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텍 나다 회원 시사에 당첨되어 <Tickets>을 관람했다. 부산영화제때 못보았던 그 영화.
상영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표를 받고, 홀리스에 앉아 espresso con panna 를 홀짝이며 잡지를 뒤적였다. 휘핑 크림이 제법 신선하고 맛이 좋았다. 하지만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시계는 이제 8시를 조금 지나고 있었을 뿐이다. 전화가 오기로 한 11시까지 나는 그저 기다릴 수 있을뿐.
상영시간이 다가오고, 불꺼진 극장 안에서 나는 실컷 웃고, 또 웅크리며 이 멋진 영화를 보았다. 제법 이탈리아어가 몇 마디씩 귀에 들어오니 신기할 따름이다. 그 거칠고 빠른 말투가, 온 정신을 다 빼놓는 소란스러움이 낯설지않다.
실컷 이탈리아어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 나에겐 그것만으로도 bravo!
전화기를 꼬옥 쥐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11시가 조금 안된 시각, 핸드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여전히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 그렇지만 그것이 어떤 결과라 하더라도 나는 무조건적으로 힘을 내야 한다고 중얼거렸다. 무조건적으로...
두번 다시 멍청한 짓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 나는 좀더 무심해질 필요가 있다, 라고 제법 따뜻해진 2월의 끝자락의 밤바람을 맞으며 생각했다. 껍데기뿐인 호의에 대한 무관심, 추악한 본심에 대한 무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