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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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80년 초등학교 6학년
뭣 때문에 안보던 뉴스를 봤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밥먹다고 우연히 눈에 들어온거겠지.....
하여튼 그날의 뉴스는 광주에 북한군이 들어와 전쟁이 났다는 거였다.
tv의 화면속에는 뿌연 먼지속에 돌멩이가 뒹구는 거리의 모습이 나왔고....
그날 밤 악몽을 꾸었다.
우리 동네에 북한군이 쳐들어와서 사람들을 막 죽이는.... 너무 무서워서 울다가 깼던듯...
한 동안 어린 내 머리속은 광주처럼 빨갱이들이 우리 동네로 쳐들어오면 어쩌나 싶어 무진장 고민... 그리고 나는 책 속 영호처럼 그렇게 반공소녀로 컸다.
그 사건이 내 머리속을 다시 찾아온건 1987년 대학 1학년 광주사진전에서였다.
어릴 때 tv에서 본 화면이 잊었다 싶었는데 어느 구석에 숨어있었나보다.
그 때 그 뉴스가 바로 이거였어?
도대체 나는 뭘 믿고 산거였지?
세상이 뒤집어지는 아득한 느낌!!!
내가 배운 모든 것이 거짓으로 환멸로 뒤바뀌는 순간!!!
그렇게 광주는 나에게 부채가 되었고 원죄가 되었다. 흔히 386으로 지금은 비아냥으로 더 자주 불리우는 세대는 그렇게 광주에서 새로운 삶의 지표를 얻었다.
그리고 이 세대의 학교는 더이상 교정이 아니라 거리가 되었다.
아니 학교교정에 도서관에 남아있었던 이들도 거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들은 거리에 나가는 이들에게 원초적인 죄의식을 느꼈고 그리고 든든한 후원군이 되어주었다.
숨죽이고 경찰들 사이로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시위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던 순간
드디어 그 순간이 되면 모두 차도를 점거하고 구호를 외치는 순간 여기저기서 들리던 박수소리와 같이 거리로 뛰어들던 친구, 선배들. 거리를 가득 메웠다가도 그놈의 최루탄, 지랄탄, 백골단에 의해서 순식간에 해체되어도 그다음 장소를 다급하게 외치던 목소리들. 어김없이 다음 약속장소에 다시 나타나던 그들. 체포의 순간을 시민들의 도움으로 벗어나던 순간들....
이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끓는 점 100도씨다.
책을 보며 눈물이 났다.
그래 누가 봐도 나의 눈물은 감상이다.
책속에서 박종철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는 회사원들을 향해 조소를 날리는 대학생의 말에 펀치를 맞아도 싼 그런 싸구려눈물이다.
나의 눈물이 싸구려인 이유는 작가의 말처럼87년 6월 김밥을 나르던 빈민들이 여전히 빈민이어서고, 87년 7,8월 노동자 대투쟁을 벌였던 노동자들의 삶이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서이다.
또한 지금 용산의 철거민들이 여전히 울고 있어서이며, 비정규직의 한숨이 날로 깊어가서이다.
그러나....


교도소에 갇힌 아들을 위해 목놓아 "엄마 여기 있은게 겁먹지 말어"라고 하는 저 외침에
그리고 그런 어머니를 쫒아내야 하는 교도소 경비를 서는 저 또다른 아들의 모습에 울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사회 아닌가?
모든 이가 싸구려라 치부해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이런 눈물들의 힘을 믿는다.
책속 영호의 형 영진의 말처럼 변절자도 같이 울수 있는 때!
그런 눈물이 모여 물이 끓는다.
100도씨의 폭발을 만들어내는것이다.
우리는 지금 몇도씨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