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폭설로 난리를 치고 채소값이 치솟고 하지만 이곳 부산은 여전히 눈구경하기 어렵다. 내가 모를때 간간히 몇번 뿌렸다고는 하지만 오는둥 마는둥 싸락눈 몇개 떨어진 정도...

근데 오늘 오후 2시쯤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정말 갑자기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침 수업이 없어 교무실에 앉아 있는데 교실마다 소리 지르고 난리다. 하지만 정말 불행히도 눈은 10분 정도 휘날리더니 그쳐버리고 말았다.

그순간 6교시 수업이 우리반 수업이다.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때문에 한껏 업된 녀석들을 보고 장난기가 발동. "얘들아!! 지금부터 눈이 너무 많이 온다고 해서 오늘은 5교시만 하고 집에 가기로 했단다" 뻥을 쳤다.

갑자기 세상이 떠나갈듯 "우와~~~ 악!!! 악!! 악!!!"하는 함성과 함께 말릴 사이도 없이 교실은 환희의 도가니가 되어버렸다. 약간 얌전한 녀석들 재잘재잘 하면서 전부다 책가방 다 싸버리고, 안 얌전한 녀석들 교실뒤에서 점프 점프 하면서 소리지르고 난리고, 한 녀석은 나와서 춤까지 추더군.

그 순간이 지나고 일단 진정시키고 나서 아직도 흥분한 아이들에게 생글생글 웃으면서 "근데 뻥이다!!!"

순간 녀석들한테 잡아먹히는 줄 알았다. "어떻게 선생님이 그럴수가 있어요" 등등.....

내가 책이랑 출석부랑 다 들고 들어가서 한 말인데 어떻게 그렇게 한녀석도 의심의 여지 없이 믿을수가 있단 말인가?(내가 그렇게 신뢰로운 교사라는걸 확인한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

책가방 다 싼 녀석들, 책 다시 꺼내면서 투덜 투덜......궁시렁 궁시렁.... (푸하하하~~~ 신난다!!!)

근데 사실은 그순간 또 하나의 뻥이 생각났다. 어제 한 녀석이 "선생님이 생일선물로 사 준책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또 사주면 안되요?" 하는 괘씸한 녀석이 있었다. 그녀석에게 내가 "야! 나 내일 생일인데 니가 한번 선물해봐라"라고 또 뻥을 쳤는데 그 말을 진짜로 믿은  한 녀석이 오늘 진짜로 생일카드를 써서 온거였다.

이번에는 너무 너무 미안해 하면서 사실은 생일도 뻥이었다고 고백했다. 온 교실이 난리가 났다.

결국 오늘부터 내 별명은 뻥쟁이가 되고 말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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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12-22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핫~!
선생님! 너무 강력한 뻥을 하루에 두번이나 발표해버리시다니요... 머쟎아 방학이라는것이 천만다행이예요! 애들이 빨리 잊어줄지도 몰라요. 그럼 내년에도 막강 뻥 충격파를.... ^^;;

엔리꼬 2005-12-2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세번 뻥은 안돼욧! 흐흐.. 저는 작년 설날 부산의 엄청났던 눈을 경험했어요. 어찌나 신기했던지.. 그리고 국민학교 시절 어느 날, 눈이 펑펑 쏟아져서 교장선생님께서 수업시간 중에 아이들을 밖에서 뛰어놀라고 내보내주셔서 열심히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생생히...

조선인 2005-12-22 0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그 학생에 그 선생 =3=3=3

urblue 2005-12-22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뢰로운(?) 교사였다가 뻥쟁이 선생님이 되고 말았네요. 푸하하~

BRINY 2005-12-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정말 신뢰로운 교사십니다^^

진주 2005-12-2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때, 우리는
늑대와 소년이라는 동화가 생각납니다....뜨업..

로드무비 2005-12-2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같은 바람돌이 선생님 좋아요!^^

바람돌이 2005-12-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 그쵸. 저도 곧 방학이란게 너무 너무 다행이라 생각해요. 근데요. 요녀석들은 기억능력이 하루를 안가기 때문에 오늘보니까 벌써 다 잊어먹었더라구요. 하여튼 요런것도 저랑 비슷해요. 녀석들이랑.... ^^

서림님 / 저도 작년에 그 눈때문에 행복했답니다. 지금 폭설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은 눈이 징그럽겠지만 여기는 정말 그런 눈은 10년에 한번도 올까 말까 하잖아요. 작년에 제 생애 처음으로 눈사람을 만들어볼 수 있었어요. ^^

조선인님 / 그 그게요. 제가 원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요 봉숭아 학당 녀석들하고 1년을 살다보니 전염된 것이라구요. ^^

urblue님 / 사실은 원래도 뻥쟁이였다는.... ^^

BRINY님 / 저 놀리시는 거죠. 미워요요요요~~~ ^^;;

진주님 / 그럼 결말은 제가 늑대에게 잡아먹혀야 하나요. 잉잉~~~ 너무 심해요. ^^;;

로드무비님 / 역시 님이야 말로 간결한 말로 저의 노력을 인정해주시는군요. 제가 원래 그런사람이 아니고 다 교육적인 목적으로다가 하여튼..... ^^;;

로드무비 2005-12-2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도 제가 했답니다. (속닥속닥)=3=3=3

날개 2005-12-22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바람돌이님 넘 재밌게 사시는군요..^^ 애들이 투덜대도 속으론 재밌어 할껄요? 두고두고 기억에도 남고....ㅎㅎ
그나마 그 아이가 생일선물까지 들고 오지 않은건 다행이네요..흐흐~

한여름밤의 꿈 2005-12-22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 남겨주신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 참고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이방도 역시 만두님의 방처럼 반상회가 자주 열리네요. 재밌습니다.

바람돌이 2005-12-2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 역시 감사 감사~~~^^
날개님/ 맞아요. 생일선물까지 들고왔으면 진짜 난감할 뻔.... 새해에는 거짓말하지 말자 결심도 해볼까나... ^^
한여름밤의 꿈님 /반상회라니 재밌는 표현이네요. 자주 자주 놀러와주세요. 저도 님의 서재에 놀러갑지요. ^^

그로밋 2005-12-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들 소원을 들어 주셔야죠. 뻥~만치고 다니시면 안 돼요. 모래 요정님 너무해욧~~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