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우리가 서로를 알아봤을 때는 그저 우습기만 했지.
그쪽 세계의 나도 주목받지 못하는 한심한 연주자에 불과한데,
다른 세계에 있는 나도 소질 없는 멜론 장수라니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그게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단다. 나는 이렇게 매일 아침 수레를 끌고 시장에 나오는 일도,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일도 좋아하거든,  - P51

"우리의 현실이 정말로 같을까? 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것만이 진실한 대화일까? 너는 그것을 어떻게 확신하지? 어떤사람은 수요일에서 바닐라 냄새를 맡고, 또 어떤 사람은 남들이 결코 구분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빨간색을 구분하지. 우리는 바다를 유영하는 고래의 관점을 상상하지 못하겠지. 자신의수천 배나 되는 몸집을 가진 동물에 기생하며 살아가는 진드기의 관점을 헤아려볼 수도 없겠지. 평생을 살아도 우리는 타인의 현실의 결에 완전히 접속하지 못할 거야. 모든 사람이 각자의 현실의 결을 갖고 있지. 만약 그렇게, 우리가 가진 현실의결이 모두 다르다면, 왜 그중 어떤 현실의 결만이 우세한 것으로 여겨져야 할까?"
- P57

어떤 이들은 낯선 외국어로 가득한 서점을 거니는 이국적인 경험을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이방인으로서의 체험, 어떤말도 구체적인 정보로 흡수되지 못하고 풍경으로 나를 스쳐지나가고 마는 경험……..
- P63

덕분에 이 서점의 책들은 읽히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부여받았다.  - P63

"그러다 이곳 행성어 서점의 존재를 알게 됐죠. 그제야 알았어요. 저는 앞으로도 수만 개의 언어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수만 개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조차 읽지 못한 책들이 저를 기21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 P72

나는 현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끊임없이 요동치던 것이었다. 사람들이 나에게 덧씌워 보는 것과 실제로 만드는 것은 달랐다. 나는 괴물이 되었다가 평범한 아이가 되었다. 이끄는 자가 되었다가 밀려나는 자가 되었다. 소망의 표면 아래 진짜 미래의 모습이 채워졌다. 나는 그 간극을 감당할 수 없던 거였다.
- P82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섰을 때, 리키는 오솔길 끝 전망대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았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없이조용해서 어쩐지 그 풍경은 그 자체로 한 장의 사진처럼 느껴졌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한 노인이 조립식 이젤을 세워 놓고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 P105

소년은 이따금 우리에게로 걸어와 우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늪의 수면 위에 부유하는 우리를 살피면 마치 우리가 무슨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처럼,
- P121

"어차피 가면을 쓰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의 진심을 모르지요. 생각해보세요. 저는 지금 당신을 향해 웃고 있을까요? 아니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을까요? 어느 쪽이든, 그게 제 진심일까요?"
- P136

그래도 어느 순간 다현은 인생의 쓴맛이라는 비유를 이해할수 있게 되었고, 어디선가 그런 맛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들 때면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사장과 나누었던 기묘한 점심을떠올리곤 한다. 어쩌면 아주 오래전 다른 행성에서 스쳐 지나갔을지 모르는 그와의 대화를, 그리고 구름을 한 스푼 떠먹는느낌이었던 푸딩의 맛을그러다 보면 혀끝에 약간의 알싸한 단맛이 감도는 것 같기도 했다.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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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앞두고 그 애는 말했어. 파히라, 내가 당신을 한 번만 안아봐도 될까요? 딱 한 번만요.‘ 나는 팔을 벌려 그 애를 안았어. 끝까지 안고 있었지. 비명을 참고 눈물을 참으며, 피부 표면을 칼로 베어내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며, 고통을 주지 않는것이 사랑일까, 아니면 고통을 견디는 것이 사랑일까 생각하면서.... - P30

"그래도 그 사랑을 감수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지."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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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12-02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은 행복하기도 하지만 아프게도 하지요. ^^

바람돌이 2021-12-03 09:22   좋아요 1 | URL
와우 이 책 어제 다 읽었는데 너무 좋아요. 특히나 저기 인용한 첫번째 작품이 선인장 끌어안기라는 글인데 정말 임팩트가 장난 아닙니다. 원래 좋아하는 작가인데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

transient-guest 2021-12-06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만간 몇 권을 구해 읽을 작가인데 특히 이 책이 어떤지 궁금했어요. 우연히 왔다가 평을 발견했네요.ㅎ

바람돌이 2021-12-07 10:03   좋아요 1 | URL
저는 이 작가의 첫 작품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보고 확 반했어요. 이번에 한꺼번에 3권의 책이 나왔는데 장편인 지구끝의 온실보다는 아직은 이 책같은 단편들이 더 좋더라구요.

북극곰 2021-12-08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가...‘를 아직도 못 봤는데, 더 좋아하게 되셨다니 확 동하네요. 저도 궁금해졌어요.

바람돌이 2021-12-08 23:44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영업성공입니다. ^^ 전 지금 신작인 <방금 떠나온 세계>를 사놓고 다음에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어떤 작가를 데뷔작부터 나오는대로 읽는건 새로운 경험이네요. 김초엽작가는 지금도 좋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됩니다. 한국 소설의 폭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킨건 분명한듯 하네요.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문명을 해석하고 판단할 것인가. 첫 번째 기준은 인간과 동식물의 자유다. 문명의 궁극적 목표는 이 자유의 질과양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려 그것이 스스로 자라도록 하는 것이다. 자유의 정반대에 노예가 있다. 두 번째 기준은 공적인 재산을 향한 존중이다. 공적인 재산을 합의 없이 파괴하는 것을 독재라고 부른다.
- P22

여기에는 경제적인 것과 문화적인 것이 다 들어 있다. 공적인 재산을가장 높은 차원에서 존중하는 것이 바로 공유다. 세 번째는 나와 다른 이에게 베푸는 인정, 또는 환대다. 우리 집단과 생각이나 문화가다른 사람에게 자의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작게는 타인의일상을 해치고 크게는 전쟁이 벌어진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상 존재한 수많은 제국이 끝내 깨달은 포용의 교훈을 상기해야 한다. 지구의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자전과 공전을 하기에 모든 인간 삶의 조건은다르다. 다르다는 것이 폭력의 빌미가 된다면 인류가 미증유의 파괴력을 갖춘 오늘날, 오래지 않아 우리는 자멸할 것이다.
- P23

이렇듯 여신의 세계상은 삼라만상의 연결 고리를 섬세하게 끌어안기에,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이고 직관적이며 심원하다. 파르테논Parthenon 신전을 걸으며, 태곳적에 제우스를 낳았겠지만, 거꾸로 그의 머리에서 태어난 ‘처녀‘ 아테네Athéné를 떠올린다. 그리스인들은 여신을 죽일 수 없었다. 태초부터 여신은 언제나 황소의 정수리에서 스스로 태어났다. 제우스가 바로 황소 아닌가.  - P42

폭력의 심화와 여신의 쇠퇴는 유목문명의 발생보다 더 큰 세계사적 맥락에서 다뤄야 할 것이다. 바로 폭력적인 위계 체제, 곧 국가의 탄생이다.
- P49

정주문명의 여신 살해는 철저했다. 앞에서 보았듯이 미노스Minos왕의 황소는 여신 자체다. 그런데 그리스 본토에서 온 정복자 미케네Mvcenae 인들이 퍼뜨린 이야기에서, 반인반우 미노타우로스Minotauros는포세이돈Poseidon의 저주 때문에 왕비와 황소 사이에서 태어난 괴물로전락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노스 왕이 자신들의 여신(미노타우로스)을 내놓지 않자 아테네의 영웅인 테세우스 Theseus는 여신의 집(미로)으로 쳐들어가 기어이 여신을 살해한다.  - P54

백인들의 삶은 노예의 것이다. 그들은 마을이나 농장에 갇힌 사람들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자유로운 삶이다. 집이든 철도든 옷이든 음식이든, 나는 백인들이 가진 것 중에 트인 벌판을 옮겨 다니며 나름의 방식대로사는 우리의 권리만큼 좋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가 왜 당신들의 병사에게 피를 흘려야 하는가?"
- P65

그렇게 역사의 대격변이 시작되었다. 말 탄 사낭꾼들은 훨씬 수월하게 짐승들을 볼 수 있었고, 더 큰 규모로 협동할 수 있었다. 최초의기승용 말은 자신의 후손들이 맞을 운명을 몰랐을 테지만, 최초의 기마인도 자신의 행위가 몰고 올 파장을 몰랐을 것이다. 이제 말 탄 인간은 명백한 벡터로서 존재하기 시작한다. 말 덕에 시공간은 측량 가능한 단위로 바뀌고, 초원의 세력은 멀리 퍼져나간다. 말은 인간을태우고, 수레를 끌고, 젖과 고기와 가죽과 뼈와 밧줄을 제공한다. 심지어 말의 똥도 연료로 사용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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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11-05 0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원국 저자의 ‘춘추전국이야기‘ 열한 권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그거 다 읽기 전엔 또 못 사요;;;;;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건 괜찮겠지요? 이 책 정말 재미있어 보여요.

바람돌이 2021-11-05 09:11   좋아요 1 | URL
유목민족이나 문화에 대한 연구가 우리나라쪽에서는 워낙에 없는 편이라 관심이 훅 가서 읽고 있는데요. 일단 서문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대담합니다. 책에 대한 기대를 확 올리네요. 지금 90페이지쯤 읽었는데 아직 본론은 본격적인 유목문화를 들어가기 전이라 그런지 책을 판단하기는 모자라네요. 주말에 열심히 읽어보고 리뷰도 열심히 올려보겠습니다.
 
순응주의자 대산세계문학총서 168
알베르토 모라비아 지음, 정란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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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다기보다는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열세 살 소년 마르첼로는 자신의 남다름을 인지하고 괴로워한다. 이후 그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정상성에 대한 열망, 모두가 인정하는 일반적 규칙에 부합하려는 바람. ‘다르다’는 것이 ‘죄’를 의미하는 순간부터 그의 유일한 소망은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들처럼 결혼을 하고 남들과 같이 파시즘을 추종하며 평생에 걸쳐 집요하게 ‘정상’을 추구했지만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은 비정상으로 구성된 표면적인 정상이었다.(알라딘 책 소개글)


이 작가의 앞서 나온 책 <경멸>이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저 소개글 때문이었다.

정상성과 비정상의 비교와 강박에 시달리는 주인공

그것이 파시즘 치하의 이탈리아와 연결되며 주인공의 삶이 펼쳐진다면 왠지 스펙트클하게 재밌지 않을까라고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아 그런데 알베르토 모라비아라는 이 작가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문학의 대표자라고 평가받는다는걸 그 새 또 까먹었다. 

네오리얼리즘 영화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철저하게 현실에 기반을 둔 책일 것이라는걸 망각했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이 어디 그렇게 스펙터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앞뒤가 딱 맞아 들어가게 이해되는 삶은 또 어디 있을까?


앞에 봤던 <경멸>이 읽기 힘들었던 이유는 남자 주인공의 경멸스러운 행동이 정말 너무 경멸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내 독서인생 남자 주인공 중 찌질남 1위로 단번에 등극했으니까....

이 책 <순응주의자>역시 주인공이 정상성에 집착하게 되는 계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나는 뭔가 남들과 다른 거 같아라는 강박을 경험하지만 또 모두가 그것에 집착적으로 시달리는건 아니다. 하지만 또 분명한건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별거 아닌 경험이 어떤 이에겐 유난한 집착으로 남게 되는 경우 역시 현실적으로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인공의 강박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다 어디 한 군데씩은 뒤틀려 있으니까.....


주인공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아 정말 너무 이 인간 현실적이다.

정상성에의 집착으로 대세를 따라 파시즘 정부에 참여하고, 남들과 같이 결혼을 하고, 정상적인 가정을 가지고 싶어하고, 그 과정에서 뭔가 일탈인듯한 면이 보일 때마다 자신을 다잡고하는 모습을 보면 약간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만드는 우리의 주인공!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이 놈 도대체 뭐야라는 생각을 하게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분명히 강박이라고 했는데, 한 눈에 반한 여성이 등장하자 자신의 그간의 정상성에의 집착을 모두 던져 버리고 바로 올인할 태세를 갖추어버린다.

심지어 거기에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갖추지 않고 말이다.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인간으로의 태세 변환이 이렇게 빠를 수가.....

그렇다고 그의 그 충격적인 사랑이 공감이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주인공은 사랑을 말하는데 독자인 내가 느끼는건 지독한 자기애다.

그러므로 예기치 못하게 사랑이 끝났을 때도 주인공은 다시 정상성에 집착하던 자신으로 다시 확 돌아가버리니말이다.


지나치게 현실적이라서 매력은 눈꼽만큼도 안 느껴지고, 공감하기는 더더욱 힘들고,

그래서 책장은 점점 안 넘어가고.....

그런데 이상하게 안 읽히는 이 책을 중간에 던지지 않고 끝까지 읽게 하는 힘도 바로 이 주인공에 있다.

그래 니가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이런 기분이랄까?

파시즘이 끝장났을 때, 너의 인생이 뿌리부터 모두 흔들릴 때 너는 도대체 어떻게 할거니라는 궁금증에 결말까지 책을 놓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결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인생 한방에 갈 수 있어. 네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말이야라고 말하는 듯해서....


읽은 두권의 책이 이런데 내게 다시 이 작가의 책이 출간되면 읽을거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네 읽겠습니다이다.

읽을 때는 주인공 욕을 바가지로 하며 읽고 있는데, 두고 두고 생각이 난다.

아 정말 인간이란......

저 말줄임표에 들어갈 수 있는 무수한 말들이 바로 이 작가의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하면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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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1-11-04 02: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른 소설에서도 보기는 했지만, 만화영화에서 본 사람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거기에 나온 사람은 사람을 죽이는 연쇄살인범인데 다른 사람한테는 평범하게 사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해요 사람을 죽이면서 그 마을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어한달까 남 모르게 다른 사람을 죽이고 손만 가지고 다녀요 여성을 죽여요 사이코패스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비슷하게 사는 게 좋겠지 하는 건 사이코패스하고는 좀 다르지만, 그래도 지금은 그래야 할까 하는 사람도 있군요


희선

바람돌이 2021-11-05 00:25   좋아요 0 | URL
왠지 으쓱하네요. 사람을 죽이고 손만 가지고 다닌다니.... ㅎㅎ
사람이란 언제나 남들과 다르고 싶어하면서도 또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을 동시에 꿈꾸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 간극이 지나치게 커지면 문제가 생기는거겠죠. 이 책의 주인공은 그런 간극을 절묘하게 보여주는 존재였다는 생각도 합니다.

붕붕툐툐 2021-11-04 0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한 매력이 있는 작가네요~ 다음책도 선택을 받았다니 너무 궁금하긴 한데, 또 한 편 손이 안갈 거 같은 느낌이 막 들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다 어디 한 군데씩은 뒤틀려 있으니까....‘에 완전 공감합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게 결국은 자기애일 때가 많은 것도 공감이용~ 하~ 왠지 읽을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11-05 00:26   좋아요 0 | URL
툐툐님 말이 정답인듯합니다. 뭔가 헷갈릴때는 역시 읽는게 좋을듯요. 언젠가는 이 작가분이 최애작가가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ㅎㅎ

새파랑 2021-11-04 08: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좀 고구마 인가 보네요 ㅋ 전 경멸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 책도 욕이 바가지로 나오는 군요~! 기대됩니다~!!!

바람돌이 2021-11-05 00:27   좋아요 1 | URL
아 고구마랑은 좀 달라요. 본인도 본인의 생각에 갑갑해하지 않고, 그걸 극복하려는 생각도 없고, 읽는 사람도 딱히 이 인간이 변할거다라는 기대가 안생기고요. ㅎㅎ
재미있지는 않은데 책을 손에서 놓을수 없는 이 미묘한 감정은 뭘까요 도대체.... ㅎㅎ

레삭매냐 2021-11-04 1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다 보셨다면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도 한 번 추천해
드립니다.

전 책을 보기 전에 영화를
만났는데 책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답니다.

바람돌이 2021-11-05 00:29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 말씀 듣고 영화를 찾아봤는데요. 원작과 상당히 다른 해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몇몇 장면의 문제가 아니라 마르첼로라는 인간에 대한 해석 자체가 다르지 않나 싶어요. 베르톨루치 감독 영화 보기 쉽지 않던데 그래도 조만간 찾아보겠습니다.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

scott 2021-11-04 1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 마르셀로의 모습을 영화에서는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베르톨루치 감독 영화 저도 추천!🖐^^

바람돌이 2021-11-05 00:30   좋아요 1 | URL
레삭매냐님에 이어 스콧님까지 추천하시니 진짜 안볼수 없겠네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 찾아서 보겠습니다. ^^

coolcat329 2021-11-04 20: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ㅋ 저는 찌질하고 이상한 인간들 나오는게 소설도 영화도 좋아요. 물론 현실에선 싫지만 소설속에서는 악인 찌질 비굴한 인간들에게 더 강하게 끌리더라구요.

제목이 왜 순응주의자인지 알겠네요.ㅎㅎ

바람돌이 2021-11-05 00:32   좋아요 0 | URL
원래 소설이나 영화가 찌질하고 이상한 인간들의 얘기죠 뭐.... 그런데 이 책속 인물은 진짜 현실로 옆에 있는 인물같기도 하고, 또 제 맘속의 어떤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뭐 그래서 불편한 기분이 많았었습니다.
그런데 별 매력은 없어서 또.... ㅎㅎ
 
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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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란 얼마나 빈약한 것인가를 느낄 때는 많지만 그걸 절감할 때가 장례식장에 갈 때이다.

고인에게 절을 하고 상주와 맞절을 한 후 상주는 으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말은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내지는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 이 말을 할 때마다 낯이 뜨겁다.

건네는 말이 진심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황망한 죽음을 앞에 둔 이들에게 너무도 형식적인 매뉴얼같은 말인지라 그렇다.

또한 장례식장의 상주에게 고인의 죽음이 너무도 황망하고 큰 슬픔일경우에는 도저히 저런 매뉴얼같은 말을 할 수 없고, 그렇다고 다른 말을 할 수도 없어 어려울 때가 많다.


오래 전 친정 올케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친정 부모님과 함께 문상을 갔다.

사돈어른의 연세가 돌아가시기에는 지나치게 젊어 황망한 죽음이었다.

절을 하고 눈물바람인 올케를 보며 어떡해야 하나 하는데, 절을 하고 난 친정 어머님이 한마디 말도 없이 올케의 어깨를 안고 다독이기만 하시는걸 보았다.

그 순간 시어머니와 며느리라는 불편할 수도 있는 관계를 넘어서 그냥 서로의 마음이 닿는구나

올케의 표정에서 진짜 위로를 받고 있구나라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황정은 작가의 첫 에세이를 읽으며 내내 그런 마음들을 떠올렸다.

그가 마지막에 한 마디씩 남기는 말들


건강하시기를.

부디. (23쪽) 

이 평범한 문장에서 마음에 더 와닿는 것은 건강하시기를이 아니라 한 줄 더 만들어 덧붙이듯 건네는 '부디'라는 저 단어다. 

정말로 작가는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저 말을 건네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마음이 느껴지는거다.

앞의 글들을 읽으면서 아직 어두운 새벽부터 애쓰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인사일수도 있고, 생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보내는 마음일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책을 읽는 이 순간에는 나에게 보내는 인사로 와닿는것이다. 


세월호는 아마도 우리 세대가 죽을 때까지 지고 가야할 트라우마지만 언제나 현실의 나는 무력하고 그래서 더 참담하다.

목포를 갔다온 작가가 쓴 일기를 보면 딱히 한 일이 없다.

작가의 탓이 아니라 지금 그곳에서 누구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저 잊지 않음을 기억하려는 작은 노력일뿐이고 , 이 커다란 아픔 앞에 무기력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만 더할 뿐....

나라면 그곳에서 자괴감만 잔뜩 안고 왔을 것 같은데, 그래도 작가는 

용기를 내 어떻게 지내고 계십니까라고 안부를 묻는다.

그리고 그저 보이는 것들은 담담하게 쓰며 

"그런걸 생각하고, 그런 걸 보고 왔다"(113쪽)라고 쓰고 있다.

그런걸에 담긴 그 마음이 와닿아 울컥하기도 했다.

중요한건 역시 마음, 진심이다.


작가는 이 일기 속에서 타인에게 던지는 연민과 공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의 아픔을 얘기할 때도 어렸던 자신에게, 아직도 고통받고 있는 자신에게 같은 연민과 공감을 표현할 줄 안다.

결국 내가 나를 보듬기 위해서도 타인에게 공감하고 연민의 마음을 잊지 않는 것은 필요하다는 것을 작가의 글 전체가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길은 내 옆의 타인을 사랑하는 것.

작가가 글로 오늘의 나를 위로해 주었듯, 글을 못쓰는 나는

나의 말과 나의 표정과 나의 몸짓으로  내 옆의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할 수 있음을,

그것이 나를 위로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온전한 방법임을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황정은이란 이 예민하고 섬세한 작가의 소설만이 아니라 에세이도 나의 최애작에 올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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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4 00: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이 글을 못쓰시다뇨
앞에 언급 하신 장례식장의 언어 표현 문제 정확하게 지적 해 주셨습니다

상대를 배려 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언어를 어찌 표현 할지 모르고
SNS상에 외계어들만 써서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말 조차 나누지 못하는게 현실이네요


바람돌이 2021-11-04 01:20   좋아요 3 | URL
이 밤의 칭찬에 또 혼자서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습니다. ㅎㅎ
하지만 문제를 지적하는건 잘했는지 모르지만 그걸 풀어가는 방식에 있어서는 항상 뭔가 모자란다는, 그래서 늘 글이 맘에 안들어 막힌다죠. 느끼는걸 모두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작가들이 위대하다고 생각합니다. ^^

책읽는나무 2021-11-04 0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정은 작가 만큼 못쓰신다는 말씀인 거죠?ㅋㅋㅋ
바람돌이님 글 못쓰신다는 말에 저도 좀 놀랐습니다!!!
헌데 말과 표정과 몸짓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말씀은 맞는 말입니다.
올케분은 시어머님의 포옹에 뜨거운 위로를 받으셨을 겁니다.두고두고 잊지 못하실 거에요.
제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는데 엄마와 각별하게 친하셨던 분들 그리고 내곁에 친했던 이웃집 언니들이 찾아와 말없이 포옹을 해주던데..아!! 정말 두고두고 고마운 생각이 들더라구요.
훗날 내 딸들에게도 나의 지인들이 찾아와 그저 안아주는 걸로 위로를 해주었음 좋겠다!!그런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바람돌이 2021-11-04 01:24   좋아요 3 | URL
설마요. 사실 아무 생각없이 황정은 작가처럼 글을 못쓰지만이라고 썼다가 후다닥 지웠습니다. 감히 어디다가 비교를 하면서 말이죠. ㅎㅎ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떤 말이 또는 어떻게 해야 위로가 될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도 하고 노력도 하는거 같은데 저의 경우 여전히 안되는건 싫은걸 또 표현을 잘하는거요. 그거 고쳐야 되는데 좀 안돼요. ㅠ.ㅠ
우리 딸들에게 그렇게 위로를 전해줄 사람이 많으려면 부지런히 노력해서 제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죠? 열심히 착하게 살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

희선 2021-11-04 02: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장례식장에서는 무슨 말 못하겠습니다 말하기보다 가만히 손이라도 잡는 게 나을지... 바람돌이 님 친정 어머님은 그때 딱 맞는 위로를 하셨네요

다른 사람한테 위로가 되는 글은 그렇게 쓰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겠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생각한다면 좋을 듯합니다 다른 사람이 느끼는 걸 그대로 느낄 수는 없겠지만, 알려고 하면 조금은 알겠지요

이 책을 바람돌이 님이 에세이에서 최애작으로 여기신다니, 황정은 작가가 기뻐하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1-11-05 00:34   좋아요 0 | URL
황정은 작가님이 제 맘에 딱좋은 글을 계속 써주셔서 제가 감사하지요. ㅎㅎ
타인에 대해 완전히 안다는건 불가능하겠지만 이해하고자 노력하는게 중요한거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