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씨앗일까? 2 샘터 솔방울 인물 15
황병기 외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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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들의 진로교육이 제법 많이 회자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초등 저학년들에게도 진로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가정통신문을 통해서도 여러가지 직업안내가 나온다. 진로와 직업이 다르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나는, 그 두 가지를 구분하여 아이에게 인식시켜주고자 애를 썼다. 아직은 이해하지 못할 나이지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장래의 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코치한다.

나는 무슨 씨앗일까? 2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하였다. 어떤 직업을 갖든 그 직업을 통해 자신이 어떤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저 돈을 버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물론 현대사회에서 돈을 얼마나 버는가하는 것은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친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돈이다.

모대기업의 사원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많은 월급을 받는다. 그런데 그들의 근무연수는 다른 이들에 비해 10년 이상 짧다고 한다. 들려오는 풍문에 의하면 일에 치여 가정에 소홀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무엇이든 공짜는 없는 법이다. 물론, 적은 돈을 버는 사람도 그들만큼 힘들고 바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쉽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일을 해서 돈을 적게 버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간에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살고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라 체감은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7명의 인물을 다룬다.

 

민항기 기장 신수진, 곤충​박사 원갑재, 한복디자이너 이영희, 도선사 윤병원, 인글디자이너 석금호, 국악인 황병기, 민들레 수사 서영남.

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미래의 직업은 어떻게 변화할 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들이 이 책에 실린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최초, 개척자 등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들은 이 직업을 갖고 일하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있으며, 그 꿈을 이루기위해 어떤 노력과 열정을 보여줬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돈'이 아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시작한 일도, 그렇게 생계유지에만 급급했다면 그 부분 최고의 인물로 소개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민항기 기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수진 씨의 이야기에서
"날씨나 돌발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지, 승객 중에 응급환자가 생기면 가까운 비행장에 착륙해야 할지, 술 취한 승객이 난동을 부릴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기장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 최종적으로 판단을 내리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하면서부터 착륙하는 순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신체의 컨디션뿐 아니라 감정까지 잘 조절해서 동료와 승객을 배려하는 프로 중의 프로가 되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조종사가 되고, 나아가 기장이 되려면 맡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자세와 목표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p.21) 라는 말이 나온다.​
비행기나 배나, 가정이나 국가나 다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갔던 도선사 윤병원 씨 이야기.
세월호 이후 배와 관련 있는 여러 직업이 도마에 올랐고, 배를 타는 사람들도 각각의 역할에 따라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3등 항해사, 2등 항해사, 1등 항해사의 경력을 쌓은 뒤, 총 6천 톤 이상의 선박을 모는 선장으로 5년 이상 근무해야만 도선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대형 선박이 안전하게 항만을 출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직업이다.

 

 

 


현재의 일에 소홀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 사람들은 지금 하는 일만으로도 벅차고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한다. 내 눈앞의 일을 하는데 급급하다보면, 누군가는 나를 앞질러 간다. 그걸, 그냥 운이고, 줄이고 back라고만 할 수 있을까?

윤병원 씨도 자신의 시간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위해 아껴 사용했다.
필기를 한 노트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를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어렵고 무서워도 도전하는 용기, 그것이 필요하다. 윤병원 씨는 "실패의 원인은 바로 3무(無)입니다. '무관심, 무책임, 무기력'이지요"(p.78)라는
선구자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사진 식자기와 한글자판을 수입해 쓴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을 거듭한 석금호 씨는 자신이라도 한글 글꼴을 개발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금속활자본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칭송받는 우리의 한글의 자판을 수입해쓴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지금 우리가 예쁘게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글꼴들이 이러한 한글디자이너들의 노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석금호씨는 사업성이 없는 일이지만  "현실적인 조건이나 돈을 먼저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해야 할 일,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되면 묵묵히 해 왔지요."(p93)라고 말한다. 직업이 아니라, 어떤 가치를 실현하며 살 것인가 하는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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