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부인과 첩


-함무라비 법전, 중기 아시리아법, 히타이트법, 성서율법에 대한 분석

남자는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처벌으 그의 가족, 하인, 그리고 /또는 노예가 대신 받도록 대체할 수 있는데 이는 왕가가 순장의 방식으로 권력을 표현했던 것처럼 계급위계의 발달에서 이 원리가 서민 및 일반 가구의 가장들에게까지 확대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계급사회의 형성기에 일반적으로 남성의 계급 지위는 그의 경제적 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여성의 지위는 그녀의 성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리를 접할 수 있다. 


히브리의 언약율법에서 남성채무노예는 6년 후 자유로 풀려날 수 있으나 그의 부인과 자녀들은 아니다. 그가 가족과 함께 머무는 것을 택한다면 그는 영원히 노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오늘 날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 기막힌 규정인데 이에 대한 해석으로는 가족에 대한 관념의 변화를 생각해봐야 할 거같다. 오늘날에는 가족에 일종의 신성 내지는 절대성이 부여되어 있지만, 이 시기에는 남자와 그의 가족들이 노예가 되면서 가족은 완전히 해체되는 것으로 봐야하는걸까? 그러므로 여성과 어린 자녀들은 새로운 주인의 노예 내지는 첩으로 편입되는 것으로 새로운 가족체계안으로 포섭되는 것으로 판단해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상층계급의 가족들은 딸들의 결혼을 가족의 사회적 경제적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그리하여 동종결혼 또는 상향결혼이 일반화 되었으며, 여성은 아들의 생산에 의해서 확실한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즉 여성들은 자손을 생산하는 사람으로서 가치가 부여되었으며, 한 남성에 대한 평생에 걸친 종속이 제도화 되었다.

하층계급이 경우 남녀 자녀들은 재산이 되었고, 노예나 하향결혼으로 팔려갔다. 이 경우 그들은 출생가족내의 모든 재산권을 포기하게 하며, 아들의 동종결혼을 위한 경제적 기반마련에 이용되었다. 


남성의 간통에 대해서 무한히 느그러운데 반해, 여성의 경우 간통은 남편의 재산권에 대한 위반으로 받아들여져 가혹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부인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는 남편의 사적인 관할에서 벗어나 공적 영역인 법정으로 확대되었다. 강간의 경우에도 이를 금하고 있지만 여러 법들에 공통인 것은 모두 피해를 본 측은 남편 혹은 강간당한 여성의 아버지라는 원칙이 들어있다. 여기서 실제 피해자인 여성의 자리는 없다. 그러므로 여성은 강간범과 결혼해야 하는 운명에 처하기도 한다.


덧붙여서 - 저자도 말하듯이 법으로 무언가를 규정짓는다는 것은 실제 사회에서 그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함을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203쪽에 나오는 예 - 어머니와 아들의 근친상간은 모두 사형, 딸을 강간한 아버지는 도시에서 추방, 결혼 전 아들의 어린 신부를 강간한 아버지는 벌금형, - 시아버지가 결혼한 아들의 부인을 강간하면 사형

저 예들에서 실제 저런 근친 강간이 인류역사 초기에도 빈번하게 일어났다는것에도 놀라지만 그 저변에 깔려있는 남녀차별적인 인식은 어쩔꺼나..... 더 놀라운건 이런 인식이 지금이라고 딱히 다르지 않다는 것,

법이 하는 일은 허용 가능한 행위에 제한규정을 두고, 우리에게 그 법 아래에 놓여 있는 사회구조에 대한대강의 지침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그것들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은 무엇인가를 말해 주고, 따라서 주어진 사회의 가치들에 대해 실제보다 더 잘 묘사하고 있다. - P184

 분명히 당시에 남성들은 처벌을 받아야 할 경우 자기 대신 보내는 그런 방식에 가족구성원들―즉, 여성들과 남녀 자녀들을 편입시킬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인, 노예, 그리고 가신들을 왕이나 여왕과 함께 같은 무덤에 묻는 것은 다른 사람을 편입시키는 권력의 오래된 표현 중 하나였다. 그 권력은 처음에는 스스로를 신이나 신의 직접적인 사자로 생각한 통치자들에게만 있었다. 계급위계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것은 이 원리가 서민 및 왕가가 아닌 가구의 가장들에게까지 확대되었음을알고, 지금 살펴보고 있는 이 기간 동안 그런 가장들은 항상 남성들이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 P186

 우리는 계급사회가 형성되는 이 시기의 많은 다른 예들에서남성의 계급지위는 그의 경제적 관계에 의해 결정되고, 여성의 지위는그녀의 성적 관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원리를 접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수천년 동안 타당한 것으로 남아 있던 원리다. - P188

가족의 재산을 보존하기 위해 아들들과 딸들에게 상속권을 주는 것이 곧 그들이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 P192

가족경제에서 여성의 역할은 그 중요성이 점차 높아졌다. 그들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물건들의 생산자이자 자녀생산자이며, 가족을 돌보는 사람이며, 가내노동자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적서비스가 매매 가능한 상품으로 바뀌게 된 사람들이었다. 사물화된 것은여성 자신들이 아니라, 여성들의 성적 서비스와 재생산 서비스이다. - P195

재산이 충분치 못하거나 없는 하층계급 가족에게 개인들(남녀 자녀들)은 재산이 되었고, 노예나 하향결혼으로 팔려갔다. 중요한 것은, 그럼으로써 그들이 출생가족에서의 모든 재산권을 포기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같은 계급 소녀와 아들의 결혼이 아들의 여자형제를 팔아서 가능해짐으로써 이런 혼사는 사실살 그 여자형제에게는 구매에 의한 결혼을 만들어냈다. - P196

간통과 처벌의 잔혹함 정도를 규정하는 데 있어서의 비대칭과는 별도로, 이 법들의 놀라운 점은 성적인 문제들에 대한 규제와 관련하여 국가(왕)에게 주어진 권위가 증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인의 섹슈얼리티에대한 통제는 이전에는 분명 남편의 사적인 관할 안에 있는 문제였다.  - P200

강간을 금한 여러 가지 법들에는 모두 피해를 본 측은 남편 혹은 강간당한 여성의 아버지라는 원칙이 들어 있다. - P202

이로써 우리는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천년이라는 기간에, 가부장적지배가 어떻게 사적 관습에서 공적 법으로 옮겨갔는가를 보게 된다. 이전에는 남편과 가족의 가장에게 주어졌던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통제가 이제는 국가가 규제하는 사안이 되었다. 물론 이 속에서 일반적인경향은 국가권력이 증가하고 공적 법률이 확립되는 것이다. -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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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가부장제의 창조] 의도하지 않았던 일의 결말
    from 책이 있는 풍경 2022-06-21 13:14 
    나는 여기서 결정론을 주장하거나 의식적으로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사건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전개되었으며, 그것은 남성들도 여성들도 의도하지 않았던 특정한 결과를 가져왔다. 산업사회라는 대담한 신세계를 출범시킨 현대남성들이 오염이나 생태계에 대한 영향과 관련된 결과들을 알지 못했던 것만큼이나,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도 그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인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시점이 되었을 때는 이미 그 과정을
 
 
단발머리 2022-06-16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의문이 점점 깊어졌거든요. 아니, 이렇게 여성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이러한 강력한 규제, ‘법률‘이 인류 역사 초기부터 이렇게나 견고했단 말인가. 또 한 번 절망하게 되는 지점입니다.
바람돌이님 지적처럼, 근친 강간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구요. 결국 우리 문명, 인간의 문명이란 것은 메소포타니아 지역의 고대 문화에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는 아직도 앞부분입니다. 바람돌이님, 기다리세요. 부지런히 따라 갈게요^^

바람돌이 2022-06-17 15:26   좋아요 0 | URL
무언가를 복종시켜본 경험, 지배해본 경험은 정말 힘이 세다고 생각합니다. 편하잖아요. 그 편함을 인간의 이기심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거고, 점점 당연시 하면서 강화시켜 가는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여성의 지배에 대한 경험이 노예제를 더 쉽게 이루게 했다는 저자의 관점에 탁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다른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여성 억압의 역사도 일률적이지는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북방 유목의 영향이 많던 발해같은 경우 여성의 목소리가 굉장히 강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거든요. 그에 반해 평지 농경문화가 우세했던 백제 같은 경우 남편 계백에 의해서 가족의 생사여탈이 주어져버리는 경우도 보이고요. 자연환경이나 인문적 환경 등등 여러가지 요인으로 여성억압의 역사 또한 강도를 달리하고 부침을 겪었으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단발머리님이 올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빨리 읽을겁니다. 마음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