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
공선옥 지음 / 당대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가끔 읽고싶지 않은 책이 있다. 내가 이미 알고 있음에도 애써 모른척하려 하던 것들을 내 눈앞에 드리밀며 '이래도 모른척 할거냐"고 나를 때리는 책... 내가 다 어떻게 신경쓰고 사냐고 나도 사는게 나름대로 힘들다고 변명이라도 할라치면 목구멍에 걸려 도저히 그 말을 뱉어낼 수 없게 하는 그런 이야기 말이다.

공선옥은 내게 말한다.

"그런 변명이나 생각해내는 네가 바로 이 사회 죄악들의 공범자야"

"너의 무심함이 바로 폭력이라구"

아직은 어렸고 가진 것 하나 없었으나 그러나 그럼으로해서 오히려 무모하게 열정적이고, 진보와 세상의 변화가능성에 대한 희망에 넘쳐날 수 있었던 80년대가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 80년대는 청춘을 우울하게도 했으나 그 우울함으로 오히려 청춘을 빛나게도 했다. 나는 그래서 나의 80년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으나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대가 나라는 인간 자체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그 시대를 부정하면 나는 아마도 없어지리라...

그런데 그렇게 많은 부채를 안고있는 내가 지금 그 부채를 갚고 있는걸까? 무심함의 폭력을 휘두르는 나! 옛날에 비하면 엄청 잘살게 된 나!(잘 산다는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지금의 내가 지나치게 잘사는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늘 한다.) 그럼에도 무언가를 나누는데는 인색한 나! 더 없이 살던 그 시절만도 못한....

가끔 이런 생각들을 스치듯 하면서도 늘 그자리에 그냥 머물러 다음에 다음에를 말하는 나를 오늘 공선옥이 때렸다. 아프다...많이 아프다...80년대에 여전히 진 빚을 이제는 갚으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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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7-26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에 <유랑가족> 읽다가 지하철에서 울컥했네요.

비로그인 2005-07-26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와 <유랑가족>.. 누구에게나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바람돌이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바람돌이 2005-07-2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는게 거짓말같을 때를 읽은 분은 다들 유랑가족을 같이 읽으시는군요. 저도 지금 유랑가족 읽고 있습니다. 근데 유랑가족은 사는게 거짓말 보다도 더 구체적으로 생각나는 아이들이 많아서 우울하네요.

클리오 2005-07-2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두 작품을 저도 읽어야겠군요... 휴..

바람돌이 2005-07-2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죠 클리오님~~^^

kleinsusun 2005-08-06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읽고 싶지 않은 책. 적확한 표현이네요.
공선옥 책을 보면 이리저리 피하고 싶은 그런 마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는 님의 말, 마음에 와 닿아요. 저도 그렇게 말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바람돌이 2005-08-0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선님 오랫만! 반가워요.
읽고 싶지 않지만 피해갈 수 없는 그런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