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데니스 홍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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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성공 이라는 단어를 두고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가치'이다. 어떤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꿈'과 '성공'인가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면 좋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남은 생에 대해서도 생각을 한다. 나는, 내 아이에게 존경받거나 롤모델이 될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함께 떠올린다. 데니스홍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데니스홍보다 더 나의 관심을 끈 인물은 그의 부모님들이다. 구체적으로 나타난 인물은 데니스홍의 아버지인데, 데니스가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 또래 아이의 흔한 장난으로 여기지 않고 창의성을 키우는 하나의 과정으로 여긴 것 같다. 집안의 가전제품을 다 망가뜨리거나, 탁자 유리를 깨뜨려 위험해졌을 때도 그의 부모님들은 그를 야단치기 보다는 다음에는 더 안전하게 해야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물론 데니스의 장난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이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가 아이의 단순장난과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가는 과정을 구별하기란 쉽지는 않다. 나는 주변에서 아이의 행동에 제재를 가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화를 내는 편이다. 아이의 창의적인 발상이라 여기기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행동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임에도 아이편만 드는 부모를 자주 보기 때문이다. 데니스의 부모처럼 아이를 위해 공작대를 마련해주거나 실험도구를 준비해주는 부모를 만나는 기회는 흔치 않다. 나는 데니스가 부모님의 이런 관심과 지지 덕분에 올바르게 성장했다고 믿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데니스홍이 로봇박사로서 인정을 받고,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어떤 로봇을 왜 만드는가하는 데서 찾을 수 있었다. 특히 로봇의 기술을 사용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들고 그가 웨스의 미소를 보면서 느낀 감동은 그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하였다. 로봇은 인간을 대신해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해준다. 그 중에서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자동차를 비롯하여 재난구조용 로봇이라든가 하는 것은, 인류를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데니스홍이 나사에서 연구를 하다가 말았다던 그 로봇기술이 재난구조를 위한 로봇에 적용될 것이라 생각된다.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기술은 또 달라진다.

 

데니스홍이 로봇기술을 오픈소스로 공개를 한 것도 인상적이다. 이것은 그가 학교에서 하고 있는 브레인스토밍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공개하고 토론하고 덧붙이고 빼기를 하다보면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다. 로봇기술을 나만의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부를 축적하기위해 사용한다면, 그는 언제라도 전쟁을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을 위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꾸는 그는 이 기술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것이 그가 가진 가치실현이다.

 

그의 고민처럼 자신이 개발한 기술들이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인류를 위협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그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실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반드시 써야 할 곳에 그 기술을 사용할 것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면 좋을 이야기이자, 롤모델로 충분한 과학자 데니스홍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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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자극 -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3주 혁명
최성우, 김판수 지음 / 예담Friend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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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내 아이의 공부방법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특별히 지적할 것도 특별히 요구할 것도 없을만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불과 3달 정도 전이다. 3달 쯤 전부터 나의 업무에 변화가 생겼고, 아이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학교생활까지 신경 쓸 틈도 없이 내 일에 적응하기 바빴다.

나의 변화는 아의 생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적어도 엄마의 가시거리에 있던 아이가 지금은 오로지 혼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에서 하교하는 시간은 오후 1시. 그때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는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한다. 피아노 갔다가 영어학원까지 다녀오면 오후 4시인데, 예전에는 4시부터는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면, 지금은 그 시간마저도 아이가 혼자서 감당을 해야 한다.

물론 아이는 열심히 생활을 하고 있다. 엄마가 신경쓰지 않도록 혼자서 학원도 다녀오고, 어린이도서관에서 3시간 가까이 시간을 보낸다. 눈 앞에 보이지 않는 아이의 오후 생활을 믿고 맡기기만 해서 될까? 나는 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겨우 9살인데.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는 3주혁명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3주 혁명이라는 말은 조금 과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어쨌든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읽어보았다. 내가 알기에 우리 아이는 학교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고, 특별한 학습을 하지 않지만 힘들어하는 법 없이 잘 해내고 있다. 주변에서는 3학년부터 어려워진다고 겁을 많이 준다. 학습지를 시켜야한다는 둥, 학원을 보내야한다는 둥 말이 많다. 지금 우리 아이는 피아노를 4년째, 영어를 3년째 공부하고 있다. 이 두 과목(?)의 선택은 전적으로 아이의 결정에 따랐고, 그래서인지 열심히 다니고 있고 어느 정도 학습효과도 있는 듯하다. 나는 이것 외에 다른 곳에 보낼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나머지 부분의 부족한 부분을 찾고, 보충하는 일은 나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 없었던 나의 이 생각이 불안해지기 시작한 건, 앞에서 말했듯이 나의 업무의 변화가 생기고 부터이다.

이제는 엄마의 가시거리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에게 자신의 학업과 일상생활을 온전히 믿고 맡겨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소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진정한 힘은 부모와 아이가 학교 공부, 진학, 사회 문제, 일상 생활, 친구, 관심사 등을 놓고 매일 '대화'하는 데에 있다. 부모가 아이를 '이해하는 대화'를 시작하면 아이는 놀랍게 변하기 시작한다. (p.46)
이 책의 저자들은 가장 기본적인 전제를 아이와 부모 간의 대화를 꼽고 있다. 제대로 된 대화를 함으로써 아이는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자기 몫을 해내는 아이로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자기를 가꾸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가능하다. 따라서 어떤 과제가 주어지더라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자기주도성과 학습능력에서도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마음이 행복한 아이, 부모로부터 존중받고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있는 아이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다. 이런 아이가 학습이나 그 밖의 활동에 의욕적인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p.49)
part2에서는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전략들을 소개하고 있다. 읽다보니 이게 반드시 아이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의 목적이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닌, 미래에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는 데 있다는 점을 깨달으면 공부가 깊은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필요한, 또 다른 즐거운 일이 공부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p67~68)
나도 학생때 목적없이 했던 공부에 비해 나의 목표가 설정되고 그를 위해 공부를 시작했을 때 그 집중력과 성과는 엄청 달랐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즐거움이 계속 공부하게 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도. 아이들이 그러한 점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학교 성적에 대한 주위 반응과, 그 반응에 반응하는 아이의 반응때문이다. 아이 스스로 배우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이 책에서는 말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는 당연히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로 자랄 수 밖에 없다.

책에서 전하는 내 아이를 위한 학습코칭 11계명을 살펴보자.
1. 긍정적인 자아 개념을 갖도록 격려하자.
2. 비교하지 말자.
3. 포기하지 말자.
4. 가능성을 인정하자.
5. 선행학습에서 벗어나자.
6. 대화를 많이 하는 부모가 되자.
7. 학습 경험을 많이 갖도록 도와주자.
8. 계획과 목표를 바르게 세우도록 도와주자.
9. 연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10. 책 읽어주는 무보가 되자.
11. 배우는 부모가 되자.

나는 어떤 부모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의 part3와 part4는 직접 실천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이의 성향이나 학습역량,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을 잘 살펴 실천해봄직한 사례들이다. 실제로 아이들이 도출해낸 결과물도 있어서 실제로 적용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 책을 참고로 하여 나와 아이의 관계를 조정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2학기동안 실천을 통해 3학년이 되었을 때는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생각이다. 어쩌면, 내가 일을 더 많이 하게 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의 방법에서 변화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아이에게도 힘든 1년이지만, 앞으로의 남은 인생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책의 내용 중 나의 생각과 반하는 부분도 일부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지금의 나와 내 아이의 상황에 잘 맞는 책이었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도 풀 수 있는 계기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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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9-09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와 오늘은 대화가 잘되어서 행복해하는 반면에, 다음날엔 쌩쌩거리고.....한결 같을수는 없네요. 부모의 뚜렷한 교육관이 중요하지요. 그리고 자기 주도학습은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꼈을때 가능한듯 합니다. 울 중3은 아직도 뭘 해야할지 모르네요.

하양물감 2014-09-10 05:28   좋아요 0 | URL
세실님 오랫만입니다. 잘 지내시죠?
뜻하지않게 일이 바뀌고, 9월말까지는 정신못차리고 지나갈 듯합니다. 10월에는 세실님 서제도 자주 방문할게요^^

저도 9살짜리에게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다만 엄마와 함께 하던 시간을 오롯이 혼자 보내고 있는 아이에게, 뭔가 길잡이는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요^^

 
공부하는 엄마들 - 인문학 초보 주부들을 위한 공부 길잡이
김혜은.홍미영.강은미 지음 / 유유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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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표지를 참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나를 잡아끈 이유는 바로 이 표지 그림에 있기 때문이다.
에드먼드 타벨의 『책 읽는 여자』라는 그림이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책을 산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도, 또 새로운 책을 사는 나는 한때는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나는 책을 읽는 여자인가, 책을 사는 여자인가. 하하. 그래도 인터넷을 보다보면 나처럼, 아니 나보다 더 많이 책을 사고 쌓아두고, 읽지 못했지만 또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그것을 자랑하기 위해, 혹은 장식하기 위해 사지 않는다.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산다. 적어도 읽을 생각이 있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아이들이 책을 잘 읽지 않는다며 어떻게 하면 되냐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때마다 엄마가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조언이고, 또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말한다. 아이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엄마가, 혹은 또다른 양육자가 책을 좋아하고 책읽기를 즐긴다면 아이들도 자연스레 다가오기 마련이다.

눈앞에 책이 있으면, 책을 볼 확률이 높다. 그런데, 아이들 책만 한가득 쌓아놓고, 아이들에게만 읽으라고 한다면 그 어느 아이가 선뜻 책을 향해 손을 뻗을까? 엄마가 책 읽는 모습이 행복해보일 때, 뭔가 신나는 일일 것 같을 때 아이도 따라한다.

『공부하는 엄마들』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번 더 그것을 깨닫는다.

엄마들이다보니 아이들 문제가 우선이 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그에 앞서 내가 행복한 책 읽기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에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엄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인문학 초보 주부를 위한 공부길잡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이다. 인문학 열풍은 이미 이 나라를 뒤덮은지 오래다. 인문학의 위기를 외치던 한국사회가 언제부터 인문학열풍에 휩싸였는지는 모르겠다.

마치 유행처럼 '인문학'이라는 부제를 달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인문학에 열광한다. 그러나 정작 그 열기 속에서 진짜 책을 읽고, 공감하고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는 듯 보인다. 다들 그래야한다는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탓이다.

그래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어럽게만 여겨지는 인문학의 세계로, 해야 하지만 선뜻 실행하기 어려운 책읽기에의 도전을 요구한다. 공부를 시작하고, 점점 변화, 발전하고 있는 세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라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떻냐며 제안한다.

나도 내가 자주 가는 어린이도서관에서 책읽기 모임을 하고 있다. 책 읽기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영역이라 생각했던 적이 있는데, 책읽기 모임을 통해 그 생각을 많이 바꾸었다. 혼자가 어렵다면 자신과 생각이 비슷한 모임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가 참여하는 책읽기모임은 어렵지 않다. 누군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이끌어가기보다 서로가 함께 보조를 맞추어가는 모임이다. 그런 모임을 잘 찾는 것 또한 어렵다. 애써 고전읽기모임에 참여했는데, 다른 참여자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 튕겨나온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임선택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가족독서모임에 대한 예가 나오는데, 시작하기는 어려워도 한번 시작하면 꽤 매력적인 모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아이가 10대를 향해 커가고 있기에 우리가족 책읽기 모임을 해 볼 생각이다. 이제는 내 아이와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설레인다.

이 책은, 인문학 읽기에 도전하고 싶은데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분들께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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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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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린 흑인 소녀들에게는 미래의 삶을 헤쳐 나갈 힘의 뿌리가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미국의 흑인 사회는 아버지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 소녀들로 가득합니다. (p.19)
『연약함의 힘』을 처음 펼쳤을 때 저자의 약력이니 행적을 들여다보지 않고 첫 이야기부터 읽어보았다. 제목에서 말하는 연약함의 힘이란 것이 무엇일까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첫 에피소드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현경이라는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이 점 하나는 마음에 쏙 들었다. 어떤 종교든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그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나는 종교가 없다. 없다고는 하나, 아마도 기본적으로는 토착신앙이나 불교적인 영향을 조금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의지하고 자기들만이 옳다고 외치는 사람을 보면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다양한 종교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저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면 심리적인 문제의 70%는 이미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23)

인간의 진짜 나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숫자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젊어도 두려움에 가득 차 안전한 길, 사회에서 모두 인정하는 길로 가려는 청년들이 있는 반면, 생물학적인 나이는 많아도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늘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노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p.41) 

이 책에서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젊은(?) 나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대수명은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고, 돈을 벌면서 살아갈 시간을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나의 노년은 어떠해야 할까? 그것을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빨리 피었다고 너무 즐거워할 것도, 늦게 핀다고 그리 실망하고 좌절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꽃은 일찍 피고 일찍 지는 만큼, 겨울이 올 때까지 자신을 잘 다스리며 생명을 이어 갈 단단한 열매를 맺는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할지 모릅니다. 반면 겨울 꽃은 제대로 한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일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고요. (...)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태어나려고 하는 '그것'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낳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p.76~77)
우리가 노력하는만큼 그것은 일찍 필 수도, 늦게 필 수도, 그리고 피지 않을수도 있다. 언제 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피었다한들 제 삶을 다하고 죽을지, 피었다 반짝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가 꽃을 피웠다면 축하해줘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한 방송사와의 강연을 준비하면서 이런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5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삶과 종교에 대해, 심리학에 대해 공부한 그녀도 50년이나 걸린 삶의 지혜를 이렇게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우리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모든 세계의 종교가 고통에서 벗어나 풍성한 삶을 누리고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고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그 고통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하여 극복하려 애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p.166)
결국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연약함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과 용기, 관계의 힘. 우리는 이것을 익히 들어와서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가 더 많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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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슨 씨앗일까? 2 샘터 솔방울 인물 15
황병기 외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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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들의 진로교육이 제법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초등 저학년들에게도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직업안내가 나온다. 진로와 직업이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나는, 그 두 가지를 구분하여 아이에게 인식시켜주고자 애를 썼다. 아직은 이해하지 못할 나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장래의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코치한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 2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였다. 어떤 직업을 갖든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돈을 버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가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돈이다.

모대기업의 사원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그들의 근무연수는 다른 이들에 비해 10년 이상 짧다고 한다. 들려오는 풍문에 의하면 일에 치여 가정에 소홀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엇이든 공짜는 없는 법이다. 물론, 적은 돈을 버는 사람도 그들만큼 힘들고 바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쉽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을 해서 돈을 적게 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간에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살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체감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7명의 인물을 다룬다.

 

민항기 기장 신수진, 곤충​박사 원갑재,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도선사 윤병원, 인글디자이너 석금호, 국악인 황병기, 민들레 수사 서영남.

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의 직업은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 책에 실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최초, 개척자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들은 이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을 보여줬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돈'이 아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도, 그렇게 생계유지에만 급급했다면 그 부분 최고의 인물로 소개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민항기 기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수진 씨의 이야기에서
"날씨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승객 중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가까운 비행장에 착륙해야 할지, 술 취한 승객이 난동을 부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기장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면서부터 착륙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신체의 컨디션뿐 아니라 감정까지 잘 조절해서 동료와 승객을 배려하는 프로 중의 프로가 되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가 되고, 나아가 기장이 되려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자세와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p.21) 라는 말이 나온다.​
비행기나 배나, 가정이나 국가나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도선사 윤병원 씨 이야기.
세월호 이후 배와 관련 있는 여러 직업이 도마에 올랐고, 배를 타는 사람들도 각각의 역할에 따라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의 경력을 쌓은 뒤, 총 6천 톤 이상의 선박을 모는 선장으로 5년 이상 근무해야만 도선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항만을 출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직업이다.

 

 

 


현재의 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벅차고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내 눈앞의 일을 하는데 급급하다보면, 누군가는 나를 앞질러 간다. 그걸, 그냥 운이고, 줄이고 back라고만 할 수 있을까?

윤병원 씨도 자신의 시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아껴 사용했다.
필기를 한 노트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렵고 무서워도 도전하는 용기, 그것이 필요하다. 윤병원 씨는 "실패의 원인은 바로 3무(無)입니다. '무관심, 무책임, 무기력'이지요"(p.78)라는
선구자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사진 식자기와 한글자판을 수입해 쓴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을 거듭한 석금호 씨는 자신이라도 한글 글꼴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금속활자본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칭송받는 우리의 한글의 자판을 수입해쓴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지금 우리가 예쁘게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글꼴들이 이러한 한글디자이너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석금호씨는 사업성이 없는 일이지만  "현실적인 조건이나 돈을 먼저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해야 할 일,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되면 묵묵히 해 왔지요."(p93)라고 말한다. 직업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 것인가 하는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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