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1980년에 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그 해 5월에 남쪽 섬 천지분간못하는 꼬맹이였던 내게도 광주의 소식은 들렸다.
평소 보지도 않던 tv 뉴스를 어쩌다 봤는지는 모르겠다.
뉴스는 지금 광주에 북한의 공비들의 침략해와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흑백의 TV화면은 탱크와 총을 든 군인들과 돌맹이들이 흩어져있는 거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 후 며칠간 철딱서니 없는 초딩꼬맹이는 악몽을 꾸었다.
저 간첩들이 우리 동네에도 쳐들어오면 어쩌지... 우리동네에서도 막 총을 싸댈텐데...
그럼 나랑 우리가족은 어떻게 도망가지????

가끔 우리는 이제는 광주의 진실이 다 밝혀졌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직도 광주냐? 그만 좀 우려먹지"라고 하는 말에 어이없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1980년의 초딩꼬맹이의 정보에 딱 멈춰있기도 하다.
정말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그때 광주는 북한 간첩들이 내려와서 저지른거 아냐?라고 반문한다는 것이다. - 이건 정말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개봉했다.
개봉첫날 심야를 보러갔었다.
밤 12시 20분이 시작이었는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왔었다.
극장이 반쯤 찼었고 연령대 역시 생각보다 다양했다.

영화가 혹시 지나치게 경직되거나 연기가 어설퍼거나 선동이 앞서 광주시민의 마음을 잡아내지 못하거나 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앞섰다.
그건 영화를 위한 걱정이 아니라 광주를 위한 걱정이었다.
광주는 누구에게도 왜곡되어서 전해지면 안되기에...
나의 모든 걱정을 깨버리게 해줄만큼 영화는 잘 만들어졌었다.
영화는 직접 나서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다만 광주시민들이 왜 총을 잡았는지 그들의 마음이 어땠을지가 가슴을 때린다.
영화가 진행되는 2시간 내내 분하고 억울해서,
저런 짓을 저지른 놈들이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서 우아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게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흐르는 눈물 콧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광주의 사람들은 학살자가 백담사를 오가고 감옥에서 잠시만에 나오고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모습을 어떻게 참고 견디고 있을까?
더 이상 학살자를 제대로 재판해야 된다는 소리도 쏙 들어가버린 현실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광주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끝나지 않은 사건,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사건. 누구도 희생자의 눈물을 제대로 닦아주지 않은....
영화 한편이 잠시라도 그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기를 기원한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아니라 이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하기를....
그럼으로써 최소한 광주? 그거 북한 빨갱이들이 일으킨거 아냐?라는 말이라도 듣지 않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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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7-27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봐야되는데 시간 꼭 내야겠네요.
안 잊을게요, 광주!

바람돌이 2007-07-28 01:24   좋아요 0 | URL
저 잊지 말아달라는 말은 극중 이요원이 27일 새벽 광주시내를 차량으로 달리며 방송으로 목메이게 외치는 대사랍니다. 어쩌면 광주를 잊어가는 아니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던 우리들에 대한 질타 같았습니다.

마늘빵 2007-07-2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개봉했군요 저도 보러가야겠습니다.

바람돌이 2007-07-28 01:25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의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

프레이야 2007-07-27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그들의 눈물을 진정으로 닦아주었는지 궁금해요.
보러가야할텐데..

바람돌이 2007-07-28 01:26   좋아요 0 | URL
광주의 눈물을 닦아주는건 영화가 아니겠죠? 오늘 어떤 블로그 보니 전두환씨 화려한 휴가 보셧습니까란 글을 올렸던데.... 광주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아주 영영 멀리 가버린 것 같아 갑갑하기도 합니다.

앨런 2007-07-27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소리란 거 들어봤어요. 정말 소름끼치는 소리였어요. 그리구 우리 집 앞을 지나가던 시신-거적이란 걸로 완전히 덮혀진-한 구와 5월말 군대가 광주시내에 쫙 깔렸는지 우리집앞에도 일렬횡대로 서서 구덩이 파고 기관총이던가 하는거 설치하더라구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네요.

바람돌이 2007-07-28 01:30   좋아요 0 | URL
아! 앨런님. 광주분이시군요. 아주 오랫동안 악몽으로 남았을 기억이겠네요. 광주와 그때를 살았던 분들에 대해서는 차마 어떤 말도 건네기가 힘이드네요. 가슴 한가운데 덜어지지 않을 무건운 짐이라고나 할까요. 대한민국의 모든 지역은 광주에 빚을 지고 살아남은거니까요.

urblue 2007-07-27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로 예매했습니다. 잊지 말아야죠.

바람돌이 2007-07-28 01:31   좋아요 0 | URL
토요일이라... 휴일 내내 마음이 묵직하시겠습니다. 휴유증이 좀 오래가더라구요.

BRINY 2007-07-27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때 초등 2학년. 담임이 '광주 사태'를 위해 재해모금을 하자고 해서, 처음에는 무슨 물난리 비슷한거라도 났나하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1년후에는 저같은 어린 애라도 어렴풋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른들 얘기를 귀동냥해들으면서 알아버렸죠. 그 다음해 광주 친척집에 놀러갔을 때 훔쳐본 1살많은 5촌 고모의 '그날'이 적혔던 일기장이 아직도 생각나요.

광주항일학생운동을 얘기하는데, '그거 전두환이 한 5.18이죠?'라고 물어보는 고1짜리도 있었어요. 박근혜가 박정희 딸인지 모르는 아이도 있었고...저도 고3들과 보러가려구요. 고3들은 그래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기는 하는데, 영화를 보면 좀더 느낄 수 있겠지요?

바람돌이 2007-07-28 01:34   좋아요 0 | URL
저는 재해모금 같은건 했던 기억이 없는데... 사는 지역이 달라서 그랬던걸까요?
님은 그래도 고등학생이라서 나은 편이구요. 저는 중3때 현대사 하면서 보통 2-3시간 정도를 광주를 떼서 수업을 하는데 처음 듣는 애들이 대부분이예요. 어떤 애는 들었다 해도 그거 우리 엄마 내지는 아빠가 북한이 쳐들어온거라던데요라는 말까지도 나온답니다. ㅠ.ㅠ

무스탕 2007-07-27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주에 볼거에요. 가슴 답답해서 어찌 볼까 지금부터 미리 걱정이지만 볼건 봐야죠..

바람돌이 2007-07-28 01:35   좋아요 0 | URL
가슴이 많이 답답하고 많이 슬프고 억울하지만 볼건 봐야죠. 영화가 어떻니 저떻니를 말하기 싫어서 안했는데 생각보다 이 영화 상당히 잘 만들어졌어요. 좋은 관람되세요. 아참! 꼭 손수건 휴지 들고 가세요. 저 암것도 안들고 갔다가 흐르는 눈물 콧물이 처리가 안되었답니다.

2007-07-27 15: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08-0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은데..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미루고 있습니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