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에 있을 때는 여긴 안개가 많구나, 많이 흐리구나, 여기 그림들은 왠지 슬픔이 많구나 하고 다녔는데 빈에 오니 도시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름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딸이 엄마 이제야 수도에 온거 같아라고 하는걸 듣고
부다페스트는 왜인지 수도라는 대도시의 느낌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부다페스트에 있다 와서인지 빈은 모든 것이 반짝거리는 느낌이다.
대제국이었던 합스부르크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던 시절이 이 도시에 남긴 자취들이다.
빈의 슈테판 성당을 보고 나면 부다페스트의 이슈트반 성당이 싱겁다는 말이 그냥 이해가 된다.

저녁 도심을 걸으면서는 한국 명동에 간 느낌이랄까?
빈 사람들도 많고 관광객도 많다.
역사적 건물로 꽉차 있지만 무게감만이 아니라 경쾌함도 느껴지는 도시다.

그리고 잘 생긴 남자가 너무 많다.
아 역시 남편을 두고 왔어야 했어
세상에 이렇게 잘 생긴 남자가 많다니 말이야
바로 남편이 받아친다.
그러게 말야. 예쁜 여자들이 진짜 많네...ㅎㅎ
떡줄 선남선녀들은 우릴 쳐다도 안보는데 김치국물만 각자 알아서 마시는 우리 부부라니...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넬로페 2025-01-07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지금 서울에서 빈 분리파 전시하고 있어 다녀왔는데 빈에 꼭 한 번 가고 싶더라고요.

바람돌이 2025-01-08 05:52   좋아요 1 | URL
제가 아 나는 에곤실레 보러 빈 가는데 실레는 한국을 오는구나 하면서 한탄했다죠. ㅎㅎ 근데 여긴 실레 천지예요. 언젠가 페넬로페님도 빈에 오세요. 뭔가 반짝이는 느낌의 도시예요
 

벨베데레 궁전에서 이미 아는 그림들을 실제로 접하는 행복도 컸지만 새로운 화가를 만난 즐거움은 더 크다.
전시 중 강렬한 그림을 만났는데 지오반니 세겐티니라는 화가의 The evil mothers이다.
무려 1894년에 그려진 그림으로 눈덮인 들판에 여성들이 나무에 얽매여있다. 고통스러운 그녀의 가슴에는 젖을 빨고자하는 아기가 탐욕스럽게 매달려있다.
원치않는 임신을 주제로 한 그림이다.
19세기 말에 이런 주제의 그림이라면 당대에 꽤 논란을 일으켰을듯하다.
작가의 진짜 의도는 여성의 문란에 대한 비판이었을까 아니면 여성의 고통에 대한 묘사였을까?
이 작가의 다른 그림을 몰라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내게는 여성에게만 강요된 모성과 그로 인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또 하나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Amoako Boafo라는 가나 출신 화가의 그림들이었다
클림트 그림에 대한 오마주가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클림트의 그림을 오마주하면서도 자신만의 강력한 정체성을 주장하는 것이 독특하고 아름다웠다

또한 흑인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각이 강렬해서 아름다웠다.
이곳은 빈, 널려있다 표현할 정도로 클림트의 그림이 많은곳이니 클림트의 그림과 보아포의 그림을 나란히 또는 마주보게 전시하면서 100년의 시간을 넘어 두 화가가 만나는 전시가 기획 될수 있었겠지

앞의 그림들은 클림트 그림에 대한 오마주들이고,
마지막 잎의 남자 셋이 나오는 그림 제목은 <Me, Me and Me>이다. 유쾌한 자의식과 자기애가 사랑스럽지 않나?
그리고 마지막 그림의 제목은 어떤 기자가 보아포에게 한 질문에 대한 답이다.
그 기자가 작가에서 왜 당신은 흑인만 그리느냐고 물었단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누구도 백인 작가에게 당신은 왜 백인만 그리느냐고 묻지 않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희선 2025-01-06 23: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 토니 모리슨한테도 누가 비슷한 걸 물은 듯하더군요 백인한테는 묻지 않는 물음일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바람돌이 2025-01-07 06:22   좋아요 1 | URL
저런 차병적인 물음은 항상 사회적 약자에게만 하는거같아요.
저 물음을 한 기자는 아마 그게 차별적인 말이라는걸 아예생각도 못했을거 같아요. 그래서 사람이 제대로 산다는건 끊임없이 배우고 생각해야 하는게 맞는거같아요
 

빈은 바람이 많이 부는구나
헝가리보다 더 추워
하지만 하늘이 맑아
빈에 오니 헝가리가 얼마나 흐렸는지 확 실감이 온다

쨍하게 추운 날씨에도 벨베데레 궁전은 파란 하늘 아래 아름답게 빛났다.
클림트의 키스를 보러 오는 곳이라지만 키스는 전에 본적 있고 나는 클림트의 풍경화를 너무 좋아하는데 원껏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에곤 실레의 그림들은 생각보다 강렬한 붓터치가 생생해서 이 화가가 젊은 나이에 거장이 되기 전에 죽었음에도 왜 그가 뛰어난 화가로 화자되는지 알수 있었다.
미술사박물관과는 다르게 내가 좋아하는 화가들로 꽉찬 벨베데레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맘이 설레는 곳이었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 행복하다 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중세에 도시 빈을 둘러쌌던 성곽은 대포가 발달하며 전쟁의 양상이 바뀌고 상업의 발달로 성곽은 오히려 빈의 발달을 가로막는 요소가 된다.
합스부르크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는 성곽을 헐어내고 그 주변의 땅을 민간에 매각하여 벌어들인 돈으로 성벽이 있단 자리 주변에 각종 공공시설물을 만들게 되는데 오늘 간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도 그 중 하나다.
오늘날 성벽이 있던 자리를 링슈트라세라 하고 트램이 다니는 길이 되었다. 그리고 트램 길 주변으로 빈의 유명관광지들이 밀집해있다.

두 건물은 마리아테레지아의 동상을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쌍둥이 건물이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행사가 있는지 동상이 있는 광장을 막아놓았다.
일단 자연사 박물관으로 향한다
추위에도 티켓팅 중이 엄청 길지만 우리에겐 무적의 비엔나패스가 있다. 패스트트랙이 가능하다.

자연사박물관은 오로지 뵐렌도르프의 비너스를 보기 위해서 들어갔다.
비너스를 찿아간동안 온갖 공룡 물고기 동물의 전시를 지나는데 난 딱히 관심이 없지만 아이들 데리고 오면 좋아할듯.
안 그래도 박물관 내부는 어린아이들과 그 가족들로 엄청 붐볐다

뵐렌도르프의 비너스는 역시 쬐끄맸다.
그전에 듣기로는 5cm 정도라고 들었는데 실제 모습은 8cm정도 되어보였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훨씬 귀엽달까 섬세하달까
하여튼 느낌은 더 좋았다


미술사박물관은 르네상스와 근대의 무수한 그림들로 가득찬 보물관 같은 곳이다.
하지만 나는 사실 르네상스나 바로크 시대의 그림들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다.
딸들은 이 시대 그림들을 좋아라 해서 재밌게 봤지만 나는 감흥이 있는 그림들이 드물었다.
다만 특별전으로 하고 있는 렘브란트 전시회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 렘브란트전같은거 하면 사실 렘브란트의 메인 작품 2-3점 들여오고 나머지는 습작이나 소품들로 채우는게 일반적인데 같은 유럽이라 그런지 작품의 수가 많아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을 좋아하는 내게는 뜻하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점점 당일 포스팅이 어려워지는 중이다.
피곤해서 숙소돌아가면 뻗기 시작하는 중...
지금은 빈 3일째인데 첫날 포스팅 중이다.

빈 중앙역에 도착하니 드디어 파란 하늘이 보인다.
아 진짜 파란 하늘 그리웠어.
부다페스트의 우울함이 확 날아가는 기분이다.
대신 부다페스트는 바람이 거의 없어 영하의 날씨도 견딜만했는데 여긴 춥다. 바람이 이렇게 추위를 강화시키는구나. ㅠㅠ

숙소에 짐만 맡겨놓고 빈 분리파 미술관인 제체시온으로 갔다.
제체시온 지하에는 클림트의 베토벤 프리즈가 있다

오래 전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 이 작품이 왔을 때 관람했었는데 솔직히 그 때 딱히 흥미를 못 느꼈었다
정말 사람이 많아 시끄럽고 떠밀리듯이 관람했던 기억만 있다.
그래서 이번 제체시온도 사실 그림보다는 건물을 보고싶었다.
황금빛 월계관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예술의 승리를 주장했던 빈분리파의 자신감이 보고싶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자신들의 새로운 예술의 상징으로서의 베토벤프리즈를 그 곳에서 보고싶었디도 했다.

지하 전시실에 들어가면 작은 방이 나오고 3면에 둘러진 베토벤 프리즈 작품이 있다. 그리고 헤드폰이 있는데 베토벤의 합창교행곡을 들을 수 있다.
당대 제체시온이 개관할 때 빈 분리파는 구스타프 말러의 지휘로 이 곳에서 합창교향곡을 연주했다고 한다. 그들의 예술의 승리를 자신한 것이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들으며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앉거나 서서 그림을 관람할 수 있다.
30분쯤의 시간은 음악과 그림을 맘껏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고, 예전 예술의 전당에서의 돗대기 시장 분위기를 잊고 온전히 감상의 기쁨을 누리게 해주었다.

제체시온에서의 감동을 살짝 건너편 카페 무제움에서 여운을 즐겼다.
카페 무제움은 빈 분리파 건축가 아돌프 로스의 작품으로 아무런 장식 없이 기능에만 치중한 외관과 실내 장식으로 허무주의자의 카페로 불렸다.
장식예술이 기본이던 당대 아돌프 로스의 건축은 파격이었고 클림트나 엔곤 실레 같은 당대 예술가들이 이곳을 드나들었다. 그 때의 사람의 마음 한자락을 느껴볼까 싶어 비엔나에서 꼭 먹으라는 카페 멜랑지를 시켰다.
아마 당대 예술가들도 카페 멜랑지를 시켰을테니까...

그게 뭔가 싶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그건 시나몬 없는 카푸치노였다. ㅎㅎ
맛은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넬로페 2025-01-04 1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서 지금 여행중이시군요.
건강하고 즐겁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시길요^^

바람돌이 2025-01-04 19:50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부디 평안해지시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