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까지는 잘 기억이 안나고 고등학교때부터는 난 언제나 듣는 것에 문제가 있었다.
정말 맘은 열심히 듣고 싶은데, 듣다 보면 어느 순간인가 어림없이 나는 자고 있다는 것.
하루종일 학교 있으면서 하루 수업시간의 3분의 2이상을 잤던 것 같다.
심지어 나는 선생님이 농담이나 재밌는 얘기를 해줄 때, 그러니까 남들이 다 웃고 넘어갈 때도 자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성적이 유지됐던건 난 혼자서 책보면서 공부할때는 너무 너무 이해가 잘 된다는 것.
고등학교 수학을 수업시간에 제대로 들었던 적이 없다.
그땐 과외도 없었으니까 그냥 혼자서 교과서랑 참고서 갖고 공부하면 그게 가장 효과적이었다.
모든 과목이 그런 식이었다.

문제는 이런 습관이 어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거다.
난 지금도 강연회를 참 견디기 힘들어 한다.
몸 상태가 아주 좋고, 강연이 너무 너무 재밌으면 모를까, 대부분의 강연은 듣다보면 어느샌가 난 꿈나라로 가있다.
그러니 내 주변에서 모두 대학원 간다고 무슨 열풍처럼 몰아쳐도 내가 절대 대학원 꿈도 안꾸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강연만 이러면 안들으러가면 된다.
근데 이렇게 뭔가를 듣는걸 힘들어하는 건 일상생활에서의 대화 중에도 자주 나를 곤란하게 한다.
서로 이야기를 잘 주고 받으면서 같이 얘기가 되면  괜찮은데 술자리건 아니면 그냥 일상 대화건 누군가 한 사람의 얘기가 좀 길어진다 싶으면 난 그 때부터 그 사람 이야기의 반 정도는 제대로 못 듣고 있다.
남의 얘기의 반 이상을 흘려듣는달까?
그렇다고 열심히 얘기하는 사람에게 나 이해 못했다고 다시 해달라고 할 수는 없고....
자기가 말한 내용에 대해서 그 사람이 확인 들어가면 참 난감하다.  

이건 꽤 오랫동안 나에겐 콤플렉스였으며 내가 좀 모자란게 아닌가? 또는 내 의사소통능력에 뭔가 문제가 있는거 아닌가 등등의 고민을 가져왔다.
별 어렵지도 않은 일상의 대화에서도 남의 말귀를 잘 못알아듣는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그래도 알아듣는척은 잘 하는 것 같다. 이건 내 나름의 생존전략이다.  ^^;; 

그런데 얼마전에 지인들과 같이 놀러간 자리에서 이런쪽으로 온갖 잡지식이 많은 친구가 갑자기 무슨 테스트를 해주더만...
아주 간단한 테스트였는데 이걸 말로 설명하면 테스트 자체가 불가능해지니 말할 수는 없고...
하여튼 그걸 하고 나서 친구가 해준 말이
사람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들 다르다.
시각이 가장 우선적인 사람, 청각이 우선적인 사람, 특이하게도 촉각같은 기타 감각이 우선적인사람 등등....
나의 경우 당연히 시각이 우선이었다.
그러니까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때 시각을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러니까 내가 책을 읽는 것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 테스트 후에 옆에 있던 후배가 그랬다.
"나는 언니가 학교 다닐때 책보고 그 책 내용을 다 정리하고 줄줄이 말하는 거 보면 너무 신기했어, 나는 진짜 이해도 안되고 정리도 안되고 미치겠는데 말야. 근데 난 백번 읽는 것 보다 한 번 듣는게 훨씬 이해도 잘되거든" 아! 요 후배는 청각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친하게 지내도 난 이런 말은 그날 처음 들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듣는걸 잘 못하는건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증거?
모든 사람이 모든 감각을 다 잘 사용할 수 없는건 너무 당연한거니까....
갑자기 오래 묵은 콤플렉스가 확 내려가는 느낌이다.
또한 난독증때문에 살짝 고민이 되는 사람들도 무시할 일이다.
당신은 남의 얘기를 못알아 들어서 나처럼 버벅대지는 않을테니까..... ^^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nine 2009-08-2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왜 전화받으면서 일단 안경부터 고쳐 쓰게 되잖아요. 통화와 시각은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데도 불구하고요.

바람돌이 2009-08-27 23:30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전 안경은 안 고쳐쓰는데요. ㅎㅎ

조선인 2009-08-27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청각이 우선이에요. 치매라고 놀림받을 정도로 사람 얼굴을 구별하는데 애먹어요. 목소리는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데 말이죠.

바람돌이 2009-08-27 23:31   좋아요 0 | URL
그레 사람얼굴 구별하고는 또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사람얼굴 구별 잘 못하거든요. 근데 목소리 구별은 더 못해요. 가끔 예린이랑 해아 목소리도 헷갈려요. ㅎㅎ

프레이야 2009-08-27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전 청각, 시각 모두에 각각 해당하는것 같아요.
듣고 무슨 소린지 전혀 다르게 해석해서 엉뚱한 말 하는 사람 보면 신기했는데
바람돌이님이??ㅎㅎ 사람은 역시 다 다르군요..

바람돌이 2009-08-27 23:32   좋아요 0 | URL
음... 가끔 모두가 발달한 특별한 이들도 있죠. 그게 프레이야님이었군요. ㅎㅎ 음 저는 그래도 엉뚱한 말은 잘 안합니다. 잘 못알아들었을땐 그냥 가만있거든요. 그래야 중간은 가죠. ㅎㅎ

꿈꾸는섬 2009-08-27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다 다른 것 같아요. 전 특별히 뛰어난 감각 기관을 잘 모르겠어요.ㅠ.ㅠ
그냥 모두 평이한 수준인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09-08-27 23:46   좋아요 0 | URL
감각을 쓰는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겠죠? 저의 경우 감각별 차이가 좀 심한걸테고요. ^^

순오기 2009-08-29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나도 상대방 이야기 길어지면 딴 생각하는데~ 때론 나도 길게 말하면서...ㅜㅜ
나도 시각이 발달한 경우일까~~
바람돌이님도 안경 쓰셨군요.^^ 엉뚱한 댓글~~ㅋㅋㅋ

바람돌이 2009-08-31 09:12   좋아요 0 | URL
음~~ 저의 경우 조금만 길어지면입니다. 얼굴 마주보고 이야기하면서도 제대로 잘 못들을 때도 있습니다. ㅎㅎ
넵 저도 안경썼어요. 아주 오래됐죠. ^^

책읽는나무 2009-08-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항상 그것 때문에 남모르게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말이에요.그래서 대충 고개 끄덕거리면서 듣는 척하다가 꼭 그글귀를 찾아 읽고서 혼자서 뒤늦게 이해해왔거든요.
그래서 속으로 나는 아무래도 청각보다는 시각이 발달되어있다고 혼자서 자화자찬하고 살았더랬죠.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기억을 오래하는데 글이 아닌 말로써 전해들은 것은 돌아서면 기억을 전혀 못하겠더라구요.그래서 어려운 말은 꼭 적어야해요.
저도 수업시간에 명강의를 제외하곤 거의 멍~~ 딴생각하기 일쑤여서 선생님한테 지적 많이 받았어요.성인이 되니까 수다를 같이 떨어도 내가 오랫동안 수다 떠는 것은 괜찮은데 상대방의 길어지는 얘기들은 또 멍~~ 그래서 나만의 방법인데요.상대방의 눈을 안맞추고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상대방의 얘기를 텔레비젼 드라마를 본다는 느낌으로 허공속에 상대방의 얘기를 끼워맞추면서 나는 듣는 것과 동시에 보는거죠.그러면 상대의 얘기가 아주 생동감있게 느껴지면서 재미가 있더라구요.그래서 통화도 오랫동안 할 수 있어요.
귀로 듣는 것을 입으로 몇 번씩 되뇌면서 허공에 글을 써서 읽어보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긴 하는데 대단한 집중을 요하는 것들이라 몇 번 하고 나면 좀 지친다는 큰단점이 있죠.ㅎㅎ

근데 좀 특이한건 저도 시각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딱 한 가지 자신없는 것이 사람얼굴 기억하는 것들이에요.차라리 이름 기억하거나 또는 그날 그사람이 어떤 색깔의 옷을 입었거나 어떤 특이한 로고가 적힌 옷을 입었다거나 뭐 이런 것들은 기억하라면 하겠는데 얼굴은...ㅠ.ㅠ
그러면서 말뜻은 이해못하면서 사람 목소리는 시간이 오랫동안 지나도 많이 들어본 목소리는 기억을 좀 하거든요.하지만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또 아이들의 목소리는 좀체로 구별하기 힘들구요.님이 받으셨다는 테스트를 저도 한 번 받아보고 싶단 충동이 이네요.나라는 특이한 인간은 도대체 어느쪽인지 말입니다.
암튼..글이 길어지긴 했는데 나만 이런 게 아니고 님도 저와 비슷하단 것에 깜짝 놀라면서 동지를 만난 듯한 기쁨에에..잠시 흥분했네요.^^

바람돌이 2009-08-31 09:14   좋아요 0 | URL
나무님 방법 좋은것 같긴 한데 그거 참 어려울 것 같아요. 아 근데 왜 전 여태까지 그런 노력도 안했을까요? 왜 못하는건 못하는거라고 넘어가버렸는지.... ^^;; 우리 단점이 뭐 특별하겠어요. 이번에 알게된건 이런 저의 단점이 별로 특별하지 않다는거에 안도한걸요. ^^

2009-08-30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31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