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문한 책이 도착했다.  열하일기 3권. 상자를 여는 순간 '헉"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두껍다니.... 도대체 이걸 왜 주문했다냐? 알라딘 행사 땜시 사긴 했는데 부록 빼고 원문만 세권 모두 500페이지다. 올 3월은 유난히도 바빠서 요즈음은 직장 마치고 집에 오면 완전 녹초다. 집에 와도 올들어 퇴근이 많이 늦어지게 된 옆지기 때문에 아이들은 온통 내 차지다. 두 딸내미 밥먹이고 놀아주고 씻기고 나면 시계는 거의 10시를 육박하고 결국 아이들 재우면서 나도 같이 잠들어 버리니 책이라곤 한 줄도 못읽는 날이 태반인데....3월 들면서 시작한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북한 현대사'는 진도가 안 나가진다. 그런데 이 열하일기를 도대체 언제 읽냐고...

책장속에 폭 박혀 있는 주인을 기다리는 책들속에 열하 일기도 추가!!!(불쌍한 놈) 3월이 가고 나면 좀 나아질거야 꼭 나아질거야 올해는 꼭 주인 원망 안하게 그동안 사 뒀던 시리즈 책들을 읽어줘야지

올해의 목표 -  미학 오디세이 3권,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5권, 한국현대사 산책 15권, 열하일기 3권

너희들의 임무는 책장 장식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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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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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옛날 대학시절에 "나이는 짤짤이 해서 따는 것이 아니야"라는 농담을 자주 했었다. 주로 어린 나이의 또래들끼리 모여 한두살 더 어린 후배들한테 술 사주면서 하는 소리였지만... 이 책을 보면서 한동안 잊었던 그 농담을 다시 생각해냈다. 우와 나이는 진짜 짤짤이해서 따는게 아니야.

나이 먹는다는게 우리 사회에선 별로 자랑스런일이 못‰쨈? 대부분 그 단어는 몇가지의 욕들과 붙어 다닌다. 온 사회가 미친 듯이 더 젊어보이게 더 어려보이게로 질주하고 있는듯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끔 인생의 깊이에서 우러나온 무게있는 말이나 글들을 보면 새삼스럽게 신선하고 나도 이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나이든다는 것을 정말로 삶에대한 관계에 대한 통찰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으로 느끼고 싶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다. 하지만 모든 연애소설들의 규칙들을 일거에 부숴버린다. 누구에게나 가슴아련할 첫사랑에 대해 말하면서도 전혀 낭만적이지도 지고지순하지도않다. 오히려 인간이란 얼마나 자기 중심적인가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그것이 낯설지 않다. 죽고 못살것 같던 잠시의 시간을 벗어나면 우리를 짓누르는 건 생활의 무게이고 그 즈음에서 연애를 하는 모든 인간들의 계산기가 움직인다. 소설속의 나 역시 자신의 삶을 빛내주던 첫사랑을 버리고 안정된 삶을 선택, 은행원과 결혼한다. -그 첫사랑에 대한 묘사에서조차도 전혀 낭만적이지 않다. 소설을 보던 나부터 '에고 이런 인간과 결혼하면 고생길이 훤하다.'라고 생각했으니까... 안정을 찾아 한 결혼은 역시 지나칠정도로 안정적이었고 그 안정감에 지리멸렬하던 중 다시 자신의 생활에 윤활유가 되어 줄 첫사랑과 다시 만나고 그 모든 과정이 자기 중심적으로 합리화된다. 그 남자에게 닥친 불행마저도 자신의 입장에 맞춰 재해석되고...

이 소설을 읽는건 쉽지않다. 인간의 너무나도 적나라한 감정을 대하면서 이것이 나의 모습과 겹치면서 참 부담스럽게 힘겹게 책장을 넘기게 된다. 아마도 사랑의 환상을 갖고 있었을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책을 던져버렸으리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뭐 이리 웃기는 할머니가 다있어!" 하지만 난 아줌마다. 이쯤되니 사랑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는 것, 생활속으로 들어온 사랑은 오히려 구질구질하게 느껴질 때가 더 많다는 것 정도까지는 인정이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직은 나의 모든것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마지막 나의 구질구질함을 숨겨둔다고나 할까?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다 말하지는 못한다. 아니 안한다. 아니 아예 인정하지 않는다는게 더 정확할까? 자신의 내면속에서조차도 자신을 속이는게 인간이 아닐까? 박완서씨 정도의 삶을 살면 나도 저렇게 나라는 인간의 추한면조차도 당당하게 내보일수 있게 될까?  인간의 마지막 안쪽의 감정까지도 이해할 수 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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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토끼 2005-11-09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대로- 저는 읽다가 이 책을 덮어버렸는데요 아직 읽을 마음이 생기지 않네요. 이런 후기들을 쭉 읽어봐도..
 
측천무후 - 상
샨 사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누가 말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역사는 남성이 주도한 역사였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런 속에서 여성 통치자는 극소수일 수 밖에 없고 그 희소성으로 인해서 그들은 항상 소설의 주인공들이 된다. 그런 여성 통치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왕국을 스스로 창출해 낸 사람은 아마도 측천무후, 하나 뿐일 것이다. 얼마나 드라미틱한 인생일까? 그 존재 만으로도 여성독자들을 끌어들일수 있지 않을까

측천무후는 중국 당 태종의 후궁으로 들어갔다가 간택되지 못하고 그 아들 당 고종의 황후가 된다. 그리고 남편이 죽자 아들들을 물리치고 스스로 여황제에 올라 국호를 '주'로 고치고 16년동안 중국을 다스린다. 그녀가 죽은 이후 왕위에 오른 그녀의 아들은 다시 국호를 당으로 고치고.... (이 시기는 우리 역사에서는 고구려가 안시성에서 당 태종의 군대를 물리치고, 결국 당 고종대에 신라와 연합한 당군은 고구려를 멸망시키는 바로 그 시기에 속한다)

소설은 일인칭 독백의 형태로 측전무후의 탄생에서 부터 죽음 이후시기까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일인칭이라는 시점의 선택은 소설적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측전무후의 내면을 탐색한다. 평민출신으로 당건국에 공헌하여 출세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하던 시절, 아버지의 죽음으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시절, 궁에 들어가 있는 듯 없는 듯 만명의 여자중의 하나일 뿐이던 시절, 드디어 권력에 진입해 권력을 장악하고 결국 쓸쓸한 죽음을 맞기 까지 측전무후의 내면을 섬세하게 따라가고 있다. 세상의 중심인 남자들을 물리치고 세상의 최고봉에 선 여자, 그 여자의 내면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할법한 나 역시도 궁금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의 선택, 이 책은 아마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듯이 보인다. (실제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이 한국에까지 번역된걸 보면 아마도 그러리라.)

하지만 그럼으로써 이 책은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 책에서 역사는 그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할 배경의 역할밖에는...(그것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너무나도 감상적인 문체속에서 측천무후라는 역사적 인물은 실종되고 권력의 정점을 향해 꿈을 키우는 그저 한 여자가 있을 뿐이다. (하긴 저자가 역사소설을 표방한 것도 아닌데 이런 얘기는 좀 그렇군...쩝...) 그렇다면 측천무후라는 한 인간의 내면을 정말로 잘 따라잡기는 한걸까? 글쎄 별로 아니다. 책속에 묘사된 측천무후는 그저 그런 한 여자일 뿐이다. 그녀의 이름을 측천무후가 아니라 완전히 허구의 인물이나 아니면 그저 평범한 한 여자로 바꿔쳐도 소설의 내용이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측천무후는 그저 상업성을 위한 소재정도에 지나지 않는게 아닐까?

사족 하나 - 이 책을 중국인들이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글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중국인인것 같은데 겉만 그런것 같다는 생각. 서구인들의 입맛에 맞춰 보여지는 중국. 그들의 오리엔탈리즘적인 환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구도하에서 계산되어 쓰여졌다는 혐의가 계속 드는 건 왜일까?  아마도 이런 요소가 또한 상업성과 결부되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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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6-07-1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환상에 대해 조금 공감합니다. 그리고 측천무후가 아닌 다른 인물을 대입시켜도 별로 읽기에는 부담이 없을 듯한 소설로 보임.. 역사소설이 아니다라는 점에 상당한 공감입니다.
 
문명의 루트 실크로드 - 비단길 속에 감추어진 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 효형출판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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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는 꼭 정수일씨의 책을 읽으리라. 새해의 각오를 다지면서 워밍업으로 가장 분량이 적은 이 책부터 집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실크로드 지역에 대한 연구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정수일씨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이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사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크로드란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한나라 때 장건 이후로 개척된 비단길(저자는 오아시스길이라고 명명한다)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고대의 초원길에서 시작하여 오아시스길 바닷길 그리고 중간의 종단로들 또 근대 이후의 아메리카 대륙까지 모두 포함하는 모든 문명교류의 길을 통칭하는 말이다.

인류의 역사속에서 그 길을 여행했던 모든 사람들 민족들과 그들의 문명교류속에서 남아있는 흔적들 -유적 유물들을 풍부한 도판과 지도로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제시하고 있다. 어떤 느낌이냐 하면 꼭 수능치기 전마지막에 보는 요점 정리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모든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이렇게 얇은 책 하나로 정리해 낼 수 있다는건 저자의 내공이 엄청나리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아는걸 주절이 주절이 널어놓는건 오히려 쉬운일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서 핵심만 추려내는건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이 없다면 절대로 해 낼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그의 본격적인 연구서들을 들여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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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1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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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이 다들 이 책을 괜찮다고 할 때도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순신에 대한 책은 관심이 없었기에.... (내가 관심이 없는건 인간 이순신이 아니라 '장군 이순신에 관한 책'이다.) 이순신은 그야말로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 박제된 영웅이다.(박통시절의 유물이겠지) 그는 지나치게 신성화되어 있어 거의 인간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말그대로 성웅 이순신이다.(이순신을 이렇게 만든 결정적인 인간 박통은 아마 이순신이 이 시대 인간있었다면 그를 죽였을 것이다. ^^)

그래도 유행에 완전히 무심할 수는 없는게 나인지라(내성격의 특징 중 하나 - 부화뇌동형이다.) 어쨌든 손에는 들었는데 어랍쇼? 이건 일인칭이네.. 아니 감히 성웅 이순신에게 이런 시도를.... 사람은 원래 밖으로 보이기에는 있어보여도 그 있어 보이는 한가지를 하기 위해 얼마나 유치하고 잡스런 과정들을 거치는가? 근데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일인칭의 내면 고백이라니...

처음으로 이순신이 인간으로 다가왔다. 적때문에 두렵고 왕때문에 두렵고 자신의 죽음에 대해 두렵고 온갖것이 슬픈 그냥 인간 말이다. 물론 그는 여전히 나같은 범인이 흉내낼 수 없는 저 멀리 위쪽의 인물이지만 그래도 인간의 냄새를 풍기고 있다. 그의 고통 두려움 슬픔을 따라가면서 같이 그러한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책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전쟁의 풍경들은 단지 역사를 지식으로만 알고있는 사람들에게 그 시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같이 느낄 수 있는 공감으 장을 마련해주고 있다. 역사교과서나 역사책과는 다른 역사소설이 가져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추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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