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뒤의 소년 다봄 어린이 문학 쏙 1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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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세가 흉흉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났다.

전쟁은 이유를 불문하고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어제, 이 책을 읽었다. '교실 뒤의 소년'은 시리아의 '난민' 소년 아흐메트가 전학을 온 뒤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국경 봉쇄로 인해 부모와 헤어질 수밖에 없게 된 아흐메트를 돕기 위해 행동에 나서는 친구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나'는 남자애들을 위한 따분한 공룡 세트나 여자애들을 위한 공주 세트 학용품보다 우주인 세트를 선택하는 아이이다. 학교 갈 때 재미있는 학용품을 갖고 가는 건 깜박 졸거나 남아서 벌 받을 행동을 안 하도록 막아준다나? 올해는 만화주인공 땡땡과 밀루 세트를 샀다. 땡땡은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고 모험을 하는 기자이고, 밀루는 땡땡의 개이다. '나'의 엄마는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어서 폐기되는 땡땡 책을 모아 주기도 하였다.

'나'는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가장 친한 친구이며 뭐든 나와 함께 하는 톰과 조시, 마이클이 도와준다. 톰은 미국에서 이사를 왔고 형이 셋이나 된다. 조시는 달리기가 빠르고 성격이 좋다. 기꺼이 벌도 함께 받아 주는 친구다. 마이클은 흑인인데 똑똑하고 부자다. 아빠는 교수고 엄마는 변호사라서 늘 바쁘다. 조시와 마이클은 일등이 되려고 경쟁하기도 한다. 조시는 수학을, 마이클은 역사를, 그리고 나는 읽기와 맞춤법을 잘한다. '나'는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도 뛰어난 아이다. 엄마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한몫 했을거라 생각된다.

개학 후 세번째 주가 되었을 때, 아흐메트라는 소년이 전학을 온다. '나'는 '그 애와 친구가 되기'로 마음을 먹는다. 조시와 톰과 마이클도 그렇게 해줄 것이다. 아흐메트처럼 겁먹고 슬퍼 보이는 아이에겐 친구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흐메트는 빨간색 바탕에 검은색 줄무의가 있는 매우 더러운 배낭을 갖고 다닌다. 아흐메트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배낭이다.

"이따금 사람들은 거짓말인 것을 알 때도 거짓말을 믿고 싶은 것 같다. 거짓말이 진실보다 더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거다. 특히 신문에 인쇄된 것이면 진실이 뭐든 믿으려고 한다. 난 이제 그 사실을 안다. 또한 엄마가 왜 정치가들이 거짓말쟁이라고 하는지, 텔레비전에 정치가들이 나올 때마다 화를 내는지를 안다."(P.24-25)

아이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메신저 노릇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기도 한다. (진실이 아닐 수도 있지만) 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사실인양 맹신하기도 한다. 아이들 사회라고 해서 어른 세계의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편견과 거짓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진실을 찾아 나서고, 누군가는 순종한다.

학교에는 '제니'처럼 이것저것 소문을 퍼뜨리는 아이가 있는가하면 '브렌단 브루커'처럼 심한 장난을 치고 깡패처럼 행동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브렌단을 좋아하는데, 아이들은 브렌단을 싫어한다. 하물며 상급 학년의 깡패들도 브렌단을 얄미워한다고.

"난민 아이가전학 왔다는 소리 들었습니까? 칸 선생님 반에 들어갔다는데, 그 아이의 언어를 쓰는 보조 교사를 찾을 수 없답니다. 불쌍하게도!"

"곤란한 문제가 생길 거예요. 제 말 잊지 말아요. 그들은 오직 우리 직업을 빼앗으러 오는 거니까!"

"뉴스에 나오는 끔찍한 전쟁터에서 왔다면 참 안쓰러운 아이입니다. 죽음의 덫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하는데 비난할 수는 없지요."

"아휴! 귀찮은 사람들이에요. 모두 다! 무슨 말을 해도 난 아무도 믿지 않을 거예요. 두고 보세요. 우리아이들이 고통을 당할 거예요. 그 사람들은 여기 와서 그들 좋을 대로 할 테니까..."(P.38-39)

'나'는 엄마에게 '난민 아이'가 무엇인지 물어본다. 엄마는 자기 나라에서 살 수 없어 새로 살 곳을 찾고 있는 사람들, 살 수 없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 선택의 여지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안전한 곳을 찾아 걷고 보트를 타고 낯선 곳으로 떠난 사람들을 이야기해준다. 조시와 톰, 마이클도 자기들 나름대로 난민에 대한 정보를 찾아온다.

아이들은 아흐메트와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아흐메트에게 선물도 주고, 어렵게 구한 석류도 전달하는데, 석류로 인해 브렌단과 아흐메트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 이 싸움으로 아흐메트는 브렌단을 이긴 소년이 된다. 그러나 브렌단은 여전히 아흐메트를 괴롭힌다. 학교에는 브렌단 말고도 아흐메트를 싫어하는 선생님도 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난민'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아이를 괴롭히는거라면, 어른들 중에는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도 많다.

'나'는 아흐메트와 더 가깝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고 아흐메트의 여동생이 바다에서 죽은 것과 엄마, 아빠와 헤어져서 살게 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난민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국경을 폐쇄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나'는 국경이 폐쇄되면 아흐메트가 엄마, 아빠와 영원히 만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조시와 톰, 마이클과 함께 계획을 짠다. 아흐메트에게는 비밀로 하고, 계획을 진행시킨다. 이 뒤의 사건은 아흐메트와 같은 난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 말들 때문에 사람들은 가짜 정보를 진짜로 알게 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아홉살이지만, 나는 이 책을 청소년과 성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수많은 난민들이 발생하였고 그들이 살 수 있는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났지만 길에서, 바다에서, 그리고 수용소에서 죽는 일도 생겨났다. 몇년 전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어린 아이의 시신 사진을 기억한다.

요즘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시끄럽다. 가족과 헤어져 전쟁터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연일 보도된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가족들의 모습도 보인다. 많은 피난민들이 국경을 넘고 있는데, 여성과 어린아이들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가족을 돌보기 뒤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사람들. 이들에게 구호물자를 보내고 응원을 보내지만, 일생을 살아온 나라를 떠나오는 그들의 마음을 우리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전쟁에 대해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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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와 버들 도령 그림책이 참 좋아 84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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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은 작가 이름을 보고 믿고 읽는 그림책이다. 

이번 그림책은 연이와 버들도령... 어렸을 때 들어봤고, 옛이야기로 읽었던 그 이야기다.

이 그림책 맨 뒤에 보면 참고한 책이 있는데 

<계모의 학대>, <정에 정도령>, <반반버들잎 초공시와 엽엽이>, <버들잎 도령>, 

≪연이와 버들잎 소년≫, ≪한국과 일본의 계모 설화 비교 연구≫가 그것이다. 


그림책의 내용은 익히 아는 바, 계모 이야기를 읽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 

이 그림책에서는 그녀를 '나이 든 여인'이라고 표현한다.

나이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을 아주 많이 시키고

연이는 그저 시키는대로 묵묵히 따르면서 살 뿐이다.

이 두 사람 사이에 가족 관계는 드러나지 않는다. 

나는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어렸을 때, 이웃에 계모와 함께 사는 친구가 있었다. 

하도 나쁜 계모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나는 그 친구도 엄마도 같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이 그림책은 나이든 여인과 연이의 관계를 가족 관계로 한정 짓지 않는다.

'가족'의 의미가 많이 달라진 요즘이기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기 등장하는 '나이 든 여인'은 연이에게 일도 많이 시키고 

한겨울에 상추를 뜯어오라고 시키는 심술궂은 여인이다.

이 추운 겨울에 상추를 구할 수 없음에도 연이는 묵묵히 상추를 찾아 나선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연이도 참 갑갑한 아이다. 

요즘 아이라면, '지금은 상추를 구할 수 없어요'라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겠지?

그저 시키는대로 따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텐데 말이다.

어쨌든 연이는 상추를 구하러 눈 속을 걸어다니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연이는 꿈 속 같은 공간과 버들도령을 만난다. 


솔직히 처음에 그림책을 펼쳤을 때, 흐릿한 부분이 영 눈에 거슬렸다.

흐릿한 배경 앞에 선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또렸하게 보였지만.

작가의 의도가 분명 있을 것이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고민한 결과겠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은 다음 다시 그림책을 보니 흐릿한 배경 덕에 입체감이 더 살아나는 것 같다. 

봄 아지랑이가 피어나는 따뜻한 동굴 속 이미지가 포근하게 느껴진다. 


버들도령은 연이에게 상추도 주고, 귀한 꽃도 준다. 그 꽃은 살살이, 피살이, 숨살이 꽃이다. 

뭐에 쓰는 꽃인지 알려주지 않지만 그 이름으로 짐작이 가능하다. 

정말로 위급할 때 쓰라고 준다.


나이든 여인은 한겨울에 상추를 뜯어 온 연이를 의심하고

이번에는 화전을 부쳐먹고 싶으니 진달래꽃을 따오라고 시킨다.

그리고 살살 뒤를 밟아 연이의 비밀을 알아챈다.

연이가 집에 와서 화로에 진달 화전을 부치고 있을 때

나이 든 여인은 동굴에 불을 질러버린다.

어른어른 화전을 부치고 있는 장면이 불타는 동굴을 대신한다. 

화마로 모든 것이 사라진 동굴에서 연이는 버들도령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야기를 구전으로 듣거나, 글로 읽을 때와는 달리 죽은 버들도령의 모습은 훨씬 직관적이다.

동굴이 불타는 모습이 진달래 화전을 부치던 장면 만으로 짐작이 가능했던 것과 달리

버들도령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재가 날리는 동굴에서 황망한 연이의 얼굴.


연이는 이 광경 앞에서 목놓아 울지 않는다.

오히려 버들도령에게서 받았던 도움이 더 이상하게 느껴지고

이렇게 좋지 않은 일 앞에 놓여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죽은 도령이 가여웠던 연이는,

뭔가 소중한 걸 놓아주고 싶었지만 가진 게 없었기에 버들도령에게서 받았던 꽃을 놓아준다.

정말 위급할 때 쓰라고 주었던 그 꽃은 버들도령을 살린다.

그리고 연이와 버들도령은 하늘로 올라간다. 

아마도 그곳에서는 행복하겠지?


자, 이런 이야기의 끝에는 권선징악적 결말이 항상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이 그림책의 마지막에는 '나이 든 그녀'의 마지막을 이렇게 알려준다.

나이가 들어 죽었다고. 

응? 뭔가 이상하지?

보통 같으면 큰 벌을 받고 그렇게 아이를 괴롭히면 안된다는 이야기로 끝나기 마련인데.

나이가 들어서 죽었단다.

죽음 자체는 그녀에게 벌이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었다는 것이 벌이었던 듯하다. 

옛이야기를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로 바꿔 낸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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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3-08 0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말이 굉장히 심오하네요. 나이가 들어도 옆에 아무도 없이 혼자 쓸쓸하게 살다 죽는것이 정말 큰 벌이겠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진짜 심오한.... 백희나작가의 그림책들은 언제나 평범하지 않네요. 우리 아이들이 어릴 때 정말 좋아한 작가인데 아이들이 크니 더 이상 그림책을 안보게 되고 이렇게 다른 분들의 리뷰를 보면서 또 아 좋다 그러고 있어요. ^^

하양물감 2022-03-08 15:52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결말에서 무릎을 탁 쳤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가는 벌이라니...
홀몸어르신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렇게 죽는 게 제일 허무할 것 같기는 해요.
저도 아이가 그림책을 읽는 나이를 지나쳤지만,
그래도 도서관에 있다고 그림책을 읽게 되네요^^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슬기사전 2
김원아 지음, 김소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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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소개하며 '말하기'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학원 등을 다니며 그 어느때보다도 일찌감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과거를 돌이켜보자면, 가정에서 조부모, 부모, 형제, 자매 등과 어울리며 다양한 상황을 몸으로 자연스레 체득하던 때가 있었다. 집에서 나가도 골목 안에서 만나는 친구들과 어른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우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빨리 '사회'로 나가는 데 반해 경험의 빈도수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에는 슬기롭게 말하기 실전편에서 수업 중/물건에 대하여/ 친해지기/사과하기/거절하기/약속하기/갈등해결/학교폭력을 62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알려준다. 길잡이에서는 말하기 방법을 정리해준다. 책의 구성이 '교과서'적이라는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한 권의 책에서 많은 실전 말하기를 담아내기에 적당한 형식이긴 하다.

여기서 제시한 상황들은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상황으로 실제 그런 일을 겪지 않더라도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는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과거에 우리가 직접 경험을 통해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면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이러한 족집게형 가르침도 필요해보인다.

* 친구가 모둠 활동을 대충할 때

이런 일은 대학생이 되어도, 직장인이 되어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모둠 활동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함께 힘을 합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대충 시간만 떼울려는 친구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그럴 때 단호하고 솔직하게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말하지 않는데 알아서 잘 할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 한 가지! 그래도 안 되면 선생님께 도움을 청하자. 아이들은 선생님께 말하면 고자질쟁이로 볼까 두려워하기도 하는데, 수업 중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건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 친구가 선물한 물건을 다시 돌려달라고 할 때

선물로 줬다가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일이, 그러니까 아이가 유치원 다닐 때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선물로 받아오기엔 고가의 물건일 때도 있었고 아무 이유 없이 선물을 받아오거나 했을 때는 꼭 한번씩 이런 사단이 난 적이 있다. '물건'이 흔한 시대에 살면서 쉽게 주고 쉽게 돌려달라고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이럴 때는 친구가 왜 다시 돌려달라고 할까 생각해보고 돌려주는 것이 맞다. 만약 꼭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면 용돈을 모아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 피구할 때 내가 받은 공을 잘하는 친구가 달라고 할 때

함께 즐겁게 시간을 모내기 위해 하는 체육활동이 잘하는 친구만의 활동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한번쯤은 내가 도전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내가 말하고 있는데 끼어들 때

의외로 이런 일이 잦다. 내 말을 무시하는 것도 같고, 일부러 내가 이야기할 때만 골라서 그렇게 하는 것도 같다. 이럴 때는 나의 속상함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어쩌면 그 친구도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 한 친구를 콕 집어 놀지 말라고 할 때

따돌림은 폭력이다. 만약 그 친구와의 사이에 문제가 있다면 그 둘이 풀어야 하는데 여럿이 한 아이를 따돌리는 것은 안 된다. 그럴 때는 단호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 친구를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언젠가는 나 또한 그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슬기롭게 자기 의사를 전달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지 않고 건강한 또래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이들이 읽고 스스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고 실천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이 책에서 조언한대로 한번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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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톡방을 나갔습니다 소원어린이책 14
신은영 지음, 히쩌미 그림 / 소원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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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주인공은 4학년이 된 초록이다. 새학기 첫날, 아는 애가 있기를 바라면서 들어선 교실에서 혼자임을 알고 실망을 한다. 친한 아이들끼리 한반이 된 아이들은 어느새 무리를 만들어서 웃고 떠드는데, 초록이는 걱정이다. 작년에도 한반이었던 새리, 지애, 하린이 삼총사가 초록이에게 먼저 인사를 해서 다행이다 생각한다.

그날 초록이는 갑자기 배가 아파 움직이지 못하던 새리를 도와주게 되고, 그들 삼총사의 단톡방에 초대된다. 여기까지 읽고 보니, 요즘 아이들은 단톡방에 초대되고 초대되지 못하는 것도 꽤 스트레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아이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다녔고, 어지간해선 그 무리는 잘 바뀌지 않았었다. 그래도 몸으로 노는 일이 많다보니 운동장에서 놀다 보면 무리가 있어도 같이 어울리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면 다시 무리가 자연스레 바뀌기도 했었다.

초록이는 단톡방에 초대받아 함께 어울리게 된 친구들과 암호도 정하고, 자기들만의 비밀을 공유하며 학교 생활을 하게 된다. 새리는 이 친구들 중에서도 가장 주도적인 친구로 발표도 도맡아하고 체육시간에도 두각을 드러낸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그러던 어느날, 초록이가 발표를 했는데 칭찬을 받고, 체육시간에도 우연이지만 초록이가 피구에서 마무리를 짓는 바람에 새리와 어색해진다.

단톡방에서 함께 이야기를 하던 친구와 어색해지면 어떻게 할까? 친구들 사이를 쥐락펴락 하던 새리는 초록이를 모함하게 되고 결국에는 초록이를 남겨둔 채 단톡방을 모두 나와버린다. 현실 세계에서도 따돌리면서 투명인간 취급하듯, 단톡방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클 것 같다. 초록이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되었다.

아이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일화들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있다. 초록이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친구들과 친하게 어울릴 수 있을까? 새리 같은 아이는 현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 중심으로 생활하는 아이들. 아이들이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친하게 지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단톡방의 짧은 글로 이야기를 진행하거나 일러스트로 상황을 그려내어 긴 글 읽기에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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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 - 르네상스 천재들의 치열한 각축전과 그들의 삶
로스 킹 지음, 신영화 옮김 / 도토리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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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브루넬레스키의 돔'을 읽은 후 연이어 로스킹이 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추천한 김지윤 박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브루넬레스키의 돔>이지만,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이다."(p.5)라고 밝히고 있다. 나는 <브루넬레스키의 돔>이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흡입력이 있었다면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은 한템포 쉬어가며 읽어야 했던 책이다. 아마도 이 책이 좀더 시대상과 동시대 인물들의 이야기, 그리고 정치,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몇년 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미켈란젤로에 대해 좀더 알아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연이어 이 책을 읽게 되어 나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천장>에는 70여 점의 그림이 실려 있다. 미켈란젤로의 천장화는 책의 가운데 쯤에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천장화의 일부 일부가 책의 내용과 함께 실려 있으면 더 좋을텐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책장을 들추어가며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이 점은 아쉬운 점이다.

미켈란젤로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섬세하고 우아한 여성미를 보여주는 「피에타」와 남자의 누드로 거인의 힘을 보여 준 「다비드」가 아닐까?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고 감명받은 교황 율리우스는 영묘 작업을 맡기게 된다. 그런데 성베드로 대성당의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돌연 영묘 작업을 중단시켜 버린다. 영묘 작업을 위해 대리석을 주문하고 작업 준비를 하던 미켈란젤로로서는 화물운송비를 지불해줄 것을 요청하지만 교황은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회피한다. 지금까지 문전박대를 당한 적 없던 미켈란젤로로서는 공방 물건을 전부 팔아버리고 로마를 탈출한다.

교황 율리우스 2세는 폭군으로 통했다. 그런 교황의 거듭된 명령에도 불구하고 절대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장을 쓴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영묘 제작을 단념한 것이 브라만테의 계략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자신의 야망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명성에 치명상을 입히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확신했다.(p.23) 미켈란젤로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의 프레스코를 맡긴것이다.

콘디비와 바사리는 자신들의 저서에서 미켈란젤로를 일방적으로 두둔하고 특정 사실을 왜곡하거나 과장했다. 그래서 브라만테 같은 질투심에 찬 경쟁자들이 온갖 책동을 벌였지만, 결국에는 이 조각가가 미술의 최고봉을 정복한 것처럼 기술했다. (p.29)

브라만테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절친한 친구이다. 로마가 처한 암울한 상황을 일신하기 위해 율리우스 2세는 브라만테에게 큰 건물과 기념물을 많이 세우라고 하였다. 시스티나 예배당은 지반 침하로 천장의 균열이 생겼는데, 교황과 브라만테의 대화를 로셀리라는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전달한다. 교황이 시스테나 예배당의 천장 프레스코를 맡기려고 하는데 브라만테가 미켈란젤로는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이라고 하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와 레오나르도다빈치의 그림 대결 이후 미켈란젤로의 「카시나 전투」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은 사실을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 프레스코를 미켈란젤로에게 맡기기로 한것이다. 그러나 브라만테는 미켈란젤로가 미술 경험이 없고, 프레스토 기술에 무지하며, 고난도의 기술인 단축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고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미켈란젤로는 로사리의 편지를 읽고 브라만테가 자신을 중상모략하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피렌체에서 미켈란젤로는 부친, 형제들, 고모와 삼촌 등 대식구가 함께 살고 있었다. 그의 형제들은 4명이었다. 가족들은 미켈란젤로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기보다는 늘 골칫거리였다. 그들을 책임지고 있는 미켈란젤로였다. 미켈란젤로는 파비아의 추기경 프란체스코 알리도시의 도움을 받아 다시 로마로 돌아간다. 로마로 갈 때 미켈란젤로는 신변안전보장 각서를 써달라고 요청한다. 자신이 다치거나 해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교황은 천장 프레스코 도안의 기본 지침을 자신이 직접 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켈란젤로는 교황이 정한 대강의 도안에 맞추어 세부 도안을 하였다. 미켈란젤로의 비망록에 알리도시 추기경이 정한 도건과 합의대로 작업했다는 구절이 있어서 추기경도 도안 작업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대의 미술가들에게서 미술시장이나 의뢰자의 간섭에 굴하지 않고 독창적인 작품을 빚어내는 일은 한 세기나 지나야 가능해졌다. 주문자의 요구에 그대로 따른 작품을 만들었다.

브루넬레스키가 로렌초 기베르티와 끊임없이 대결을 벌인 것처럼 미켈란젤로도 그랬던 것 같다. 레오나르도다빈치와의 경쟁은 익히 알려져 있다. 레오나르도다빈치는 미켈란젤로를 경계했으나 라파엘로에게는 자신의 다수 작품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했다. 절친인 브라만테와 이 젊은 미술가가 친했기 때문이다. 라파엘로의 프레스코는 대부분 라파엘로가 직접 그린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여유롭고 사교적인 라파엘로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프레스코를 한 반면 고독하고 과묵한 천재인 미켈란젤로는 오히려 말 많은 조수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

라파엘로는 「아테네 학당」을 수정하면서 펜시에로소 또는 생각하는 사람으로 알려진 고독한 철학자를 그렸다. 라파엘로가 아테네학당에서 지식 전달 집단으로 표현한 사제 집단에서 바끝으로 밀려난 소수의 철학자 중 한 사람으로 그린 것이다. 이 인물화의 코가 펑퍼짐하게 그려져서 많은 이들이 헤라클레이토스의 모델이 미켈란젤로일 것이라고 확신했다. 라파엘로가 이 철학자에 미켈란젤로의 외모적 특징을 부여한 것은 만물유전의 세계관 때문이 아니라 심술궂은 성미와 경멸감 등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1511년 당시의 로마인들에게 라파엘로의 작품은 아름답고, 미켈란젤로의 것은 숭고했다.(p.336)

이 책에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온다. 그림을 보면서 미켈란젤로가 그릴 때 어떤 상황이었을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그렸을지를 상상하는 일은 즐겁다. 시간의 때가 묻은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정화를 복원한 것이 1989년 12월이다. 복원을 통해 제작 당시의 색감이나 후대에 덧칠되어 사라지거나 수정된 그림의 원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프레스코 과정에서 미켈란젤로가 조수진을 이끈 정황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미켈란젤로가 조수들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통해 복원된 그림이 후대 사람들의 상상으로 덧붙여진 신화(미켈란젤로가 홀로 누워서 천장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를 수정하게 만들기도 한다.

언젠가 실물 천장화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천장화를 그리던 미켈란젤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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