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드 달 지음, 정영목 옮김 / 강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열개의 단편의 비밀은 모두 결말에 있다. 그저 평범하네 생각하다가 완전히 뒤통수를 맞고 뒤집어지는 책. 책을 읽는 내내 오헨리 단편들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모파상도... 책 광고에 이들 둘과 서머셋 몸을 합쳐놓은 것 같다는데 정말 그렇다. 과장광고 아닌걸 발견해서 좋은 기분...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들에 대한 쏟아지는 연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이런 소설에서 내가 왜 주인공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껴야 하냐고 황당해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내가 이토록 주인공들에 연민의 정을 주체할 수 없는건 이들이 곧 '나'라는 황당한 동일시를 하고 있기 때문인걸....아닛 내가 이런 사람이었단 말야? 이렇게 잔머리 열심히 굴리다가 돌이킬 수 없는 낭패를 당하는....

이 책에 나오는 10편의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특별히 착한 사람도 특별히 나쁜 사람도 아니다. 물론 나쁜쪽에 좀 더 가깝기는 하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 깊숙히 숨겨놓고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 그런 '나'들이 떼거리로 몰려나오는 느낌이다. 나와 이들이 다른건 잔머리의 스케일이 아주 약간 차이가 나고, 그래서 그 낭패의 결과가 돌이키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

가장 재밌었던건 빅스비 부인과 대령의 외투, 역시 나는 여자주인공에게 흠뻑 빠져들어 그녀가 불쌍해 죽는줄 알았다. 낄낄 대고 웃으면서 불쌍해하는 나의 이 모습은 또 뭔가말이다.

로알드 달, 매력적인 작가다. 아니 매력적이라는 말보다는 그의 입담의 끝이 어디인지를 꼭 보고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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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8-09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간에 아니 주무시고... 정영목 선생의 번역은 어떤가요? 저는 정영목 선생 무지 좋아하는데.^^

바람돌이 2005-08-09 0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도 밤늦게 오면 늘 만날 수 있는 분이네요. ^^
정영목 선생은 전 잘 모르는데, 글구 번역에 대해서도 잘 모르구요.
그냥 무리없이 잘 읽히면 번역 괜찮네 하는 정도.... 이 책 역시 무리없이 잘 읽혔기 때문에 좋은 번역이라고 생각합니다. ^^

urblue 2005-08-0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악인이라기보다는 그저 잔머리를 잘못 굴린 정도라고 해야겠죠. ^^

바람돌이 2005-08-09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urblue님. ^^
근데 결과가 너무 치명적이예요. ^^

클리오 2005-08-09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들 엄청 칭찬하셔서, 꼭 봐야 겠다고 벼르고 있어요... ^^

바람돌이 2005-08-09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클리오님! 공부하다 머리아프시면 보세요. 그냥 재밌어요 한마디만.... ^^

히피드림~ 2005-08-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와 초콜릿 공장>도 재밌다고 하던데...
둘 중 뭐부터 읽을까 고민중임다.^^

바람돌이 2005-08-12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찰리와 초콜릿공장은 저도 아직 안읽었어요. 다음번 주문 때나...지금 쌓여있는 책좀 처리하고요. ^^

잠림이 2005-11-20 0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가끔 읽고싶지 않은 책이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음에도 애써 모른척하려 하던 것들을 내 눈앞에 드리밀며 '이래도 모른척 할거냐"고 나를 때리는 책... 내가 다 어떻게 신경쓰고 사냐고 나도 사는게 나름대로 힘들다고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목구멍에 걸려 도저히 그 말을 뱉어낼 수 없게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공선옥은 내게 말한다.

"그런 변명이나 생각해내는 네가 바로 이 사회 죄악들의 공범자야"

"너의 무심함이 바로 폭력이라구"

아직은 어렸고 가진 것 하나 없었으나 그러나 그럼으로해서 오히려 무모하게 열정적이고, 진보와 세상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에 넘쳐날 수 있었던 80년대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80년대는 청춘을 우울하게도 했으나 그 우울함으로 오히려 청춘을 빛나게도 했다. 나는 그래서 나의 80년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으나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대가 나라는 인간 자체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부정하면 나는 아마도 없어지리라...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부채를 안고있는 내가 지금 그 부채를 갚고 있는걸까? 무심함의 폭력을 휘두르는 나! 옛날에 비하면 엄청 잘살게 된 나!(잘 산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지금의 내가 지나치게 잘사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나누는데는 인색한 나! 더 없이 살던 그 시절만도 못한....

가끔 이런 생각들을 스치듯 하면서도 늘 그자리에 그냥 머물러 다음에 다음에를 말하는 나를 오늘 공선옥이 때렸다. 아프다...많이 아프다...80년대에 여전히 진 빚을 이제는 갚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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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7-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유랑가족> 읽다가 지하철에서 울컥했네요.

비로그인 2005-07-2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와 <유랑가족>..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람돌이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5-07-2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거짓말같을 때를 읽은 분은 다들 유랑가족을 같이 읽으시는군요. 저도 지금 유랑가족 읽고 있습니다. 근데 유랑가족은 사는게 거짓말 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아이들이 많아서 우울하네요.

클리오 2005-07-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두 작품을 저도 읽어야겠군요... 휴..

바람돌이 2005-07-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죠 클리오님~~^^

kleinsusun 2005-08-0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읽고 싶지 않은 책. 적확한 표현이네요.
공선옥 책을 보면 이리저리 피하고 싶은 그런 마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는 님의 말, 마음에 와 닿아요.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5-08-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랫만! 반가워요.
읽고 싶지 않지만 피해갈 수 없는 그런 책이죠.
 
페르세포네 모이스트 팩트 - 22g
화이트앤블랙
평점 :
단종


일단 케이스가 크고 퍼프도 무지 크다.(하지만 대신 얇아서 넣어다니는데는 별 문제 없다.)아침에 바쁠 때 크기가 크니까 일단 화장시간 단축돼서 나같이 게으른 사람에게 무지 좋다.

거기다 여름엔 난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 거의 화장을 안하거나 해도 아주 간단하게 파우더 내지는 팩트만 바른다. 그래도 점심때쯤이면 거의 지워지고 번들거리는데, 이 제품은 여태 써본 다른 제품에 비해서는 확실하게 오래간다. 처음 바를 때는 별로 화장 안한 것 처럼 약간 뽀사시한 정돈데 그 상태가 꽤나 오래간다. 그래서 요즘은 요거 하나로 버티고 있다. 나중에 다시 화장수정 안하는 나같은 사람에게 정말 좋다고나 할까?

바르는 느낌 좋고 화장 들뜨지 않고.... 가격도 적당한 편이고... 팩트는 앞으로 이걸로 계속 쓰게 되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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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크다! 웅진 세계그림책 91
제즈 앨버로우 글 그림 / 웅진주니어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너무도 선명한 빨간색 바탕에 보보가 기린위에 올라타 의기양양하게 "난 크다"를 외치는 표지가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같은 작가의 앞의 책인 '안아줘'를 3살 해아가 너무 좋아해 다시 구입한 책이다. 여전히 책의 주인공은 아기 고릴라 보보, 그리고 전편에서 나왔던 동물친구들도 다시 나온다.

우연히 돌멩이 위에 올라간 보보가 자신의 키가 제법 커진걸 깨닫고 의기양양하게 외친다. "난 크다"

하지만 개구리를 발견하자 자신 보다 더 크다는 걸 알고(근데 아무리 아기 고릴라지만 개구리보다 작다는 건 좀 납득이 안간다.) 실망하는 보보, 하지만 개구리가 자신의 목위에 태워주자 다시 의기양양해져서 "난 크다"를 외친다. 다음으로 차례 차례 사자, 코끼리, 기린같은 더 큰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만날 때마다 잠시 기가 죽지만 결국 새로운 친구의 무등을 타고 계속 의기양양하게 "난 크다"를 외친다. 하지만 마지막 기린의 머리 위로 올라간 순간 보보는 발이 삐긋 땅위로 추락.... 이 때 전편과 마찬가지로 "보보야"를 외치며 나타나는 엄마. 엄마 품에 너무나 조그맣게 안긴 보보는 행복한 미소를 띠고 "난 작다"라고 말한다.

전편 "안아줘"와 마찬가지로 선명한 그림의 색깔들이 3살정도의 유아들에게는 딱 맞는 것 같다. 선명하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은 색감이 참 예쁘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보보의 표정이 너무 재밌다. 해아는 이 책을 보는 동안은 거의 보보와 같은 수준이다. 보보가 "난 크다"고 외칠 때마다 같이 "난 크다"를 외치면서 어딘가로 올라간다. 이때는 표정조차도 보보와 똑같다. 그리고 보보가 떨어질 때 울상이 되는 모습까지...

그럼에도 그저 큰 것이 좋은것이라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작은 것도 아니 오히려 작아서 행복할 수 도 있음을 얘기하는 결말이 맘에 든다. 크고 작은 것에 구애받지 않고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마음을 우리 해아가 배워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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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바람 2005-07-21 0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오늘 이 책 딸기님 리뷰로도 봤는데. 통장에 잔고 생기면 땡스투를 누르겠노라 써놓고 나왔는데, 여기도 있네요. 그것도 별이 다섯이나. 우리 아인 4살인데 그래도 봐도 되겠지요...

바람돌이 2005-07-21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살이면 조금 시시해 할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다 보보를 좋아할 것 같애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먹먹하다. -이걸 슬픔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슬픔도 감정이기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그래도 아직은 충분히 고독하지 않다는 것일게다.

세권의 이야기는 따로 읽어도 그대로 훌륭한 단행본이 될 것이다. 하나만 읽는다면 그냥 '아 훌륭한 소설이야' 그러겠지....그러나 세 권이 합쳐졌을 때 소설의 비밀들이 하나씩 둘씩 진짜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이 먹먹함은 도대체 뭐란 말이냐

전쟁으로 시작된 한 가족의 파괴된 삶과 쌍둥이 형제의 절대고독. 전쟁이 또는 운명, 세상 뭐 이런 것들에 의해 한 인간의 삶이 얼마나 철저하게 파괴될 수 있는지, 그들의 50년간의 고독이 죽음으로 끝났을 때 차라리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이 말도 안되는 감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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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8-2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산지가 1년이 지났는데 읽기가 두려워요. 가슴이 먹먹할 것 같아서...
이 책 읽으면 후유증이 얼마나 가나요?

바람돌이 2005-08-24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휴유증은 좀 가는 것 같지만 -사실 전 지금도 이 책 생각하면 먹먹.....
근데 너무 재밌어요. 아니 재밌다기보다는 훌륭한 책이라고 하는게 맞을 듯. 며칠간 먹먹하더라도 읽는게 더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