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란 무엇인가 / 행복의 정복 동서문화사 세계사상전집 84
버트런드 러셀 지음, 정광섭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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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으로 괴로워하고 고민하는 많은 남녀 중에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 불행의 실상을 잘 알게 되고, 그 불행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확실히 있을 거라고.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세상의 많은 불행한 사람들이 이 책을 쓴 나의 노력에 인도되어 행복해질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러셀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에 의해서 확인된 '행복의 비결'을 소개한다. 제1장에서는 '불행의 원인'을, 제2장에서는 '행복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를 다룬다. 러셀은 불행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자기를 찬미하고 남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권력욕

성공한 정치가가 잇달아 실각하는 원인은 사회 자체와 자신이 내세우는 정책에 관심을 두지 않고 자아도취에 빠졌기 때문이다. 권력애 자체는 비난 받을 일이 아니다. 적당한 정도의 권력은 행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 되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장벽에 부딪혀서 사람을 불행하게 만든다. 오늘날에는 무슨 일이든 잘 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에 빠져 기분전환과 망각에 빠져 쾌락에 몰두하게 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개탄하며 '망각'외의 모든 희망을 포기해버린다. 러셀이 이 글을 썼을 때와 지금이 별반 다르지 않다.

2. 염세적인 생각(바이런적 불행)

언제나 미래에만 희망을 걸고 현재를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좋지 않다. 러셀은 인생을 남녀 주인공들이 큰 불행을 뛰어넘어 해피엔드로 끝나는 멜로드라마 같은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3. 경쟁

인생의 즐거움을 가장 방해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경쟁'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때의 경쟁은 먹고 살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경쟁을 말한다. 경쟁을 하고 있을 때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잘못하면 이웃 앞에서 으시댈 것이 없게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거의 모든 미국인은 안전한 투자로 4퍼센트의 이윤을 벌기 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단기간에 8퍼센트를 벌려고 한다. 그 결과 대개 돈을 몽땅 잃어버린다. 또 걱정과 초조가 끊일 새 없다. 내가 돈에서 얻고 싶어하는 것은 안정된 한가로움이다. 그런데 전형적인 현대인이 바라는 것은 더 많은 돈이다. 그것도 과시와 화려함으로 지금까지 동등한 위치에 있던 사람들을 새파랗게 질리게 만들려는 생각에서이다."(p.155)

경쟁하여 성공하는 것을 행복의 원천으로 삼고 지나치게 강조하면 고통의 원인이 된다. 언제나 남과 경쟁하는 마음은 습관이 되어 경쟁이 필요없는 세계에까지 침투한다. 책을 읽는 것은 두 가지의 동기가 있는데 하나는 그것을 즐기는 일이고 하나는 그것을 자랑하는 일이다. 뜨끔한 말이 아닐 수 없다.

4. 권태와 자극

권태는 인간 행동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인간만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감정이다. 권태는 현재의 환경과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환경을 서로 비교하는 데서 발생한다. 또는 우리가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할 때, 어떤 일에 대한 의욕이 억압될 때, 발생한다.

자극이 너무 적으면 병적인 갈망을 일으키고, 너무 많으면 지치게 된다. 그러므로 권태를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아무리 명작이라 할지라도 반드시 지루한 대목은 있다.(p.164) 단조로운 생활을 어느 정도 참고 살아가는 능력을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 자극이란 마약과 같아서 날이 갈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어린이는 묘목과 같아서 한 곳에 조용히 놔둘 때 잘 자란다. 권태를 참아내지 못하는 세대는 보잘 것 없는 세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행복한 생활이란 조용한 가운데서만 맛볼 수 있고 진정한 기쁨도 마찬가지다.

5. 피로

피로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행복에 커다란 장애가 되는 피로도 있다. 현대의 문명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피로는 신경의 피로이다. 이 신경의 피로는 육체적 피로와는 다르게 부유층이나 실업가, 정신노동자들에게서 훨씬 많다.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신경을 혹사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밤낮으로 피로를 겪어야 하기 때문에 술의 힘을 빌리거나 약에 의지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인식될 때 걱정은 소멸된다. 신경쇠약에 걸리는 징조 중에 하나는 자기가 맡은 일이 매우 중요하며 자기가 쉬게 되면 큰일난다고 생각하는데서 탖아온다. 고민은 공포의 한 형식인데, 여러 가지 공포에서 피로가 발생한다. 따라서 용기가 많아지면 고민도 적어지고 피로도 줄어든다. 흔히 피로때문에 자극을 즐긴다. 우리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쾌락은 대체로 신경을 피로하게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6. 질투

불행의 가장 커다란 원인 중 하나이다. 인간성의 모든 특질 가운데 질투가 가장 불행하다. 질투하는 사람은 자기가 가진 것으로 기쁨을 맛보지 못해도 좋으니 남에게 고통을 맛보게 하려고 한다. 인간으로서의 행복을 증대시키고 싶은 사람은 찬미의 감정을 증진시켜 질투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p.178)

무엇이나 남의 것과 비교해서 생각하는 습관은 치명적인 악습이다. 자기에게는 자기가 사는 방법, 자기 나름대로의 인생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p.179) 러셀은 우리가 질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눈앞에 놓인 즐거움을 즐기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7. 죄의식

죄의식은 어른이 되어 경험하는 불행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가장 중요한 심리적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p.185) 죄의식은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고, 열등감을 갖게 한다. 인간은 열등감을 가졌을 때 자기보다 뛰어나 보이는 사람에게 적의를 품기 쉽다. 자기보다 뛰어난 사람을 칭찬하기는 어렵지만 미워하기는 쉽다. 그래서 점점 더 자신을 고립시키게 된다. 남에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는 것은 상대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훌륭한 행복의 원천이 된다.

8. 피해망상증

피해망상증이 극단에 이르면 정신 이상이 된다. 피해망상은 언제나 자기 자신을 과대 평가하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

9. 여론에 대한 공포

자기가 살아가는 방식이나 세상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사회생활에서 자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찬성해주지 않으면 행복해지기 어렵다.

러셀은 이러한 불행의 원인을 제거함으로써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행복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얻을 수 있는 행복과 읽고 쓸 수 있는 지식인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다. (p.215) 행복의 비결은 자신의 관심사와 흥미를 되도록이면 넓히고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1. 열의

흥미를 갖는 일이 많을수록 행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운명에 맡기는 일이 그만큼 적어진다. 내부에만 주의를 돌리고 있는 사람은 그의 관심을 끌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도 발경하지 못한다. 외부에 주의를 돌리고 있는 사람은 어쩌다가 자기의 영혼을 살펴볼 기회를 얻었을 때, 그 내부에 최고로 흥미있는 온갖 요소가 분류되어 재구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p.228)

인생에 대해 열의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이점이 많다. 불쾌한 경험이라도 그에게는 도움이 된다. 열의를 방해하는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과 에너지가 필요하며 운이 좋다면 일 자체에서 흥미를 발견할 수 있는 일은 가질 필요가 있다.

2. 애정

사랑받고 있다는 감정은 다른 무엇보다 열의를 촉발한다. 인생에 대한 일반적인 자신감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애정을 충분히 받는 데서 비롯된다.

3. 가족

자식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부모에 대한 자식의 애정은 행복의 최대 원천이 될 수 있다. 부유한 계급의 여성들은 직업의 문이 열리고 하녀 제도가 붕괴됨에 따라 부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식이나 손자를 낳고 그들을 자연적으로 사랑하는 남녀에게는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미래가 중요하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양쪽 다 만족할만한 것이라야 한다. 부모는 옛날보다 자식한테서 기쁨을 얻는 일이 적어졌고 자식은 부모 밑에서 고통을 받는 일이 훨씬 적어졌다. 어른들의 자신 없는 불안한 태도는 어린이들에게 불안을 야기시키므로 자식을 대할 때는 조심성보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p.255) 처음부터 부모는 자식의 인격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결혼이나 우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4. 일

대부분의 일에는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만족감과 사소하지만 야심을 펼칠 수 있는 출구가 있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이 있다. 일을 즐가운 것으로 만들어 주는 데는 기술과 건설이라는 요소가 있다.

5. 일반적인 관심사

일과 직결되어 있는 관심사는 여기서 말하는 일반적인 관심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로와 신경의 긴장은 불행의 원인이다. 피로해질수록 외부로 향하는 흥미가 줄어들고 흥미가 줄어들면 그것이 주는 위로를 못 느끼게 되어 더욱 피로해진다. 행복을 현명하게 추구하는 사람은 생활의 중심이 되는 관심사 외에도 다양하고 부차적인 관심사를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6. 노력과 단념

우리에게 필요한 태도는 최선을 다하고 그 다음은 운명에 맡기는 것이다. 중요한 업적을 달성하고자 하다가 실패를 겪은 사람은 절망으로 체념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한번 그런 일을 경험하면 일체으 소중한 활동을 포기해버린다.

러셀은 불행을 극복하는 방법을 자기 자신의 내부를 향하게 할 것이 아니라 외부를 향하여 움직이게 하라고 한다. 즉 자기에게 얽매이지 않고 애정과 흥미를 넓게 가진 인간이야말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러셀은 행복의 정복을 통해 불행의 원인을 제거하고 행복해지는 법을 이야기한다. 불행을 야기하는 요소들은 넘어서지 못할 벽이 아니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1930년에 출간한 '행복의 정복'이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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