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은 뭐하고 보냈지?
술마시고 숙취에 시달리고 쓰잘데기 없는 온갖 서류더미에 파묻혀 보내고?
봄방학도 없이 거의 출근했고, 오전에는 두녀석의 유치원 오리엔테이션에 다니느라 정신없었고
이틀전에는 아이가 많이 아팠다.
저녁부터 토하기 시작하더니 밤중에 자면서도 계속 토하고 열이올라 기겁을 하게 만든다.
낮에 예방접종 맞은게 혹시나 부작용이려나 싶어 더 불안해져
결국 한 밤중에 옆지기가 아이를 들쳐업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다행히 부작용은 아니고 장염이란다.  휴~~~
예린이는 한 번씩 아플때마다 사람을 기함하게 만든다.
어중간하게 아픈게 없다.
열도 한번 올랐다 하면 불덩이고, 토했다하면 밤새도록이다.

덕분에 2월은 책 두권 달랑 읽었다.
이것도 관성의 법칙인지 한 번 손에서 놓으니 다시 잡기가 힘들다.
영 책읽을 맘이 안생긴다.

3월이다.
근래 따뜻해진 날씨에 갑자기 사람들이 귀에 대롱거리고 다니는 귀걸이가 너무 예뻐 보인다.
겁많은 나는 귀 뚫는게 무서워 귀걸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런데 무슨 봄바람인지 귀걸이가 하고 싶어 미치겠다.
나이 40에 귀를 뚫었다.
아팠다.(하나도 안 아프다고 한 인간들 다 죽었다!!!)
20대 그 예쁘던 시절에도 안하고 싶던게 이나이에 왠일이냐 말이다.
봄 바람에 미쳤나보다.

거의 1년만에 오늘 백화점 나들이를 했다.
백화점은 나하고 상관없는 곳이야라며 아예 발걸음을 딱 끊었었는데 예쁜 봄 스카프가 갖고 싶어졌다.
하늘 하늘 봄냄새가 물씬 풍기는....
예린이 구두 하나랑 스카프 하나만 사야지 하고 간 백화점인데 말이다.
견물생심 - 이것만큼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한 말도 드물지....

갈때는 분명 예린이 봄 구두도 할인매장에서 사야지 하고 갔으나
때깔좋은 신상품이 눈을 자꾸 끄니 이를 어쩌랴?
게다가 해아가 걸린다. 구두는 있으니 예쁜 봄 운동화도 사주고 싶다. 요새 부쩍 발이 크서 신던 운동화가 작아졌으니....하며 운동화를 집어든다.

하늘 하늘 스카프도 신상품이 눈에 딱 들어온다. 이런 젠장!!!
귀뚫은 기념으로 옆지기가 귀걸이 좋은거 하나로 선물해준단다.
작고 앙증맞은 18K 귀걸이 하나를 건졌다. - 가격이 좀 세군 ㅠ.ㅠ
요거 하나만 금으로 하고 앞으로는 무조건 이미테이션이다.
관성의 법칙
봄옷도 땡긴다.
봄에 입기 딱 좋은 니트를 두개나 샀다.
한 개 사고 나서 나가려는데 너무 맘에 드는 니트가 딱 눈에 띤다.
눈물을 머금고 다시..... 게다가 아줌마의 꼬임에 넘어가 바지까지....ㅠ.ㅠ
(다행인건 이건 정상매장이 아무리 내가 눈이 돌았다해도 절대 살수없는 가격이라는거...)
할인매대에서 그나마 좀 저렴한 걸로 건졌다.
내거만 사기 미안해서 옆지기 와이셔츠랑 봄냄새 폴폴 풍기는 넥타이를 샀다.

쇼핑을 끝내고 지하 식품매장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며 내가 미쳤지를 연발한다.
잠시 봄바람에 미친거 치고는 손실이 너무 크다. ㅠ.ㅠ
이놈의 백화점 내가 다시는 오나봐라....

봄바람에 미치면 책은 읽을 수 있을까?
좀 있으면 꽃구경 가고 싶어 또 미칠텐데.... ㅠ.ㅠ
그나마 읽은 책 리뷰도 쓰야 하고 앙코르와트 여행기 정리 안한거 마저 정리도 해야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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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날들을 보내고 계시네요. 옮겨 가신데는 어떠신지. 잘 적응은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 옆지기는 담임 맡지 않고 과목만 가르친다고 하네요. 그래서 신경을 쓸 일이 없다네요. 정말 그렇습니까 제가 학교 선생이 아니라서...... 바람돌이님은 잘 아실 것도 같은데...... 행복한 3월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바람돌이 2007-03-02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수업을 빼면 학교업무의 80% 이상이 담임업무죠. 근데 업무보다도 더 미치겠는건 맡은 반 아이들이에요. 그 아이들이 하는 행동 모두가 담임의 책임이 되니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장난아니죠. 뭐 그게 또 보람도 되긴 하지만요. ^^
담임만 안 맡으면 그렇게 아이들이 예뻐보일수가 없어요. 스트레스 받을 일도 별로 없고요. 진짜로요. ㅎㅎㅎ
제가 잘하는 거의 유일한 것이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이니 아마 새학교도 즐겁게 다닐것 같아요. ^^

이매지 2007-03-02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께 찾아온 봄바람이 그래도 좋아보이는 건 왤까요? ^^ 아 전 올해 꽃구경이나 가볼 수 있을런지. (맨날 한참 꽃필 때 시험기간이라 학교 벚꽃만 징하게 구경했던-_-)

바람돌이 2007-03-02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위쪽은 벚꽃도 늦게 피죠? 시험기간이랑 대충 비슷해지겠네요. 여기는 워낙 남쪽이니 매화 핀지는 한참되었답니다. 나무들이 모두 물이 오르고 있는게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 색깔만큼 또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것도 드물어요. ㅎㅎㅎ

2007-03-02 2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리오 2007-03-0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웃긴 이야기지만, 어제 옆지기 트레이닝복 세트를 16만원 넘게 주고 샀답니다. 1년을 벼른 것이고 친목회때마다 구지리하게 입고 나가는 걸 볼 수가 없어서 걍 샀는데... 새학기 준비하는 것이 친목회 입고나갈 트레이닝복 사는 것밖에 없다 말하면서 둘다 실소, 했답니다. ㅋㅋ 올해도 좋은 학교, 좋은 아이들과 행복하시길~

무스탕 2007-03-02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무서워서 아직 귀 못 뚫어어요. 어느날 바람돌이님의 봄바람이 제게까지 불어닥치면 저도 뻥! 뚫을지도 모르겠네요 ^^
벚꽃.. 보고싶어라...

반딧불,, 2007-03-02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알 하셨습니다. 봄인걸요^^

바람돌이 2007-03-02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인님/예린인 이제 괜찮아서 힘이 펄펄 나고요. 저는 그 시간에 님과 같은 이름이지만 지점이 다른 곳을 헤매고 다녔겠군요. ㅎㅎㅎ 저만큼 귀뚫는거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반가워요. ㅎㅎㅎ
클리오님/남자들 트레이닝복 너무 비싸지 않나요? 거기다가 나중에 운동화 같은거까지 갖추려면.... ㅠ.ㅠ 클리오님도 올해는 예찬이와 함께 늘 행복하시길....
무스탕님/제 봄바람 거기로 보냈어요. 아마 곧 도착할걸요. 요즘 택배 빠르잖아요. ㅎㅎㅎ 벚꽃은 아직 안 피었고 곳곳에 매화가 장하게 피었습니다.
반딧불님/빨리 좀 날이 지나가서 새로 산 귀걸이 하고 싶어요. ㅎㅎㅎ 그럼 정말 봄이 온 것처럼 느껴지려나? 오늘 출근했는데 참 춥더군요. ㅎㅎㅎ

미설 2007-03-04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관성의 법칙! 저도 오늘 정말 오랜만에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영우 신발 하나 사고 친구 애기 돌 선물 사서 왔어요. 것도 상품권 있던 걸로다. 알도 바지 하나 사줄려고 했는데 맘에 드는건 모두 이 딱 벌어지게 비싸서 포기하고 안 샀습니다.
보통때는 별로 신경 안쓰는데도 백화점 안에만 들어서면 왜 나 자신이 그리 추레하고 초라한 느낌이 드는지.. 거기서는 정말 모두 반짝반짝하잖아요..
왠만하면 백화점 안다니다 보니, 한번 다녀오면 영 스트레스 받아서요, 알도가 백화점 이란 단어를 잘 모르더군요.쩝. 백화점이라고 알려준 뒤에도 백 자만 생각이 나는지 백마트? 하고 저에게 묻더군요.. 한때는 참 뻔질나게도 드나들었건만 살림하다보니 이렇데 다 변하나 봅니다^^

2007-03-04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7-03-04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설님/전 요즘은 워낙 안가니 갔다와도 그냥 저건 내 세계가 아니야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던데요. 제일 뻔질나게 드나던게 예린이 아기때 였던 것 같구만요. 그리고 둘째 생기면서 발길을 딱 끊었구요. ^^ 사는데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라는 생각만 하면 그 번쩍거림이 별로 좋아보이지도 않더라구요. ㅎㅎ
속삭인님/알라딘에는 왜 이렇게 겁많은 분들이 많을까요? 귀도 못뚫는.... ㅎㅎㅎ 제 주변에 귀 안뚫은 사람은 저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전 알라딘이 좋아요. ㅎㅎ 하시는 일이 좋은 일이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