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나는 이제 다르게 읽는다 - 도스토옙스키부터 하루키까지, 우리가 몰랐던 소설 속 인문학 이야기
박균호 지음 / 갈매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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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인문학이 만났다.

좋아하는 분야가 같이 만났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한 때 내가 왜 그렇게 문학을 좋아하는지를 생각해본적이 있다.

물론 가장 기본은 재미있고 평범한 일상에 짜릿한 전율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문학이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무엇이 있었다. 

재미를 넘어 문학은 나의 삶의 범위를 확장하고 보다 많은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하고, 책속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사건들을 통해 오히려 현실의 작은 문제들을 대범하게 안고갈 수 있는 힘을 내게 주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당황스럽거나 어이없거나 혼란스러운 그 무수히 많은 만남과 상황들을 나는 문학의 힘으로 지나왔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인문학은 말 그대로 내 삶의 공간을 확대하고 다른 것을 알게 하고 다름을 다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 나 외의 존재와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대들보였다. 

이런 문학과 인문학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시작은 역시 묵직하다. 

무려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다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드미트리 표도르비치 카라마조프, 죄와 벌의 라스콜니코프, 톨스토이 부활의 카튜사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시베리아 유형소에 복역한 죄수들이라는 것.

여기서 저자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 넓은 시베리아 땅이 언제부터 러시아의 유형지가 된거지? 어떤 과정을 거쳐서? 그리고 그곳에 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래서 인문학 도서를 찾는다.

<시베리아 유형의 역사>와 실제 도스토옙스키의 시베리아 유형경험을 적은 <죽음의 집의 기록>

온통 얼어붙은 땅에서 모두가 똑같이 고통스러웠을 것 같은 이 땅에서도 유형수들은 귀족 출신이냐 아니냐에 따라서, 또 가진 돈이 있나 없나에 따라서 처우가 달라졌다. 

오죽하면 도스토옙스키가 "돈은 주조된 자유다"라고 외쳤겠는가말이다.

이 위대한 작가가 돈때문에 절규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세계의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다 준다.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는 가난한 도스토옙쓰키의 흔적을 찾고, 이 도시 하층민의 뼈아픈 삶을 증언했던 고골을 만날 수 있다. 그것만으로 이 도시에 대한 궁금증이 풀리지 않는다면 브루스 링컨의 역사책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만나면 된다.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으며, 대공황기 미국의 농민들이 왜 분노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들이 왜 서부로 떠날 수 밖에 없었는지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자 하면 알렌의 <1929, 미국대공황>을 만난다.

물론 관심사가 다른 사람은 다른 책을 찾을 수도 있을테다. 

우리의 독서 여행이 꼭 바깥의 거대 역사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를 읽으면 레베카에 대한 주인공의 열등감과 질투에 한없이 갑갑해진다.

너는 레베카랑 비교하지 않아도 돼, 너는 너만으로 매력적이야라고 백만번쯤 외쳐주고 싶은데 그럼에도 소설을 읽다보면 나조차도 이렇게 질투로 피폐해지겠구나싶은 생각이 든다.

그만큼 질투라는 감정에 대해 작가가 너무 잘 썼기 때문이겠지....

작가들은 이런 감정에 대해서 다 겪은 것이 아닌데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하지라는 궁금증을 가지는 당신이라면 피터 투이의 <질투>와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권한다. 


때로는 의외의 조합을 발견하기도 한다.

<마담 보바리>를 읽을 때 소설속에 등장하는 요리들이 등장인물의 결정적인 심경의 변화와 욕망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마담 보바리>에서 요리는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또 엠마의 현실과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종횡무진 등장한다는 것.

이런 요리의 상징과 의미를 미리 공부한다면 <마담 보바리>를 읽는 것이 더 풍성해 질것은 틀림없다.


책을 읽는 방법에 정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독서의 영역을 넓혀 나가는 것은 분명히 아주 큰 즐거움이다. 

굳이 나이 오십이 아니어도 이런 독서의 즐거움을 다 같이 나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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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22 18: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22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8-22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리뷰 읽으니 넘 재미있겠어요. ㅎㅎ보바리와 요리의 상관관계라니 궁금합니다 *^^*

바람돌이 2022-08-22 19:29   좋아요 2 | URL
책 좋아하는 우리는 비켜가지 못할 책.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든 좋잖아요.

페넬로페 2022-08-22 20: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의 문학론에 공감합니다.
50쯤 되면 이제 다르게 읽어야 하는건데 아직 평지에 머무는 듯해 갈길이 먼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8-22 21:43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님이 평지라면 저는 땅파고 들어가야할듯합니다. ㅎㅎ 그래도 우리한테 그동안 읽은만큼은 아니라도 그래도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제 머리를 다독이는 중이랄까요? ㅎㅎ

희선 2022-08-24 0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나에서 다른 걸로 뻗어가는 책읽기면 좋을 텐데, 저는 그러지 못하는군요 잠깐 알고 싶다가 시간이 지나면 그런 생각한 걸 잊어버리네요 그저 하나만 보는... 어쩌다 이어질 때도 있지만, 그건 정말 가끔 일어나네요 저는 그런 우연을 더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희선

바람돌이 2022-08-24 11:31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그때 그때 읽고싶은 대로 읽는 스타일이에요. 그런데 요즘은 좀 이런 연결 된 독서도 끌린다고 할까요? 하기야 책을 어떤 식으로 읽든 뭔 상관이겠어요. 즐거우면 되죠. ^^

새파랑 2022-08-26 16: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온리 문학파인데 인문학도 좋아하시는군요 ㅋ 명작도 뭔가 읽는 방법을 먼저 알고 읽어야 느낌이 오더라구요 ㅋ 요기 있는 책은 다 읽어봐서 그런지 반갑네요 ^^

바람돌이 2022-08-27 16:45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이면 다 읽으셨을 줄 알았어요. ^^ 저는 생각보다 세계문학을 많이 안읽었더라구요. 그동안 뭘한건지.... 인문학쪽도 관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챙겨보는데 이쪽은 또 너무 새책들이 많이 나와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