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베트남 일기장>을 리뷰해주세요.
나의 베트남 일기장 생각 깊은 그림책 2
마리 셀리에 지음, 세실 감비니 그림, 전연자 옮김 / 맑은가람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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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가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입양'된 아이들(이제는 성인이 된)이 친부모를 찾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다. 왜 찾는걸까? 더군다나 매스컴이나 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찾는 이들은 그래도 대부분 입양된 곳에서 나름대로 잘 살고 있고 또, 그곳에서 어느 정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인데 말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친부모를 찾게 하는 걸까? 

이런 내 생각에는 고정관념이 있어서란 걸 얼마전에야 깨달았다. 입양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부모들은 분명 그 아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었을 것이고, 지금 만나봐야 뭐가 달라질 것인가, 오히려 그들(입양보낸 부모들)에게 죄의식만 심어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러니까 나는 철저하게 그 아이들의 입장이 아니라 그 부모의 입장(그것도 제 3자가 바라보는)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시기를 거친다. 유명한 철학자들이 아니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문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명제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친부모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누군가에 의해(분명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혈연이 아닌 관계로 맺어진 가족들 틈에서 자라면서 이런 의문은 더 증폭될 소지가 많다. 이것은 그 사람이 입양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가족과 어떤 문제가 있어서 생기는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물음은 보편적인 것이다.  

이 책은, 프랑스 가정에 입양된 베트남 아이(니콜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책이다. 니콜라의 생활은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다. 그의 양부모도 니콜라가 태어난 나라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며 니콜라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를 하는 사람들이다. 니콜라가 쓴 편지(자신의 친어머니를 찾고자 하는) 한 장은 니콜라로서도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그런 니콜라를 바라보는 양부모의 태도는 니콜라가 자신의 친어머니를 찾고자 하는 마음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오히려 니콜라의 나라, 베트남에 대한 좋은 정보를 많이 주고자 노력한다.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에 의해 버려졌다, 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할 뿐만 아니라 양부모에게 니콜라는 소중한 자녀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이 책은 그래서 입양된 아이들이나 그런 아이를 친구로 둔 아이들뿐만 아니라, 입양을 하고자 하는, 혹은 입양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 책이다.  

   
 

 엄마는 방금 베트남에 관한 아주 근사한 책 한 권을 주셨다. 책 속에는 베트남 사람들과 풍경 사진들이 가득 실려 있다. 난 엄마가 베트남 친엄마를 찾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알아 주셔서 마음이 놓인다. 물론 우리 엄마는 잘 알고 계신다. 엄마만이 나의 진짜 엄마라는걸! (p.10)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팔을 벌리며 부모님께 뛰어 들던 내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씀하셨다. "네가 우릴 선택햇어"라고 엄마가 말씀하셨다. "우리는 금세 알아 차렸지. 프랑스로 데려갈 애는 바로 너라는 걸 말이야." (p.28)

 
   
   
  "네 베트남 엄마는 너를 떠나보내기 전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한 거야. 널 먹여 주고 잘 보살폈어. 내가 확신하는데, 네 엄마는 자신이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너에게 준 거야. 네가 건강하고 잘 생긴 아기였다잖니? 트루옹 아주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잖아. 네 엄마가 할 수만 있었다면 틀림없이 널 지켜 줬을 거야." (p.40)  
   

입양에 관한 어린이 책을 몇 권 더 추천하자면 '파란 눈의 내 동생'(이지현, 문공사), '열한 살 아름다운 시작'(김혜리, 채우리), '너, 누구 닮았니?'(로리 뮈라이유, 비룡소) '고슴도치 아이'(카타지나 코토프스카, 보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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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를 리뷰해주세요.
30대 엄마의 사교육 다이어트 - 아이도 엄마도 행복해지는
마이클럽닷컴 엮음 / 봄날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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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벌써 두달쯤 된 것 같다. 제목이 상당히 관심을 끄는 터라 바로 읽어보았는데, 그 내용은 그다지 도움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한쪽 책장에 치워두고 리뷰도 쓰지 않았는데, 이 책이 또!! 우리집에 왔다.  

아무래도 책에 대해 쓴소리를 할 때는,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점을 밝혀야 할 것 같다.  

일단 이 책은, 인터넷 (육아, 교육)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거나, 인터넷검색을 통해 교육정보를 얻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는 내용들이다. 반 가까이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인터넷 댓글에 가까운 글들은 '책'으로 엮이기에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서두에 있는 [솔직대담토크]는 30대 엄마들의 고민, 그 중에서도 사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대안을 제시해주기를 바랐으나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도 "30대의 자아실현은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다?"란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대화가 나누어지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 문장에는 30대 엄마로 한정하지 않고 있으나,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자들은 '엄마'로 한정짓고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 책은 30대 엄마들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줄 다이어트법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는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은 유아 교육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안은 주로 어린이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 공동체와 품앗이, 지역아동센터 등을 이야기한다. 신선한 대안도 아니고, 시도해볼만하다는 믿음을 주기에도 조금 부족하다.  

전체적으로 글의 내용들이 산발적이다.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정보를 읽는 기분이다. 그래서 그럴까? 한 권을 다 읽었는데도 그래서 사교육 다이어트가 가능한가라는 의구심이 남는다. 왠지 인터넷 커뮤니티의 수다방을 들여본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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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편지 1>을 리뷰해주세요.
한국사 편지 1 - 개정판, 원시 사회부터 통일 신라와 발해까지 12살부터 읽는 책과함께 역사편지
박은봉 지음, 류동필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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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편지』는 엄마들의 입소문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책이었고, 그래서 선물할 곳이 생겼을 때 세트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정작 나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단 아이가 어려서 초등학생용 책(이야기책이 아닌)을 읽을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국사’자체는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이기에 이번 기회를 빌려 이 책을 읽게 되어 나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

‘역사’는 어떻게 보면 참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지루하다. 역사를 어떻게 접했느냐 하는 것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박물관에서도 재미있게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많아서 아이와는 그런 곳에 자주 들리는 편이다. 그렇지만 그런 체험 후에는 언제나 뭔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 도서를 찾아보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기도 한다. 내가 보고 체험한 것을 다시 확인하는 차원에서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기에도 쉽고, 내용도 재미있다. 에피소드들로 묶어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도 많지만 이 책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엄마가 아이에게 편지라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를 전달하고 지식과 정보를 주는 형식이다.

그래서일까? 딱딱한 수업을 듣는다기보다 엄마와 함께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각장과 페이지마다 수록되어 있는 사진과 지도, 그림들은 이해를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한국사편지’가 개정이 되어 다시 나왔다는 것에서도 믿음을 준다. 역사는, 계속해서 바뀐다. 연구가 거듭되고 조사결과가 나오고 새로운 자료를 찾으면서 역사는 바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런 역사책들의 개정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올해 초 선화공주가 미륵사를 창건했다는 설을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있었다. 석탑을 수리하기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나온 사리봉안기에 미륵사를 세운 사람이 ‘백제 왕후 좌평 사택덕적의 딸’이라고 씌어 있어서 미륵사를 세운 사람이 신라의 공주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이는 더 연구되어야 할 것이고, 저자가 지적했듯이 선화공주가 백제의 사람이었으나 후대에 이야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신라 공주로 바뀌었을 수도 있다.(p.131) 이런 사실들을 개정판에 실음으로써 이 책은 개정판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백제의 문화와 기술이 일본에 많이 전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문화적 우월감에 빠지지 않도록 당부하는 것 등은 역사를 바라보는 객관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도 하다. 삼국시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도 가야를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거나 신라가 통일한 것은 삼국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신라와 백제라는 것 등과 같은 이야기는 나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이런 점들이 아닌가 싶다. 역사를 보는 객관적이고 개방적인 시각, 그리고 편안하고 쉬운 말로 정감 있게 쓴 문장들, 큰 사진 자료들, 알기 쉬운 도표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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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4-01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울 아들은 문제집을 푼것도 아니고 그저 역사책을 읽으면서 4급 자격까지 취득을 했어요.
체계적으로 역사 관련서적을 탐독한 결과이기 때문에 대견스러웠습니다.

하양물감 2009-04-02 21:35   좋아요 0 | URL
^^ 그렇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외국인들에게 우리 역사를 설명할 때 어린이용 도서를 많이 참고하는 편입니다.

하늘바람 2009-04-0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참 좋은 듯해요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도 있군요.

하양물감 2009-04-02 21:36   좋아요 0 | URL
한국사능력시험 플랭카드를 며칠전에 봤어요..ㅋㅋ

2009-04-01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야기는 이야기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5
박영만 원작, 안미란 엮음, 오승민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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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이야기]책을 처음 본 아이의 반응, "엄마, 이거 무서워요."

작년만 하더라도 무섭다는 것을 모르던 아이가 24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부쩍 무서움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 책도 보자마자 무섭다고 말하곤, 책을 손에 들려고조차 하지 않는다.

그림책의 그림은 1차적 정보이다. 옛날같으면, 그림책이 아닌 정말 '이야기'로만 들려주었을 테니 무서움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그림책의 그림작가의 생각에는 무서운 그림이 효과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유치원생쯤 되는 아이들, 무서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이라면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터이나 우리집 아이처럼 어린 아이에게는 그림이 무섭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잠자리에서 들려주었더니(책을 읽은 게 아니라 내가 그냥 들려주었다) 반응이 달랐다. 어차피 글자를 모르는 아이라 내가 들려준 이야기가 이 책인줄은 모른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해야 제맛이지. (^^)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가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 남한테는 들려주지 않고 주머니 속에 넣어두기만 하다가, 주머니 속에 갇힌 이야기들이 갑갑해하며 곯려주려고 했으나, 머슴의 기지와 재치로 화를 모면하는 이야기이다. 옛 이야기 속에 '이야기'란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숨어있는 셈이다. 특히 구전동화들이 그러하듯 이야기는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리고 시대를 거치면서 살이 붙기도 하고 내용이 빠지기도 하면서 변화 발전한다. 옛이야기들이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이야기 듣기 좋아하는 아이는, 이야기를 이야기하지 않고 주머니 속에 넣어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야기의 속성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을 벌기만 하고 쓰지 않는 사람을 구두쇠라고 한다. 이는 돈을 아끼고 허투로 쓰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돈은, 세상에 나와 돌고 돌아야 경제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그것을 꽁꽁 숨겨놓고 나만 잘살고자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이야기 역시 그렇다. 이야기를 나누면 즐거움이 배가 되고 그 감동도 커진다. 그런데 자기만 그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고자 하는 것은 옳지 못하는 말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이야기들의 복수는 머슴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하지만, 그대신, 주머니 속에서 나와 이야기로서의 일생을 살게 될 것이다. 혹시 이 이야기를 읽고 이야기가 무서운 아이들에게 한마디!! 이야기는 이야기일뿐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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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솔아는 책을 잘 보나요? 태은이는 새로운 책은 잘 안보려고 해서 걱정이에요

하양물감 2009-03-30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솔이는 새로운 책도 잘 보는 편이에요. 물론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은 몇번이고 읽어달라고 하구요.
 
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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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사랑은, 대학교 1학년 때였다. 그런데 이 책 속의 아이들은 초등학생들이다. 아이들이 조숙해졌다고도 하고, 사춘기도 일찍 온다고 하더니. 등장인물들의 나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를 보며 어느새 내가 기성세대, 그것도 한참 세대 차이를 느끼는 나이가 되었구나 하는 걸 절감한다.

철없는 대학생들만 상대하다 조숙한 초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읽으니 더욱 난감할밖에.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마냥 딴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 건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힘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야기 속의 인물들은 각각의 사랑을 보여준다. 동재의 부모님은 대학 동기로 시작해서 결혼까지 했다가 이혼을 했고, 지금은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엄마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아빠는 재혼을 해서 알콩 달콩 살아가는 중이다. 동재의 부모님은 그간의 일을 겪으면서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지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재혼 후 달라진 아빠의 모습과 더 생기가 생긴 엄마의 모습은 현재 각자의 삶에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잘 적응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런데, 그 사이에서 동재는 아직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직 초등학생인 동재가 이해하고 깨닫기에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이라는 상황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은재 역시 엄마의 재혼으로 새 가정에서 새로운 가족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동재와는 조금 다른 입장이다. 객관적인 사실(동재에게는 두 명의 엄마가 생겼지만 은재에게는 없었던 아빠가 생긴 셈이다)을 떠나서 둘의 성격에서도 차이가 있다. 은재와 같은 상황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들이 은재와 같을 수는 없으니까.

은재는, 은재엄마와 동재아빠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동재와 연아 사이의 메신저도 되어준다. 나이는 한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동재보다 훨씬 어른스럽다. (이맘때 아이들의 특성이기도 하다.)

동재는 첫사랑인 연아 때문에 고민이 많다. 연아가 연예인인 찬혁이와 공식커플이어서 섣불리 마음을 표현할 수도 없고, 친구라곤 민규 하나 밖에 없는 동재에겐 지원군도 없다. 우연히 은재와 연아가 같은 성당에 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은재의 도움으로 찬혁이와 연아 사이에 문제가 생긴 틈을 타 연아와 사귀게 되었다.

그런데 동재와 연아의 교제는 내가 상상하는 초등학생들의 이성교제와는 달랐다. 마치 어른들의 세계를 축소해놓은 듯한 모습에 적잖은 실망을 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정확하게는 그런 모습을 보여 준 어른들이 더 반성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우리 자신이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지 않는 한 아이들만은 그러기를 바라는 것은 모순이다. 그런 점에서 동재아빠가 재혼 후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가 되어주는 모습과, 앞집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세월을 뛰어넘은 사랑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동재는 연아와 비싼(?) 데이트를 하고, 그 데이트 비용을 마련하려고 고심하느라 정작 연아의 마음을 붙잡지 못했다. 동재는 열네 살이 되면서 한층 더 성숙해졌다. 사랑의 아픔도 겪었지만, 그 아픔을 통해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조금은 깨달았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있다. 첫사랑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처음’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렇지만 그 ‘처음’이 있었기 때문에 ‘다음’이 있다. 동재의 첫사랑이 소중한 것은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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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3-30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아주 궁금한 책인데 리뷰가 속속 올라오네요. 음 언제나 볼까나요

하양물감 2009-03-30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걸 인터파크에서 연제되는 걸로 먼저 읽었답니다. 그리고나서 책으로 읽었는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참 잘 그려낸 것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