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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 에게해에서 만난 인류의 스승 ㅣ 클래식 클라우드 9
조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라니...
이 분은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만 보던 분이 아닌가?
철학공부를 한다면 딱 데카르트, 근대 철학부터 시작하고,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저기 어디 그리스 신전 어디에 모셔두어야 하는 분 아니었나?
솔직히 책을 읽는 동안도 이런 마음을 버릴 수 없었다.
지금으로부터 2,400년전의 인물을 찾아가는 여행이 가능하기나 한것일까?
돌더미속에 묻혀있을 흔적같지도 않을 그 흔적들을 찾는 여행이라니....
그럼에도 이 책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2,400년 전의 인물이 살았을 공간들을 찾아가면서 여전히 변함없는 하늘과 바다와 땅에서 그 시절의 분위기를 찾아내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느꼈을 마음과 생각들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능력이 경이롭다.
그리스에서도 변방 북부 칼키디케 반도의 작은 도시국가 스타게이라에서 태어난 아리스토텔레스는 의사였던 아버지덕에 마케도니아 왕실과 인연을 맺고, 이 인연이 마케도니아가 급부상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그의 인생을 이끌어가는 한 축이 된다.
책을 읽어가면서 느낀 바로는 당대의 영웅이었던 알렉산더의 스승이었다는 그의 입장은 어쩌면 공부하는 학자로서 조용히 삶을 살아갔을 이에게 정치적 격랑에 시달리게 하는 족쇄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위치는 아테네에서도 마케도니아에서도 늘 현실과 어느정도 거리를 둔 '관찰자' 내지는 '국외자'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현실에서 한 발 떨어져 관찰자의 시선을 유지할 때 더 잘 보이는 것이 분명히 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관찰자로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겠다.
아테네에서 플라톤이 세웠던 아카데미아에서 수학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나 스승의 성취를 따라가지 않는다.
영원불변한 본질, 이데아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했던 스승과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눈에 보이는 자연, 감각의 세계, 실재에 본질이 존재하고 그것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중요성을 부과했다.
그의 이런 생각은 아테네의 반마케도니아 분위기를 피해 떠났던 레스보스섬에서 그 지역의 동물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함으로써 생물학의 시원을 열기도 한다.
그의 생물학은 단순히 동물을 식용이나 약용이라는 인간의 이용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 우주의 근본 원리가 존재함을, 그러므로 인간이나 동물이나 모두 이론적 탐구의 대상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그는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듯이 동물을 관찰했을지도 모르겠다.
이후 아테네로 돌아온 아리스토텔레스는 새로운 학교인 뤼케이온을 연다.
이곳에서 그의 본격적인 철학, 정치학과 윤리학이 펼쳐진다.
그의 4원소설이나 좋은 정치의 요건에서 중용을 얘기하는 것 등은 분명 오늘날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은 원칙적으로 그러하다는 면에서이지, 현 시점에서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고전을 읽는 것, 또는 오래 된 시기의 사상가를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상기시키는 인간 삶의 원칙 때문일 것이다.
책 속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다양한 사상이 펼쳐지지만,
책을 읽는 내게 각인 된 것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아래의 경구이다.
"우리는 정의로운 일을 함으로써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절제 있는 일을 함으로써 절제 있는 사람이 되며, 용감한 일을 함으로써 용감한 사람이 된다."
말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행동이 나라는 인간을 만든다.
2,400년전의 철학자가 오늘날의 나에게 알려주는 지혜다.
저자가 흔적도 제대로 남지 않은 땅들을 여행하면서 알려주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서 무언가 단 하나라도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 있다면 그래 그 여행은 할 만한 것이었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