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벽 위에 세워진 청수사. 목숨을 걸고 작정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보여주고자 이 절의 본당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렸다고 한다. 다행히 생존률은 높았다지만, 너무 많이 뛰어내리는 바람에 1872년부터는 급기야 투신금지령이 내려졌다고. 아직 겨울이라 녹음이 무성하지는 않았는데도 전망이 어찌나 좋던지 본당 앞의 난간에 서니 무섭고 아찔하기보다는 차라리 아름다웠다. 여기서 뛰어내리면 그 즉시 넉넉한 대자연의 품에 포근히 안길 거 같고. 뛰어내린 사람들의 무모한 용기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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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특별한 이유없이 아플 때는 심리적인 요인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인간은 이득에 따라 행동하므로 자신이 아플 때 무언가 얻는 바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아플 수 있다. 실상은 힘이 없어서 아픈 게 아니라 힘을 발휘한 결과로 아픈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은 타인을 괴롭히기 위해 아프기도 하고(복수), 어떤 사람은 지속적으로 주위의 관심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 아프다(생존 전략). 삶의 의지란 얼마나 놀라운가. 아픈 사람 만큼 주위를 힘들게 하는 건 없지. 그리고 어쩌면 아픈 사람이야말로 바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정확히 알고 있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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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열심히 살자. 열심히 산다는 것은 피터지게 사는 것도, 아등바등 사는 것도 아니다.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시간의 노예가 되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력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고 그것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은 새싹들이 그 연하디 연한 정수리로 겨우내 얼어붙은 흙을 깨부수고 기적처럼 돋아나는 것이다. 낮잠 자고 일어난 고양이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온 힘을 다해 척추를 늘려 기지개를 펴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천성대로 열심히 살자. 위장이 너덜너덜해지도록 술을 퍼마시고 폐가 썩어 문드러질 때까지 담배를 피우고 목청이 터지도록 노래를 부르고 머리털이 한 줌도 남지 않고 다 빠져버릴 때까지 사유하고 전 세계의 골목길을 산책하자. 더 크게 웃고 더 크게 아파하고 더 곰곰이 생각하자. 우리가 어린 씨앗이라면 최선을 다해 피어나 만발하자. 그리하여 더없이 찬란해지자. 그렇게 우리는 우리 식대로 이 황홀한 세계를 만끽하자. 그리 되었을 때 우리는, 특히 당신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5년 전에 친구한테 이런 편지를 보냈었는데, 한참 잊어버리고 살다가 우연히 인터넷 어느 구석에서 찾아 다시 읽어보니 아니 이건 미래의 나에게 쓴 글이었잖아 역시 나의 선견지명이란. 친구여 그러나 번복할 것이 하나 있는데 술 담배 만큼은 이제 (살짝) 줄이기로 하자. 건강하게 오래 살아야 해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 이 아름다운 세계를 최대한 오래도록 누려야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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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5 00: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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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8 11: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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