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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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때 워낙에 공부를 안했던 탓인지 내가 스키너라는 사람을 처음 알게된건 교사시험 공부를 위해 보던 교육학 요점정리 이런 책에서였다. 요점정리 책이야 뻔한 것이어서 스키너-보상과 처벌을 통한 강화이론-행동주의 심리학 이런식으로 딸딸 외면서 뭐 이거 누구나 다 아는거 아니야 이런식으로 쉽게 넘어 갔었다.

그런데 정말 몰랐다. 스키너가 그런 이론을 발표하기까지 그가 어떤 실험들을 하고 어떤 고통들을 겪고 과정들을 거쳤는지... 학문을 하는 사람이 바로 그 학문때문에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게 얼마나 큰 고통일지.... 그 이전의 사회 분위기는 아이들을 아주엄격하게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래서 체벌이 당연시되고 스킨쉽이나 과다한 애정표현은 아이들을 망친다고 -지금 우리가 알고있는 상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생각들이 지배하던 시기였다 한다. 그런세상에 스키너는 긍적적 보상 -칭찬이 더 좋은 인간을 만드는데 낫다는 결론을 세상에 던진다. 세상은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의해 버림받았다. 왜?

이 책에는 많은 심리학자가 나온다.

우리가 오늘날 그저 상식적이라고 알고있는 심리학적 지식들을 확립한 사람들 - 인간의 성장에서 따뜻한 스킨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린 해리 할로.  인간이 불합리한 권위에 복종하는 메카니즘이 그의 도덕성이나 인간성보다는 상황에 있음을 알린 스탠리 밀그램. 가짜 기억을 이식시키는게 충분히 가능함을 설명하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서 등. 그들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들이 내린 결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외에 다소 의외의 심리학도 있다. 가령 엽기적인 살인사건에 침묵한 38명의 사람들이 침묵한 이유를 찾은 것은 다소 의외이기는 했지만 공감이 가는 연구였다. 약물중독이 약이나 신체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사람의 생활의 질에 많이 의존한다는 연구 역시 공감이 가는 결론이었다.

이런 것들은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공할만한 상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 인간의 생활이나 사고방식을 변화시킴으로서 삶의 질을 상승시킬 수 있는 연구들로 평가될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심리학자들은 그리 평탄한 삶을 산 것 같지는 않다. 그들의 연구가 각광받은 만큼 그림자도 짙어 온갖 비난에도 시달려야 했으니.... 그들이 받은 많은 비난이 주로 이런 결론들이 도출되기 위해 행한 실험들의 잔인함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삶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지... 또는 심리 실험이라는 것의 특성상 실험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받은 신체적 정신적 상처의 문제는 어찌할 것인지....

우리는 이 지구가 인간의 것이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모든 자연물은 희생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계에서 끊임없이 시행되는 동물실험에 대해 옹호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눈감고 모른척한다. -물론 옹호하는 사람도 아주 많겠지만....

나 역시 이 책에 나오는 실험들의 결과에 경탄했지만, 그것들이 도출되어 나오는 과정을 보는건 너무나 마음이 불편했다. 아무리 긍정적 강화를 통해 아이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했다고 하지만 아이를 하루 일정시간동안 상자 안에서 키우는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실험을 위해 무수히 괴롭힘을 당하다가 죽어가는동물들은? 실험에 참여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과학의 혜택에 열광하면서, 또한 나 자신이 그 수혜자이기 때문에 반대의 면은 보기 싫어하는 나의 이중성을 심리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할까?

세상의 사람들을 위해 획기적인 연구를 내놓고도 비난받아야 했던 심리학자들은? 이들의 마음을 나는 공감해줘야 할까? 아니면 세상 사람들의 비난에 동조해야할까?

그러므로 이 책은 또한 나의 이중성과 대면하게 한다.

세상에 대해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게 참 쉽지 않다. 아마도 이 책의 결론은 이렇게 인간이라는건 어떤 실험으로도 통계로도 결국은 완벽하게 해석해 낼 수 없다는게 아닐까? 모든 실험에서 100%라는 숫자는 없는걸보면.... 또한 항상 상반된 면을 보이는 실험결과들이 인간들에서 나타나는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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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1-0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악..스키너가 고교시절 책에도 나왔었나요? 전..대학 교양시간에 이름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구...=3=3=3

진주 2006-01-08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망갈 때 가더라도 추천은 하고 가야쥐~~~탸탸탸

바람돌이 2006-01-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진주님! 제가 공부를 안했다는건 고등학교 얘기가 아닌데요. 고때는 그나마 했으니가 어쨌든 대학을 들어갔죠. 문제는 대학 때 공부를 너무 안해서 -스키너라면 교육심리 시간에 반드시 들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인데도 수업을 거의 안들어갔던 저는 대학시절 내내 몰랐다는.... ^^;; 추천은 고맙지만 저도 도망가야겠어요. 따라서 탸탸탸~~~

하늘바람 2006-01-09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프네요

바람돌이 2006-01-09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알라딘의 단점! 보고싶은 책이 자꾸만 자꾸만 쌓여가죠... ^^
속삭님/감사할 따름입니다만 부담도 팍팍 됩니다. ^^

kleinsusun 2006-01-1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도 넣고, thanks to도 눌렀어요.
저도 스키너 저서 한권도 안 읽어봤어요. 결론만 달달...
바람돌이님의 글을 읽으니 저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답답할 것 같은데요.
그래도....읽을래요.^^

바람돌이 2006-01-1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키너의 저서는 커녕 스키너에 대한 글도 여기 실려있는 짧은 글이 다예요. ^^ 마음은 답답하지만 그래도 읽어볼만한 책이란 생각은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