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권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사놓고도 쌓아두었던 이 책을 용감하게 들었다.

초반 진입 장벽 - 말하는 자가 뜬금없이 바뀐다. 문단 구분도 없고 예고도 없다. 심지어 줄도 안 바꾼다. 그러면서 시간도 장소도 등장인물도 마음대로 갈아치운다. 그러므로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어 이게 뭐지? 갑자기? 하면서 그 페이지를 다시 읽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서양사람들은 이런 식의 문체구성에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예전에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읽으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문단구분을 하나도 안해주는데 질렸었는데, 아직도 주제 사라마구가 왜 굳이 가독성 떨어지게 문단구분을 안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시점변화는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곳이 있다. 진행되고 있던 대화에 뭔가 부연설명, 또는 각주가 그냥 소설속 문장으로 들어오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재밌다. 하지만 많은 알라디너들이 감탄에 감탄을 더한 것 만큼은 아니다.

현재로는.....

물론 많은 분들이 2권 3권으로 갈수록 홀딱 빠진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1권을 다 읽고 나니 갑자기 맥주가 땡겨서 치킨을 시켰다.

그런데 남편이가


 "당신 오늘 백신 맞았잖아, 사흘간 술 안돼!!"


그럼 시킨 닭은 콜라랑 먹어야 하는거야?

정말 그런거야?

나 콜라 싫은데...... ㅠ.ㅠ

이 책은 겨울밤인척 하면서 와인을 땡겨야 하는데, 집에 와인이 떨어져서 맥주로라도 대신할랬더니.....



연주회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평소보다 따뜻한 분위기가물씬 느껴졌다. 독재 정권하에서는 사람들이 행간이나 박수사이로 은밀한 손짓을 하며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일이 흔했기 때문이다. 콧수염을 기르고 레인코트 차림을 한 사내를흘깃거리면서 말이다. 이들은 대개 비밀 요원일 가능성이 높았다. 조심해, 박수를 거의 치지도 않아. 그리고 사람들은 이리한 공포에서 비롯된 말들이 또한 공포에 대항해 싸우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나는 그것을 그저 느낌으로 알아챘을 뿐이다.  - P336

전쟁은 피해자의 눈을 절대 쳐다보지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 P378

나는 왜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당신은 알고 있었던 것 같아. 나는 그 행복이 영원하도록 질문을하지 않은 채 그렇게 날들을 보냈어.
-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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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07-30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이 아주 재미있다고 해도 자신도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그럴 때가 많은 듯합니다 그럴 때 저는 왜 다른 사람이 느끼는 걸 못 느낄까 하기도 해요 그래도 이 책 재미있게 보시는군요 첫번째보다 두번째 세번째가 더 재미있기를 바랍니다


희선
 

머니가 외출을 위해 굽 높은 구두를 신을 때였다. 그리고 호퍼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면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그림을 볼 수 있지만 그릴 수는 없기때문이다. 나는 항상 호퍼처럼 광경을 본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창문 혹은 문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몰랐던 것을 결국에는알게 된다. 알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럼 그것이진실이 된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리라고 믿어.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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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점점 커 가면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정확하지 않은 믿음들과 잡스러운 독서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나는 혼자였으며 믿고 의지할 부모도, 인생의 답을 내려 주는 신도 내 곁에 없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았다. 어제 화요일 밤에 달마우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폭우를맞으며 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 P11

쓰다듬었다. 자키암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집을 나섰다.
그는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짧은 기도를 올리고 끝없는 눈보라를 향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의 삶을 바꾸고 그의 역사와 기억을 바꾸기 위해.
- P21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이후 하늘은 땅으로 무너져 내렸고, 아벨라르는 엘로이즈의 살결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녀는 지저분한 잡동사니로 가득하지만 사랑의 장미향이 퍼지는이름 없는 골목을 지나 문이 열려 있던 인기척 없는 집으로 그를이끌었다. 교회의 종소리는 계속되었고, 이웃의 한 여인이 창문을 열고 소리치기를 모두에게 크나큰 기쁨을 알리오니, (라틴어)11)엘리자베타, 전쟁이 끝났다! (이탈리아어) 그러나 사랑에 빠진 두연인은 곧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으며, 이 외침을 듣지 못했다.
- P48

"음악가들은 연주를 위한 악기를 찾아. 그들은 악기를 손에넣으면 연주하는 데 쓴단 말이야. 하지만 수집가는 꼭 연주해야 할 이유가 없어. 열 가지 악기를 소유하더라도 그저 만지기만 한단 말이지. 혹은 눈알을 굴려 살피거나. 그러고는 행복해하지, 수집가는 악기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만지는 자들이야."
- P91

믿기 힘들지만 가장순수해 보이는 것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비극이 탄생하기도 한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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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두 예술가들은 즉각적인 끌림에서 벗어나 양가감정의 단계를 거쳐 독립성 - 우리가 ‘자기 목소리 찾기‘라 칭하는 활력적 창조 과정으로 나아가는 변화의 이야기를 펼쳐간다. 독립성, 즉 통합과 평등한협력을 갈망하지 않으려는 일종의 정신적 구별 짓기는 진정한 창조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또한 독특함과 독창성을 획득하려는, 현대성을 향한 욕구와도 통한다. 위대한 성취를 위해 고독함과 독자성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구 말이다.
따라서 내가 이 책에서 다루기로 마음먹은 예술가들이 위대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고독과 인정, 단독성과 소속감 사이의 이러한 역동성은 바로 모더니즘을 둘러싼 이야기의 핵심이다.
- P28

이러한 의미에서 미술사에 등장하는 라이벌 관계란 친밀함의 투쟁그 자체다. 누군가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끊임없이 꿈틀대는 투쟁이자, 어떻게든 자신만의 독특함을 지키려는 전투와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투쟁 말이다.
- P31

그는 시대의 예술을 덮어 감춰버리는 진부한 태도를 혐오했다. 그래서 살롱에 저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헤라클레스의 과업이나 나폴레옹의 장엄함을 묘사하는 그림 같은 것엔 관심이 없었다. 또한 여성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긴 했으나 당시 널리 유행하던 에로티시즘, 즉 도덕적 경건함이라는 얄팍한 껍데기를 두른채 체모도 없이 도자기처럼 반들반들하게 여체를 묘사하는 방식을 경멸했다. 무엇보다 그가 혐오했던 것은 어떤 식으로든 현실과 개인의 욕구, 현재시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 태도였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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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클래식 클라우드 9
조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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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라니...

이 분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보던 분이 아닌가?

철학공부를 한다면 딱 데카르트, 근대 철학부터 시작하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기 어디 그리스 신전 어디에 모셔두어야 하는 분 아니었나?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도 이런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전의 인물을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돌더미속에 묻혀있을 흔적같지도 않을 그 흔적들을 찾는 여행이라니....


그럼에도 이 책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400년 전의 인물이 살았을 공간들을 찾아가면서 여전히 변함없는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찾아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느꼈을 마음과 생각들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경이롭다.


그리스에서도 변방 북부 칼키디케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였던 아버지덕에 마케도니아 왕실과 인연을 맺고, 이 인연이 마케도니아가 급부상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그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바로는 당대의 영웅이었던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다는 그의 입장은 어쩌면 공부하는 학자로서 조용히 삶을 살아갔을 이에게 정치적 격랑에 시달리게 하는 족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치는 아테네에서도 마케도니아에서도 늘 현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 '관찰자' 내지는 '국외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때 더 잘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자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테네에서 플라톤이 세웠던 아카데미아에서 수학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나 스승의 성취를 따라가지 않는다.

영원불변한 본질, 이데아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던 스승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에 보이는 자연, 감각의 세계, 실재에 본질이 존재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중요성을 부과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테네의 반마케도니아 분위기를 피해 떠났던 레스보스섬에서 그 지역의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생물학의 시원을 열기도 한다.

그의 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식용이나 약용이라는 인간의 이용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우주의 근본 원리가 존재함을, 그러므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이론적 탐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듯이 동물을 관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아테네로 돌아온 아리스토텔레스는 새로운 학교인 뤼케이온을 연다.

이곳에서 그의 본격적인 철학, 정치학과 윤리학이 펼쳐진다.

그의 4원소설이나 좋은 정치의 요건에서 중용을 얘기하는 것 등은 분명 오늘날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그러하다는 면에서이지, 현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는 것, 또는 오래 된 시기의 사상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상기시키는 인간 삶의 원칙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양한 사상이 펼쳐지지만,

책을 읽는 내게 각인 된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아래의 경구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2,400년전의 철학자가 오늘날의 나에게 알려주는 지혜다.

저자가 흔적도 제대로 남지 않은 땅들을 여행하면서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무언가 단 하나라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래 그 여행은 할 만한 것이었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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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25 08: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나를 만든다는 말 좋네요. 철학책은 어려워서 직접 읽지는 않지만 이렇게 리뷰로 조금씩 지식을 알아갑니다 😊

바람돌이 2021-07-27 00:58   좋아요 1 | URL
저도 철학은 어려워요. ㅎㅎ 늘 해설서나 뒤적이지.... 원전들은 엄두가 안나요. ^^
그리고 아르테 출판사의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여행기를 겸하면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쉬워요. ^^;;

초딩 2021-07-25 09: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니코마코스가 아들이었던 것 같은데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끌리고 또 현실적인 것 같아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7-27 00:5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버지 사후에 아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원고를 정리해서 저런 이름이 붙었다더군요. 그것도 이 책에 나와요. 아 저는 너무 질문만 해대서 얄밉긴 하겠지만 그래도 소크라테스가 가장 끌립니다. 이유는 음.... 그나마 알아듣기가 제일 나아서요. ㅎㅎ

붕붕툐툐 2021-07-25 1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단 하나라도 얻었다면 그 경험은 가치있는 것이겠죠~ 저도 누구라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바람돌이 2021-07-27 01: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하나의 가르침도 찾기 힘든게 삶인걸요. ^^ 그래서 저는 영화나 책도 하나만 좋으면 좋다고 합니다. 영화는 배우가 끝내주게 예쁘거나 메시지가 좋거나 음악이 좋거나 등등..... ㅎㅎ

mini74 2021-07-25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ㅠㅠ 막 찔리는데요 ㅠㅠ 나무늘보처럼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정신이 확 듭니다 ㅎㅎ

바람돌이 2021-07-27 01:02   좋아요 2 | URL
나무늘보는 요즘의 접니다. ㅠ.ㅠ
하루종일 집에서 책 좀 보다가 올림픽 보다가 게임하다가.... 아 이제 게임은 그만해야 하는데.... ㅠ.ㅠ

희선 2021-07-27 03:1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게 아니고 행동해서 그런 사람이 되는군요 그게 가장 좋은 거면서 어려운 거기도 하네요 생각하고 그걸 실천하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을 텐데... 큰 건 못해도 작은 거라도 하면서 살면 좋을 듯합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07-27 23:23   좋아요 2 | URL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렇게 말했다는군요. 근데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것 같아요. 정의롭고 용감하면서 절제할 줄 아는 인간! 완벽한 인간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