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TV님이 구하고 싶은 책이 고종석의 <사랑의 말, 말들의 사랑>이라고 하는걸 듣고는
어 이거 나한테 있을텐데 하고 찾아보니 역시나 있다.
근데 책을 뒤적거려보는 순간 제일 뒷면에 써진 옆지기의 글씨가 보인다.
정말 새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 책 옆지기가 선물한 거였구나....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 날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돋아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사람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인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어쩌면 유치하기 짝이 없을수도 있는 이 시가 내 맘에 꼭 드는 것은 요즘 내 생각과 참 비슷하다는 이유일게다. 항상 따뜻한 한 마디를 해주고 싶었다.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내 소중한 연인 *에게 199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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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넘은 글이 나를 감상에 빠지게 한다.
아 그래 때때로 이 인간은 이런 감성적인 편지로 내 맘을 뒤흔들어 놓았지
근데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은?
감성은 커녕 나날이 코메디의 연속이다.
나야 원래 좀 코믹성향이었지만 원래 감성적이던 옆지기는 변했다.
갈수록 나를 닮아간다고 할까? ㅠ.ㅠ
근데 문제는 옆지기의 감성적이던 면에 대해서는 내가 전혀 닮지를 못했다는 것.
그래서 10여년이 훌쩍 넘은 옛 연애편지를 보는건 슬프면서도 감동적이다.
이 서재에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옆지기가 분명히 이 글을 볼텐데...
남의 글을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응징을 가하지 않을지....
그래도 당신
나도 당신에게 해주고싶은 말이 있어
아 생각만 해도 참좋은 당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