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1disc) - 할인행사
우디 알렌 감독, 메릴 스트립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1 <애니홀>과 <맨하탄> 모두 실존 인물과 사건을 토대로 한 자전적인 이야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전자가 '애니'에게 헌정하는 영화라면 후자는 응당 '트레이시'를 기리는 영화가 아닐는지. 이 영화에선 먹물 특유의 찌든 때에 절어있는 다른 등장인물들과는 결이 다른 트레이시만의 독보적인 매력(과묵하고 우직하며 지적 허세가 없는,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진지하고 진심어린 태도를 지닌, 한마디로 속물적이지 않은)이 매우 설득력 있게 그려져 있는데, 그래서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미성년자인 트레이시와 아이작의 만남이 법적으로 저촉된다든지 우디 앨런의 '소아성애자'로서의 기미가 이 영화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다든지 하는 껄끄러운 사실조차 별반 개의치 않아져 버리고 만다. 맨하탄 야경의 아름다운 서정과 낭만 뒤에 사실은 문제적 소지가 될 만한 꽤나 도발적인 설정이 슬며시 (다소 의뭉스럽게?) 깔려있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트레이시가 런던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결말이 나면서 등장인물 중 오로지 그녀만 맨하탄에서 벗어난다. 그녀의 속성이 맨하탄적이지 않은 걸까.

2 "그는 유태계 자유주의자란 망상을 가진 남성 우월주의자이며 혼자 잘난 염세주의자이자 절망적인 허무주의자다. 인생에 불만이 있었지만 해결책은 없었다. 예술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필요한 희생엔 주저했다. 가장 개인적인 순간엔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말함으로써 자신의 비참함만 더했고 사실 거의 자기도취증 수준이었다." 극 중에서 우디 앨런이 묘사하는 우디 앨런. 웃겨서 원 이게 또 뭐라고 옮겨적고 있네? 구설이야 많지만 참으로 독보적인 희극인임에는 틀림없다. 아울러 영화의 문을 열고 닫는 거쉰의 <랩소디 인 블루>는 거의 뭐 이 작품에 배경 음악으로 삽입됨으로써 최종적으로 완성된 거나 다름없어 보인다. 마치 맨하탄이라는 도시를 위해 태어난 곡인 양... 이 영화 이후로는 더 이상 둘을 떼놓고 생각할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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