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희 친정어머니는 코딱지만한 2인실에 입원해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해 대소변을 다 받아내야 하니 다인실로 옮길 처지가 못되고.... 뭐 2인실이라 해도 워낙에 코딱지인지라 돈은 그리 많이 들지는 않네요. 근데 지난 일주일간 이 병실의 옆자리를 3명의 환자가 거쳐갑니다.
전에는 누구든 병원에 입원해서 가보면 주변에 같이 입원해 있는 분들이 다들 친절하고 뭐 그런대로 얘기도 나누고 해서 심심하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된게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무뚝뚝의 예술의 끝내주게 보여주네요.
첫번째 같이 있던 분 - 30세의 여자환자로 역시 다리 골절이었습니다.(지금 엄마가 입원해 계신 병원이 이 동네에서는 골절 치료로 유명한 병원이라 온통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전 그 분이 먼저 입을 여는걸 본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들어가도 인사는 커녕 아이들한테 서비스멘트 한 번 날리는 적이 없고..... (뭐 예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사람들 할 말 없을때 잘하는 말 있잖습니까? 애기가 몇살이예요 같은....) 제가 과일도 깎아주고 커피도 타주고 하는데도 고맙다 내지는 잘먹겠단 소리도 한 번 안하더군요. 그 옆의 돌봐주시는 분이 서비스 멘트는 다 날려주시고, 환자분은 조용히 먹기만 하더군요.(처음에는 혹시 말을 못하는 분인가 생각했습니다.) 근데 자기 손님이 와도 어찌나 무뚝뚝한지 대답도 예, 아니오가 다더군요. 덕분에 병실에서 뭔 말하기도 힘든 어색한 분위기가....
두번째 같이 있던 분 - 80이 다된 할머니였는데 지나친 활동으로 다리에 무리가 와서 입원한 분이었습니다. 이 분 역시 하루종일 하는 말이라고는 거의 없고 아프다고 끙끙 앓는소리만 하루종일 하십니다. 처음에는 정말 많이 아픈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좀 있어보니 그 소리가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을때만 나오는 소리더군요. 한 두시간 정도 자리를 비워서 아무도 없을때는요. 혼자서 화장실도 잘 가시고요. 아무 말없이 텔레비전도 보시구요. 근데 병간호하는 분이 오기만 하면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한다고 끙끙 앓기만..... 그럴때마다 저희 집 모녀는 속으로 웃기만 했습니다. 이 분 역시 자신 외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더군요. 역시나 병실 분위기 썰렁~~~~
지금 세번째 같이 있는 분 - 역시 다리 골절로 들어오신 할머님. 여태까지 분 중에서 가장 말씀이 많은 분입니다. 하지만 그 말씀이란게 온통 불평불만뿐이고 어제는 나이 지긋한 아드님이 옆에서 간호를 하던데 정말 하루종일 싸우더군요.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때라도 호강해야지, 언제 호강하겠냐'라는 말씀을 달고 계시면서 병원밥 못먹는다(이 병원 밥 내가 보기엔 먹을만하던데.... 여태까지 다닌 병원 중에서 제일 먹을만 한 밥이더만....) 뭐는 사왔냐? 이거 해내라 저거 해내라' 옆에서 보는 우리가 질릴 지경입니다. 아들은 하루종일 싸우더니 오늘은 며느리 되는분이 병간호를 하더군요. 며느님은 그냥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고 하루종일 입을 다뭅니다. 겨우 우리랑 한 번씩 대화를 나누는 것 빼고는.... 어쨌든 이 할머니도 하루종일 누구 욕하는거 외에는 어떤 말씀도 안하십니다. 아! 누군가 욕하는 중간에 꼭 "오! 주여"를 후렴구처럼 달더군요.
하여튼 이번에 병실 파트너운은 지독히도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니 사실 이 애들이 잠시도 가만히 못있어 안그래도 미안하고 민망한데, 옆의 분들이 좀 맘이 편하고 서비스멘트도 팍팍 날려주시고 그러면 좀 낫겠건만... 병실에서 아이들 데리고 있는 시간이 가시방석입니다.
오고가는 서비스 멘트 - 아기들이 예쁘네요. 고맙습니다 .뭘요 애들이 다 그렇죠 뭐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등등 - 속에 이야기 꽃도 피고 그럼 팍팍한 병실 분위기도 좀 살아나고 좋을텐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