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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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사이즈에 이 정도 가격을 가진 비슷비슷한 잡지들이 몇 권 있다. 그 중에서 내가 즐겨보는 잡지가 있다면, "작은 것이 아름답다"와 "엄마는 생각쟁이", 그리고 "샘터"이다. 2013년 눈마중달 샘터는 상큼한 표지가 눈길을 끈다. 민트색을 좋아하는 초등생 딸아이도 성큼 집어들고 "무슨 책이야?"하고 관심을 보일만큼 ^^;

 

특집 : 외로움도 힘이 된다.

11월에 어울리는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왜 가을에는 외로움, 고독 이런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어쨌거나, 11월은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달이긴하다.

 

 

 

어떻게보면, 외롭다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정도라면 적어도 그 사람은 외롭지 않은 것이다. 적어도 그 누군가는 그의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지독히도 외로운 시절이었음을 깨닫곤한다. 외로움은 철저하게 혼자만의 싸움이다. 고독이라는 이름으로 멋지게 포장되지도 못할.

 

 

구절초는 가을임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는 꽃이다. 가을 초입에 들른 어느 음식점에서는 구절초를 샐러드 위에 얹어서 나왔다. 한 송이 구절초는 샐러드의 하나일 뿐이었지만, 저렇게 흐드러지게 핀 구절초 꽃밭은 가을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작은 샘터 한 권에 실린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내 관심을 끌었던 구절이 있는데, 양인자의 다락방 책꽂이에서 소개한 책 속 구절이다. 책을 읽는 이유가 더 분명하게 드러난 구절이 아닌가 싶고, 양인자씨가 남미로 무전여행이 가능했던 이유를 알려주는 구절이다. 우리가 직접 발로 뛰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편안하게 앉아서 구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책을 통한 여행이 아니던가?

 

 

내가 좋아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나 '자연과 생테'같은 잡지를 통해서만 이런 내용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샘터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이 아닐까싶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관점에서 생물을 대하던 이기적인 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내용이다.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 선생의 글을 캘리그그래피로 써놓았다. 관련된 내용은 둘째치고, 이 글만으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책을 읽고 아는 것은 아는 것이다. 그 아는 것을 누군가에게 가르치는 일은 조금 다른 일이어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또 읽는다. 나는 무엇을 할까? 책을 읽을 뿐이다. 딱 내 얘기네^^

 


개인적으로 우리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런 글을 읽으면 반갑다. 내가 편안하게 보는 저 유물들을 제대로 복원하고 모습을 갖춰놓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에피소드를 보니 씁쓸하다. 아직도 우리는 사람이 하는 일의 외관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고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 같아서이다. 거기다가 노동을 천시여기는 선생님의 말과 태도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눈에 그려지는 듯하여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우리 문화재를 제대로 발굴하고, 복원하여 원형을 맞고, 그것에서 또다른 민족적 자긍심과 역사를 읽어간다는 점에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박성호님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는 약간 다를지 모르나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일의 가치라는 것을 어디에 두어야할까?

 

이틀전 숲속도서관을 찾아가서 책도 읽고 쉬다가 왔다. 내가 그곳을 찾는 이유는 아이들을 그냥 데려다만 놓아도 저절로 놀이가 되는 곳이고, 나는 잠깐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도심 속 갑갑한 곳에서 벗어난 깨끗한 공기와 나무가 주는 편안한 휴식을 즐기자면 금방 몸이 반응을 한다. 이 글을 쓴 저자는 숲에서 삶의 모순적인 역동성을 볼 수 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삶을 다루는 힘을 억데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좋다. 마케팅의 대상이 되어버린 숲과 진정 나를 위한 쉼, 삶을 지속하는 힘을 주는 에너지로서의 숲을 구분하는 것은 바로 그것을 대하는 나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이번 호를 읽다보니, 연재가 끝나는 꼭지가 많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문화이야기는 내가 평소 관심깊게 찾아보는 주제라 더 그러하다. 사라지는 꼭지를 대신할 아이템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그 아쉬움도 살짝 접어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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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힘 - 몰입 전문가 황농문 교수가 전하는 궁극의 학습법
황농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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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며 너도나도 '몰입'을 이야기하고 다녔다. 단어로 정의내리지 않았을 뿐이지 그러한 상태-몰입 상태- 가 가장 효과적인 능률을 올린다는 건 알고들 있었다.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 같았지만,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몰입'상태에 쉽게 이르지 못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거야? 몰입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몰입상태에 이르는거냐고? 

 

그런 의문을 많이 가졌음직하다. 아, 물론 우리나라에서 '몰입'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린건 아무래도 영어몰입교육때문이다. 영어가 아닌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것, 즉 영어를 도구로 사용해서 내용을 가르치는 교육을 함으로써 영어에 능통한 인간을 만든다는 것, 그것말이다.

 

다만 이 영어라는 도구를 잘 사용할 줄 모르니 내용마저도 모를 판이니 그렇게 유용해보이지는 않았다. 어쨌든, '몰입'상태에 이르면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그 성과와 능률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보인다. 이 책에서는 바로 '공부'와 몰입이 만났을 때를 이야기한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내가 이 책에서 얻은 것은 '몰입'도 연습이 필요하고, 그 연습이 반복되어 몰입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적어도 컨디션을 입상태로 끌어올리는데 적은 시간이 걸릴 정도로 만들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되냐고?

 

저자는 도전정신과 몰입능력을 발달시키기 가장 좋은 시기를 초중고등학교와 대학시절이라고 말한다. (아, 나는 늦은걸까? ^^;)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몰입능력이다. "몰입도는 도전해야 올라가고, 몰입도가 높은 상태가 되어야만 열정이 생기고 창의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즉 도전정신이 없으면 열정과 창의성은 기대할 수 없다. 결국 우리의 창의성과 지능은 도전과 응전이라는 메커니즘에 의해 발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p.113)

 

"무기력이 '노력해도 소용없더!'는 경험을 반복함으로써 학습되는 것이라면, 무기력의 정반대 개념인 도전정신은 '노력했더니 성공했다ㅓ!'는 경험을 반복하면 생긴다고 유추할 수 있다."(p.131)

 

이러한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각자의 능력에 따라 적절한 난이도의 도전과제를 선택하면 된다. "초등학생이라면 5~10분 정도,  고학년은 10~20분 정도 생각하면 답을 구할 수 있는 난이도의 문제에 도전"(p145)해보라고 한다. 그런데 나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알고 있지만, 5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아이들에게 5분이라는 시간을 주고 생각을 하게 했을 때 딴 짓이나 딴 생각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아이는 몇 없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개인의 차이를 만들기도 할 것이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한번 두번 계속 하다보면 생각하는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제는 해결되고 몰입의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나는 엉덩이가 무거운 편이다. 뭐 물리적인 무게가 아니라 책상 앞에 앉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쭈욱 앉아서 집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주 가끔이지만 몰입의 상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우리집 아이는 어떨까? 지금까지는 특별한 문제 없이 자기 역할을 똑바로 잘 해내고 있다. 똑똑한 편이고, 자기 할 일을 잘 아는 아이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대로 생각하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몰입을 위한 첫번째 시도, 생각하라~!!!

 

몰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한 상태에서는 책의 내용이 별반 다른 내용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점차적으로 몰입 훈련을 하는 과정과 그를 경험한 이들의 변화과정을 엿볼 수 있어서 뜬구름 잡는 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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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그리고 인생 -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진정한 승자가 되는 법!
존 D. 스푸너 지음, 안기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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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직설적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제목이다.

돈과 인생.

 

돈을 생각하지 않고 멋진 인생을 살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상이다. 현실은 '돈'을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이 그러하듯이 '돈'역시 그냥 오는 것은 아니다. '돈'만 밝히며 탐욕스럽게 사는 것은 '멋진 인생'과는 동떨어진 삶이다. 저자는 계속 강조한다. 탐욕을 버리라고.

 

그것은 인생에도 적절한 조언이다.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거기에 '탐욕'이 더해지는 순간 내가 바라는 멋진 인생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세계적인 투자 분석가인 존 스푸너는 50년간 경험한 소중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세계적인 투자 분석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존 스푸너는 아무런 실패 없는 삶을 살았을까? 아니다. 예상했겠지만!!

 

그의 실패경험은 그에게 좌절을 안기지 않았다. 우리는 실패를 하는 순간 좌절하여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그의 삶마저 황폐화시켜 낙오자가 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 성공한 사람은 자신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일어선다.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를 이 책에서도 만날 수 있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사람은 실패를 성공의 견인차로 활용하여 다시 일어선다.

 

'인생'에 대한 수많은 조언들이 있지만, 이상만을 강조하면 여전히 어렵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그러나 존 스푸너는 '돈'의 예를 든다. 그리고 그에 앞서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나는 세상은 돈이 지배한다고 생각해왔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삶은 늘 대비된다.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의 인간관계이다. 나를 믿고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만 곁에 있어도 좌절과 실패에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저자는 자신과 관계를 맺어 온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의 기억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사람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라. 나에게 도움을 주고 조언을 한 사람과 계속 연락을 하고, 끈을 놓지 말라는 내용이 반복되어 나온다.

 

인간관계가 빠진 삶은 행복하지도, 멋지지도 않은 삶이다. 가상세계에서 벗어나 진짜 사람과 마주하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지나간 내 삶을 돌아보면, 어느새 내가 인연을 끊고 살아온 사람들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 책을 덮는 순간 그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인생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이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하나하나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뭔가 나에게 이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겁주는 책이 아니다. 그랬지. 그렇군! 맞아.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한 단락이 끝나는 곳에 그의 조언이 또 하나 숨어있다.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는 먼저 머리를 쓰고 그런 다음 가슴을 써라."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기 전에는 절대 쓰지 마라"

"자신의 전문가 팀을 만들어라"

"남들이 주목할만한 사람으로 자신을 가꾸어라"

"대단한 학위를 딴 사람들에게 절대 위축당하지 마라."

"인연을 끊지 마라"

"가상의 삶에 빠지지 말고 진짜 삶에 몰두하라."

"자신의 주변은 활기가 넘쳐야 한다"

"삶의 모든 것이 협상이다"

"너희가 사람들에게 한 말을 잊지 마라. 사람들은 기억한다."

 

이 책은 돈이 아니라 인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만들어주는 책이다. 내 인생을 그렇게 가꾼다면 '돈'은 그에 맞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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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 ‘대형 사고’와 공존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새로운 물음
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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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최근에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보면, 웬만한 것들은 뉴스거리도 되지 않을만큼 대형참사로 이어지거나 무작위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영향을 받는 일들이 많아졌다. 그래서일까? 이제는 대형참사에도 무감각해진 내 자신을 발견할 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 책은, 개정판이 나온 1999년을 기줌으로 잡는다고 하여도 15년 안팍이며, 초기부터 잡는다면 30년쯤 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일어나는 일들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더 놀란다. 원전사고에 대해 다루면서도 20년밖에 되지 않는 기간동안 일어난 사고를 다루지만, 그로부터 30년쯤 지난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때마침 이 책을 읽기 전 아시아나 항공기의 사고가 있었다. 이 책에서도 항공사고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차만큼 안전하다는 비행기라고 하지만 항공기 사고가 나면 대형참사로 이어지는 일을 보아왔기때문에 그다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원전사고나 항공기사고 같은 것은 대대적인 보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나같이 전혀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것은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석유화학산업에서 일어나는 사고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 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하루에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숫자가 반복되어 보여지더라도 그 중에 내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차를 위험하게 여기지 않기도 한다.

 

어쨌든, 기술이 발전하고 기술변화의 주기가 빨라지면서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어느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보완하면 되던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 현재 상용화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들도 충분한 실험과 안전장치가 만들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경험에 의한 기술축적은 사라지고 새로운 것을 빨리 상용화하여 그것으로부터 수익을 얻는데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충분히 검토하고 실험하고 예방하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예기치 못한 장애에 부닥치며 그 장애에 대처하는 방법 또한 운용자의 감에 맡길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어떻게 보아야할까? 시스템은 한층 복잡해지고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운용하는 기술자는 적다. 자동화나 계기화로 인해 사람의 손길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에서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그렇기때문에 누군가의 판단실수는 대형참사로 이어지고, 그것을 방조하고 오히려 조장하기까지 한 사회구조적 문제는 제껴둔 채 가장 편한 방법, 바로 운용기술자 한 명, 혹은 기장 한 명의 실수로 모든 원인을 덮어씌우는 일도 생겨난다.

 

워낙 많은 시스템이 공존하고 그 각각의 시스템을 담당하는 기업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 대형참사가 일어나고 나면 대대적인 조사와 문제점 보완을 위한 작업이 실시되지만 그것은 지금 일어난 그 참사에 대한 보완일 뿐 잠재적인 참사를 막는 방법은 아니다. 아무리 철저히 보완을 하고 예방을 한다고 해도 사고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다만 작은 것 하나라도 보고가 되어야 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수천 수만가지의 가능성을 계속 염두에 두고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진다면, 그래도 그 빈도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단어들도 많았고, 솔직히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 기술적인 부분에서 - 부분도 많았지만,  이러한 연구는 계속되어야하고, 공개되어야하며, 또한 함께 유기적으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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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하는 엄마다 - 3050 직장맘 9명의 스펙터클 육아 보고서
권혁란 외 지음 / 르네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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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뭇 제목이 주는 느낌이 비장하기까지 하다. "나는 일하는 엄마다"

 

나도 일하는 엄마다. 책을 읽다보니 마치 내 이야기같은 내용도 나오고, 나는 겪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도 있다. 이제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또래 아이를 둔 저자들의 글이 성인이 된 자녀 이야기보다 훨씬 공감이 간다.

 

'엄마는 일하는 사람이다'의 김영란의 이야기는 특히 나의 공감을 많이 받은 이야기이다. 뭐든지 계획대로 척척 될 줄 알았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나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그녀에게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있었으니 바로 "육아"였다.

 

[아기가 생겼다고 남편이 퇴사 여부를 고민하지 않은 것처럼 나 또한 출산으로 일을 그만둘지 말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당연히 일은 계속 하는 것이었다.] p.12

 

'나는 힘들어서 못봐준다'고 선언한 친정엄마가 와서 아이를 봐주게 되고 그녀는 직장생활을 이어간다. (이럴 때 왜!!! 친정엄마만 이런 역할을 맡아야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를 들쳐업고 거래처에 가기도 하고, 밤새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결국은 친정엄마도 손을 들어버린 상황이 되자 의지할 곳은 어린이집밖에 없게 된다. 이렇고 저런 어린이집을 고를 준비를 만만히 하고 나섰지만 결국 그녀가 어린이집에서 한 말은 "자리 있어요?"였다.

 

[나는 회사를 그만 두지 않아서 '독한 여자'가 됐는데, 퇴근하고 애 데리러 가거나 꼴랑 전화 받아주는 정도로 남편은 '좋은 아빠'가 됐다] p.19

 

구구절절 내 맘이랑 똑같은 말이다. 이쯤에서 내 얘기 좀 보태자면, 나 역시 출산 후 휴직은 생각도 않았다. 휴직 자체가 없는 곳이기도 하고, 내가 나가는 순간 내 자리를 대신할 사람은 줄을 서 있는 상태였다. 어떻게 해서 거기까지 갔는데, 애 하나 낳았다고 덜컥 내려놓을 수 있을까? 그러나 나 역시 애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게다가 함께 사는 시부모님도 일을 하는 분이고, 애는 엄마가 봐야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시는 시어머님 덕분에(?) 일을 그만두었다.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시어른이 안봐주는 아이를 친정부모한테 맡길수도 없고, 친정부모가 시어른이 있는 집에 와서 애를 봐줄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어른집에서 독립할 수 있는 경제적여유도 없었다. 내게 출산으로 인한 육아는 휴직도 아닌 '퇴직'이었다. 

 

그리고 6년 가까이 육아를 하다가 이제 겨우 다시 일을 하러 나왔다. 물론 내가 그 전에 쌓았던 커리어는 지금 현재 사용할 수 없는 것이 되었고, 나는 생판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을 하러 나가야하냐고?

 

사람들은 '여자가 벌면 얼마나 번다고'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다.  이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들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자가 아이를 떼놓고 일을 하는데는 '경제적인 이유'만큼이나 '자기발전과 계발을 위한 욕구'도 크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나'로 살아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는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만 살아야하는걸까?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 삶을 살아야하는 걸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아이를 잘 키우고 보살피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말안해도 안다. 그러나 내가 내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키운다고 치자. 그 보상심리로 인해 나는 아이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까? 그렇게 키운 내 딸이(난 딸만 하나다) 나처럼 자신의 아이가 클 때까지 또 자신을 포기하며 사는 삶을 살거라는 생각을 하니 캄캄하다.

 

그런 면에서 '큰 사과 하나? 작은 사과 둘!'이란 글을 쓴 신혜원님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육아와 자신의 일을 병행하는 엄마에게 '슈퍼우먼'이기를 원하는 사회분위기가 제법 오래 지속되었다. 육아를 잘하는 건 기본이고, 일하러 나왔다면 일도 남들보다 잘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큰 것 하나를 가져서 갖는 행복도 좋지만, 작은 것 두개를 가져서 얻는 행복도 괜찮을 것같다. 사회가 그것을 용납해주는 분위기가 된다면 더 좋을것.

 

육아는 우리 사회에서 엄마가 포기하면 안되는 불문율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일하는 엄마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나쁜 엄마란 없다'는 글을 쓴 유숙열님처럼 엄마가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며, 자기주도적인 삶을 산다면 그걸 보는 아이 역시 그러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긴 나쁜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롤모델로 자리잡을수도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죄책감에 너무나 시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어쨌든, 이 책은 일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놓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아줌마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들 직장맘의 현재 혹은 과거의 직업이 그래도 전문적이거나 고급인력에 해당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을 필요가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회사대표거나 신문사기자거나 교수거나 하는 사람들과, 생산직 근로자거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생일 때 그들을 바라보는 눈은 분명 달라진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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