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의 덫
후나세 슌스케 지음, 김경원 옮김 / 북뱅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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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백신에 관한 새로운 정의
백신의 3대 목적은 ‘감염시키기’, ‘병에 걸리게 하기’, ‘빨리 죽게 하기 입니다. 실로 살상 무기에 다름 아니며, 어린애들의 몸에 집어넣는 ‘시한폭탄’ 자체입니다. (13쪽)


참으로 놀랍고 어이없는 문장이다. 백신접종의 목적은 다 알다시피 '면역'이다.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감염증은 백신접종에 의한 감염방어 이외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는 것이 정설 아닌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황당무계'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소비자문제 및 환경문제 평론가라는 일본인 후나세 슌스케의 <백신의 덫>을 읽다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과 음모론에 기가 막혀 헛웃음만 짓다가도, 이 분이 왜 이러나~ 생각해 보면 나름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

 

일본의 경우 몇 년 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안정성과 그 효과에 대한 의문으로 큰 논란이 일었는데, 책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는 놀랄만한 이슈를 제기하면서 시작한다. HPV(인유두종 바이러스)는 "감염당해도 자연스럽게 소멸하기 때문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HPV감염과 자궁경부암 증상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거 무슨 말씀이람? 그러면서 자궁경부암 백신은 '효과 없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백신이 자궁경부암 발생리스크를 44.6%나 증가 시켰다고 하니 정말 아.연.실.색!!! 그럼 내 딸이 맞은 백신은? 돈만 날아간 것이 아니라 '발암 백신'을 접종했단 말인가?

 

 
#음모론1. 에이즈 바이러스의 진실
1) 에이즈 바이러스는 미국 군부가 만든 생물학 무기로, 유전자 조작으로 제조한 첫 인공 바이러스다.
2) 형무소 죄수를 대상으로 실험하다가 잠복기가 긴 줄 모르고 별 효과가 없는 듯하여 중단하고 죄수를 풀어줬는데, 1년 후 뉴욕에서 세계 첫 에이즈 환자 출현
3) 실험 죄수 중 동성애자, 마약 상습자 많아 감염 퍼져나감. 미국은 초극비 군사기밀이 새나갈까봐 초초
4) 고육지책으로 에이즈를 아프리카 긴꼬리원숭이에서 유래된 풍토병이라고 거짓말 날조.
5) 거짓정보를 믿게 하기위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섞어 넣은 천연두 백신을 예방접종이란 명목으로 주사기로 주입, 아프리카 대륙에서 에이즈 환자 속출.
6) 아프리카 최초의 에이즈 환자 등장한 곳이 천연두 백신 집단 접종지역과 일치
7) WHO는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천연두 백신의 존재 인정
8) 1992년 빌 클링턴 정권은 이 오염 백신 회수 지시
9) 관련 과학자, 내부 고발자 하나 둘 의문사 또는 실종


#음모론2. 조류 인플루엔자의 선동
1) 조지 부시 대통령은 조류 인플루엔자로 적어도 20만 명,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만 200만 명 죽는다느니 하여 사람들을 패닉화. 이 거짓말로 미국만 해도 8,000만 명분 타미플루 구입
2) 타미플루의 부작용 속출
3) 타미플루는 다량의 불임 성분이 들어 있는 악마의 인플루엔자 백신. 자궁경부암 백신보다 100배나 더 많은 불임 성분 배합
4) 공포를 이용해 떼돈을 번 거대 제약기업. 비타민D가 백신보다 5배나 감염예방 효과 과학적으로 증명, 하지만 돈벌이가 되지 않음.
5) 2009년, 체코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에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들어 있음이 발각.
6) 왜 백신에 여러 바이러스가 섞일까? 바로 세계 인구의 삭감을 위한 인위적 인구 말살 계획이다.


#음모론3. 자궁경부암 백신의 효과 제로!
1) 자궁경부암 백신은 '발암 백신'이다. FDA 내부문서에 의하면 백신이 오히려 자궁경부암 발생리스크를 44.6%나 증가시킴.
2) 2003년, FDA는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공식발표. 이 말은 HPV 감염과 자궁경부암 증상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는 뜻.
3) 10만 명의 여성에게 백신을 접종해도 예방효과의 가능성은 단 7명뿐…, 나머지 99,993명에게는 ‘극약’ 백신의 부작용 리스크가 상존.
4)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 고로 소녀 시절에 접종, 면역 생겨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 헛소리.
5) 그런데도 거대 제약회사의 로비에 의해, 각국 정부에 의해 접종 강행.
6) 그 이유는 다양한 질병의 '씨앗'을 심어두는 시한폭탄의 역할과, 지구 인구 삭감을 위한 '불임 정책'.
7) 자궁경부암 백신에 배합된 '스쿠알렌 Squalene'은 불임제이다.
8) 결론적으로 국가를 초월한 '거대한 힘'에 의한 인류말살의 생물학적 테러이다.
9) 의심스러우면 '의약품 첨부 문서'를 읽어보라. 요컨대 백신은 병인(病因) 대량생산을 노리는 덫이다.


# 쉬어가는 코너
1)검진으로 발견되는 암은 암이 아니라 '암 비슷한 것', 즉 '양성 종양'이다.
2) 암으로 인한 사망자의 80%는 '암 치료'로 죽는다.
3) 암 치료를 받은 사람의 평균수명은 3년이다. 한편 암 치료를 거부한 사람의 평균수명은 12.6년이다.

 

#음모론4. 빌게이츠 재단, 록펠러 재단, 로스차일드 가문이 음모론의 몸통!
1) 빌게이츠는 '가족계획'이란 미명 하에 '불임 백신'을 개발, 원조하려고 한다. 이것이 인구 삭감이다.
2) 백신 이권의 대부는 록펠러재단(세계 인구는 적어도 절반으로 줄여야 합니다)과 로스차일드. 백신 신화를 퍼뜨리는 의료 마피아라고 할 수 있다.
3)록펠러재단은 백신 이권을 위해 19세기부터 미국 국민에게 예방접종을 의무화하려 하며, 백신의 평판을 떨어뜨리는 정보는 제거해 왔다.


#에필로그. 백신을 죄를 묻는다.
 책의 목차나 내용 전개와는 다르게 음모론에 초점을 두고 정리해 보았다. 저자의 관점에서 전체를 아울러 보면, 예방접종의 원조라 할 천연두의 백신뿐만 아니라 디프테리아, 소아마비, 자궁경부암, 조류 인플루엔자 등등의 경우 백신이 그러한 병이 유행하게 된 발생 원인이라는 거다. 물론 이런 비밀의 이면에는 '인구 감소 계획'과 거대 제약회사의 이권이 숨어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저자는 백신의 유죄를 선언한다. 그 죄의 첫 번째는 '효용이 없다'는 것, 두 번째는 '독물'이라는 것, 세 번째는 '병을 일으킨다'는 것, 네 번째는 '감염증을 폭발시킨다‘는 죄가 그것이다.

 

중언부언하자면, 백신이 인류의 살육을 위한 생물 테러 병기라는 '악마'로 변신했다는 지적과 함께, 백신은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는 ‘극약’이라고 역설하는 내용이다. 이걸 믿어야하나 말아야 하나…….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분명 무의식중에 반발‘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이 엄연한 사실이라고 주장한다. 이제 믿고 안믿고는 독자의 몫이 되었다. 어디서나 소수 의견은 존재한다. 가끔씩 그 소수의 목소리가 진실인 경우도 있고...

 

그런데 어떤 백신이든 극히 소수의 부작용은 있는 것이 정상 아니겠는가. 난 이 책을 읽은 지금에도 '반신반의'가 아니라 '침소봉대'에 밑줄을 긋는다. 다만 의약품 부작용은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경각심을 가진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참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에 아직도 대략난감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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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29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신 관련 음모론이 지금은 우스운 상상 정도로 여기고 있지만, 인류의 수명에 직결되는 거라서 가볍게 봐도 안 될 것 같아요. 시대가 좋아져서 의학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인류는 강력하게 진화한 병균의 위협에 노출될 것 같습니다.

표맥(漂麥) 2015-01-30 09:20   좋아요 0 | URL
참으로 어이없는 내용인 듯한데, 묘하게 무시하기 힘든 뭔가가 있더군요. 글로벌 제약회사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건 사실이니까요.^^
 
노무라종합연구소 2015 한국 경제 대예측 - 일본 최고 민간경제연구소의 한국 경제 전망
노무라종합연구소 엮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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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가 위태위태한 상황인가 보다. 연초부터 우려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그 핵심이 한국 경제의 일본화(Japanization)이다. 모양새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 잘나가던 일본이 80년대 중반 엔고 현상을 기점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경기침체로 접어들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저금리 정책을 펼쳤는데 이것이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지고, 버블이 사그라지자 디플레이션 함정에 빠져 성장률 거의 제로의 장기불황으로 이어졌다. 10년, 20년이 흐른 현재 아베가 엔저를 유발시키면서 고군분투하지만 30년으로 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웃나라의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도 엇비슷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닌가 하는 염려가 압도적이다. 우리를 둘러싼 경제적 여건이 남다르다는 거다. 한때는 미국의 호황이 우리에겐 호재였는데, 작금의 미국 호황은 좀 다르게 다가온다. 미연준(FRB)은 호황을 바탕으로 테이퍼링(Tapering, 양적 완화 축소)을 통해  미국 경제를 '정상화'시키려고 하니 연방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은 시간문제이다. 작년에 발표된 IMF의 '201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전망'에 의하면,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하더라. 한국의 성장률이 3% 초반대로 주저앉는다나 뭐나.

 

일본도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엔저 정책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강화하니 우리의 수출주력기업들은 연일 죽을 맛이라고 난리고,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리다시피 한 중국 경제도 성장률 둔화에 직면함에 따라 우리 경제가 한층 험난해 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위기를 잘 대처하면 기회가 되는 법! 정부의 경제팀도 이를 잘 알고 대처하리라 믿는다. 그런데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금융정책)와 LTV, DTI 등의 완화(부동산 관련 정책)를 통해 경제가 잘 돌아가게 하자는 초이노믹스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는 지적이 터져 나온다. 물론 아직 그 결과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긴 하지만…….

 

  

 

<노무라종합연구소 2015 한국 경제 대예측>을 읽었다. 우리 경제가 한창 성장하던 시절, 때때로 왜곡되어 전해지던 정보를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주던 일본 최고 민간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NRI)의 한국 경제 전망서이다. 올해로 세 번째 출간되는 경제전망 및 산업 분석인데 1부에서는 세계 경제의 동향을, 2부에서는 한국 주요산업의 구조개혁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요즘은 우리의 SERI나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분석이 워낙 좋아서 NRI의 날카로움이 옛날 같지 않으나, 그래도 우리를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이 연구소의 냉철한 분석은 작금의 우리를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을 읽어보니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에 돌입했다는 사실은 이제 일반적 의견인가 보다. 그런데 NRI는 의외로 우리 경제의 질을 더욱 높이고 산업구조를 향상시켜야 하는 매우 중요한 전환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걸 뒤집어보면 '당신들 잘못하면 일본 꼴 난다'는 거겠지. 작금의 우리 경제가 '제조업의 위기'라는 분석엔 누구나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 정권부터 복지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고 트리클 다운 이펙트(trickle down effect)니 뭐니 하면서 친기업정책(business friendly)을 펼쳐온 거 아니겠는가. 잘해보고자 펼친 정책이니 뭐라 말하긴 그렇지만, 의욕만 넘쳤고 실속은 없었기에 지금 이 순간에도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비정상의 경제를 고민하고 있지 않겠는가.

 

1부의 세계 경제 전망을 보니, 미국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양이고 유럽은 여전히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운 듯하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반짝 힘을 얻고 있으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 동력이 무뎌진 듯하고,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고, 기타 아시아 신흥국은 비교적 안정적일 것이나 미국의 테이퍼링에 금융시장이 불안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제조업의 위기'에 방점을 찍고 과연 시장과 맞선 초이노믹스의 경기 대책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 일본의 전처를 밟을 것인지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가볍게 정리하면 일본과 비슷하나 아직까지는 당시의 일본보다 양호한 상태라고 한다.

 

우리의 문제와 해결방향은 가계부채의 축소와 부동산 안정, 그리고 내수시장 진작으로 축소화하여 볼 수 있겠다.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는 아마 부동산(주택) 구입일 가능성이 많은데, 최근의 집값 하락은 우리 경제에 정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이건 그림이 보이는 현실이다. 집값 하락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를 양산하게 될 것이고, 이는 은행담보부실로 이어져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나리오가 바로 그려진다. 이런 미래의 불안은 다시 소비성향의 위축과 주택수요를 서서히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접어들 것이고... 이젠' 월세 시대'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하고 있다고 보인다. _ 그런데 한중일 3국의 경제뇌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중심에 모두 '부동산'이 있음을 알게 된다._

 

그래서 정부가 펼치는 '초이노믹스'의 핵심에 부동산 안정대책이 있는데, 이것이 참 조심스럽다. 미국은 금리 인상을 하고 우린 초이노믹스 기조 유지를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한다면 당장 단기자금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자본유출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제 2의 환란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엔저와 중국 경제의 문제로 수출이 어려운 것도 어려운 문제다. 진퇴양난이 따로 없다. 결국 문제해결의 첫걸음은 '내수 진작'에 있는가 보다. 그래서 제시하는 대안이 "임금 인상과 배당 확대"이다. 전 정권 시절 법인세를 25%에서 22%로 감세해 주는 등의 혜택을 이제 기업이 임금 인상이나 배당 확대 등의 형태로 가계에 환원함으로써 내수 경기를 살려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야 고용도 늘고…….

 

2부에선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5대 산업_자동차, 전자ㆍ전기, 부동산, 유통, 헬스케어 산업_의 실태와 핵심 이슈를 제시하고 있는데, 우리가 무엇을 선점해야 할 생존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읽기가 되더라. 자동차는 2015년을 선도업체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재정비의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고, 전자ㆍ전기는 3D프린터 등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 살아남기 위해 기초역량을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부동산 산업의 회복은 참 쉽지 않지만 어쨌든 주택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잘 따라가면서 정책을 시행해야 할 것인데, '도시 재생' 부분이 흥미로웠다. 유통 산업은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은 당연하겠고, 과연 올해 한국 헬스케어 산업의 빅뱅이 시작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이 책의 서문에서도 나와 있는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모든 상황과 조건이 불안정하고 어두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낸다면 충분히 반등의 기회가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 민족은 위기의 상황에서는 너나없이 대동단결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왔다. 그런데 지금의 위기는 잘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라는 말이 회자되는 암울함, 가진 자들의 갑질, 정책에 의해 유지되는 부동산 가치의 위태로움……. 과연 우리는 2015년 '위기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과거의 일본처럼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모든 국민의 인식과 힘이 다시 하나로 모여져야 할 시점인 건 분명해 보인다. 정치는 제발 좀 다투지 말고, 정책은 혜안의 해결책으로 우릴 잘 이끌어가길 그저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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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내려놓아라 - 몸과 마음이 분주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일상의 소중함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5
뤄위밍 지음, 나진희 옮김, 김준연 감수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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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음을 정화하는 좋은 책을 만났구나. 을미년 벽두에 이처럼 격이 높은 책을 대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저 홍복洪福이다. 이번에 읽은 <잠시라도 내려놓아라 : 몸과 마음이 분주한 현대인에게 전하는 일상의 소중함>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국립대 푸단대학復旦大學 중문과 교수 뤄위밍駱玉明의 저서이다. 이 책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책제목이 아니었다. 솔직히 집착을 놓아 버리라거나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방하착放下着 관련 서적들이 최근에 좀 많았는가. 그저 그런 또 하나의 책이겠거니 생각하면서 얼핏 훑어보니 '화두와 한시에 정갈하게 담은 삶의 깨달음'이란 말이 눈에 들어오더라. 한시와 화두? 뭔가 쉽지 않다. 선의 핵심인 화두는 정말 어렵다. 씨~익 웃음으로 답은 할 수 있겠는데, 어떻게 표현해 내기가 어렵다. 이런 화두를 한시와 접목하여 풀어낸다는 것은 내공 깊은 고수를 만난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다.

 

선은 철학이고 종교다. 다만 선은 체험적 성격이 강하고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멀리서 보면 선은 공허하고 허망해 짐작조차 하기 힘들 것 같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소박하고 단순명료하다. 시도 마찬가지다. 중국 고대시가 중에는 일상의 삶과 경험을 통해 선을 깨닫게 하는 걸작들이 꽤 있다. 6쪽

 

책의 결론이야 제목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내려놓아라'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고집과 탐욕, 허황된 생각을 없애면 소박하고 여유로운 삶의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완벽한 인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선은 구속에서 벗어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태도인 것이다(9쪽)."라고 그 지향점을 '여는 글'에서 미리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는데도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과의 싸움이요 경쟁이요 욕망이더라. 제대로 하늘 한번 바라보기 힘들고, 물 한 모금 여유로이 마셔보기 어려운 것이 우리네 삶 아니던가. 어떻게 내려놓으란 말인가? 저자가 이끄는 데로 시와 선의 세계에서 거닐다보면 정말 내려놓을 수 있으련가?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달이 뜬다. / 여름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흰 눈이 내린다. //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 이것이 바로 좋은 인생의 시절이라네.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無門慧開禪師-

 

책은 열일곱 테마로 화두와 한시에 담긴 삶의 지혜를 전해주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평상심'이다. 선종의 화두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구절이 '평상심이 바로 도이니라'라고 한다. "평상심은 어수선한 몽상과는 거리가 멀고 속세의 영욕과 득실로 인해 기쁨과 슬픔이 멋대로 생기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에 인연을 따르고 억지를 부리지 않는 것이다. 너그럽고 포용력이 있으며 모질게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고생을 회피하지 않으며 성실하게 일하고 노력한 만큼 보람을 얻는 것이다(20쪽)." 아하! 평상심은 소박한 일상에서 찾을 수 있는, 자신을 지혜롭게 지키는 힘이구나.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되는 게 도라니……. 그렇지! 그러고 보니 평온 속에 삶의 기쁨이 항상 있었더랬지. 갑자기 조주선사의 "뜰 앞의 잣나무이니라."는 말씀이 쉬이 가슴에 들어와 자리 잡는다...

 

텅 빈 산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 어디선가 들려오는 도란도란 사람소리. // 석양빛이 숲 속 깊숙이 들어와 / 다시금 푸른 이끼 위에 비치네.
空山不見人, 但聞人語響, 返景入深林, 復照靑苔上。-王維, 鹿柴-

 

평상심 다음으로 관심 가는 내용은 '고요함'이다. 마음에 드는 시_왕적<입약야계>王籍, 入若耶溪  한 구절이 있었는데, "매미 울어대니 숲은 더욱 고요하고, 새 지저귀니 산은 더욱 그윽하네. 蟬噪林逾靜 鳥鳴山更幽"……. 세상은 소리의 천국, 그 시끄러움에서 만나는 고요의 소중함이 그대로 살아 있다. 특히나 자연 본연의 아름다운 음률 속에 인간의 영혼은 정화되고 녹아든다. 이러한 고요를 통해 문득 다시 분주한 삶을 깨달을 때 우리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자연의 고요를 통해 선의 정취를 표현해 낸 고도의 공감감적 기법이 의외로 심오한 울림으로 와 닿는다. 이와 함께 왕유의 <녹채>王維, 鹿柴도 자연의 깊고 그윽함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깨달음은 아주 가까이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육조 혜능의 남종선에는 세 가지 핵심이 있다는데, 그 첫 번째가 마음 밖에 부처가 없다는 심외무불心外無佛이고, 두 번째가 깨달음이요, 세 번째로 불법은 속세에 있으니 속세와 떨어지지 않아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佛法在世間, 佛離世間覺 했다. 쉽지 축약해 보면 불성은 인간 세상사, 즉 인간의 마음에 있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런고로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미소와 생기 넘치는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대하면 인생의 즐거움을 얻을 것 아니겠는가. 가슴으로 깨달으면 머리가 환해진다고 하더라. 깨달음이란 고차원적 언어놀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소소하고 소박한, 자연 그대로 꾸밈이 없는 삶에서 문득  미소 짓게 되는 '그것'이 아닐까……

 

온 종일 봄을 찾았으나 봄이 보이지 않아 / 짚신이 다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 돌아와 뜰에서 웃고 있는 매화 향기 맡으니 / 봄이 이미 매화가지 위에 한껏 와 있었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嶺頭雲。 歸來笑撚梅花嗅, 春在枝頭已十分。-작자 미상, 尋春-

 

한시에서 선의 향기를 찾아낼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저자는 무엇보다 중국의 불교가 현지화 하는 과정에서 노장사상이 어우러졌음을 들고 있다. 즉, 불교와 노장사상의 결합이 선종사상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세계의 선자'라는 스즈키 다이세쓰는 "선은 본질적으로 삶의 본성으로 들어가는 예술이고 구속에서 벗어나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을 안내한다."라고 하였다. "선의 내면으로 다가가면 소위 '상식'이 와해되어 훨씬 광활한 공간이 펼쳐진다."고 한다. 선의 깨달음이란 것이 언어적 해석과 논리적 분석을 벗어나 각자의 경험과 실천을 통해 진리를 깨닫는 것_정신의 해탈_이라고 볼 때, 시인의 자연과 동화된 체험에서 나오는 시적 표현은 또 다른 '진실한 의미'가 될 터이다. 

 

열일곱 테마의 '내려놓음'을 읽다보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 속에 선과 도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네 불편하고 삭막한 인생고락호에서 잠시 내려와 큰 숨을 한 번 쉬게 되더라. 인생고락 종심이기 지족상락 능인자안人生苦樂 從心而起 知足常樂 能忍自安이라 했다. 인생의 고통과 즐거움은 결국 자신의 마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니, 스스로 만족하면 항상 즐겁고 능히 참아 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옛 말씀이 생각나더라. 한시漢詩·선시禪詩에 내포된 여백의 공간에서 찾아내는 인생의 깨달음이 지적이고 내밀한 충족으로 온 정신을 달뜨게 한, 참으로 괜찮은 책읽기였다. 오랫동안 두고 읽어볼만한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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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 전에 한시나 옛 고전작품을 읽었는데 요즘에는 잘 안 읽게 되네요. 이 책 한 번 읽어보고 싶군요. ^^

2015-01-21 18:3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저에겐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종교에 대한 편향이 심한 크리스챤이나, 한시 보면 경기 들리는분에겐 별로겠지요. 제 느낌으론 배움이 많았던 책읽기였습니다.^^
 
파란 비닐인형 외계인
서준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P출판사 카페를 들락거리다가,  "원고 투고 이렇게 하면 백퍼센트 거절당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소설 원고를 투고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에게 조언하는 글인데, 이 중 "내용면에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아주 당연하면서도 예리한 지적이라 메모를 해두었더랬다. 크게 3가지로 요약하면  허술하고 평면적인 캐릭터, 개연성 없는 허술한 이야기, 어디선가 본 듯한 그저 그런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별로 어필하지 못한다는 거다. 물론 상업성을 중시하는 전문 출판편집인의 말이라 치부해 버릴 수도 있지만, 소설 작법에서 무시할 수 없는 기본 전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토대 위에 인간의 내면적 심리와 세상의 부조리를 물 흐르듯이 이끌어 내거나 담아내면 명작이 되는 거고...

 

이번에 읽은 서준환의 <파란 비닐인형 외계인>은 2005년에 초판 출간되었으나 절판되고, 이번에 출판사를 바꿔 재발간한 책인가 보다. 책의 크기는 남자 어른 손바닥(182*128mm, 176쪽)만 하고, 두 편의 중단편 소설이 실려 있었다. 표제작 <파란 비닐인형 외계인>이나 다른 작품 <마녀의 피>란 제목만 보더라도 평범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_개인적은 '파란 비닐'의 가벼움이 별로 와 닿지 않아 차라리 책제목을 <마녀의 피>로 했더라면 더 좋았으리라는 생각을 했다._ 적어도 '허술하고 평면적인 캐릭터'나 '어디선가 본 듯한 그저 그런 이야기'의 범주에서는 벗어난 소재였다. 그런데 독자에 따라서는 '개연성 없는 허술한 이야기'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구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의 이러한 황당한 듯한 허술함이 바로 작가가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숨어있다고 좋게 평가하고 싶어진다.

 

<파란 비닐인형 외계인>은 작가의 습작_무례한 표현이라면 좀 미안하지만_ 같으면서도 뒷맛이 있는 소설이더라. 일상에 쫓기는 한 직장인이 '휘파람별'에서 온, 파란 비닐인형처럼 보이는 외계인을 만나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적어내리고 있다. 특별한 클라이맥스 이런 건 없다. 그런데 마지막의 반전은 이 작품이 꽤 매력적인 짜임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한다. 좀 은은한 구성이랄까. 우리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파란 비닐의 '가치 없음' 속에 인간의 일상마저 무의미한 색채를 띄더만. 그렇다고 소설이 깊이 있게 와 닿은 건 아니다. 책의 뒤표지를 보니 김경주 시인께서 이 소설을 '끝내준다!'고 극찬하는데, 나의 느낌으로는 조금 오버하신 듯하고 그냥 소설가적 자질을 잘 보여주나 평범한……. 이 정도였다.

 

나는 표제작보다 <마녀의 피>가 더 섬찟하더라. 이 작품이 처음 나온 2005년보다 우리의 성(性)문화는 훨씬 개방되었고, '성 마이너리티'들의 행보도 자연스레 매스컴을 타는 세상이니 지금 시점에서는 이 작품이 훨씬 더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작품의 도처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패러필리아(paraphilia, 성도착증)가 넘쳐난다. 섹슈얼 마조히즘과 사디즘은 기본이고, 트랜스베스티즘(Transvestism, 의상도착증), 푸로취어리즘(Frotteurism, 접촉도착증)에다가 익스히비쇼니즘(Exhibitionism)과 페도필리아(Pedophilia)를 그렇게 음란하거나 모나지 않게 작품에 응축시켰다. 처음엔 일본판 저질 게임을 보는 듯한 역겨움에 이맛살 찡그러지지만 게임이랑 현실을 구분 못하는 오타쿠들이 허다한 요즘의 세태를 작가가 참 잘 비틀었다는 생각이다. 문학이란 틀에서 성정체성의 이슈를 이렇게 씁쓰레하게 뒤통수 칠 수 있는 것은 일종의 용기_흔히 실험정신이라 일컫는_ 이며 능력이 아닐 수 없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얼개가 상당히 탁월한 작품임을 느끼게 하였다.

 

요즘은 정상적이란 것이 뭔지 모르겠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느껴지는, 시쳇말로 '정상인 듯 정상 아닌 정상 같은' 경계를 걷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떠올린 책읽기였다. 어쨌거나 이 소설은 새로운 상상력과 문학적 실험 감각이_쓴 맛이란 점에서_ 잘 드러난 작품으로 여겨진다. 한번쯤 가볍게 읽어볼만한 책이다. _우울하게도 읽는 동안엔 몰랐는데, 이 글을 적으면서 언젠가 어디선가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이렇게 내가 살고 있다. 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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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13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로취어리즘은 처음으로 들어봅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건데 생각보다 특정 대상의 도착증이 많더군요.

표맥(漂麥) 2015-01-14 10:37   좋아요 0 | URL
성적으로 자꾸 기대려는, 문지러려는 그런 내용이더군요. 하이튼 마녀의 피는 좀 얼얼~ 합니다.^^
 
녹스머신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박재현 옮김 / 반니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미스터리 소설을 읽고 이렇게 고민하기도 처음인 듯하다.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인 장르소설이건만 이번에 읽은 <녹스 머신>은 기존 미스터리 소설_일반적으로 추리소설_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름 미스터리 추리소설 마니아지만 이 책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 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잘나가는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힘'이 느껴지는 대단한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고, 뭔 이따위 책에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이런 타이틀을……. 일본X들 돌았나? 이런 2개의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에라~ 2개의 관점에서 서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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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 대단하다.
일본 미스터리, 특히 추리소설의 다양성은 정말 인정해 줘야겠다. 다양하다는 것은 그만큼 저변이 넓다는 것이니 일천한 우리 추리계의 현실을 떠올려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 본격 추리에서 사회파 추리로 발전하는가 싶더니 신본격 추리로 진화하고, 요즘은 어떤 형식이나 정의가 허물어지고 다양한 성격의 작품들이 등장한다. 말랑말랑한 코지 미스터리, 만화적 상상력이 넘쳐나는 라이트 노블, 요상한 괴기문화의 심령추리, 일본스런 잔혹한 하드보일드 추리, 서정성을 가미한 추리... 정말 영역에 한계가 없더라. 그런데 이번엔 SF추리이다. 그것도 수준 높은...

 

<녹스 머신>! 이 책은 표지의 색상이나 일러스트가 깔끔하여 시선을 끈다. 그리고 "굉장한 소설이다! 이 한마디밖엔……!", "2014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란 띠지의 카피 문구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본격 미스터리와 본격 SF, 두 장르의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의 탄생!" 이란 찬사를 접하고 보니 손에 안 잡을 수가 없더라. (참고.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은 다른 상이다. 전자는 순위 투표 형식으로 선정되는데 비해, 후자는 신인작가 발굴을 위한 공모전임)

 

4개의 소설_녹스 머신, 들러리 클럽의 음모, 바벨의 감옥, 논리 증발(녹스 머신 2)_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지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감탄했다. 표제작인 <녹스 머신>은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Ronald Arbuthnott Knox, 1888-1957)가 발표한 '미스터리를 쓸 때 지켜야하는 사항', 즉 탐정소설의 기본 규칙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녹스의 10계(Knox's Ten Commandments)'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실제로 녹스의 10계 중 제5항은 "탐정소설에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_No Chinaman must figure in the story._라고 되어 있는데, 지금의 시점으로 보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규칙을 모티브로 하여 정말로 기발하고 재기 넘치는 미스터리 소재를 잡아낸 것이다. 과거를 넘나드는 SF와 녹스 작법과의 조우가 꽤 흥미롭다.

 

마지막 편 <논리증발 _ 녹스 머신 2>는 일종의 속편(sequel)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그저 놀랍다. 양자화된 텍스트가 대생성과 대소멸을 반복하면서 전자적으로 재현된 초소형 블랙홀이 '유사 호킹 방사'에 의해 엄청난 열을 방출함으로써 웹상에 있는 모든 데이터를 태워버린다는 발상 자체가 무지 참신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허수의 신체를 가진, 즉  데이터로 변환한 가상의 유안(No Chinaman)이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아바타>와 <매트릭스>의 연장선상에서 이해가 되더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 <국명 시리즈>가 활용되는데, 내 자신도 이 시리즈를 읽었지만 작가의 엘러리 퀸 작품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너무나 깊이가 있고 예리하였다. 난 <녹스 머신 2>가 전편에 비해 훨씬 더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전편의 이해가 훨씬 나아지더라.

 

<들러리 클럽의 음모>도 위트가 넘치는 작품이다. 고전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탐정들의 조수_셜록 홈스의 왓슨 박사, 에르큘 포와로의 헤이스팅스 대위, 파일로 밴스의 밴 다인 등_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이들 들러리들은 나중에 세계 3대 추리소설의 하나로 평가받게 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열 개의 인디언 인형>에 불만이 많은 상태다. 이 소설엔 기막힌 추리로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명탐정도, 그를 보좌하는 들러리 이야기꾼도 없이 사건의 전말을 범인의 고백으로 마무리해 버린다. 그러니 명탐정과 그 조수의 파트너십을 중시해 온 꼰대 들러리들이 난리 난거지. 애거서가 탐정소설의 규칙과 형식을 깨부숨으로써 그들의 자리가 없어진다는 거다. 발상의 신선함이 머리를 상쾌하게 한다.

 

<바벨의 감옥>은 일본어 세로쓰기에 맞춘 트릭의 작품이다. 조금 난해한 듯하지만 천천히 읽어보면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압도되고 만다. 사이클로프스인의 정신파동 스캐닝_마인드 리딩_은 지구인의 자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그러니 지구인은 언제나 열세였는데, 그 메커니즘을 알아내고 난 뒤 방어용 수단으로 경상_鏡像 거울에 비친 상_ 인격을 만들어 낸다. 주인공은 지구인 공작원으로 활동 중 사로잡혀 의식이 '순수한 데이터 인격'으로 변환되어 거의 두께가 없는 네모 모양의 공간_모노 스페이스_에 갇히게 된다. 의식의 탈출을 다루는 소설인데 그 수준이 장난 아니다. 읽는 동안, 거울에 비친 환영을 자신으로 동일시 한 자아상(환상)과 실제의 차이를 통해 존재론적 간극을 다루는 라캉의 욕망이론이 오버랩 되더라. 대단한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 <녹스 머신>은 이처럼 남다른 상상력과 작가의 추리소설에 대한 깊이 있는 천착이 만들어 낸 수준 높은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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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개뿔~ 이거 추리 맞아? 이런 소설이 1위?

아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면 뭣하나. 이런 장르소설은 무릇 사건과 캐릭터에 몰입되어 주욱~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야 제 맛이지. 고급 수준의 단어를 난해함으로 이리저리 꼬아 놓으면 이거 어쩌자는 거야. 추리 소설? 미스터리 소설? 도대체 뭐가 미스터리한 거지? 이건 추리소설 작가가 추리소설을 모티브로 SF 요소를 섞은 짬뽕 소설이지. 범주가 애매하잖아. 이 소설을 한 방에 시원스럽게 읽었다고 주장하는 독자가 있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추리소설의 주인공들이 난무하지만 추리 소설은 아니고, 그러니 추리  본연의 맛이라곤 하나도 없는 이런 소설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라고? 일본X들 허세 쩌네. 요새 그 동네 경제가 좋지 않아 우익으로 내달리더만 머릿속이 경도되었나.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도 우리보다 많이 안보는 족속들이 이해는 했을까. 하긴 우리보다 과학이 앞선 건 인정한다만... 혹시 일본 독자들도 펑펑 찍어내다시피 하는 미스터리 추리소설에 이제 식상한 거 아냐? 그러니까 이런 책을 읽고 싶다고 하지.

 

<녹스 머신>,<논리증발 _ 녹스 머신 2> 읽다가 머리 터져 죽을 뻔 했다. 컴퓨터가 추리문학을 생성해낸다는 '오토포에틱스'나  녹스의 'No Chinaman'에 주목한 것은 대단한 상상력이지만, 작품 속에 인용되는 추리소설들을 대부분 읽은 내 자신도 진도가 안 나가더라. 아이디어가 반짝인다고 다 보석은 아니지. 읽다가 재미없어 던져놓고 그러다가 의무감에 또 읽고, 읽은 후 대충 이해는 했으나 제대로 알지 못해 억울해서 또 읽고... 미스터리 소설을 무슨 철학서적, 난이도 높은 과학서적 읽듯이 봐야 하다니. 이건 미스터리 추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아니라 배반, 배신, 모독이야. 난 그냥 독자와의 지적 게임을 즐기는 그런 추리를 읽고 싶었어. "아~c 내가 너무 정통추리, 아니 대본소 만화 같은 공장 추리소설에 너무 세뇌된 걸까?" 이런 반성을 왜 해야 하느냐고.

 

<바벨의 감옥>은 처음에 뭘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망연자실 넋을 놓고 있었다. 이건 정말 추리가 아니다. 그냥 정신분석학에 기댄 SF소설이다. 이런 소설 읽으면서 라캉을 생각했다면 이건 절대 가벼운 소설이 아니지. 머리에 쥐가 난다. 그렇다고 제법 집중하여 읽고 이해한 후에 뭘 얻은 게 있나? 내적 승리? 승화된 자아? 아니잖아.  뭘 이런 걸 미스터리 소설 장르에서 찾아야 해. 그냥 구성과 발상이 정말 참신한 거 빼고 나면 남는거 없잖아. 재미? 흥미? 그런거 어디에도 없더라. <들러리 클럽의 음모>는 또 뭐야. 기존 고전 추리에 맹탕인 사람은 어쩌라고. 들러리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떤 고전작품에서 어떻게 활동하였는지 찾아가면서 읽어야 해? 젊은 독자들이야 그나마 기억력이 좋아 이해도가 높았는지 모르겠으나 난 알쏭달쏭한 인물들이 많아 괜히 읽는 속도만 더디어 지더라. 이게 추리소설의 리뷰 모음이야 미스터리 소설이야. 모르겠다.

 

정리해 보면, 이 책엔 독자와의 지적인 대결, 살인의 방법, 빠른 전개, 서스펜스, 의외의 결말 등등 정통추리를 평가할 수 있는 이런 거 전혀 없다. 결론은 추리소설이 아니고, 추리소설을 하나의 모티브로 활용한 거다. 내가 착각한 거다. 그런고로 재미없다는 거지. 읽고 싶긴 뭘 읽고 싶어.
단, 추리는 아니지만 색다른 미스터리 SF에 흥미를 보이는 독자들에겐 읽고 싶은 마음이 들거란 생각도 든다. 좋게 말하면 나름 특색이 있는 책인 게지. 그건 인정한다.

 
아휴~ 분명 남다른 면이 있어 괜찮은 책인 건 맞는 듯한데, 뭔가 짜릿함이 있는 듯도 한데……. 짜증도 함께 한 책이 <녹스 머신이다>. 좋은 점만 써 놓을 수도 있었어나 그러기엔 '이건 아니지~'하는 앙금이 남더라. 에고…… 이 정도에서 마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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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1-09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평임에도 별 네 개를 주시다니 아량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ㅎㅎㅎ 저도 이 작품에 관심이 있어요. 추리물을 읽기 시작하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이 얼마나 대단한지 무척 궁금하군요. ^^

표맥(漂麥) 2015-01-10 17:58   좋아요 0 | URL
작금의 미스터리(추리)와는 다른 점이 확실히 있는데, 중언부언 설명이 읽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더군요. 아휴~ 잘 읽었다~ 이런 건 있는데... 몰입이 안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