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못간 근교도시 에스테르곰을 다녀오기로 했다.
에스테르곰은 9세기경 마지르족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헝가리인의 역사가 시작된곳이다
헝가리 건국 왕 이슈트반 1세가 이곳을 최초의 수도로 삼았다.
13세기에 몽골의 침입에 의해 파괴되어 수도가 부다페스트로 옮겨갈때까지 수도로서의 역할을 했다.

에스테르곰은 부다페스트 뉴가티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탄다. 트램을 타고 기차역으로 갔는데 우와 기차역 너무 이쁘다.
부다페스트 거리의 건물들 뭔가 우울한 느낌이 많은데 뉴가티역은 산뜻하게 아름답네.

헝가리의 겨울은 글루미 헝가리다.
날씨 진짜 흐리고 안개 많고....
여러분들은 날 좋을 때 오세요.
컬러사진을 찍었는디 흑백처럼 보여요. ㅎㅎ

에스테레곰에는 헝가리에서 가장 큰 성당과 왕궁 일부, 그리고 마리아 발레리 다리가 있다.

대성당은 진짜 럼청난 규모로 멀리서도 압도적인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외관의 당당함이 멋지지만 의외로 내부는 차분한 분위기다.
지하묘지도 보물관도 멋졌디만 이곳에서 가장 좋은 곳은 3층의 파빌리온 카페였다.
카푸치노 한잔 시켜놓고 도나우강과 마리아 발레리 다리를 내려가보는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마리아 발레리는 흔히 씨씨로 불리는 합스부르크의 왕비 엘리자베스의 막내딸이다.
씨씨는 자신을 억압하던 오스트리아 궁정을 싫어해 여러곳에서 살았는데 특히 헝가리에 머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막내딸을 이곳에 와서 낳았고, 당시 헝가리의 독립을 염원하던 헝가리인들에게는 합스부르크 왕실과 협상을 이어주는 유일한 줄이었다. 그래서 헝가리 곳곳에서 그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곳 마리아 발레리 다리에도 그녀의 흉상이 만들어져 있다.
씨씨는 오스트리아를 너무 싫어해 헝가리에서 태어난 딸에게 독일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는데 그 반작용인지 마리아는 헝가리를 엄청 싫어했다고...
역시 자식은 맘대로 안된다.
그걸 받아들여야 자식과의 관계가 개선될수 있가는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진리인듯.

마리아 발레리 다리는 도보로 건널수 있는데 신기한건 이곳이 국경이란거다
다리 한중간에 국경선이 페인트로 그어져있고 위쪽에는 각각 헝가리 국기와 슬로바키아 국기가 그려져이ㅛ다

걸어서 다리를 건너며 우리도 국경넘기 놀이를 했다.
국경넘어 슬로바키아쪽에서 에스테르곰 성당의 모습이 멋진데 꿀꿀한 날씨는 모든 색을 빼앗아버린다. ㅠㅠ
이 동네에서 보는 노을이 멋지다는데 해가 보여야 말이지
가능하며누맑은 봄 여름 가을에 부다페스트 여행을 하시길...

반나절이면 갖다 올곳을 여기저기 퍼져앉아 놀다가 해 다져 깜깜해져서 부다페스트로 돌아간다.
점심 겸 저녁으로 피자랑 맥주 마셨는데 기차역 화장실이 폐쇄다.
괜찮아. 기차에 화장실 있으니까...
아......
기차 안에 화장실 딱 한칸인데 고장이다.
부다페스트 가야 고칠수 있단다.

참아야 하는구나.
힘들어.
하지만 내 앞의 헝가리 아저씨 심각하게 괴로워보인다.
그 아저씨를 보면서 나는 참을만해 위로 중... 앞으로 30분만 더 가먄 된다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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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1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밑에 사진에서 보이는 빨간 선이 국경인가 봅니다 저기에서 뭐 하는 건가 했습니다 국경이니 두 나라에 있는 거네요 그런 것도 즐거운 놀이 같네요 날씨가 좋으면 좋은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대로 분위기 있을 듯합니다 눈도 좀 왔나 봅니다 바람돌이 님 남은 시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5-01-01 0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 빨간선이 국경선요.
우리 둘이 저러고 있으니 딸이 웃기다고 찍은 사진입니다.
덕담 감사합니다.
희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 이슈트반 성당은 부다페스트의 상징과도 같은 성당이지만 의외로 역사는 짧아 1850년대부터 56년간에 걸쳐 건설되었다. 완공시점부터 따지면 120년정도.
유럽에서야 이런 건물은 완전 신식건물이다.
성당전면은 그리스신전을 연상케하는 네오르네상스식 건축이다.
성당안에 들어가면 내부나 주제단은 황금빛으로 번쩍번쩍하는게 바로크풍을 연상시킨다. 넓은 공간이지만 거의 정방형으로 중앙집중식인 구조를 갖고 있어 집중력이 좋은편이다.
아마도 그래서 이곳에서 파이프오르간 공연을 자주 하는것 같다. 소리의 울림이 굉장히 좋을듯...
하지만 우리는 다른 공연 예약도 많고 성당에서 하는 파이프오르간 연주는 여러번 들어서 이곳에서는 패스하고 성당을 오랫동안 천천히 앉아 즐겼다.
내부에 사람이 굉장히 많았지만 그래도 종교공간인지라 사람들이 모두 조용했다.

성이슈트반은 헝가리의 건국왕이다.
동시에 헝가리에 카톡릭을 공식화한 왕이기도 하다.
교황청으로서야 카톨릭의 영역을 넓혀준 왕이니 당연히 성자의 반열에 그를 올렸고, 헝가리인들의 입장에서도 위대한 왕일테이다.
그럼에도 교회에 들어서서 주제단을 보는 순간 깜찍 놀랐다

와 주제단을 점령한 이가 성 이슈트반이다.
예수는 그 아래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 작은 황금상으로 존재할뿐....
신의 공간에서 인간이 주인이 된 느낌이랄까?
이런 아이러니도 어쩌면 헝가리가 로마에서 먼 카톨릭의 변방이라서 가능했던걸까? 아니면 종교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된 19세기 말에 건축되어서일까?
성 이슈트반이 들고 있는 십자가의 형태도 특이한데 이를 이중 십자가라고 한단다. 정치와 종교 모두를 상징한다고 하는네 정교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성 이슈트반에 대해서는 정치와 종교의 모든 권능을 허락한 느낌이다.

성당의 한편에는 성 이슈트반의 오른손 미이라가 있다.
성 이슈트반의 무덤을 다시 팠을 때 늘 십자가를 들고 다니던 오른손만이 썩지 않아 일종의 성물이 되었고 일반인들에게는 그의 오른손을 만지면 병이 낫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복신앙이 되었다.
사시루뭔들 어떠리.
종교 역시 사람의 일이고 믿는 이들이 그렇게 믿는다면, 그리고 그 믿음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와준다면 기복신앙이든 원칙을 깬 제단이든 뭐가 중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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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1 0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양은 성당 같은 곳을 둘러봐도 멋지겠네요 동양에서는 절(일본은 신사와 절)을 둘러볼지... 그런 거 관심 있는 사람은 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5-01-01 06:29   좋아요 1 | URL
저는 성당도 신사나 절같은 곳 모두 좋아해서 많이 가는편이에요. 여행이야 좋아하는대로 가는거니까 사람마다 보고싶은 것이 다르겠죠.
 

센텐드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이었지만 마을만 둘러보고 왔다면 좀 심심한 마을이랄까?
굳이 반나절을 소비해 다니기에는 추천하고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싹 몰아내게 해준 작은 미술관이 있었으니 바로 코바치 마르기트 세라믹뮤지엄이다.
센텐드레의 숨은 보석이라 불러도 충분할듯

헝가리에서는 유명한 도자기 작가인듯한데 이미테이션 작품이 있다면 작은거 하나쯤 사오고싶었는데 그건 없단다

주로 여성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고 후기의 종교작품들이 또 많았다.
내게 감동을 준 작품들은 주로 여성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들이었는데 즐겁고 행복하기보다는 인긴 내면의 깊은 슬픔을 묘사한 작품들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북플에서는 사진과 그림이 따로 들어가 불편한데 폰으로 쓰려면 그래도 북플이 나아 그냥 대충 생각나는대로 인상적이었던 작춤 몇개만 소개한다.

먼저 작가 자신의 자화상 처음엔 유화인줄 알았는데 아니고 세라믹작품이다.
미인이었던 젊었을 때의 모습은 오드리헵번을 연상시킨다.

작품 살로메는 요한의 머리를 너무도 우아하게 접시에 받쳐 든 살로메의 모습이다.
살로메의 얼굴에서는 악의를 찾아보기어렵고 정성스럽게 만든 음식을 받쳐들고가는 우아한 여성처럼 보인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팜므파탈 살로메라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우아하게 비켜가는 이런 해석 너무 좋다

비를 기다리는 여성, 맨발로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 같은 작품들에서는 억척스럽거나 격렬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굳세게 살아가는 의지와 삶의 기대가 느껴졌다.

특히 슬픔을 표현한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는데 무언가 울컥하는 마음이었다
먼곳에서 온 이방인에게도 공감의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위로를 준달까? 슬픔이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공감의 위로를 준다면 작가의 마음에 공명했다는 것일까?

나오기전에 재밌는 작품을 하나 발견했다.
세라믹으로 만든 세계지도인데 한국이 엄청 선명하게 묘사되었다
1977년에 사망한 작가가 한국을 어떻게 저렇게 크게 묘사할 수 있었지라고 의문을 가졌는데 잠시 지도를 좀 더 주의깊게보니 지도의 코리아는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다

아 맞다. 헝가리는 예전에 사회주의 국가였지.
그러고보니 오스트레일리아는 원주민에 대한 착취로 묘사했다.
코리아라면 무조선 남한부터 생각하는 나와 다른 생각들이 있던 시대와 장소가 신선했다고나 할까

누군가 센텐드레에 간다면 이 미술관만큼은 꼭 가보라고 강추하고싶다
심심한 동네가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랄까?
연말이 아니었다면 다른 작은 미술관들도 볼수 있었을텐데 오늘은 다 문닫음. ㅠㅠ
하지만 이 작은 미술관 하나로 행복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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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01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 작가고 지금은 세상에 없네요 코리아가 북한을 나타내는 거군요 그래도 반가웠을 듯합니다 다른 미술관이 문을 닫아서 이곳 한곳에 가서 더 인상 깊었겠네요 작은 마을인데 작은 미술관도 많은 곳이군요 그런 게 부럽기도 하네요

한국은 2025년으로 바뀌었어요 시간 보시면 아시겠네요 바람돌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희선
 

진짜 사진이 5개 올리면 3개만 뜨고.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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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텐드레는 부다페스트에서 완행열차로 40분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동네이다.
14세기말 오스만이 발칸반도를 점령하면서 그리스와 세르비아지역의 상공업자들이 피난와서 정착한곳이 이곳이다.
그래서 다른 헝가리 지역과는 다른 독특한 건축양식과 문화를 가진 곳이 되었고, 최근에는 젊은 예술가들이 정착하면서 예쁜곳들이 많아져 나름 이곳의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아침 일찍 서둘렀더니 빨라도 너무 빨리 와서 길거리에 거의 사람이 없고 가게는 문을 모두 닫았고.... 추워... ㅠㅠ

사람없는 동네를 천천히 한바퀴돌고 역시 고마운곳은 작은 카페.
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나 카푸치노가 맛있다.
에스프레소를 못먹는 내게는 천국같은 커피 카푸치노다.
이 카푸치노만큼은 왜인지 한국보다 유럽이 훨씬 맛있다.
우유맛이 다른건가?????

집에서 출발할 때 밥 한그릇 씩을 다 먹었는데 크로와상이 너무 맛있어보여 또 폭풍흡입
진짜 한국 돌아갈때 비행기 의자에 부푼 몸을 구겨넣어야 할지도....

카피에서 나오니 이제 사람들이 조금씩 오기 시작하고 가게들도 문을 열기 시작한다.
특히나 크리스마스가게들의 장식은 예술이다.
이 지역에는 20개가 넘는 작은 미술관들이 있다는데 연말에 월요일이 켭쳐 다 문닫고 하나밖에 못봤는데 그곳이 진짜 보석같은 곳이었다. 이건 따로 포스팅!

점심은 이곳 그리스, 세르비아식 식당에서 먹었는데 역시 해산물에 튀김이잖아.
맛없을수 없는 조합이다.
아 그리고 이 동네 음식에 거의 무조건 껴나오는게 파프리카인데 진짜 맛있다
한국 파프라키보다 훨씬 달고 맛있어.

원래는 에스트레곰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약간 강행군 느낌으로 움직여야 오늘 해지기전에 볼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큰딸 생리통 시작으로 못걷기 시작이다.
바로 일정변경해서 부다페스트로 돌아가서 이슈트반 성당 하나만 천천히 보고 숙소 돌아가기로....
따뜻한 국물이 필요하니 오늘 저녁은 라면이다.

뜻하지 않게 아침에 잘못끊었던 기차 티켓을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이 기차표는 시간지정이 없고 당일 아무 때나 사영할수 있는 표라서....
멍청비용 회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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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4-12-31 0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모르지만 카푸치노 우유는 다른 나라와 한국이 다르다는 걸 어디선가 본 듯도 합니다(그 나라는 어디였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작은 미술관이 많은 곳이군요 거의 문을 닫았지만 문 연 곳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그곳이 좋았던 것도... 기차표 시간이 따로 없다니, 그걸 쓰게 된 것도 좋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4-12-31 05:57   좋아요 1 | URL
우유가 다르겠구나싶네요. 어쨌든 확실한 이유는 모르겠르나 유럽의 키푸치노는 한국보다 훨씬 더 부드러운 맛이기는 합니다
잘 모르는곳에 왔는데 좌충우돌할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도 추억이라 여기며 다녀야지요. 벌금 내라고 한게 어디야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