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함의 힘 - 현경 마음 살림 에세이
현경 지음, 박방영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아버지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어린 흑인 소녀들에게는 미래의 삶을 헤쳐 나갈 힘의 뿌리가 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현재 미국의 흑인 사회는 아버지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지 못한 소녀들로 가득합니다. (p.19)
『연약함의 힘』을 처음 펼쳤을 때 저자의 약력이니 행적을 들여다보지 않고 첫 이야기부터 읽어보았다. 제목에서 말하는 연약함의 힘이란 것이 무엇일까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첫 에피소드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사랑'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현경이라는 저자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지만, 적어도 이 점 하나는 마음에 쏙 들었다. 어떤 종교든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 그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이상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나는 종교가 없다. 없다고는 하나, 아마도 기본적으로는 토착신앙이나 불교적인 영향을 조금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종교에 대해 지나치게 의지하고 자기들만이 옳다고 외치는 사람을 보면 거부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일까, 저자가 다양한 종교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저 가만히 응시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키우면 심리적인 문제의 70%는 이미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23)

인간의 진짜 나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물학적 숫자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자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젊어도 두려움에 가득 차 안전한 길, 사회에서 모두 인정하는 길로 가려는 청년들이 있는 반면, 생물학적인 나이는 많아도 호기심과 희망에 가득 차 늘 새로운 길을 걸어가는 노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p.41) 

이 책에서는 노년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글들이 많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지금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젊은(?) 나는 앞으로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가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대수명은 엄청나게 늘어나 버렸고, 돈을 벌면서 살아갈 시간을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나의 노년은 어떠해야 할까? 그것을 고민하게 만든 책이었다.

빨리 피었다고 너무 즐거워할 것도, 늦게 핀다고 그리 실망하고 좌절할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봄꽃은 일찍 피고 일찍 지는 만큼, 겨울이 올 때까지 자신을 잘 다스리며 생명을 이어 갈 단단한 열매를 맺는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할지 모릅니다. 반면 겨울 꽃은 제대로 한번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과 함께 일생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고요. (...)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태어나려고 하는 '그것'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낳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p.76~77)
우리가 노력하는만큼 그것은 일찍 필 수도, 늦게 필 수도, 그리고 피지 않을수도 있다. 언제 필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피었다한들 제 삶을 다하고 죽을지, 피었다 반짝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누군가가 꽃을 피웠다면 축하해줘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한 방송사와의 강연을 준비하면서 이런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다.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5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치열하게 공부하고 삶과 종교에 대해, 심리학에 대해 공부한 그녀도 50년이나 걸린 삶의 지혜를 이렇게 책을 통해 접하게 되는 우리는 행운일지도 모른다. 모든 세계의 종교가 고통에서 벗어나 풍성한 삶을 누리고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려고 한다고 한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그 고통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을 파악하여 극복하려 애써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연약함의 힘이란 무엇일까?

자기 내면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힘, 참 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공감할 수 있는 힘, 진실대로 살기 위해 모험할 수 있는 힘, 모험에 동반되는 불안과 두려움을 견뎌 내는 힘, 자신이 원하는 것과 남이 원하는 것이 상충될 때 관계의 성장을 위해 균형 있게 양보하고 타협할 수 있는 힘 (p.166)
결국은 현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연약함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과 용기, 관계의 힘. 우리는 이것을 익히 들어와서 알지만 스스로 실천하고 있지는 않다. 앞으로는 이러한 가치가 더 많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