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플라시보 > 서울
영국에서 나오는 잡지 중에 Wallpaper라는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가 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이런 저런 상품들, 관심을 모으는 건물, 갈만한 여행지 등등을 소개하는 잡지인데 이번 6월호 표지에 Korea Advice라는 기사제목이 실려있길래 궁금해서 한 권 집어 들었습니다. 외국 여행책자 중에서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책들이 별로 없어서 과연 이 책에서는 어떻게 소개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쭉 읽어보았지요.
하이야트 호텔에서 내려다 본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서울 전경사진으로 시작하는 초반부에는 우리 나라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들을 하고 있는데 유행이 엄청 빠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그런 얘기를 하더군요. Korea Advice라는 제목이지만 사실 서울에 대한 안내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과연 외국인들이 보기에는 서울에서 어떤 곳이 갈만한 곳일까 궁금했는데 기자가 묵었던 W호텔, 갤러리아 백화점, 경복궁, 인사동, 리움 미술관과 함께 헤이리에 대해서 자세하게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 안내하는 사람이 기자를 헤이리에 데리고 갔었나 봅니다. 5년 전에는 없거나 많이 달랐던 곳들인데 그때는 과연 어디 얘기를 했을지 궁금하네요.
그럼 기자가 추천하는 서울에서 해야 할 10가지가 무엇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1. 서울의 강변에 있는 고수부지 50km를 자전거나 조깅을 하면서 달려보기
2. 황학동 벼룩시장 가게들에서 물건 사기
3. 서울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돌아보기
4. 대학로에서 공연 ‘난타’ 보기
5. PC방에서 컴퓨터 게임 해보기
6. 찜질방에서 사우나하고 마사지 받으면서 DVD 감상하기
7. 롯데월드에서 놀기
8. 헤이리에 있는 Camera Music Space라는 바에서 커피 마시기(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커피 바라고 소개하는군요. 안 가봐서 어떤지 모르겠지만…)
9. 파주 북 시티 둘러보기
10. 여의도에서 양화까지 한강 유람선 타보기
대체로 서울의 특징이 될만한 걸 잘 짚어낸 것 같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할만한 게 이거 말고 더 없나요? 흠…
서울에서 사야 할 것 5가지도 있네요.
1. 디지털 카메라 기능도 있는 iRiver mp3 플레이어를 사야 한답니다.
2. Mmmg라는 브랜드의 문구용품 점에 꼭 가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곳이네요. 새로 생긴 곳인가봐요?
3. 산사춘 술을 사라고 합니다. 흠…
4. 광주요 라는 회사의 찻잔세트도 추천할 만하다는군요.
5. LG에서 나온 라디오, 비디오, mp3가 되는 PMP를 마지막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찾아가 볼 곳으로는 서울 타워, 경복궁, 봉은사, 리움 미술관, 인사동을 꼽고 있는데 아마 필자가 가봤던 곳들이 목록에 올라 있는게 아닌가 싶군요.
기사를 다 읽고 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만약 외국인 친구를 데리고 서울 관광을 시켜준다면 어디를 데리고 가야 할 지… 참 넓고 넓은 서울인데 그다지 딱 떠오르는 곳이 많지가 않네요. 홍대 앞이나 이대 앞도 재미있을 거 같고 용산가족공원이나 남산길, 남대문 시장, 그리고 또 어디에 가야할까요? 먹고 마시면서 놀 곳은 참 많은데 정작 자기 색깔을 갖고 있는 그런 장소들이 별로 없는 거 같아서 조금 속상하군요.
외국에서는 별거 아닌데도 이름 붙이고 선전 많이 하면서 뭔가 차별화시켜 관광상품을 만드는데 우리나라도 이런 노력들이 좀 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요새 서울 많이 달라지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머릿속에 떠오르는 곳이 많아지겠지요. 서울은 낮보다는 밤의 모습이 더 나은 곳인 것 같습니다. 문득 불빛들로 가득한 서울의 밤이 그리워지는군요.
대학을 막 졸업하고 나서 나는 잠깐동안 서울에 살았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태원동에 살았지만. 알다시피 이태원과 한남동은 하이야트 호텔을 사이에 두고 아래는 이태원 위는 한남동이었다.
나는 늘 하이야트 호텔을 보며 생각했다. 대체 얼마나 돈이 많아야 저 곳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할 수있을까?
그때 살면서 나는 딱 두번 하이야트를 가 봤었다. 생활비가 없어서 팩스를 10만원에 팔기 위해 생활정보지에서 연락이 된 사람을 만나러. 또 한번은 모 재즈 피아니스트를 만나러. 그러나 두번 다 하이야트에 들어갔던건 아니고. 단지 그 정문 앞에서 약속을 했었을 뿐이었다.
이태원은 참 묘한 동네였다. 어쩐지 살짝 한산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쇼핑하는 거리들 말고 사람들이 사는 동네) 밤낮이고 외국인들이 어슬렁거리고 돌아 다니고. 아침이면 맛있는 빵가게에는 빵을 사려는 외국인들이 줄을 서 있기도 했다. 어지간한 가게에서는 모두 달러를 받았고. 나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팁으로 받은 달러를 쓰기도 했었다.
친구와 함께 지하 단칸방에 살았었는데. 언덕에 위치 해 있어서 (하이야트 올라가는 그 길) 마을버스를 타야만 버스도 지하철도 탈 수 있었다. 그때는 지하철역을 짓고만 있어서 우린 맨날 그 역을 보면서 죽기전에 저거 다 짓겠냐 했던 기억도 난다.
그 당시에는 돈도 없고 직업도 구해지질 않아서 정말 어렵게 살았었다. 그래서 하이야트는 늘 지나가면서 보는 호텔이었다. 그때는 정말 힘들었었는데 지금 지나고 생각하니 너무 좋았던것 같다. 나는 젊다고 표현하기도 뭣할 정도로 어렸었고, 하고싶은 일도 정말 많았었다. 물론 아주 불안하기는 했다. 젊은놈이 하릴없이 그러고 있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도 쫙쫙 빠졌던 기억이 난다.
서울에서 도저히 해결이 되질 않아서 다시 대구로 내려온 후. 나는 유희열의 A Night in Seoul을 들으며 참 많이 울었었다. 내가 사는곳 보다 문화적으로 너무나 앞서고 좋은 그 도시에서 살지 못하고 다시 답답한 이곳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너무나 서러웠었다. 그리고 그 좋은 도시에서 돈이 없어 아무것도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 서러웠었다.
그리고 대구에서 직장을 잡고 어느정도 안정을 찾았을때. 서울 하이야트 스위트룸을 혼자 잡아서 3일동안 놀았었다. 정말 그때는 돈 생각 하지 않고. 늘 지나쳤던 이태원의 비싼 음식점도 가보고 해 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다 해봤다. 그때도 나는 CD플레이어로 유희열의 A Night in Seoul을 들었었다.
그래서 내게 있어 한남동과 이태원과 남산은 정말 특별한 곳이다. 예전에는 서울을 가기만 하면 성지순례라도 되는듯 꼭 이태원에 갔었는데 요 몇년동안은 늘 못가고 지나쳤었다. 이번에 서울에 가면 꼭 가봐야겠다. 가서 스물 몇의 나를 다시 만나고 와야겠다.
내가 이 글을 올린다고 하니까 김석원님께서 하이야트 호텔에서 찍은 사진을 보내 주셨다. 늘 그렇듯. 글과 사진 모두 김석원님의 홈페이지에서 퍼 왔다. 다음주에는 독일을 가신다니 아마 다음 달력은 독일을 담은 사진이 될듯 싶다.
(클릭하시면 파노라마로 보실수 있습니다. 사진과 글은 모두 김석원님의 홈페이지 및 직접 메신저로 보내주신 사진입니다. 배경음은 유희열의 A Night in Seoul인데 여기 올리지는 못하겠네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