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니체 훈또스. 좋았다 너무나.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행복의 여진이 이튿날까지 지속될 정도로. 나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오로지 탱고 출 때만 백프로 마음을 여는 것 같다. 그렇게 마음이 열릴 때는, 정말이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격해져서, 온몸으로 간절히 떨면서, 그렇게 추는 거 같다. 이런 맛에 사람들이 탱고에 귀의하는구나, 충성을 맹세하고 온갖 정열을 바치는구나, 그렇지 않을 수가 없겠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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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고는 '여자를 위한 남자의 춤'이라고 하는데 내 생각엔 아무래도 거기 앞에 괄호가 하나 숨겨져 있는 거 같다. 정확히 말하면 땅고는 '(예쁜) 여자를 위한 남자의 춤'이다. 땅고 추는 여자는 얼굴도 바디라인도 예뻐야 한다. 스스로 판단컨대 자신이 예쁘다고 생각되는 사람만 땅고 배울 자격이 있다. 안 예쁘다고 생각되면? 애당초 배우질 말아야 한다 이 춤은. 땅고 추는 여자에게 레슨과 쁘락 만큼이나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미적 자기계발이 아닐까. 이 바닥에선 매력자본이 빈궁한 여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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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스윙 췄을 때는 거기 사람들이 '스윙은 내 삶의 활력소'라고 그랬는데, 탱고판 오니까 여기 사람들은 '탱고는 내 삶의 진통제'라고 한다. 그 말이 정말 맞는 듯. 체력적인 문제도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삶이 아프게 느껴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스윙 추기는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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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나다에서 사람들 추는 거 지켜보는데 아름다워서 가슴이 먹먹했다. 아, 정말 인생 걸 만한 춤이로구나, 탱고는. 라들의 발놀림은 얇은 꽃잎이 팔랑이는 거 같고, 그게 너무나 너무나 아, 달려가서 어루만져주고 싶도록 처연하고, 그리고 우리 모두가 LOD를 지키면서 다같이 조화롭게 추는 모습이 실로 눈부신 군무 같았다. 영원히 잊지 못 할 것 같다 여기를. 한때 나도 오나다에서 춤 췄단 사실을, 나도 여기를 거쳐갔단 사실을, 훗날 평생 자랑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

 

못 추는 사람은 거부당하고 잘 추는 사람은 대접과 환영을 받고- 오로지 자신의 기량으로 평가받는 춤판의 냉혹한 논리가 좋다. 정의롭게 생각된다. 몸매와 체형은 물론, 춤실력에서 성격과 감정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것도 숨겨지지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모든 게 그대로 투명하게 다 드러나는 여기가 좋다. 적어도 음악이 흐르는 플로어 위에서 만큼은 그 어떤 세계보다도 정직하고 순수한 세계가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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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롱가는 불가피하게 스윙판이랑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는 거 같다. 보다 조심스럽고 까칠하고 경계심이 깔려있고 낯선 이에겐 배타적일 수밖에, 어쩔 수 없이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여기는 신나게 쿵쿵대면서 땀 빼는 곳이 아니라, 여기는, 아, 여기서 일어나는 감정들은, 정말로 정말로, 비밀스럽고 눈물겹고 갸냘프고 얇고 연약하고 쓰러지기 쉽고, 그래서 그런 것 같다. 한 딴다 추는 동안 만큼은 상대를 깊이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 자신의 가장 내밀하고 소중하고 부끄럽고 연약한 진심을 꺼내보여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럴 수밖에 없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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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너무 많은 말을 해버렸지만, 앞으로도 함구할 자신이 없지만, 그러나 탱고에 대해서 무어라 말할 수 있을까. 그 어떤 말도 사실은 다 헛소리다. 무엇보다도 여기 알라딘 서재에 탱고 관련해서 내가 끄적이고 있는 모든 말들이 제일 심각한 헛소리다. 탱고에 관해서라면, 말로는 그 어떤 것도 채집할 수 없을 거 같다. 그 어떤 것도 건져올릴 수 없고, 그 어떤 것도 포착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아, 말이란 것은 얼마나 얄팍한지. 얼마나 꼰대 같은지. 얼마나 쓸데없이 언저리만 맴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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