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을 나갔습니다 소원어린이책 14
신은영 지음, 히쩌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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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4학년이 된 초록이다. 새학기 첫날, 아는 애가 있기를 바라면서 들어선 교실에서 혼자임을 알고 실망을 한다. 친한 아이들끼리 한반이 된 아이들은 어느새 무리를 만들어서 웃고 떠드는데, 초록이는 걱정이다. 작년에도 한반이었던 새리, 지애, 하린이 삼총사가 초록이에게 먼저 인사를 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그날 초록이는 갑자기 배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던 새리를 도와주게 되고, 그들 삼총사의 단톡방에 초대된다. 여기까지 읽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단톡방에 초대되고 초대되지 못하는 것도 꽤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다녔고, 어지간해선 그 무리는 잘 바뀌지 않았었다. 그래도 몸으로 노는 일이 많다보니 운동장에서 놀다 보면 무리가 있어도 같이 어울리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다시 무리가 자연스레 바뀌기도 했었다.

초록이는 단톡방에 초대받아 함께 어울리게 된 친구들과 암호도 정하고, 자기들만의 비밀을 공유하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새리는 이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주도적인 친구로 발표도 도맡아하고 체육시간에도 두각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초록이가 발표를 했는데 칭찬을 받고, 체육시간에도 우연이지만 초록이가 피구에서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새리와 어색해진다.

단톡방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던 친구와 어색해지면 어떻게 할까? 친구들 사이를 쥐락펴락 하던 새리는 초록이를 모함하게 되고 결국에는 초록이를 남겨둔 채 단톡방을 모두 나와버린다. 현실 세계에서도 따돌리면서 투명인간 취급하듯, 단톡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클 것 같다. 초록이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화들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초록이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새리 같은 아이는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 중심으로 생활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단톡방의 짧은 글로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일러스트로 상황을 그려내어 긴 글 읽기에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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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삶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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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읽은 후 연이어 로스킹이 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김지윤 박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브루넬레스키의 돔>이지만,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이다."(p.5)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흡입력이 있었다면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한템포 쉬어가며 읽어야 했던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이 좀더 시대상과 동시대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치,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년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미켈란젤로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이어 이 책을 읽게 되어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에는 70여 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책의 가운데 쯤에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천장화의 일부 일부가 책의 내용과 함께 실려 있으면 더 좋을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책장을 들추어가며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점은 아쉬운 점이다.

미켈란젤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섬세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보여주는 「피에타」와 남자의 누드로 거인의 힘을 보여 준 「다비드」가 아닐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감명받은 교황 율리우스는 영묘 작업을 맡기게 된다. 그런데 성베드로 대성당의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돌연 영묘 작업을 중단시켜 버린다. 영묘 작업을 위해 대리석을 주문하고 작업 준비를 하던 미켈란젤로로서는 화물운송비를 지불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교황은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한다. 지금까지 문전박대를 당한 적 없던 미켈란젤로로서는 공방 물건을 전부 팔아버리고 로마를 탈출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폭군으로 통했다. 그런 교황의 거듭된 명령에도 불구하고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장을 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영묘 제작을 단념한 것이 브라만테의 계략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자신의 야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명성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p.23) 미켈란젤로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의 프레스코를 맡긴것이다.

콘디비와 바사리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미켈란젤로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특정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했다. 그래서 브라만테 같은 질투심에 찬 경쟁자들이 온갖 책동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이 조각가가 미술의 최고봉을 정복한 것처럼 기술했다. (p.29)

브라만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절친한 친구이다. 로마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일신하기 위해 율리우스 2세는 브라만테에게 큰 건물과 기념물을 많이 세우라고 하였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지반 침하로 천장의 균열이 생겼는데, 교황과 브라만테의 대화를 로셀리라는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전달한다. 교황이 시스테나 예배당의 천장 프레스코를 맡기려고 하는데 브라만테가 미켈란젤로는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다빈치의 그림 대결 이후 미켈란젤로의 「카시나 전투」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은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프레스코를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한것이다. 그러나 브라만테는 미켈란젤로가 미술 경험이 없고, 프레스토 기술에 무지하며, 고난도의 기술인 단축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로사리의 편지를 읽고 브라만테가 자신을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는 부친, 형제들, 고모와 삼촌 등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형제들은 4명이었다. 가족들은 미켈란젤로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기보다는 늘 골칫거리였다.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미켈란젤로였다. 미켈란젤로는 파비아의 추기경 프란체스코 알리도시의 도움을 받아 다시 로마로 돌아간다. 로마로 갈 때 미켈란젤로는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써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이 다치거나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황은 천장 프레스코 도안의 기본 지침을 자신이 직접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정한 대강의 도안에 맞추어 세부 도안을 하였다. 미켈란젤로의 비망록에 알리도시 추기경이 정한 도건과 합의대로 작업했다는 구절이 있어서 추기경도 도안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미술가들에게서 미술시장이나 의뢰자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을 빚어내는 일은 한 세기나 지나야 가능해졌다. 주문자의 요구에 그대로 따른 작품을 만들었다.

브루넬레스키가 로렌초 기베르티와 끊임없이 대결을 벌인 것처럼 미켈란젤로도 그랬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다빈치와의 경쟁은 익히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미켈란젤로를 경계했으나 라파엘로에게는 자신의 다수 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절친인 브라만테와 이 젊은 미술가가 친했기 때문이다. 라파엘로의 프레스코는 대부분 라파엘로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여유롭고 사교적인 라파엘로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프레스코를 한 반면 고독하고 과묵한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오히려 말 많은 조수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을 수정하면서 펜시에로소 또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고독한 철학자를 그렸다. 라파엘로가 아테네학당에서 지식 전달 집단으로 표현한 사제 집단에서 바끝으로 밀려난 소수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그린 것이다. 이 인물화의 코가 펑퍼짐하게 그려져서 많은 이들이 헤라클레이토스의 모델이 미켈란젤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파엘로가 이 철학자에 미켈란젤로의 외모적 특징을 부여한 것은 만물유전의 세계관 때문이 아니라 심술궂은 성미와 경멸감 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1511년 당시의 로마인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은 아름답고, 미켈란젤로의 것은 숭고했다.(p.336)

이 책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서 미켈란젤로가 그릴 때 어떤 상황이었을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그렸을지를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시간의 때가 묻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를 복원한 것이 1989년 12월이다. 복원을 통해 제작 당시의 색감이나 후대에 덧칠되어 사라지거나 수정된 그림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프레스코 과정에서 미켈란젤로가 조수진을 이끈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조수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복원된 그림이 후대 사람들의 상상으로 덧붙여진 신화(미켈란젤로가 홀로 누워서 천장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를 수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실물 천장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장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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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큰둥이 고양이 -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3월 추천 그림책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11
소피 블랙올 지음, 김서정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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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 참 사연 많은 뒷모습처럼 느껴졌다. 아니 저 시크한 뒷모습의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칼데콧상을 2번이나 수상한 소피 블랙올 작가의 그림책으로 아이의 마음과 고양이의 변화를 잘 나타낸 그림책이다.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른 지 427일(우와 1년 넘게 졸랐네요) 되는 날, 드디어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진다. 단, 조건들이 어마무시하다. 밥도 줘야 하고, 화장실도 치워야 한다. 자기 방 청소도 해야 하고, 할머니에게 메일도 써야한다. 거기다가 하루에 이십 분씩 책도 읽어야 한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책 읽기'가 걱정이다. 나는 책을 큰 소리로 천천히 읽어야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읽으면 아이들이 쳐다보며 웃는다. 그러니 책 읽기가 엄청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얼른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왜냐하면 그만큼 고양이를 키우고 싶고, 언제 엄마 아빠 마음이 변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집에서 동물을 키우자고 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대표적인 게 강아지나 고양이 일 것이고, 또 소라게나 햄스터 같은 동물도 제법 많이 키웠던 것 같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마당 있는 집이라면 그나마 선택의 폭은 넓어지기도 하지만. 어쨌든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아이를 하나 더 키우는 것과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엄마는, 고양이를 비우기 위해서 나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다. 그곳에는 백만 마리 고양이가 있었다. 모두 다 데리고 가고 싶은 고양이었지만 나는 그 중에서 '푸키'라는 이름의 고양이를 선택한다. 푸키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 '맥스'라고 지어준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유기묘 보호소에 간 것도 참 의미가 크다. 생명에 대한 소중함, 그리고 동물을 키울 때 가져야 할 책임감 등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맥스는 우리집에 온 뒤로 나의 보살핌을 받지만, 친구들 고양이처럼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가족들도 애써가며 도와주지만 맥스는 뭘해도 시큰둥할 뿐이다.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그래도 나는 맥스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보호소에서 선생님이 왔을 때 나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맥스에게 책을 읽어준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큰 소리로.

그게 내가 아는 유일한 책 읽기 방법이니까.

맥스는 날 쳐다봤지만, 웃지는 않았다.



그러나...그 다음은.... 대성공이었다.


작가는 그림책 말미에 '북 버디스'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펜실베니아주 벅스 카운티 동물구조연합에서 읽기 연습을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보호소 고양이들 앞에서 책을 읽게 했다는 것이다. 동물 복지와 읽기 교육을 연계하여 시행한 결과 아이들은 편안하게 읽기 연습을 하였고 고양이들도 아이들과 유대 관계를 맺으며 차분해졌다고 한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에서도 이런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도한 적이 있다. 생물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서 인형에게 읽어주기를 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읽기 연습을 하는 동안 비웃거나 놀리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세라고 해야 할까? 마음가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유기묘 보호소에 맡겨진 수백만 마리의 고양이들이 모두 행복한 가정에 입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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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2-24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소피블랙올 책 몇권 있는데 좋아서, 이 책도 사려고 담아놨어요. 하양물감님 리뷰 보니 역시 사야겠네요^^

하양물감 2022-02-24 19:47   좋아요 1 | URL
정말 시크하지 않아요?
우리 고양이는 벽만 바라본다. ^^;

내용도 의미도 다 좋았던 것 같아요.
 
브루넬레스키의 돔 - 피렌체 <산타마리아 대성당> 이야기
로스 킹 지음, 김지윤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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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쯤 전, 딸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면 한 달 정도 유럽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적금도 들고 짧은 시간 동안 알찬 경험을 하기 위해 자료 조사도 꽤 했었다. 예정대로였다면 지난 여름 방학 혹은 이번 겨울 방학을 이용해 유럽 여행을 하였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팬데믹이 선언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또다시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가 되겠지.



얼마 전에 이 책을 소개받았다. 낯익은 소재와 내용이다 싶었는데 재출간된 책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잘 몰라도 산타마리아 대성당의 돔은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천재 예술가들 속에서 브루넬레스키의 이름을 찾아 기억하기에는 좀 낯설기는 하다. 기억하기 어려운 이름이기도 하고 '건축가'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의 서두에서 두오모 성당 사업단이 설계안을 정하는 당시의 상황이 나온다. 당시에는 기념비적인 건물을 세울 때엔 건축가들 사이에 경쟁을 붙이는 것이 관행이었다고 한다. 설계도보다 더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는 모형을 제작하곤 했는데, 건축주나 심사단은 모형을 보고 완성된 건물을 상상할 수 있었다. 중세의 건축가들을 가장 괴롭힌 것이 건축물의 안정성 문제였다. 완성되자마자 폭삭 주저앉거나, 공사 도중에 무너져 내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피사와 볼로냐의 종탑은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버렸다. 사실, 현대의 건축에서도 이런 문제는 일어난다. 얼마전 외벽이 무너져내려 인명피해를 일으킨 아파트 공사며,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보강공사를 한 아파트가 지척에 있다. 과학 기술과 건축 기술이 과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안전'에 관한 걱정이 존재한다.



이 시기 피렌체에서는 시민 투표를 거쳐 설계안을 결정했다. 시민투표는 민주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기도 했지만, 만일의 경우 사업단이 전체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기도 하였다. 그렇게해서 결정된 네리의 돔 모형은 하나의 돔이 또 다른 돔을 감싸는 이중 구조였으며, 네개의 원통형 궁륭이 맞물려서 팔각형을 이루는 복잡한 디자인이었다. 이것에 피렌체 사람들은 감탄하였고, 모형과 똑같은 모습으로 성당을 완성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래서 산타마리아 대성당 돔 설계에 대한 공모가 발표되었을 때 십여 개나 되는 모형이 접수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과감하게 모형을 제작한 이는 금세공사이자 시계공이었던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였다.




브루넬레스키는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 공모전으로 이름을 알렸다. 1400년 여름 흑사병으로 만 이천명에 달하는 피렌테 시민이 목숨을 잃었고, 피렌체의 모든 아기들이 세례를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가장 성스러운 장소였던 산 조반니 세례당의 청동문을 새로 달아서 신의 노여움을 가라앉히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필리포 브루넬레스키와 로렌초 기베르티의 라이벌전이 이때부터 시작된다. 로렌초는 되도록 많은 이에게 조언을 수렴하면서 문제에 접근하였는데 공교롭게도 심사위원에 소속된 이들이 많았다. 브루넬레스키는 홀로 일하는 스타일이었다. 발명품이나 건축 모형을 만들 때도 누군가가 자기 설계도를 훔치거나 엉망으로 만들까봐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두 사람의 장식판은 바르젤르 국립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청동문 공모에서 손을 뗀 브루넬레스키는 로마로 떠났다. 도나텔로와 함께 고대 로마의 유적지를 다니면서 발굴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도나텔로조차도 그가 왜 발굴작업을 하는 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안토니오 마네티는 브루넬레스키가 고대 로마의 유적을 연구하고 있었으며 크기와 비율을 공부했다고 주장한다. 청동문 공모에서는 손을 뗐지만, 대성당의 돔 설계는 그의 건축학적 흥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많은 로마 유적 중 브루넬레스키가 특히 주의 깊게 본 것은 판테온이었다.




브루넬레스키는 1418년 선원근법의 원리를 발견한 실험으로 꽤 유명인사가 된다. 판테온이나 콜로세움 같은 웅장한 건물은 원근법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할 수 있다. 브루넬레스키는 로마 유적을 조사하면서 측량 기술과 관련이 있는 원근법 소묘를 통해 당시의 첨단 측량 기술을 회화에 적용하였다고 한다. 그는 원근법을 활용할 그림의 대상으로 산 조반디 대성당을 선택한다.




그리고 1418년 성당 건축 사업단은 모든 응모작에게 '호의적이고 공정한 심사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장담했지만 브루넬레스키의 설계안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적대감이나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 이유는 훨씬 혁신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공모자들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중심틀 문제에 접근했기 때문이었다.




첨단 기술과 창의적인 방법을 중요시하는 현대에도 남과 다른 방법, 남과 다른 생각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일이 없지않다. 당시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었을뿐 아니라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 브루넬레스키에게 호감을 표시할 심사위원은 당연히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 창의적인 발상이 난제를 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다르게 하는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접근법을 차단하고자 방해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새로운 발견과 발명은 기존의 것을 뛰어넘는 혁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우리는 오래전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라이벌'에 대해서도 한번더 생각하게 되었다. 때마침 동계올림픽 중계를 함께 보고 있던 터라 더 실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랜 기간 숙명의 라이벌로 대결을 벌였던 스포츠 선수들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성장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브루넬레스키와 로렌초 기베르티는 건축장으로 임명되어 또 다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다.




이 책은 브루넬레스키의 일대기와 돔 건축에 얽힌 일화들을 설명하면서 당시의 역사적 상황, 그리고 성당 건축을 비롯하여 각종 공사에 참여하였던 이름 없이 사라져간 인부들에 대해서도 언급을 한다. 설계도를 그리고 공사를 지휘하는 건축장의 능력만으로 그 큰 공사를 이루어낼 수는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 공사를 하고 돔을 쌓아올렸던 이들이 노력이 없었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일이다.




브루넬레스키는 공사에 필요한 기계들도 제작을 한다. 이 기계들 역시 공모를 통해 제작되었는데, 이 외에도 팔각형 돔의 벽 안에 둥그런 골격을 만들어넣는 공학 기술을 이용하기도 한다. 단테가 신곡에서 동그라미 위에 또 다른 동그라미라는 말로 천당을 묘사했듯이 브루넬레스키는 천당을 기하학적 관점에서 정확히 구현하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브루넬레스키의 아홉개의 동그라미는 단테의 지옥을 연상시키기도 했다고 전한다.




한권의 책을 읽으면서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그의 라이벌이었던 로렌초 기베르티, 그리고 당시의 공학 기술과 예술을 대하는 피렌체인들의 태도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건축적 관심이 크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교양 다큐멘터리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이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유럽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돔을 직접 눈으로 올려볼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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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 행복의 정복 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84
버트런드 러셀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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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으로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많은 남녀 중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 불행의 실상을 잘 알게 되고, 그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확실히 있을 거라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이 책을 쓴 나의 노력에 인도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러셀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 의해서 확인된 '행복의 비결'을 소개한다. 제1장에서는 '불행의 원인'을, 제2장에서는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를 다룬다. 러셀은 불행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자기를 찬미하고 남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권력욕

성공한 정치가가 잇달아 실각하는 원인은 사회 자체와 자신이 내세우는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졌기 때문이다. 권력애 자체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적당한 정도의 권력은 행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되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혀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오늘날에는 무슨 일이든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빠져 기분전환과 망각에 빠져 쾌락에 몰두하게 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며 '망각'외의 모든 희망을 포기해버린다. 러셀이 이 글을 썼을 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2. 염세적인 생각(바이런적 불행)

언제나 미래에만 희망을 걸고 현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러셀은 인생을 남녀 주인공들이 큰 불행을 뛰어넘어 해피엔드로 끝나는 멜로드라마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3. 경쟁

인생의 즐거움을 가장 방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경쟁'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때의 경쟁은 먹고 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경쟁을 말한다.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잘못하면 이웃 앞에서 으시댈 것이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미국인은 안전한 투자로 4퍼센트의 이윤을 벌기 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단기간에 8퍼센트를 벌려고 한다. 그 결과 대개 돈을 몽땅 잃어버린다. 또 걱정과 초조가 끊일 새 없다. 내가 돈에서 얻고 싶어하는 것은 안정된 한가로움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현대인이 바라는 것은 더 많은 돈이다. 그것도 과시와 화려함으로 지금까지 동등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려는 생각에서이다."(p.155)

경쟁하여 성공하는 것을 행복의 원천으로 삼고 지나치게 강조하면 고통의 원인이 된다. 언제나 남과 경쟁하는 마음은 습관이 되어 경쟁이 필요없는 세계에까지 침투한다. 책을 읽는 것은 두 가지의 동기가 있는데 하나는 그것을 즐기는 일이고 하나는 그것을 자랑하는 일이다. 뜨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4. 권태와 자극

권태는 인간 행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정이다. 권태는 현재의 환경과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환경을 서로 비교하는 데서 발생한다. 또는 우리가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때, 어떤 일에 대한 의욕이 억압될 때, 발생한다.

자극이 너무 적으면 병적인 갈망을 일으키고, 너무 많으면 지치게 된다. 그러므로 권태를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명작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지루한 대목은 있다.(p.164) 단조로운 생활을 어느 정도 참고 살아가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 자극이란 마약과 같아서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어린이는 묘목과 같아서 한 곳에 조용히 놔둘 때 잘 자란다. 권태를 참아내지 못하는 세대는 보잘 것 없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복한 생활이란 조용한 가운데서만 맛볼 수 있고 진정한 기쁨도 마찬가지다.

5. 피로

피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행복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피로도 있다. 현대의 문명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피로는 신경의 피로이다. 이 신경의 피로는 육체적 피로와는 다르게 부유층이나 실업가, 정신노동자들에게서 훨씬 많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경을 혹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밤낮으로 피로를 겪어야 하기 때문에 술의 힘을 빌리거나 약에 의지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인식될 때 걱정은 소멸된다. 신경쇠약에 걸리는 징조 중에 하나는 자기가 맡은 일이 매우 중요하며 자기가 쉬게 되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데서 탖아온다. 고민은 공포의 한 형식인데, 여러 가지 공포에서 피로가 발생한다. 따라서 용기가 많아지면 고민도 적어지고 피로도 줄어든다. 흔히 피로때문에 자극을 즐긴다. 우리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쾌락은 대체로 신경을 피로하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6. 질투

불행의 가장 커다란 원인 중 하나이다. 인간성의 모든 특질 가운데 질투가 가장 불행하다. 질투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기쁨을 맛보지 못해도 좋으니 남에게 고통을 맛보게 하려고 한다.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증대시키고 싶은 사람은 찬미의 감정을 증진시켜 질투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p.178)

무엇이나 남의 것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습관은 치명적인 악습이다. 자기에게는 자기가 사는 방법,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p.179) 러셀은 우리가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눈앞에 놓인 즐거움을 즐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7. 죄의식

죄의식은 어른이 되어 경험하는 불행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p.185) 죄의식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갖게 한다. 인간은 열등감을 가졌을 때 자기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에게 적의를 품기 쉽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칭찬하기는 어렵지만 미워하기는 쉽다. 그래서 점점 더 자신을 고립시키게 된다. 남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대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훌륭한 행복의 원천이 된다.

8. 피해망상증

피해망상증이 극단에 이르면 정신 이상이 된다. 피해망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9. 여론에 대한 공포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사회생활에서 자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찬성해주지 않으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러셀은 이러한 불행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행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읽고 쓸 수 있는 지식인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p.215) 행복의 비결은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되도록이면 넓히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1. 열의

흥미를 갖는 일이 많을수록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운명에 맡기는 일이 그만큼 적어진다. 내부에만 주의를 돌리고 있는 사람은 그의 관심을 끌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도 발경하지 못한다. 외부에 주의를 돌리고 있는 사람은 어쩌다가 자기의 영혼을 살펴볼 기회를 얻었을 때, 그 내부에 최고로 흥미있는 온갖 요소가 분류되어 재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p.228)

인생에 대해 열의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이점이 많다. 불쾌한 경험이라도 그에게는 도움이 된다. 열의를 방해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운이 좋다면 일 자체에서 흥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은 가질 필요가 있다.

2. 애정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다른 무엇보다 열의를 촉발한다. 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자신감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애정을 충분히 받는 데서 비롯된다.

3. 가족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부모에 대한 자식의 애정은 행복의 최대 원천이 될 수 있다. 부유한 계급의 여성들은 직업의 문이 열리고 하녀 제도가 붕괴됨에 따라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식이나 손자를 낳고 그들을 자연적으로 사랑하는 남녀에게는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미래가 중요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양쪽 다 만족할만한 것이라야 한다. 부모는 옛날보다 자식한테서 기쁨을 얻는 일이 적어졌고 자식은 부모 밑에서 고통을 받는 일이 훨씬 적어졌다. 어른들의 자신 없는 불안한 태도는 어린이들에게 불안을 야기시키므로 자식을 대할 때는 조심성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p.255) 처음부터 부모는 자식의 인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결혼이나 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4. 일

대부분의 일에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사소하지만 야심을 펼칠 수 있는 출구가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 일을 즐가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 데는 기술과 건설이라는 요소가 있다.

5. 일반적인 관심사

일과 직결되어 있는 관심사는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관심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로와 신경의 긴장은 불행의 원인이다. 피로해질수록 외부로 향하는 흥미가 줄어들고 흥미가 줄어들면 그것이 주는 위로를 못 느끼게 되어 더욱 피로해진다. 행복을 현명하게 추구하는 사람은 생활의 중심이 되는 관심사 외에도 다양하고 부차적인 관심사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6. 노력과 단념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운명에 맡기는 것이다. 중요한 업적을 달성하고자 하다가 실패를 겪은 사람은 절망으로 체념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한번 그런 일을 경험하면 일체으 소중한 활동을 포기해버린다.

러셀은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을 자기 자신의 내부를 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외부를 향하여 움직이게 하라고 한다. 즉 자기에게 얽매이지 않고 애정과 흥미를 넓게 가진 인간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통해 불행의 원인을 제거하고 행복해지는 법을 이야기한다. 불행을 야기하는 요소들은 넘어서지 못할 벽이 아니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1930년에 출간한 '행복의 정복'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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