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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컨셉의 법칙 -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
김근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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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쟁시장은 시장 선도기업이나 도전기업, 또는 시장 틈새기업(market nicher) 모두에게 피곤하기만 하다. 아차~ 잘못 판단하는 순간 시장점유율은 끝없이 하락하고 기업의 존폐마저 위협받는 게 현실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스마트폰만 해도 그렇다. 애플을 제쳤다고 좋아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중국에서 샤오미의 좁쌀 펀치에 정신없이 얻어맞고 애플의 대화면에 제대로 한 방 터지면서 그로기 상태이다. 삼성에 딸린 부품회사들도 덩달아 죽을 맛이다. 구글에 잡힌 야후는 또 어떤가. 영원한 1등은 없다지만 안주하는 순간 도전자들의 추격은 한 순간에 전세를 뒤집어버린다. 표적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나 기존 제품의 성능 개선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케팅 전략이란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번에 읽은 <끌리는 컨셉의 법칙>은 보편화된 마케팅의 중요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고민하는 인문학과의 결합을 통해 마케팅에 좀 더 효과적으로 접근하는 안목과 통찰을 얻고자 시도하는 책이다. 인간의 행동범주를 존재-인식-표현의 육면체로 나타내어 이를 마케팅 상황에 적용하여 '컨셉큐빅'을 제시하고, 이 컨셉큐빅을 구성하는 '브랜드-소비자 인식-표현'은 또다시 음양의 양면성을 갖는다는 법칙을 내세우는 게 다른 책에서 못 보던 거다. 요즘 마케팅의 추세가 관계마케팅이나 뉴로 마케팅 등 인간 지향적인 사고에 초점을 맞춘다는 거야 다 아는 사실인데도 이 책을 읽는 내내 '신선하다', '이 책, 살아있네~' 이런 느낌이 들었다. 특히 딱딱하거나 구시대의 사례가 아닌, 바로 지금의 마케팅 성공과 실패를 다루어 그 흥미가 더해 상당히 괜찮은 공부가 되었다.

 

 책은 '세계적 히트상품 속 정교한 컨셉의 비밀 17'이란 부제처럼 컨셉 개발과 관련한 17개의 법칙과, 이를 동서양 철학의 관점으로 해석한 '컨셉 카페'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왜 컨셉에 방점을 찍었을까? 그건 "열등한 제품은 우월한 제품을 이길 수 있지만 열등한 컨셉은 결코 우월한 컨셉을 이길 수 없다."는 업계의 속설, 즉 오늘날의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컨셉에 의해 구매하게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마케팅에서의 컨셉은 '다른 제품이 아닌 바로 이 제품을 사야할 이유'를 소비자에게 제시하여 구매동기를 자극하는 것"으로 정의하면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뛰어난 컨셉 뒤에는 어떤 숨겨진 법칙이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이를 통해 마케팅에 적용할 통찰을 얻는 지혜를 얻자고 책의 목적을 제시한다.

 

 첫 번째 법칙은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의 예를 들어 '컨셉의 일관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일이관지 一以貫之'로 설명을 한다.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는 개념들을 꿰어 보배로 만드는 것이 일이관지의 힘이고 컨셉의 힘이란 정리는 동양학을 즐기는 나에겐 의외로 쉽게 이해되더라. '컨셉력=차별성×필요성'이란 법칙2도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고, 락앤락 용기 속에 지폐를 담은 후 검정 잉크를 잔뜩 푼 수조에 넣어 젖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락앤락 광고의 성공은 오감마케팅의 전형적 성공 사례(법칙3)로 그 교육 활용도가 높은 자료였다. 하나의 키워드로 언어화하라(법칙4)거나 기대감을 높여라(법칙5), 성향미(聲香味 법칙10) 같은 내용은 고객대면 점포에서 당장 써 먹을 수 있는 내용이었고, 기아 K9이 잘 팔리지 않는 이유를 다룬 법칙9도 생각꺼리였다.

 

 쇼펜하우어의 감각이론에 의해 제안한 색촉(色觸)이나 성향미 등은 읽는 자체가 흥미로웠다. 이런 오감 마케팅을 근간으로 하는 컨셉이 많았는데(법칙 3, 5, 9,10,12), 이는 인간이 무엇을 인식할 때 감각 경험과 컨셉이 불가연의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고 하겠다. 인문학의 관점에서 마케팅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까지는 좋은데, 저자는 여기서 '우리끼리만 아는 애기'로 소비자를 소외시키지는 않는지 소비자의 눈높이(법칙14)에서 다시 체크하기를 권한다. 결국 소비자와 소통하고 교감되어야만 된다는 기본을 놓치지 말라는 건데, CJ 햇반의 성공적 정착을 다룬 '숨은 사회적 욕구를 헤아려라(법칙16)'가 이를 잘 설명한다고 느껴졌다. 애덤 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에서 말했다는 인간의 사회적 욕구는 인감의 동감 본능에서 유래한다고 했다지...

 

 17개의 법칙이 전부 흥미로웠지만, 그래도 마지막 '법칙 17 모든 법칙들을 무시하고 자신의 법칙을 만들라'가 단연 정답처럼 여겨졌다. 자신의 법칙이란 기존의 통념을 깨는 역발상을 의미한다. 구글이 야후를 넘어선 것도, 월마트가 K마트를 추월한 것도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한 것이다. 역동적인 경쟁시장에서 후발기업이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경쟁업체와 같이 생각해서는 버티기 힘들 것이다. 생각 하나에 레드오션에서도 새로운 시장은 태어난다. 통념을 깨트리는 역발상의 사고는 모순을 부정하고 대립되는 것을 상생으로 만든다는 중용의 법칙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저자는 이 책 전체를 그림으로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는데, 단순하면서도 책의 의미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SERI(삼성경제연구소) CEO 인기 강의를 책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명성만큼이나 괜찮은 책으로 와 닿았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이나 실무를 담당하는 이에게 어떤 기본을 놓치지 않도록 하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아이템이 많으므로 분야 관련자라면 필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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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6: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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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하드씽 - 스타트업의 난제, 어떻게 풀 것인가?
벤 호로위츠 지음, 안진환 옮김 / 36.5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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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경영· 경제 관련 책을 찾아 읽지만, 얼른 손이 안가는 분야가 CEO의 영역에 관한 책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의 직장생활은 중간관리자에서 마감할 확률이 99.9%이기 때문이다. 작은 사업을 시작할만한 '깜'도 없는지라 은퇴 후의 생활도 누굴 이끌고 나갈 생각은 없다. 그러니 내가 읽는 경영경제서는 나의 위치와 업무에 적합한 수준의 책이거나 단순히 학문적 지식충족의 측면에서 읽게 되는 책이 대부분이다. 물론 가끔 '어디어디 1위'라거나 화제의 신간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가끔 읽어보는 정도……. 이번에 읽은 <하드씽 The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도 그닥 끌리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아는 '벤 호로위츠'란 이름과 'FT 올해의 경영서 후보작'이란 카피가 조금 시선을 끌었을 뿐이고……. 


결론부터 말하면, 미래의 CEO를 꿈꾸거나, 또는 근접해 있거나, 아니면 CEO이신 분은 꼭 읽어둘만한 책이다. 복잡다단하고 역동적인 기업환경에서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경영의 난제(Hard things)를 풀어가는 해결책과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호로위츠는 독자들이 이래라저래라 말만 그럴듯한 비슷한 유형의 책들에 식상해 있으리란 것을 예상하고, '난제를 풀어내는 공식' 같은 것은 없다고 미리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본질은 언제나 비슷한 법이어서, 당면한 복잡성을 경감하고 일을 조금 수월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경험이나 조언이라면 충분히 참고할 법도 하지 않느냐고 조심스레 그의 경험을 풀어놓는다. 하긴~ 보통 사람의 경험이라면 외면할 수도 있지만 호로위츠라면 조금 다르긴 하다.

 

몸소 경험하며 얻어 낸 통찰과 지식이 아니라, 통념에 따라 마음 편하게 생각해 버리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러느니 차라리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편이 훨씬 낫다. (17쪽)


벤 호로비츠의 현재는 3조원 이상의 펀드를 운용하는  벤처 캐피탈리스트이지만, 그 과거의 시작은 역시나 작고 서툴기 짝이 없었다. 그런 그가 실리콘밸리의 큰손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부딪히는 '하드 씽'을 해결하면서 터득한 자신만의 실패담과 고뇌, 그리고 성공의 방식을 풀어내기에 이 책이 나름의 가치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의 3장까지는 자신의 철학이 자리 잡은 성장 과정과 실리콘밸리 입사, 라우드클라우드(Loudcloud)의 창업, 닷컴 붕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과정과 매각, 옵스웨어의 설립과 HP에 매각하기까지의 8년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신고(辛苦)의 과정에서 그가 체득한 CEO의 숙명은 '악전고투'라고 정의한다. 어떤 회사든 존립을 걸고 싸워야할 시기는 있는 법이고, 그러한 시기를 자신이 헤쳐 오면서 경험으로 터득하게 된 주옥같은 자신만의 운영 해법을 풀어놓는다.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난관 중 나에게 제법 가깝게 와 닿은 첫 번째 내용은 "직원을 해고하는 올바른 방법"이었다. 회사가 실적 부진으로 위기에 빠질 때 구조조정은 필연적인데,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더라.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읽었다. 호로비츠는 자신의 경험에 의해 6단계를 제시하고 있는데, "마음을 단단히 먹고 미래를 바라보라 - 지체하지마라 - 원인을 명확히 하라 - 관리자들을 대비시켜라 - 회사 전체에 알려라 - 숨지 말고 드러내라."고 한다. 이렇게 해야 대량 정리해고 이후에도 문화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최고의 직원들도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한 듯 하면서도 핵심을 찌른 정리였다. CEO는 긍정의 착각에 빠졌어도 안되고, 문제를 숨겨서 곪게 놔두었어도 안된다. 결국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통해 순리대로 '올바른 방식'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사람을 먼저 돌본다. 사람, 제품, 이익의 순서다. (161쪽)


신명나게 일하는 직장, 다니고 싶은 직장……. 꿈같은 단어의 나열이다. 5장은 바로 이런 꿈을 현실화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사람이 먼저, 제품은 그다음, 수익은 맨 나중이다."라는 명언은 정말 그냥 명언에 불과한 우리네 현실이 그저 안타깝다. 남들이 볼 땐 월급이나 근무여건이 그런대로 안정적인데도 이직이나 명퇴를 고민하는 이면엔 언제나 '사람'이 도외시되기 때문이다. 성과 제일주의에 집착하는 CEO들이 참고했으면 하는 대목이다. 6장 이후 나머지 장들은 CEO의 영역인지라 굉장히 좋은 팁과 테크닉인 것은 알겠는데 그냥 참고만 한다. 사내 정치를 최소화하는 법, 일대일 면담, 문화를 프로그래밍 하라, 회사를 키우는 요령 등이 읽을 만했다.


꼭 CEO가 아니더라도 인생의 길에서 누구나 한번 쯤 방향 감각을 상실할 때가 있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CEO는 외로운 직업이라지만 인간 본연의 성향이 외로움이 아니겠는가. 이와 관련하여 저자는 겁내어 꽁무니 빼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7장에서 CEO로서 배운 가장 어려운 기술로 '자신의 심리를 관리하는 능력'을 꼽고 있는데, 그가 제시하는 "친구를 사귀어라, 머릿속에서 꺼내 종이 위에 쏟아내라, 벽이 아닌 도로에 집중하라(피하고 싶은 것보다 자신이 지금 가고 있는 길에 집중하라)"는 테크닉은 이런 경우에 상당히 도움이 될 듯하다. 이외에도 성공적인 피드백의 비결(진심을 담아라, 올바른 의도를 담아라, 개인적인 감정을 개입시키지 마라, 동료들 앞에서 직원을 웃음거리로 만들지 마라, 모든 사람에게 맞는 피드백은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그러나 매정하지 않게 전하라.)도 7장에서 인상적인 팁이었다.


"숨고 싶을 때, 죽고 싶을 때야말로 CEO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라고 호로비츠는 말하는데, 이 대목에서 드라마 <상속자들>이 생각나더라.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나는 왕관의 무게를 견뎌낼 수 없는 자질인지라 아예 CEO를 생각도 안하지만, '성공 CEO'란 왕관을 쓰려는 자는 그 무게를 견뎌 내었을 때 분명 빛나는 자신을 만나리라는 걸 느낀 책읽기였다. 위대한 CEO들의 비결은 오로지 '그만두지 않은 것' 뿐이라는 저자의 고언을 받아들일만 하지 않는가... 자신이 열정적인 스타트업(Startup) 회사를 지향한다면 이런 노련한 사업가의 책은 꼭 읽어볼 필요가 있지 싶다. CEO의 책무인 '무엇을 해야할지 아는 것'과 'CEO가 원하는 일을 회사가 하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책인 것은 분명하나 나의 관심사와 거리가 있어 평가는 ★★★★를 주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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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2 16: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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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막요 세트 - 전2권
동화 지음, 전정은 옮김 / 파란썸(파란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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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 깊으나 인연이 얕으니 어찌하리. 하지만…… 후회하지 않네……. 단지 그리워할 뿐…….

縱是情深, 奈何緣淺, 但……不悔……相思。(종시정심 내하연천 불회상사)

 

캬~ 멋진 마무리다. 역사 로맨스 소설 <대막요 大漠謠>의 끝부분인데, 이루어지지 않은 아픈 사랑의 안타까움이 짜르르~ 전해져온다. 대.단.하.다.

 

회사의 프로젝트 마감을 앞두고 머리 아픈 책을 읽기는 좀 그래서 손에 잡은 책이 작가 동화(桐華)의 <대막요>이다. '동화'는 전작 <보보경심 步步驚心>으로 우리에게도 제법 알려져 있는데, 중국에서는 사소천후(四小天后)라 하여 인터넷 로맨스 소설(言情小說)계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 4명에 들어가는 모양이다. 일부에서는 인터넷 문학(網絡文學)을 '쓰레기 문학'이라고 무시하기도 하지만, 기성문학과는 느낌이 다른 가벼움과 편리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베스트셀러와 인기 작가를 배출하고 있단다. 하여튼 중국인들은 소룡(小龍)이니 소호(小虎)니 하면서 젊고 유망한 인재들에게 이름 붙이는 것을 아주 좋아해... _구글링 하니 참고로 사소천후는 등평, 동화, 매어자, 비아사존 藤萍、桐華、寐語者、匪我思存 이네_

 

 

<대막요>는 중국의 한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로맨스 소설인데,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곽거병'의 일대기가 그 핵심 뼈대가 된다. 중국의 그 많은 전쟁사에서 항상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명장 중의 명장 곽거병! 18세부터 24세까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 젊은 장군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한무제(漢武帝)는 한고조(유방)의 흉노정벌 실패 이후 굴욕적인 화친 정책을 버리고 강력한 흉노 정벌 정책을 펼치는데, 이런 무제의 염원을 이루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이가 곽거병이다. 그는 정예 기병을 이끌고 무모하리만큼 위험한 용병술로 흉노족을 완전히 격파하여 후대에 '중국인의 자존심'으로 상징되기에 이른다. 역사에 이르면 이때 남쪽으로 밀려난 흉노족이 인도 쿠샨왕조를, 서쪽으로 쫓겨간 흉노의 한 갈래가 중유럽에 정착하여 나중에 헝가리를 건국한 걸로 알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불패의 전신(戰神)이며 24살에 요절한 시대의 영웅 곽거병의 일대기에 늑대소녀 '금옥'과 신비의 인물 '맹서막'이란 상상력의 인물을 적절하고도 절묘하게 섞어 넣었다. 인터넷 소설 특유의 가볍고 진부한 삼각관계 러브스토리인데도 불구하고, 애잔하면서도 달달한 얼개가 그 끝을 알 수 없는 흥미진진함으로 읽는 이를 끌어들임으로써 그 문학적 작품성까지 살짝 인정하기에 이른다. 아마도 이런 능력 때문에 중국 독자들은 그녀에게 연정천후(燃情天后)란 닉네임을 부여했나 보다. 처음엔 회사 일이 바쁜지라 1권만 읽고 나중에 2권을 읽을 요량이었는데, 1권의 마무리에 이르자 그 흡입력에 어쩔 수 없이(?) 2권까지 내달렸다._장장 1160쪽(1권 560, 2권 600)이다_ 2권의 마지막은 이 소설의 백미이다. 

 

<드라마 풍중기연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맹서막, 금옥, 곽거병 http://www.holyshare.com.tw/enter/index/articleid/27292/>

 

금옥(玉謹/金玉)! 경국지색은 아니지만 벽옥처럼 예쁘고 품격을 갖춘 아가씨. 어린 시절 늑대의 무리 속에서 자라 어떤 형식적 틀에 메이지 않으면서도 의지가 강해 뭇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사막에서 우연히 만났던 두 사람 맹서막과 곽거병과의 인연이 이 소설의 주된 러브스토리로 이어지는데, 그 상이한 만남만큼의 굴곡진 인생의 파노라마가 그려진다. 맹서막과의 인연(사막을 지나는 맹서막의 상단에게서 약간의 소금과 치마 한 벌을 훔치려다 잡히나, 맹서막에게서 누란국의 연파랑색 비단 치마와 면사를 선물 받게 된다. 나중에 이 치마로 인해 맹서막은 금옥을 위기에서 구하게 된다)은 1권의 풍미를 더하기도 하고 위태롭게도 한다. 곽거병과의 인연은 사막 도적떼에게 쫓기던 그들을 구해주면서 이어지는데, 1권에서는 은근히 불안한 관계자로 등장하지만 2권에서 금옥의 마음을 얻게 된다.

 

맹서막(孟西漠)! 조용하고 부드러우며, 뛰어난 의술과 묵가(墨家) 사상을 겸비한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순정남. 신비로운 상단 석방(石舫)의 리더이며 흔히 '아홉째 나리 九爺'라고 불린다. 조부가 서역인이고 조모가 한인이었기에 서역이 어려울 때마다 사재를 털어 구제하여 석난천(釋難天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하늘)이라 칭송받는 상남자. 하지만 가족유전병으로 두 다리가 약해 바퀴의자에 앉아 생활하는 핸디캡이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를 비하하여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금옥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지만 끝없는 사랑으로 마음을 먹먹하게 한다. 이 두 연인의 마음을 연결하는 '금은화(金銀花)'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우리에겐 ‘인동초’라고 알려진 바로 그 꽃이다. 흰 꽃이 먼저피어 노랗게 변하면서 다른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데, 작가는 이를 아직 만나지 못한 연인들 같다고 표현하네. 인동덩굴을 원앙등(鴛鴦藤)이라고도 한다. 금옥도 맹서막도 곽거병도 이 인동초와 원앙등에 사랑의 마음을 담는다. 

 

곽거병(霍去病)! 대장군 위청의 조카로 두 살 때부터 궁중에서 자란 귀족답게 거침이 없고 당당하며, 보기에 따라 오만하고 패도적인 인물. 금옥에게 반하여 무작정 들이대는 듯하면서도 흉중이 깊고 유머가 있는 상남자 중의 상남자. 흉노와의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약관 20세에 장군직 서열 2위에 해당하는 표기장군(驃騎將軍)에 임명 되는 등 호방하고 자신만만한 젊은 남성미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이런 곽거병을 푸른 소나무와 햇빛 같은 남자라고 표현하고 있다._상대적으로 맹서막은 휘영청 밝은 달과 푸른 대나무로 대비된다._ 2권을 주도하는 전쟁씬과 궁중 암투에서 생사를 넘나들면서도 금옥에게 진심을 다해 결국 금옥의 마음을 얻는다._이것도 스포일까?_ 어찌 보면 금옥이 밀당을 잘한 거지…….^^ 작가는 곽거병이 24세에 요절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대단한 상상력으로 금옥과의 러브 스토리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사실은 무협만화에서 많이 보던 마무리 기법이었지만 그래도 신선하게 와 닿았다.) 

 

<이미지 : http://www.holyshare.com.tw/enter/index/articleid/27503/>

 

<대막요>에는 이 세 사람만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무제의 여성편력에서 파생된 궁중 암투도 있고, 기녀와 무녀(舞女)들의 영역인 낙옥방(落玉坊)과 천향방(天香坊)의 세계도 그려지고, 둔황 부근의 월아천이 등장하는 사막과 풍요로운 장안성의 대비도 뛰어나고, 늑대 무리와 함께하는_이것도 무협만화에서 가끔씩 보이는 소재이다_ 금옥의 생활도 이채롭다. 어쨌거나 로맨스 소설의 달달한 가벼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사건들이 많아 재미와 작품성을 제법 잘 살린 소설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2012년 중국에서 출간된 후 100만 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라고 하며, 작년 10월 풍중기연(風中奇緣)이란 이름으로 드라마화 되었다고 한다. 구글링해 보니, 금옥은 류시시(劉詩詩), 곽거병은 팽우안(彭于晏), 맹서막은 호가(胡歌)가 열연했네. 시간나면 한번 봐야겠다. _찾아보니 http://www.dramaq.org/sound-of-desert/http://cn.lovetvshow.info/2014/10/sound-of-desert-list.html 에서 그냥 볼 수 있구먼._ 어쨌거나 마치 황성의 무협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 이틀 밤낮의 책읽기, 괜찮았다…….

 

<연인들의 마음을 전하는 주요 소재인 금은화와 원앙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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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 1 -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
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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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어… 아이의 생일 날, 또래 친구들이 찾아와 패러디한 축하 노래를 부르면서 그들만의 '생일빵' 잔치로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다. 좋은 시절이야~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이 흐뭇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왜 태어났을까?' 자문하게 된다. 깊이 잠들어 있던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회의와 함께 딱히 뭐라 하기 힘든 초조함이 온 몸을 감싸고 약간의 한기마저 느끼게 한다. 나는 정말 왜 태어났을까? 가정을 꾸려 아들딸 낳고 그냥 무난하게 직장 다니며 이렇게 오손도손 살다가 가려고 왔을까? 이것이 내게 주어진 삶의 전부일까? 이게 아닐 텐데……. 평범한 일상 속에 삶의 기쁨이 있다지만 이렇게 건조한 삶을 살다가 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이러한 삶이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아닐 텐데…….

일탈이 아닌, 내면의 울림에 의한 나만의 삶을 살아야한다고 머리는 느끼고 있으나 현실의 몸은 강호의 '거친 바람'을 두려워하며 그냥 안주하고 만다.

 

조용헌의 <방외지사>! 읽고 싶었지만 바쁜 나날에 그냥 지나쳐 온 이 책이 <조용헌의 방외지사 열전>이란 제목으로 개정 증보되어 나왔다. 방외(方外)란 무엇인가? 조선생이 의미하는 방의 개념을 서문에서 짚어보면, "방은 원래 사방이란 뜻이지만, 그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층위에 따라 다양하게 적용된다. 방은 테두리, 경계선, 고정관념, 조직사회를 의미한다. 방(方)은 또한 노래방, 빨래방, 찜질방의 방(房)과 같이 닫힌 공간, 구획된 공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방외'라는 것은 방으로 상징되는 이러한 고정관념과 경계선 너머를 가리킨다."고 하였다. 조선생은 이 책에서 방외로 먼저 나가본 사람들, 즉  조직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가 살아가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궤적을 진솔하게 소개하고 있다. 조금 다르게 말하면, 사람마다 자신의 가슴 속에 알고도 모르는 듯이 잠재우고 있는 '자유로운 영혼'에게 은근히 '뭐 해? 당신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 탈출 해~' 이런 유혹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책이다.

 

<열전 1>은 "한세상 먹고사는 문제만 고민하다 죽는 것인가?"를 고민한 방외지사에 관한 소개로, 그 1부는 "밥걱정을 뛰어넘은 귀거래사"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의 일을 한다는 것은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고민거리이다. '밥이나 굶지 않는 백수'가 된다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가장 먼저 소개된 죽설헌_竹雪軒, 나주시 금천면에 소재_의 박태후 화백의 공간은 부럽다 못해 그저 멍해지더라. 그 생활 이력이야 간단하게 요약할 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조선생의 찰진 필력이 붙으니 살짝 전율이 인다. "죽설헌에서 유리벽 너머로 대숲을 보고 있노라니 죽리관에 앉아있던 왕유가 부럽지 않다"는 글을 읽는 순간 고향집 뒷산의 대나무가 그리워지고 난 구름 위를 걷는다. 밥 굶지 않으면서 그런 풍광을 즐기며 사는 팔자는 정말로 어떤 팔자인가? 부.럽.다. 이외에도 오토바이 타고 강산을 떠도는 시인, 백수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처사, 산중무예 기천문 2대 문주, 인생 2막에 '갑'에서 '을'이 된 명리학 도사, 서권기 문자향의 '이불재' 주인 등이 천외천의 세상으로 이끌어 간다.

 

홀로 그윽한 대나무 숲에 앉아 / 거문고를 타면서 길게 휘파람 소리 내어본다. 깊은 숲 속이라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 밝은 달이 찾아와 비추어주는구나.
獨坐幽篁裏 彈琴復長嘯. 深林人不知 明月來相照. 王維, 竹裏館

 

2부는 "사바세계에서 도를 찾다"이다. 1부가 귀거래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2부는 자신의 타고난 소질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다. 염라대왕의 대외비를 훔쳐본다는 역술가_자살로 생을 마감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사주풀이가 흥미로웠다_, 무술 고수를 찾아 중국 천지를 방랑한 분, 의사이지만 '도통'을 추구한 월담거사_청화스님의 금강심론金剛心論은 꼭 읽어봐야겠다. 이 거사가 걷고 있는 길이 내가 추구하는 바와 비슷하다_, 파주 적군묘지 보살피는 탁월한 구라꾼_이분을 만나면 왠지 압도당할 듯만 같다_, 신화세계 탐구하는 쌍꺼풀수술 전문가_공력이 탁월한 분 같다_, 공자철학의 좌파적 해석자_좌파논어, 자신의 삶에서 체득한 해석이 참으로 싱그럽다. 진정한 고수의 경지를 느낌_, 80년대 운동권으로 도피생활 동안 강호학을 깨친 인문학자 등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일곱 분의 삶이 펼쳐진다.

 

운이 좋지 않을 때는 그저 묵묵히 견뎌야 한다. 그러려면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이 고비만 지나면 반드시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때 인간은 참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운명의 이치는 밤이 가면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반드시 밤이 온다는 것이다. 223쪽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가는 우리네 삶이 애달프다. 살얼음판 같은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다가, 어느 날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 이렇게 살다가려고 태어났는지, 이게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자문하게 된다. 커피 한 잔으로 달랠 수 없는 서글픔이 밀려온다. 조선생도 이 책에서 이를 짚어두더라."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으나 소심함 때문에 가지 못한 길이 있다. 그럴 때 자신이 가보고 싶었던 길을 실제로 가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기 마련이다. (중략)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소심함을 한탄할 뿐이다.(65쪽)"……. 그 어느 누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살고 싶지 않으랴. 나도 나의 길을 가고 싶다...
조용헌 선생의 글빨은 참으로 맛깔스러우면서도 품격이 있다. 그의 지적인 글을 읽노라면 무불통지(無不通知) 활연관통(豁然貫通)의 경지를 느낀다. 어찌 보면 방외거사 또한 그저 하나의 삶에 불과하건만, 자신의 철학을 방외지사의 삶 속에 적절히 녹여내어 '읽는 맛'과 '끌림'을 제대로 살려내고 있다. 조선생 또한 참 대단한 방외지사처럼 느껴진다.^^  (1,2권의 독후를 하나로 쓸려다가 따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2권의 독후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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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에 깃댄 경영 관련 서적이 끌린다. 특히 <모략의 기술>은 귀곡자의 사상을 어떻게 접목하였는지 관심이 간다.

요즘은 그저 덧없다. 2월엔 매화가 필려나... 퇴계선생의 매화타령이나 읊어보자...

 

도산월야영매(陶山月夜詠梅)

獨倚山窓夜色寒    홀로 산창에 기대서니 밤이 차가운데
梅梢月上正團團    매화나무 가지 끝엔 둥근 달이 오르네
不須更喚微風至    구태여 부르지 않아도 산들바람도 이니
自有淸香滿院間    맑은 향기 저절로 뜨락에 가득 차네
 

 

1. 모략의 기술 - 귀곡자, 현재를 사는 책략가의 지혜 

 귀한 책이 경영과 만났네... 상대방의 흉중을 헤아린다는건 쉽지 않은데... 읽고 싶은 마음이 일착으로 온다.

 

2. 공자가 다시 쓴 자본주의 강의 

공자에 대한 해석은 2000년대에 만발하는 듯... 나는 공자님이 사회주의자였다는 생각도 가끔 하는데... 이 책은 보편적인 '우파 공자'인가?

 

3. 논어가 흐르는 경영 

 올해 역시 공자 논어의 응용과 융합이 많으련가?

 

4. Rich File - 절대, 예금하지 마라 주식으로 저축하라 

 초저금리 시대이다보니 이런 책이 나오는데... 펀드도 손해보는 세상. 이 책이 정답은 아닐 듯... 그래서 읽고 확인하고 싶은 책

 

5. 위대한 해체 

 요즘 경제의 대세 패턴이 '해체'? 분산화를 주장하는 책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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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8 2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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