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수상하다 내가 이 영화를 봤던가?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충격적이게도 예전에 리뷰까지 적어뒀었네. 참 헛똑똑이 같이도 써놓았다. 그런데 왜 이름이 공주일까? 청무우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공주처럼 지쳐 돌아온다던, 그 공주인가. 다시 보니 공주가 참 딱하다. 클로즈업 화면이라도 와락 끌어안아주고 싶을 만큼. 예전엔 사건 자체에 관심이 갔다면 지금은 인물이 더 보이는 차이인가. 사실 이 영화는 어떤 사건을 고발하거나 재조명하기보다는, 그저 비극을 겪은, 아니 여전히 겪고 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응원하려는 데 힘을 쏟은 영화다. 이토록 사려깊고 뜨거운 응원이라니. 이토록 품위있는 응원이라니.
악의 진화형을 봤다.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빅브라더. 개체들의 영혼을 타고 옮겨다니는 비물질적 형태의 미래형 악. 이 고차원적 악을 어떻게 처단할 것인가. 후속작이 기대된다.
벨디브 사건에 대해 찾아보게 된 영화. 역사 속 비극이 내 가족과 내 삶의 현재 그리고 미래와도 정교하게 얽혀있음을 적당한 수위로(지나치게 교훈적이진 않게)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연명한다는 것은, 목숨 빌어먹고 산다는 것은 때로 얼마나 큰 치욕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 치욕이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보여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