버슬레븐]영화의 조쉬하트넷이 상체를 벗고 출연해줘 땡큐라는 저의 댓글에 공감을 표시하셨던 분이 바로 낡은 구두님, 맞으시죠? 그죠?

이리스 2007-04-12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 네!! 맞습니다, 맞고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