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일기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리암 니슨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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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영화 중에 우수작 몇 개만 추리라고 하면 그중에 하나로 넣어도 좋겠다. 이 영화는 정직하다. 정직성에는 힘이 있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버린다. 훌륭한 덕목이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나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기란. 철저한 자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것을 자잘한 욕망의 투영으로 왜곡시키지 않아야 한다. 이 영화엔 정직한 자기 고백이 담겨있다. 어려운 길을 갔고, 그래서 감동적이다.

영화에서 우디 앨런은 애증과 쓸쓸함과 환멸이 교차하는 결혼 생활의 복잡다단한 내막을 적나라하게 증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냉소적이고 회의주의적인 세계관이 실상은 노회한 사상이라는 것도, 그리고 이 노회한 사상의 여파가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키는 은연중의 경향성에 다소간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마저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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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우디 앨런 감독, 골디 혼 외 출연 / 키노필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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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해 만든 영화잖아. 어쩜 이리도 노골적이고도 천연덕스럽고도 무자비하게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한 영화를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꿈과 환상을 박제하는 데 성공했으니 만든 사람으로서는 소원성취했을지 몰라도 자기한테만 충실한 이런 이기적인 영화는 뭔가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이런 영화로 관객의 심금을 울릴 순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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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살인사건
우디 앨런 감독, 다이앤 키튼 외 출연 / 조이앤무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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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장면들을 먼저 설정하고 개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에 맞추어 이야기를 쥐어짠 느낌이 다소 들기는 하지마는 우디 앨런의 마수에 걸려든 나머지 일말의 억지스러움마저도 이내 사랑스러워버리고 만다. 구조적 허술함을 유머로 메꾸어버리다니 원, 아마도 이 사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머 앞에서 관대해지지 않기란 여간해선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이 점을 영리하게 이용할 줄도 아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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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하탄 (1disc)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메릴 스트립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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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니홀>과 <맨하탄> 모두 실존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전자가 '애니'에게 헌정하는 영화라면 후자는 응당 '트레이시'를 기리는 영화가 아닐는지. 이 영화에선 먹물 특유의 찌든 때에 절어있는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결이 다른 트레이시만의 독보적인 매력(과묵하고 우직하며 지적 허세가 없는,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고 진심어린 태도를 지닌, 한마디로 속물적이지 않은)이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는데, 그래서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미성년자인 트레이시와 아이작의 만남이 법적으로 저촉된다든지 우디 앨런의 '소아성애자'로서의 기미가 이 영화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든지 하는 껄끄러운 사실조차 별반 개의치 않아져 버리고 만다. 맨하탄 야경의 아름다운 서정과 낭만 뒤에 사실은 문제적 소지가 될 만한 꽤나 도발적인 설정이 슬며시 (다소 의뭉스럽게?) 깔려있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트레이시가 런던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결말이 나면서 등장인물 중 오로지 그녀만 맨하탄에서 벗어난다. 그녀의 속성이 맨하탄적이지 않은 걸까.

2 "그는 유태계 자유주의자란 망상을 가진 남성 우월주의자이며 혼자 잘난 염세주의자이자 절망적인 허무주의자다. 인생에 불만이 있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필요한 희생엔 주저했다. 가장 개인적인 순간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함으로써 자신의 비참함만 더했고 사실 거의 자기도취증 수준이었다." 극 중에서 우디 앨런이 묘사하는 우디 앨런. 웃겨서 원 이게 또 뭐라고 옮겨적고 있네? 구설이야 많지만 참으로 독보적인 희극인임에는 틀림없다. 아울러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는 거의 뭐 이 작품에 배경 음악으로 삽입됨으로써 최종적으로 완성된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 마치 맨하탄이라는 도시를 위해 태어난 곡인 양... 이 영화 이후로는 더 이상 둘을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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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와 그 자매들 - 할인행사
우디 알렌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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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은 스스로 염세주의자를 표방하지만 정작 방향 불문의 에로스가 분별없이 흘러넘치는 이 총체적 난국의 현장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이를 어찌 염세주의자라 할 것인가.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사람은 왜 이리도 주절대는가. 영화 속에 나타나 부단히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왜 이토록 에고를 과하게 드러내며 반복적으로 '기입'되고자 애쓰는가. 어쩌면 뿌리깊은 비관주의가 이 사람으로 하여금 도리어 자기 존재 증명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게 하는 지도 모르겠다. 사상과 행동의 괴리를 낳는 이런 여러가지 흥미로운 자기모순 내지는 반동성이 이 사람 고유의 무늬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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