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앤터니 호로비츠 셜록 홈즈
앤터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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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물이든 탐정물이든 짜릿한 추리소설을 읽고 나면 그 뒤처리(?)가 고역이다. 이런 장르의 특성이 읽는 이가 그 내용을 몰라야 묘미가 뛰어나다는 건데, 리뷰랍시고 어중간하게 떠벌리다간 아차~ 하는 순간에 헤살꾼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보니 짜임이 괜찮고 흥미로운 작품일수록 더더욱 조심스럽다. 하지만 내공 얕고 글 짧은 나로서는 조심하면서 맛깔스럽게 풀어낸다는 것이 무지무지 어려운 일이다. 솔직히 스포일러 없이 어떻게 부분부분의 느낌을 풀어낼 수 있담! '안 쓰면 그만이지' 싶지만 그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 않은가.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 이 책을 보는 순간 눈길이 멈추더라. 내가 셜로키언(Sherlockian)이나 홈지언(Holmesian)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셜록 홈즈 나오는 책 좀 읽은 편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라 마음이 안 갈 수 없더만. 어찌어찌하여 읽어보니... 이 책은 코난 도일이 쓴 책이 아니라 아서 코난 도일 재단의 공식 인정작가라는 앤터니 호로비츠(Anthony Horowitz)가 셜록 홈즈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아 쓴 패스티시(Pastiche, 혼성모방)물이라고 보면 되겠더라. 소감부터 간단하게 한 마디 하자면,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다는 느낌...  "여러분도 읽어보시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셜록 홈즈가 아니다. 그렇다고 알려진 것처럼 홈즈의 숙적이라는 모리어티 교수라고도 할 수 없다.(여기서부터 참 조심스럽다.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는 사정은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은 안다.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시라. 이건 순전히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한 말이다.) 코난 도일의 단편집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수록된 <마지막 사건 The Final Problem>을 모티브로 전개해 나가는 일종의 속편(續篇)이랄 수도 있고, 주인공이 홈즈가 아니라는 점에서 본편의 이해와 완성도를 높이는 일종의 외전(外傳)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지막 사건>이 어떤 작품이었는가? 코난 도일이 여러 이유로 셜록 홈즈 이야기를 더 이상 안 쓸려고 홈즈를 죽여 버리는, 말 그대로 홈즈의 마지막을 다루는 작품이다. 홈즈를 죽일만한 인물로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리어티 교수인데, 홈즈는 그를 '천재이고 철학자이며 추상적 사고의 대가'로 평가하면서 '범죄 세계의 나폴레옹'으로 극찬(?)하고 있다. 아무렴 그 정도는 되어야 홈즈의 적수라 할 수 있지... 홈즈는 추적하는 그를 피해 스위스 마이링겐으로 갔다가 거기에 있는 라이헨바흐 폭포(Reichenbach Falls. 실제로 존재하는 폭포로, 이 지역 사람들은 이곳을 유명하게 해 준 코난 도일과 홈즈에게 고마워한단다.)에서 모리어티와 함께 추락사한 걸로 마무리된다.

 

<셜록 홈즈 전집 6(황금가지), 셜록 홈즈의 회상록 : 마지막 사건. 352~353쪽>

 

이 <셜록 홈즈 : 모리어티의 죽음>은 셜록 홈즈와 모리어티 교수가 폭포에서 "서로를 부둥켜앉은 채 비틀거리다가 밑으로 떨어"져 죽지 않았을 거란 의심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부터는 출판사의 공개 줄거리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핑커턴 탐정 사무소 소속인 프레더릭 체이스는 런던 경찰인 애설니 존스와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조우한다. 체이스는 미국에서 잔혹한 범죄들을 배후에서 조종해 온 클래런스 데버루라는 인물이 모리어티와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머나먼 유럽까지 오게 되었다는 경위를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모리어티로 추정되는 시체에서 왓슨 박사가 연재했던 칼럼 내용이 암호화되어 실린 쪽지를 발견하는데……."

 

솔직히 이 책은 코난 도일의 정전(Canon of Sherlock Holmes)보다 더 흥미롭더라. 홈즈 마니아들의 분노가 들리는 듯도 하지만, 탄탄한 플롯과 정신이 번쩍~드는 반전엔 오금이 지리던데 어찌 칭찬하지 않겠는가. 상상력이 대단한 작품이다. 처음엔 "혹시나 경감이 홈즈인가?" 뭐 이런 의심과 함께 약간 어색하다는 느낌도 잠시 들었으나, 읽어나갈수록 고전적 추리의 틀 속에서 기대 이상의 스토리 전개가 나를 기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단편 <세 명의 여왕 The Three Monarchs>이 소개되고 있는데('셜록 홈즈의 귀환 : 여섯 점의 나폴레옹 상'에 나오는 에버네티 가족 사건을 차용했다고 한다), 애설니 존스 경감이 왜 홈즈를 롤모델로 삼아 본받고 싶었는지를 알려주는 또다른 의미의 외전이라고 보면 되겠다.

 

자~ 이제 추리소설의 평가 잣대로 많이 활용되는 엘러리 퀸의 10가지 관점에서 이 소설을 정리해 보자. 구성(플롯 좋고...), 긴장감(후반으로 갈수록 고조되는 서스펜스, 스릴 짱~), 의외의 결말(한 방 제대로 맞았다), 성격묘사(캐릭터들의 선이 뚜렷), 무대(종횡무진), 단서(복선과 암시가 도처에 있었건만 몰랐다), 독자와의 대결(독자에게 들려주는 해설 부분에 어~? 뒤통수 맞고 한 번 더 앞을 읽게 된다.)에서 별 다섯★★★★★. 해결방법의 합리성, 문장(그냥 이건 번역의 매끄러움이라 하자)은 별 넷★★★★, 살인의 방법(그저 잔인할 뿐~ 특별하지 않다.)에선 별 셋★★★...... 전체적으로 패스티시물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완전 우수한 추리소설이라 하겠다.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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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은, 시간적 여유는 조금 있으나 책하곤 거리가 좀 멀어지더라.
오로지 나만을 위한 휴가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그런 여유...
그나저나 신간평가단이 끝나니 좀 서운타...

 

발 그림자는 깊숙이 들어 오고 / 연꽃 향기는 끊임없이 풍겨오네.
꿈에서 깨어난 외로운 목침 맡에 / 후두둑 오동잎에 빗소리 재촉...

 

簾影深深轉, 荷香續續來.
夢回高枕上, 桐葉雨聲催. (睡起 : 徐居正)

 

1. 스타벅스 부럽지 않은 나만의 작은 카페 창업하기 -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로 성공한 작은 카페들의 비밀 

요즘은 이런 책에 마음이 쏠린다. 자기만의 작은 공간을 부담없는 생업의 터전으로 삼을 수 있다면... 그런데 작은 카페는 많이 봐왔으나 성공적 안착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더라. 그냥 유지하는 정도...(읽는다고 리뷰 쓰는건 아니지만, 이 책은 리뷰를 쓰고싶네) 

 

2. 차트분석 무작정 따라하기

 주식투자 입문자들이 최초로 하는 공부가 차트 연구. 하지만 차트 맹신은 금물. 차트쟁이들이 항상 성공하는거 아니지. 요즘 꾼들은 이런걸 이용하는 수준. 주의점! 이 책은 2006년판<윤재수의 주식 기술적 분석 무작정 따라하기>의 개정판. 그래도 초보자에겐 유용.

 

3. 잭 웰치의 마지막 강의 - 경영의 신 잭 웰치 60년 비즈니스 노하우의 모든 것

 잭 웰치의 이름만으로도 읽어주고 싶은 책. 큰 그물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건데... 난 그릇이 작아서...

 

4. 자본주의의 매혹 - 돈과 시장의 경제사상사

680쪽... 29,000원... 요즘은 내 돈 주고 이런 책 못사겠더라. 20대 같으면 자본주의가 궁금하겠지만 내 피도 많이 식었다... 에고~ 이런 책 읽기엔 힘이 좀 딸리지만 마음은 가네... 마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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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힘
제임스 알투처 & 클라우디아 알투처 지음, 김정한 옮김 / 홍익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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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고향 집
이번엔 꼭 "안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 이번엔 정말 양보할 수 없다. 정말 이번엔...
마음을 다잡지만 결국 물러서고 말았다.
몇 십 년 동안 거절 한번 못했으니 마음속에서만 'No!"라고 외칠 뿐, 고뇌 속에 또 다시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버렸다.
나는 절실했다.
하지만 한 때 가족이었다는 인연에서 여전히 나는 허우적거리고 있다.
질기고 질긴 이 일방적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으나 항상 헛방에 그치고 만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아니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알고 있을 거다.
그러나 실행하기엔 너무 어렵다.

 

#2. 직장
의욕이 넘치는 신임 부장으로부터 새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고민하다가 No! 라고 하고 말았다. (솔직히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날 이용해 먹는다는 느낌 밖에 없었으므로...)
한번 쯤 No!라고 외치고픈 바램을 엉뚱한(?) 곳에서 실천하고 만 것이다.
처음엔 어색하더니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는다.

 

#3. 책 속에 길이 있을까?
마음을 붙일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한 때에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읽고 싶더라. (이 책의 제목처럼 '거절의 힘'이 절실했을까? 어쩌면 위안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읽었다. (솔직히 책의 내용은 참 허접~)
두 부부의 경험으로 풀어가는 내용은 공감하기 힘들더만.  (실망이라고 까진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 제목 하나하나는 나에게 아주 힘이 되었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원하는 대로 살고 싶다면 거절하라. 강요당하는 일을 거절하라. 그냥 이런 말 한마디가 와 닿았다.
실제로, 내 마음 속에 원래부터 자리 잡고 있던 '거절의 힘'에 약간의 힘이 더해졌음을 느낀다. (아마도 그런 조언이 그리웠기 때문이겠지...)
이 책에서 얻은 단 한 가지는 "당신이 원하지 않는 일은 억지로 하지 마라."는 거다.

 

#4. 에필로그
결국 거부하는 용기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나온다. 그것을 어떻게 끄집어내느냐 하는 문제는 자신의 힘을 키우는 일 밖엔...
어떻게? 바로 이 How?의 조언을 위해 이런 책을 읽는거 아니겠는가.

내용이 허접하다고 했는데... (이런 말 쓰면 출판사들은 긴장(?)하더라.)
아무리 허접하다한들 어찌 좋은 문장들이 없겠는가. 
몇 가지만 적어두자.

 

○ 이 책의 제목은 <거절의 힘>이지만 최종 목표는 받아들이고 끌어안는 긍정의 답을 하는 것이다. '아니요'라고 말하는 용기, 거부하고 거절하는 용기를 통해 더 없이 행복한 긍정의 답을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의 궁극적인 목표다.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 더 따뜻한 사랑 속에 살고, 그럼으로써 풍요로워지기 위해 '아니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 거절의 권리장전 11조 (프롤로그에서...)
자신의 삶을 방어할 권리,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진실한 사랑을 나눌 권리, 재능을 발휘해 삶을 살찌울 권리, 자신이 바라는 것을 주장할 권리, 자신이 믿는 것을 선택할 권리, 자기만의 시간을 확보할 권리, 스스로에게 정직할 권리, 풍요롭고 충만한 삶을 살 권리,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갈 권리, 침묵할 권리, 더 큰 힘에 자신을 내맡길 권리

 

○ 스트레스 거절연습 (39쪽)
1. 겉으로 중요해 보일지라도 당신이 매일 하는 일을 못 하도록 방해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2. 당신이 매일 고요 속에 쉴 수 있는 시간을 방해하는 것에 '아니요'라고 말하라.
3. TV나 인터넷에서 떠드는 뉴스에 파묻히지 마라.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듯이, 당신의 정신이 받아들이는 것도 곧 당신이다.
4. 당신에게 무례하게 대하거나 당신을 깎아내리는 사람을 상대하지 마라.
5. 주위 사람들과 언쟁하지 마라. 시간과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면 "네 말이 맞아."하며 넘어가도 좋다.

 

○ '아니요'라고 말할 때 따라야 할 핵심 절차 (ABC절차, 128쪽)
1. 인정하기 Acknowledge
2. 경계선 긋기 Boundary
3. 종료하기 Close

 

○ 위험을 피하지 않고 돌파하면 특별한 사람이 된다. 거절도 일종의 위험이다. 그러나 당신이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면, 거절에 따르는 위험을 이겨내고 값진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두 발로 힘차게 걸어나가 하늘을 올려다봐야 별도 보는 법이다.(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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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강추!!!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참 괜찮네. 근래에 읽은 경제·경영 관련 책 중에서 논리 전개의 수준, 종합적 통찰력, 편집기획 면에서 단연 손꼽을 만한 책이다. 자본주의의 민낯을 이 정도로 종합적으로 잘 갈무리할 수 있는 학자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에겐 분명 그렇지만, 냉철하게 생각해 보면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고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내공을 가진 독자들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으리란 느낌도 든다. 자본주의의 특정 분야를 깊이 파고든 논문 같은 책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구조적이고 잠재적인 문제와 그 문제의 원인을 간략하게 들여다보고 그 해법을 제시하는 일종의 다이제스트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서문을 보면 "많은 독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두껍지 않은 책을 원했다."라고 출간 의미를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자본주의 이슈에 대해 보편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나 대학 2년차 정도의 교양과정에서 읽는다면 아주 좋은 밑바탕 공부가 되리라 확신한다.


자본주의는 정말 악(Capitalism is Evil)일까? 1980년대부터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띤 미국식 자본주의는(나오미 클레인 Naomi Klein은 이를 '카우보이 자본주의', 수전 스트레인지 Susan Strange는 '카지노 자본주의"라고 하였다)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로 큰 위기에 빠져들면서 자본주의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자본주의의 생명력이 다했다고(Demise of capitalism) 진단하면서 "자본주의란 노동자와 빈곤층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을 의도로 정부와 기업, 금융권, 군부가 함께 운영하는 시스템(클레인)"이라고 하였겠는가. 이후 많은 학자들이 따뜻한 자본주의, 깨어 있는 자본주의 등 더욱 강력한 자본주의로 변화해야 한다고 개혁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2010년을 전후로 회복·재건 국면에 들어간 미국식 자본주의는 그런 위기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변한 것 같지가 않다. 미국인의 삶에 대한 질을 높이는 부분에서 실패했다는 의견이나 자본주의가 가난한 사람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히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자 필립 코틀러는 자본주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자본주의가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기는 하나, "경제성장, 혁신,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경제시스템"이란 시각을 보이고 있다. 즉, 공산주의나 파시즘 같은 다른 어떤 시스템보다 더 나은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만들고 가치를 창조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자본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맹점을 검토하여 원인을 밝혀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자본주의'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견해이다. 그는 자본주의의 큰 불만 요소인 빈곤, 소득 불평등, 최저임금, 실업, 복지, 사회적 비용, 환경과 성장 등 14개의 분야에 대해 근본적 큰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데, 세계적인 마케팅의 대가답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해결방법을 제시하고 있다.(하지만 상당히 보편적이다. 잘 알려진 다른 학자들의 핵심적 주장을 잘 정리한 느낌이지 저자 자신만의 특별한 견해는 별로 없어 보인다. 이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 자본주의의 맹점 14가지(32~33쪽)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에필로그를 보면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은 각각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데, 별거 아닌 듯하지만 의외로 기본적인 밑바탕이 되는 사고이다. 옮겨보면 "빈곤은 소득 불평등 문제의 일부이고, 이는 다시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여기에서 높은 실업률 문제가 이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2가지 해결책인 긴축재정과 부양책이 충돌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 정치적 로비가 끼어들면서 정치인들이 금융규제와 환경보호 같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 권력 유지를 위해 표를 행사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이 끼어든다. 예를 들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기업이 문을 닫고 일자리가 줄어들어서 실업이 늘고, 기업들은 해외로부터 수입을 늘려서 자국 내의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335-6쪽)." 결국 단기적 처방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통합적 관점에서 유기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거다.

 

14개 분야를 다 요약할 수는 없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득 불평등이 해소돼야 행복이 찾아온다(329쪽)."는 마지막 즈음의 멘트였다. 코틀러는 이런 소득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 재분배'와 '부의 격차'를 별개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94쪽). 부의 집중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민주사회의 구성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부의 지나친 집중을 막기 위해 상속유산에 대해 더 과중한 세금을 매겨야 한단다. 슈퍼리치들의 항의와 로비가 눈에 선하다. 기업들이 정한 최고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임금 체계도 부의 불평등한 편중을 악화시킨다고 하네. 토마 피케티가 그랬지. 부의 불평등이 심각해지는 이유는 "돈이 돈을 버는 속도(자본수익률)가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재산에 대해서 글로벌 자본세를 부과하고 동시에 고소득에 대해서도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어쨌거나 일단 부유층을 대상으로 공정한 세금체계(엄격한 세금제도)를 만드는 것이 모든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훌륭한 출발점이긴 한가보다.

 

그 다음으로 빈곤의 문제가 눈에 들어왔는데, 마치 우리나라를 두고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MB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장 우선' 정책을 내세웠는데, 일명 '트리클다운 trickle-down'이라 하여 파이를 키우면 서민(중산층과 빈곤층)에게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이게 이상하게도 규모는 커져 성공한 듯한데 실상 가계나 개인 소득이 줄어든 거 같다는 거다. 가진 자들은 더욱 잘 살게 되었는데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진 거 같았으니… 여기에 대해 항상 궁금해 했는데, 이런 현상을 요즘은 '트리클업 trickle-up'이라고 한다는 설명이 이 책에 있었다. 즉, 중산층과 빈곤층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각종 부담만 아래쪽으로 넘겨지고 실질적 이득은 부유층이 독식한다는… 이제는 고소득자 1%만의 승자독식 자본주의는 Out!  Out!  Out!!! 이런 맹점에 한마디만 더 밑줄을 긋는다면 "GDP의 증가는 더 이상 빈곤의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58쪽)."는 거다.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필립 코틀러가 무얼 말하고자 했는지 돌이켜보면 결국 "더 나은 자본주의는 가능하다"는 거다. 그래서 더 나아진 따뜻한 자본주의가 전 세계 사람들의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려 더 나은 삶으로 이끌기를 바라면서 끝맺음을 하고 있다. 하긴~ 자본주의의 역사는 항상 위기를 새로운 혁신과 변화로 이뤄낸 과정 아니겠는가. 이런 면에서 코들러는 '자본주의의 생명력'을 강조하는 여타 전문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각을 보여주었다. 아무튼 코틀러의 진단과 해법에 의해 삶의 질과 행복이 함께하는 세상이 온다면 나는 대환영이다. 그러면 정말 좋겠다.
전체적으로 코틀러가 인용한 뛰어난 학자들의 주옥같은 지적 통찰력이 곳곳에서 넘쳐나는 가운데, 노학자의 경륜과 혜안이 아주 잘 묻어나는 읽을 만한 책이라 평가한다. 강추!!!

 

○ 짧은 덧붙임
1. 이 책의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 : Real Solution for a Troubled Economic System by Philip Kotler>이다. 직역하여 제목으로 달기엔 좀 어색어색~ 출판사에서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게(싼마이 티 나지 않게) 제목을 뽑았네.
2. 추천사가 이렇게 느낌 있게 와 닿기는 참 오랜만이다. 주례사적 추천의 범주를 넘어 공감의 경지에 오른 추천사! 마음에 든다.^^
3. 나는 생각한다. 탐욕과 부패, 실업, 빈부 격차와 불평등으로 상징되는 작금의 자본주의 단점을  해결하는 핵심은 '소득 재분배'에 있다고...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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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5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가사하라 도모코 지음, 배영진 옮김 / 전나무숲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까지 당뇨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집안에 당뇨병으로 고생한 사람도 없었고, 내 식습관이 고기를 좋아한다거나 편식한다거나 이런 것도 없고, 운동도 나름 꾸준히 하는지라 그런 병증은 부유해서 게으른(?) 사람들에게나 찾아오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직장 정기검진에서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A(건강양호)의 경계를 살짝 넘어가는 결과치가 나오더라. 깜놀~. (매일 밤 설탕에 절인 유자차를 먹어서 그런가?) 별거 아니겠지~ 하고 넘기려는데, 당뇨로 직장 급식을 하지 못하고 늘상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 한 분의 불편함(음식 조절 때문에 회식 참여도 못한다)이 겹쳐지니 이게 영~ 개운하지가 않다.

 

마음의 걸림이 불편할 즈음 <당뇨병,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약을 꾸준히 먹어도 완치가 어렵다는 당뇨병을, 아니 무슨 특별한 연구가 있었기에 '약을 버리고 아연으로 끝내라'라고 말 할 수 있는 건지... 얼른 이해가 안 되는 제목이지만, 대체의학 연구가 활발한 일본인지라 뭔가 색다른 대안이나 임상자료가 있나 싶어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더라. 게다가 출판사에서는 "왜 약을 먹어도 당뇨병이 낫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당뇨병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 때문이다", "당뇨약과 체중 감량은 결코 당신을 당뇨병에서 구하지 못한다", "아연으로 당뇨병과의 전쟁을 끝내라!" 등의 카피를 달아놨네. 그 참 궁금증에 불을 붙여라 붙여~.

 

저자 가사하라 도모코(笠原友子)는 약사구먼. 이 분이 여러 이유로 당뇨병에 관심을 가지다가 한 논문_아연 섭취의 중요성 및 현상 - 아연은 왜, 어느 정도 필요한가?_에서 "앞으로는 환자가 아연이 풍부한 식품을 직접 섭취하여 스스로 암, 당뇨병, 골다공증, 피부병 들을 극복하는 성과를 올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문구에 필이 꽂힌다. 그 요지는 "활성이 높은 세포에는 아연이 들어있으며, 아연을 잃은 세포는 활성이 떨어진다."는 건데, 그는 여기서 약을 쓰지 않고 당뇨병을 개선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된다. 뭐 특별난 방법이 아니라 당뇨병은 대사가 잘못되어 생기는 질환이므로 "너무 많이 섭취한 음식은 줄이고, 모자라는 영양소는 보충하자"는 것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영양 불균형’이다." 이것이 저자가 당뇨병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요즘처럼 과식의 시대에 얼른 이해가 되지 않지만 '포식(飽食) 시대의 영양 부족', 즉 '과식'보다는 '영양이 부족해 생기는 증상'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게 이 책의 요체이다. 3대 영양소와 비타민·미네랄의 균형이 깨지는 순간 병이 생기므로 이들의 균형을 잡는 일이 당뇨병 치유의 핵심으로 보고 있는데, 당연히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은 보충하고 과다하게 섭취하는 3대 영양소는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내 반쪽이 비실비실하여 병원에 갔을 때 혈액 및 머리카락 검사 결과 특정 영양소의 결핍 때문이라면서 비타민 및 미네랄 처방을 받아 치료한 적이 있는지라 충분히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간이 제 역할을 못해도 당뇨병에 걸린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우리 간은 글리코겐의 형태로 포도당을 저장하는데, 이 간의 저장 기능이 혈당을 좌우한다는 거다. 지방간 등으로 저장능력이 떨어지면 남아도는 포도당은 심장에 설탕을 절이는 당화(糖化)현상을 일으켜 온몸의 혈관을 손상시킨다네. 바로 고혈당을 말하는 거지. 그런고로 간의 저장 능력을 활성화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한 방법으로 "뱃속이 비어 있는 상태(공복)에서 식사하는 것"을 권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물론 공복 상태에서 식사하려면 식사량을 줄이는 것이 필수이겠고... 여하튼 간이 건강하면 당뇨병도 예방되니까 간이 보내는 여러 SOS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주의 깊게 받아들이는 게 건강의 지름길이란다.

 

이제 이 책에서 강조하는 '아연'에 접근해 보자. 우리 생명과 관계있는 중요한 호르몬 중의 하나가 인슐린인데, 인슐린의 분비가 저하되면 혈액 속의 포도당이 남아돌아서 고혈당이 된단다. 이 인슐린의 분비에 꼭 있어야 하는 영양소가 '아연'이라면서 제 3장에서 저자는 "비타민과 미네랄, 그중에서도 ‘아연’은 꼭 챙겨라"고 강조한다. 정리해 보면 "아연이 인슐린을 돕고, 인슐린은 혈당을 낮춘다"는 거다. 또한 당뇨의 3대 합병증인 당뇨병 망막증, 당뇨병 신증, 말초신경장애를 일으키기 쉬운 기관인 눈, 신장, 근육, 뼈, 적혈구 등 당뇨병과 관계가 깊은 부위에 대량으로 존재하므로, 3대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아연은 꼭 보충해야 한다고(90쪽) 하네.

 

아연이 부족하면 정상적으로 세포를 만들지 못하므로 면역세포의 작용이 저하되고 비정상 세포의 처리도 충분히 할 수 없다. 그래서 암과 당뇨병에 걸리기 쉬워지는 것이다.(105쪽)

 

아연은 콩과 같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 어패류, 견과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나 어느 쪽이든 한꺼번에 많이 섭취하는 일은 삼가라고 조언한다. 무엇이든 과하면 해가 되는 법! 아연의 과다섭취로 말미암아 미네랄 균형이 깨져서 항산화 효소의 활성 저하, 빈혈, 인슐린 분비가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하네. 만약 그래도 부족하다면 천연의 영양 보충제가 효과적이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요즘 같은 먹거리가 풍부한 시대에 이렇게나 잘 먹는데 영양소 부족(아연 결핍)이라니... 저자는 무엇보다 식품 속 영양소가 줄어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또 각종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변으로도 아연 배출이 많아진다네. 약 복용, 채식주의도 당뇨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단다.  

 

다시 정리해 보면, 당뇨병이 생기는 원인은 대개 두 가지로, 영양소가 모자라서 인슐린이 작용하지 않거나,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바람에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한 탓이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상태를(체중 변화는 당뇨의 적신호다) 파악한 뒤 그 결과를 기초로 삼아서 생활습관을 개선(혈당다이어트 _ 씹는 횟수만 늘려도 혈당이 내려가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것만으로 혈당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단다)하고 부족한 영양소(아연)를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최종 요약이 되겠다. 옮긴이의 후기를 읽어보니 미국에서는 70여 년 전부터 연구 논문이 나왔고, 우리나라도 근년에 비슷한 주제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니 허튼 주장은 아닌 듯하다. 이 책의주장이 당뇨 치료의 금과옥조는 아니겠지만, 하여튼 아연 등의 영양소 결핍은 꼭 당뇨가 아니더라도 우리 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은 당연한 일이므로 뭐든지 균형이 중요하다 하겠다.

 

에필로그 : 책의 내용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이런 대체의학이 얼마나 정통 의료 팩트에 가까운지를 몰라 별 다섯을 주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에게 한 가지 변화가 생겼다. 그동안 처박아 두었던 비타민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거다.(일단 있는 캡슐이 떨어질 때까지만...)^^
그리고 이런 류의 일본 책을 보면서 항상 느끼는 게 있는데,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아주 공을 들여 책을 편집하고 출간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우리나라의 책들은 독자에게 정성을 다해 뭔가를 알려준다기 보다는 그저 빨리 출간하여 이름이나 알리고 인세나 챙기겠다는 얄팍함이 더러 보이는 반면에, 일본의 대체의학 관련 책들은 시간과 정성을 들인 게 역력히 나타나는 책이 더 많아 보인다. 표절이든 뭐든 급하게 이름을 얻으려고 하면 그 허상의 허명이 결국 제 살을 갉아먹게 되는 것이다. 신 모 작자의 표절 시비를 최근에 접하다보니 별스런 마무리를 다하게 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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