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정집에서 아이들 둘을 뒷자리에 태워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 길은 거리는 얼마 안되지만 골목 골목을 누비고 와야 되는 길이라 항상 운전이 조심스럽다. 아이들 둘까지 태우고 있으니 당연히 더더욱. 특히 한 골목은 정식 도로는 아니고 그렇다고 주택가 골목도 아니고 어중간한 길이 100여미터쯤 되는데 양쪽으로 술집들과 음식점들이 쭈욱있고 게다가 인도는 전혀 확보되어 있지 않는 길이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통행량은 엄청 많고, 또 어디서 일찍부터 술취한 사람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길.

따라서 나는 오늘도 이글을 조심스럽게 운전을 해서 빠져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뒷쪽에서 엄청난 클락숀 소리가 빵빵 울려대는게 아닌가? 백미러를 보니 뒤에서 내 차보다 큰 차 한대가 바짝 붙어 위협운전에 쉬지 않고 클락션 울려대고 한마디로 비키라고 난리가 아니다. 그것도 예의를 갖춰 한 번 비켜줍쇼도 아니고 이건 숫제 협박이다. 사실 그 길은 그리 긴 길도 아니고 거기다 그렇게 빨리 달리다가는 길가는 사람과 사고날 확률도 많은 곳이고, 결정적으로 순간 기분이 너무 나빠서 무조건 안비켜줬다.  그 차 약간의 틈이 생기자 마자 내 차를 횡하니 추월하더군... 그길은 불과 20m앞에서 끝나는데.... 순간적으로 어찌나 열이 받는지 평소에 잘안하는 짓- 나도 클랙션을 있는대로 울렸다. "에이 나쁜놈아"라는 의미에서...

근데 이 인간이 조금 가더니 차 세우고 내리는 거다. 나는 신호받아서 서있고... 그런데 말이다. 이 인간의 생긴모양이 딱 전형적이 깍두기 형님 스타일이다. 진짜로 그런지야 내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머리모양, 덩치, 분위기, 얼굴 험악하게 생긴거 몽땅 다 깍두기다.

순간 잘못걸렸다 싶으면서 "에고 에고~~"싶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어쩌랴. 일단 차문 잠그고, 이 아저씨 앞에와서 뭐라 나불거리기에 창문 쬐끔만 내렸다. 이 인간 왈 " 아니 이 아줌마가 빨리 안 갈거면 비키든가 와 안 비키고 난리냐" 뭐 이런 식으로 말하길래 난 전화기 꽉 붙들고(유사시에 경찰에 신고할려고) 최대한 침착하게 " 거기서 비킬데가 어디 있다고 비키라는 거예요. 응? 그리고 그러고 다니면 사고나는거 몰라요. 나는 애들 둘 싣고 다녀서 댁처럼 빨리도 못가고요"라고 쏘아붙였다.(아 나의 연기력이란...) 그 아저씨 거기서 했던 말 몇 번 더 반복하면서 내가 말이 안통한다고 생각했던지 아님 진짜 무지하게 바빴던지 10원짜리 욕을 바람속에 남기면서 가더만.... 휴~~~~

나도 가끔은 정말 내가 험상궂게 생긴 남자였음 좋겠다. (이럴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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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5-10-25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놀라셨겠군요. 그런데 이 야심한 시각에 페이퍼를? ^^

깍두기 2005-10-2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꾸벅.

바람돌이 2005-10-25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놀라고 무서웠죠 뭐... 제가 겁이 많걸랑요. 근데 토 일요일 애들이랑 저랑 모두 감기 때문에 골골골 잠만 퍼 잤더니 잠이 안와서 노닥거리고 있는거지요 뭐... ^^
앗 깍두기님/그러고 보니 제가 깍두기님의 명예 훼손을..... 앞으로 형님들을 다른 이름으로 부르도록... 근데 무슨 이름으로 부르죠. 죄송해요. 꾸벅 ^^

chika 2005-10-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깍둑머리들이라고 불러주세요.. ^^
그런 사람들은 운전면허를 취소해부러야 사고예방이 되는데 말이지요.

짱구아빠 2005-10-25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러심 안되죠..... ^^
짱구엄마도 종종 택시기사들이나 다른 남자운전자들 하고 다툼이 생긴다고 하더군요(제가 옆에 타고 있으면 거의 그런 일이 없는데...),평소에는 순하고 점잖은 편인데,이런 상황만나면 악쓰고 대들어서 다음부터는 여성운전자에게 함부로 못하게 한다더군요...

국경을넘어 2005-10-2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군요. 그럴 땐 절대로 문 열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차량 번호를 휴대폰에 저장하세요. 그냥 무시하고 가시면 됩니다. 차에 조금이라도 흠집을 내면 물론 119로 연락해서 교통사고 처리하십시오.

바람돌이 2005-10-25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깍둑머리요? ㅋㅋㅋ 근데 진짜 그런지 안그런지야 알수없죠. 지금 제가 멀쩡한 사람을 매도하는건지도....
짱구아빠님/ 맞아요. 저도 남편이 옆에 같이 있을 때는 저런 일이 거의 없다죠. 제가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때도 남편이 옆에 있으면 대부분의 남자 운전자들이 그냥 넘어가던데 저 혼자일 경우에는 꼭 삿대질하고 욕한다죠. 그럴때는 저도 같이 욕해요. 짱구엄마님도 정말 멋진 분 같아요. 여자 운전자 화이팅!! ^^
폐인촌님/ 차량번호를 적어둬야 하는거였군요. 근데 112가 아니고 왜 119에 신고해야 할까요. 119 불조심 아니었던가? ^^

진주 2005-10-25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그럴 때 정말 싫더라구요.
억센 남자들이 예의없이 그러고 나면 괜히 심장이 뛰는 게...헬레레.....ㅡ.ㅡ
(그래도 난 남자가 되고픈 생각까진 안 들었는데..그 깍뚜기가 얼마나 험상궂길래? ^^;;)

바람돌이 2005-10-25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이라서 더 무서웠던거죠 뭐...그리고 저는요 그냥 남자 말고요. 우락부락 험상궂은 남자요. ^^

국경을넘어 2005-10-25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19는 왜 나왔죠?

깍두기 2005-10-2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렇게라도 제 이름이 언급되어 감사할 따름이죠, 저는.

바람돌이 2005-10-2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깍두기님 이름을 바꾸시다니.... 혹시 저 때문에... 아니예요. 저는 깍두기도 좋아해요. 에고 에고~~~
폐인촌님 / 글쎄 말예요. 119가 왜나왔을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