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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와 소음 - 미래는 어떻게 당신 손에 잡히는가
네이트 실버 지음, 이경식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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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소음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찾는 법을 담고 있다는 <신호와 소음 The Signal and The Noise>.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올해 읽은 경제관련 서적 중 최고라 해도 될 만한 수준이더라.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2년 '뉴욕타임스'에서 15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아마존>에서는 '올해의 책(논픽션 부문)'으로 선정되었다는 카피를 보고서였다. 읽어보니 명불허전(名不虛傳)일세. 진짜 슈퍼 베스트셀러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식적 측면에서 뭔가 큰 배움이 있었다기보다는 '베이즈 정리'를 근저로 일상사의 통계학적 영역을 이렇게 부담 없이 재미있게 설명한 책이 또 어디 있으랴. 방대한 분량_총 763쪽, 주석만 100쪽이다_으로 보나 내용_언급되는 사례들이 전부 생생하고 허튼 게 없더라_으로 보나 대단하기 짝이 없다. 완전 캡이다.

 

저자 네이트 실버(Nate Silver)는 통계분석가인데,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50개 주 가운데 49개 주에서 누가 이길지 정확하게 예측했으며, 미국 상원의원의 전체 35개 선거구 당선자도 정확하게 예측했단다. 뿐만 아니라 득표율 차까지 엇비슷하게 예측하였고, 2012년 미국 대선에서는 50개주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였다고 한다._이거 뭐 접신의 경지이구먼_ 빅데이터의 활용하여 통계분석기법의 하나인 '회귀분석'으로 예측하였다는데 실제 결과와 0.6%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_돗자리 펴고 앉아도 무방할 듯_ 이 분의 영향력은 당연히 급상승하여 2013년 <패스트컴퍼니>선정 '가장 창조적인 인물' 1위_이때 2위가 누구였느냐하면 삼성전자의 장동훈 부사장이었다. http://www.intelligenthq.com/innovation-management/100-most-creative-people-in-business-2013-by-fast-company/참조_, 타임지 선정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힐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통계학과 미래예측의 슈퍼스타가 되신 분이다. 그러고 보니 2013년 Phi Beta Kappa Award in Science 상을 받기도 했구나._일명 아이비리그 수재클럽이라고도 하는 파이베타카파협회에서 수학·과학에 주요한 업적이 있는 저서의 저자에게 주는 상이다. 이 책엔 이런 사실이 기재 되어있지 않은데, 아마 번역 당시엔 수상을 안했기 때문이겠지. 가수 박정현이 이 클럽에 가입되었다고 했던가_.

 

이 책이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산더미 같은 데이터 속에서 나에게 유용한 '신호'를 걸러내는 방법이다. 알다시피 정보의 양은 그 정보로 어떻게 해야 할지 이해하는 깨달음의 증가 속도보다, 또 유용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가려내는 역량의 증가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정보화의 시대를 넘어 가히 빅데이터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런데 빅데이터 시대에 예측은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대부분의 예측은 빗나가고 몇몇은 적중하는가? '정보가 지나치게 많은 상황'에서 우리가 본능적으로 취할 수 있는 대응책은 정보를 선별하는 일인데, 거의 언제나 예측가의 주관적 관점_나름의 믿음과 편견_에 의해 정보가 오염된다는 사실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확신으로 정밀한 예측이 정확한 예측으로 가장되니 빗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_저자는 여기서 '여우와 고슴도치'의 예를 들어 정말 흥미롭게 설명(91쪽)하고 있다. '여우'스럽다는 것은 확률적으로 생각하고, 날마다 새로운 예측을 하고, 집단지성을 활용한다는 의미이다_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본다고 하지 않던가. 어떤 예측모델이든 될 수 있으면 많은 신호를(그리고 될 수 있으면 적은 소음을) 포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만, 소음을 신호로 잘못 인식하는 실수_과잉적합 overfitting_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과잉적합은 후쿠시마의 핵 원자로 폭발처럼 때때로 실제 현실에서 엄청난 결과를 빚어내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억수로 어렵느냐? 전혀 그렇지 않다. 일상 속 다양한 분야_정치, 경제, 야구, 기상, 지진, 전염병, 체스, 포커, 주식, 지구온난화, 테러 등_를 다루지만 그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확률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거다. 이걸 조금 고상하게 포장하면 베이즈 정리, 베이즈주의, 베이즈주의적 세계관이다. 즉, 베이즈 정리의 핵심은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확률적 표현이다._부언설명하면 베이즈 정리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전제 하에 이론이나 가설이 참일 확률, 즉 조건부 확률에 대한 정리이다. 베이즈 정리가 제시하는 지침을 따른다는 것은, 확률적 믿음 또는 예측이라는 차원에서 미래를 생각한다는 뜻이다(490쪽)_ 베이즈 정리는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세상에 대해 당신이 보이는 주관적 인식이 사실은 진리에 대한 어림짐작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하라고 말하면서(650쪽), 우리에게 사건에 대한 증거를 평가하기 전에 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믿는지(사전확률)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한다._주관성의 필터를 통해 현실의 실체나 진리를 깨달아라는 거겠지_  베이즈주의 원칙을 가장 쉽게 적용하는 방법은 수없이 많은 예측을 하는 것이고, 새로운 정보가 나타날 때마다 기존의 예측을 업데이트하라고 주문하네._베이즈주의의 한 가지 특성은 우리에게 더많은 증거와 자료들이 주어지면 우리가 가진 믿음들은 저절로 진리를 향해 수렴한다고 보는데 있다_. 하긴 무수한 시행착오는 인지적 지름길 cognitive shortcut에서 벗어나 더나은 예측을 위한 과정인 것은 삶의 경험에서 볼 때 충분히 공감된다.

 

"예측은 아주 중요하고, 그 때문에 더욱 어렵다. 소음에서 신호를 분리하려면 과학적 지식과 자기 인식을 동시에 갖추어야 한다. 즉, 객관적 실체와 주관적 실체를 교차시켜야 한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것에 대한 겸손함과 예측할 수 있는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차이를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656쪽)


전체적으로 보면 1, 2부는 예측문제를 진단하고, 3, 4부는 베이즈주의적 해법을 적용하고 탐구하는 얼개이다. 책의 분량이 너무 많아 지레 질리는 미래의 독자가 있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분야 중 관심이 가는 부분부터 읽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론 포커와 주식 챕터가 너무 흥미롭더라. 특히 차트를 믿지말아야 하는 이유나 효율적 시장가설, 지나친 자신감 등의 인지편향cognitive bias, 그리고 얼마 전에 읽은 <비이성적 과열>도 소개되고 있는데 읽고 마음에 새길 만 하였다._투자금 잃고 깡통 한번 차고나면 보수주의가 보이는 법이다_ 또한 굉장히 바쁜 분은 에필로그(나오며) '예측은 어떻게 가능한가'만 읽어도 대충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알 수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이 책은 주요한 명사나 문장에 강조고딕체를 쓴 것이 아니라 관형사나 형용사_예를 들어 '어떤','~전에', '날마다'_에 볼드체를 사용했는데, 처음엔 조금 어색하였으나, 읽어갈수록 저자의 의중이 무엇인지 더욱 정확하게 알게 해주는 양념 같은 역할을 하더라.  
어쨌거나 넘치는 소음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분리해 정확한 예측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이 어찌 쉽겠는가. 결국은 열린 자세_편견이나 독단에서 벗어나라는_로 신호들을 바라보고, 모든 행위는 증거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평가하라는 메시지_사실 이런건 평범한 진리아냐? 뭔가 더 있을 듯하지만 이 책은 이 정도 바탕만 이야기 하는구나_만 기억에 남는다. 일주일 넘게 손에 잡고 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으니 장점이 참 많은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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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반양장) -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
장하준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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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학가에선 원론적 경제학 입문 교재로 어떤 책을 많이 배우는지……. 얼마 전만 해도 '맨큐의 경제학'이 대세였던 거 같은데, 요즘은 이준구·이창용의 '경제학원론'도 많이 선호하나 보다. 내가 학부시절에 배운 경제학원론은 누구의 저서라고 밝히긴 좀 그렇지만, 참 어려웠다는 느낌은 아직도 잊히지 않고 앙금처럼 남아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오는 일반인 대상 경제서적들은 사례를 통해 보다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듯하다. 이번에 읽은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도 책 제목처럼 마치 강의를 하듯이 아주 쉽게 원론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더라. 얼마 전에 읽은 팀 하포드의 <당신이 경제학자라면>도 쉽게 설명하는 강의형 책이었지만 뭔가 답답하고 내용 이해가 오히려 어렵게 느껴지곤 했는데,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는 자신의 색깔을 잘 살려 마치 내 곁에서 내 자신만을 위해 강의하는 듯이 유려하게 와 닿았다.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풀어내어 현실을 직시하고 인식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 이 책을 경제학 주교재로 쓰기는 좀 그렇지만, 폭넓은 시야를 갖게 하는 보완 교재로써는 아주 훌륭하다고 하겠다.

 

장 교수의 경제관은 10여 년 전 <사다리 걷어차기>를 읽으면서 대략 안 바가 있다. 그 후 <나쁜 사마리아인들>,<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을 읽으면서 이 분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더라.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이 '가진 자'에게만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 신자유주의가 가진 한계를 신랄하게 학문적으로 지적하고 인간 평등의 가치와 복지국가의 실현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이 상당히 마음이 들었다. 장 교수를 신제도학파로 분류하기에 이 학파의 경제 접근법을 뭔지 알아보던 게 엊그제 같네. 이 앞 정권이 내세운 정책이 바로 신자유주의를 바탕으로 한 '성장 우선'이었다. 파이를 키우면 떨어지는 떡고물도 많다는 논리_낙수 효과 이론 trickle-down effect theory_를 전개하여 밀어붙이긴 했는데, 이게 이상하게도 규모는 커져 성공한 듯한데 실상 가계나 개인 소득이 줄어든 거 같다는 거다. 가진 자들은 더욱 잘 살게 되었는데 서민들의 살림은 더욱 팍팍해진 거 같았으니……. 이번 정권에 들어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옳다고 보인다. 복지는 증세 없이 이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증세가 과세 형평성에 어긋나 보인다는 것이다. 있는 자들이 좀 더 많이 내어야 하는데 저소득층의 호주머니만 털어가려한다는 이 느낌……. '부자 정당'이란 말을 실감하게 되더라. 에고~ 여기서 이런 글 적을게 아니니 그만하고 본론으로 다시 넘어가자...

 

'지금 우리를 위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를 표방한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 참 괜찮았다.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경제학 입문서를 쓰자'는 제안을 받고 썼다는 이 책의 프롤로그를 보면 장 교수가 경제학을 바라보는 시각의 근저를 찾아낼 수 있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 보면 "경제 문제에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를 전문가들 손에만 맡겨 둘 수 없다. 즉 책임 있는 시민은 모두 어느 정도 경제학적 지식을 갖춰야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해서 두꺼운 경제학 교과서를 읽으면서 특정 경제학의 시각을 무조건적으로 흡수하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제학적 논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특정 경제 상황과 특정 도덕적 가치 및 정치적 목표 하에서는 어떤 경제학적 시각이 가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경제학을 배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경제학을 이야기하는 책이 필요하다. 나는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고 믿는다." 옳다. 전적으로 장 교수의 생각에 공감한다. 우리도 이제 경제를 어느 정도는 알아야 만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경제의 여러 접근법과 함께 경제학의 가장 근본적인 방법론적 문제들을 논하여 독자 스스로 판단하게 하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1부는 경제학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다. 경제학과 경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경제가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경제를 연구하는 방법이 얼마나 다양한지,_고전주의, 신고전주의, 마르크스학파, 개발주의, 오스트리아학파, 슘페터학파, 케인스학파, 제도학파, 행동주의 등 9가지 주요 경제학파의 장단점을 소개_ 그리고 경제의 주요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부록으로 제공된 경제학파의 비교 도표였다. 정리 방법이나 관점이 아주 신선하더라. 보통 인터넷을 통해 찾는 자료와는 다른게 솔직히 한 수 배웠다. 2부는 실제 세상의 경제를 이해하는 데 경제학을 어떻게 '사용'할 지를 알아보는데, 불평등과 빈곤을 다루는 9장의 '보리스네 염소가 그냥 고꾸라져 죽어 버렸으면'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지난 30년간 다수의 정부가 낙수 효과를 믿고 부자에게 유리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중략) 그 결과 생산, 노동,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부자가 돈 벌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되었다." 공산당도 아니고 극단적인 평등주의를 지지할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너무 심한 불평등도 사회 통합을 방해해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강조한다. 정치 불안은 결국 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성장이 감소한다는 논리이다. 불평등은 사회적 지표에서도 열등한 결과를 낳는다고 하니 경제정책이 왜 중요한지를 명확히 알겠다. 장 교수는 빈곤과 불평등은 인간이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당연히 그랬으면 했다.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의 노력을 통해 가난을 떨쳐 버리는 것을 돕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공평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복지혜택과 교육 등), 가난한 사람들이 고용 시장에 더 쉽게 접근하도록 하고(차별을 줄이고 최급 직종의 '끼리끼리' 문화를 없앰으로써),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 시장을 조작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332쪽

 
'시장 실패'와 '정부 실패'를 다루는 11장 '리바이어던 아니면 철인 왕?'은 결국 정부의 역할을 강조_탈정치화 제안은 반민주적이다. 경제학은 정치적 논쟁이다_하는 장 교수의 경제 철학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무엇이 시장실패인지, 그리고 그에 따른 정부의 행위를 어디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우리 각자가 선택한 이론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역설적으로 경제학에 대한 다원적 접근의 필요성이 재차 강조된다 하겠다. 11장의 '지대물박(地大物博)'에서도 장 교수의 냉철한 진단이 눈에 띈다. 자유무역 경제학자들은 '보상 원칙'을 들어가며 무역자유화를 옹호하는데, 보상 원칙을 적용해도 무역 자유화로 인해 수많은 피해를 본다는 사실은 감출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제 무역은 특히 개발도상국에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자유 무역이 최선이라는 말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출 주도형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의 입장을 돌이켜 볼 때 일견 반무역주의자로 비난 받을 수 있는 내용이나, 그가 왜 이렇게 주장하는지 전작 <사다리 걷어차기>나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 좀 더 알아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 생각한다. 장 교수는 세계화 현상, 즉 국제 경제의 통합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나라의 장기적 목표와 역량에 달려 있음을 피력하고 있는 것이다.

 

에필로그 : 그래서 이제는?  어떻게 우리는 경제학을 사용해서 경제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므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경제학을 '하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경제학적 접근법은 모두 제각각 장단점이 있으므로 특정 이론의 관점에서만 분석하기 보다는 다른 '연장'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그는 바란다. 다양한 경제학 이론 모두에 저마다 배울 점이 있다는 말은 당연 동감!
그래서 어쩌라고? 경제는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므로, 경제학자들에게 '사용'당하지 않도록 누구나 전문 경제학자들의 말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경제학자들이 '모든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제학적 문제에서도 그들이 진실을 독점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편협하고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다는 대목에선 속이 시원하더라. 턱없이 잘난 척하는 가식적 학자들 보면 얼마나 아니꼽던지……. 

 

팀 하포드의 <당신이 경제학자라면>도 수식이나 도표 이런 거 하나도 없이 주르륵 나가더만, 이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도 만만찮다. 둘 다 대단한 책이긴 하나 나에겐 장 교수의 책이 더 와 닿았다. 다양한 사례와 자신의 주장을 받쳐주는 '실제 숫자'을 보면서 그의 전문적 지식에 많은 공감을 했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신고전학파의 신자유주의가 대세라 해도 "망치를 쥔 사람은 모든 것을 못으로 본다."라는 말이 있다. 한 가지 이론만으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는 것은 경제시스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맥가이버 칼(Swiss Army Knife)이 필요한 거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장 교수 같은 분의 논거가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복잡하고 모든 경제학 이론이 어느 정도 편향성을 지녔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론의 정당성에 대해 겸손하고 열린 마음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즘의 안타까운 정국이 자꾸만 생각이 나더라. 지금의 집권당도 '부자 정당'이란 오명을 벗으려면 겸허하게 열린 마음으로 다른 쪽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쨌든 독특한 서술방식과 유려한 필력, 신제도학파로 분류되는 그의 경제관이 신고전주의 경제정책에 피로감을 느끼는 나에겐 아주 청량한 바람 같았다. 일독을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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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러브 박스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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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 책 <프렌치 러브 박스>! 별 4개 반의 아주 괜찮은 로맨스 소설(이하 로설)이다. '연애는 천사의 몫이고 결혼은 악마의 몫'이란 서양 속담에 괜히 고개를 끄덕인다.

 

2. 기억상실!
한국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기억상실. 출생의 비밀, 불치병과 어우러져 3대 핵심 소재라 할 수 있는 식상함의 대명사. 여기에 양념으로 불륜, 재벌, 삼각관계, 복잡한 가족사, 교통사고, 혼전임신, 고부갈등, 유학을 버무리면 한국형 드라마가 된다. 너도나도 이런 드라마만 남발하다보니 한마디로 흥미 없고 살짝 짜증이 난다. <프렌치 러브박스>도 주인공의 기억상실로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처음 책을 펼치자 '뭐야~ 기억상실?' 이런 마음과 함께 책을 던져놓을 뻔했다. 별 다섯이 아니라 4개 반인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이다.

 

PK 그룹의 젊은 CEO 동하는 교통사고로 선택적 기억상실에 걸린다. 그는 그 사고로 사랑하는 연인 진희에 대한 기억만 잃어버린다. 사고 직전, 유학 문제로 동하와 큰 싸움을 한 진희는 동하가 자신에 대한 기억을 완벽하게 잊어버린 것에 충격을 받고, 바르셀로나로 유학을 떠나버린다.

 

3. 괜찮은 소설이다.
한가위 후 밀린 일에 치이다가 잠시 짬을 내어 이 책을 펼쳤다. 맛보기로 조금만 읽고 나중에 읽을 요량이었다. 그런데 책을 놓지 못하고 그냥 내달렸다. 흡입력 있는 얼개가 '기욤 뮈소'의 작품들보다 못한 게 없었다. 로맨스소설의 플롯이란 것이 뻔하지 않은가. 남녀가 사랑하다 헤어지고, 시련을 거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스토리. 그런데 괜찮은 로설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독자들 스스로 주인공으로 감정이입하여 일체화 한다는 건데,  이 <프렌치 러브박스>는 이런 면에서 상당히 성공적이지 싶다. 일단 내 자신이 소설 속으로 몰입하였으니 할 말 없게 되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는 기억상실이란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달달하고 아리게 사랑을 엮어 내다니……. 간질간질 외줄 타듯 연(緣)을 이어가는 글 솜씨가 여간 아니다. 짜임이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 안 할 수가 없다. 전체 얼개도 상당하지만, 독자들의 미흡함을 충족시켜주는 쿠키 영상(서비스 컷)같은 외전1,2,3도 참 마음에 들더라. 지적 충만한 언어 선택과 감성적 문장도 괜찮았다.

 

5년 후, 각광받는 젊은 건축가가 된 진희는 동하가 인수한 호텔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여전히 진희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며 그녀의 곁을 맴돌지만, 다시 그에게 상처받게 될까 봐 겁이 난 진희는 동하의 눈빛을 모른 척하는데…


4. 동네 오빠.

러브 스토리 삼각관계의 또 다른 단골, 동네오빠. 이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종영한 <운명처럼 널 사랑해>가 떠올라 씁쓰레하게 웃었다. 재벌급 경영자, 기억상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 해피엔딩, 그리고 동네 오빠 다.니.엘……. 미영에게 정말 따스하고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다니엘이건만 미영의 선택은 옴므파탈 '건'이었지. 기억을 잃어버린 동하를 두고 유학을 온 진희, 무너지기 직전의 그녀를 지켜 준 사람은 윤식이다. 윤식은 좋은 남자였고 정답 같은 남자였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곁에 있어 주는 남자. 그의 애절한 사랑은 그냥 조연으로 묻혀야만 하는 걸까? 왜 여자는 자신을 아프게 하는 남자(동하)를 잊지 못하는 걸까? 혹시 나도 대학시절 그저 동네오빠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_괜히 찔리고 아프네. 에고고~~~_  '서글프게도 사랑의 감정은 늘 한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었다. 행복은 완벽한 것과는 거리가 머니까…….

 

사랑했던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지만 여전히 진희에게 운명처럼 끌리는 동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한순간에 없는 존재가 되고, 그를 버리고 꿈을 좇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진희.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진희의 마음을 기다려 온 남자 윤식. 세 남녀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5. 19금?
오웃! 찐한 _손가락 이야기는 뺐으면~ 하는_ 낯 뜨거운 씬이 있다. 이거 참... 므흣하구먼. 뭐 성인이라면야……. _이 글 보고 오잉~~~ 하면서 책 사보는 분 있을까?_ 이런 야설 수준의 적나라한 대목 두엇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문장이긴 하더라. 그래도 아주 조금만 수준을 낮추었으면 한다. 기욤 뮈소는 이런 장면 없어도 대단하더만. 아마도 이것 때문에 낮은 평점을 주는 독자도 있을 거란 혼자 생각 해봤다. ㅎㅎ~

 

6. 프렌치 러브 박스
이 소설에서 두 주인공을 사랑으로 묶어주는 주요한 도구가 되는 프렌치 러브 박스._ 동하가 이 보석함을 _생명과 사랑을 상징하는 심장 모양이다_ 구입하는 과정이 <외전 3>에 자세히 나와 있더라. 이런 식으로 맛깔스럽게 보충 설명을 해주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이건 십자군 전쟁 시절 프랑스 연인들이 주고받던 앤티크 보석함으로, 남자가 열쇠를 가지고 떠나고 여자는 보석함을 지닌다. 열쇠와 보석함이 함께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데, 열쇠를 지닌 대부분의 남자는 돌아오지 못했고, 살아 돌아왔더라도 여자가 고무신 거꾸로 신은 경우가 많았단다. 둘 다 있다는 것은 그들이 기다림과 죽음을 이겨내고 다시 만나 결혼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거라네……. _일종의 암시가 되는 도구라 하겠다_
  
7. 집
가장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구가 '집'이다. 가족의 사랑, 특히 엄마로 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고 공허함과 우울감이 점철된 동하에게 있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가족이 함께 사는 집은 자신에 대한 구원이요 모태가 된다. 텅 빈 집에 홀로 있어도 전혀 외로울 것 같지 않은, 그런 집을 동하는 그리워한다. 동하에게 있어 집은 사랑의 메타포이다. 진희 또한 마찬가지. 그녀에게 동하는 돌아가고 싶은 집이다. 하지만 동하의 기억상실은 진희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의 상실이기도 하다. 그 구체적 매체는 진희 아버지가 설계한 '히아신스 하우스'! 진희의 전부라고 해도 될 공간. 집은 추억의 시간으로 쌓인 그리움의 공간이다. 그의 기억과 그의 시간 속에서 살고픈 사랑. 그녀의 기억과 그녀의 시간 속에서 살고픈 사랑. 히아신스 하우스의 시간은 그렇게 흐르고 있구나…….

 

인간은 다르기 위해 꿈을 꾸고, 같아지기 위해 사랑하는 존재이다. 202쪽

 

8. 에필로그
이 로설을 보면서 조명훈이나 박인권, 아니면 박봉성이나 조명운의 기업·재벌 만화가 떠오르더라. _ 만화 엄청 봤다는 게 들통 나는구나_ 그리고 한국형 드라마의 전형적 요소를 다 갖춘 작품인지라 언젠가 안방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으리라 느껴졌다. 어쨌든 기욤 뮈소의 여러 소설 이후 제법 눈을 떼기 못한, 읽을수록 괜찮은 로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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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한가위...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부터 명절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더라.
이번 추석엔 어떻게 하다보니 중국(북경)에서 보내야 할 판...
책 읽을 시간이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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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족한 연봉 주식으로 채워라    

1년에 딱 2번만 투자하면 된다는 '369 매매전술', 주식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쉽지않지만, 참 이거 옳은 말씀이긴 한데... 1% 이자시대, 주식 밖에 더 있나? 물론 그러다가 깡통차기 십상이긴 하지...

 

2. 대한민국 주식투자 계량가치투자 포트폴리오

별로 재미없을 듯한 제목, 하지만 잃지않으려면 고수의 한마디를 꼭 들어둘 필요가 있지...
기대수익률은 올리고 리스크(손실위험 및 주가변동성)는 최소화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일을 못할까...

 

3. 월드 베스트 디지털 마케팅 어워드 40 

전 세계가 주목한 디지털 마케팅의 최신 성공 사례가 소개되는 모양인데... 대부분 들어 본 이야기 일 듯 하나 재미 있을 듯...

 

4. 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

조조를 재조명하는 책들 여러 읽었다. 언제 읽어도 대단... 이 책은 어떤 점을 강조하고 있을까.

 

5. 베이스캠프 - 지식세대를 위한 서재컨설팅  

자기계발 서적란에 이 책이 있더라. 비좁은 공간에 책을 쌓아두는 것도 지친다.
다른 분들은 서재세팅과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눈요기 하고픈 생각이 모락모락...
큰 집으로 옮기면 서재부터 신경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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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지기 2014-09-0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9월 추천 도서(5권) 잘 읽었습니다. 추석 명절도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파트장 드림

표맥(漂麥) 2014-09-10 09:54   좋아요 0 | URL
추석은 잘 지내셨는죠? 고맙습니다...^^
 
드림 컬렉터 1 - 양(RAM)의 시간
이혜원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4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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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의 흐름을 중시하는 본격문학만이 문학이고 추리나 SF소설은 문학이 아닐까? 한때 추리소설에 빠진 적이 있는데, 시간 아깝게 왜 그런 책 읽느냐며 같잖게_수준 떨어진다는 뉘앙스_ 여기는 동료들이 있기도 했다. 일종의 편견이라 난 생각한다. 순수문학이든 장르소설이든 독자 자신이 그 책에서 뭔가의 만족을 얻었다면 그로써 그 책의 가치와 역할을 다한 거지 별거 있남? 클래식 애호가라 하여 대중음악 전혀 듣지 않는 거 아니잖은가. 그저 성향과 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좋아하는 관점이 다를 뿐이다. 자신이 즐기는 분야가 아니라하여 다른 쪽을 비방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외곬으로 치우칠 때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을 스스로 잃어버리는 거라 여겨진다. 요즘은 통섭과 융합이 대세라지 않는가. 전문가들은 그냥 자신의 분야에 치중하면 되고, 독자들은 그저 자신이 즐기고 싶은 데로 즐기면 그 뿐! 너무 뭐라 말자.

 

결국 중요한 것은 작품성인데, 이건 장르마다 그 잣대가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SF환상소설은 어떤 기준으로 작품 평가를 해야 할까? 특별한 기준이 있는가 하여 인터넷을 서핑해 보니 별게 없다. 추리소설의 평가는 엘러리 퀸_Ellery Queen_이 만든 10가지 관점(구성, 서스펜스, 의외의 결말, 해결방법의 합리성, 문장, 성격묘사, 무대, 살인의 방법, 단서, 독자와의 대결)이라든지, 모출판사에서 자체로 만든 6가지 관점(고전의 반열, 대반전, 속도감, 캐릭터, 논리정연, 선정성) 등 어떤 잣대가 있는데,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 SF소설은 안보이네. 조금 난감하지만 SF소설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대략 창의성, 캐릭터, 스토리, 속도감 등이 아니겠느냐. 그래서 이번에 읽은 과학환상소설 <드림 컬렉터>는 이런 범주로 나누어 생각을 한번 해보고자 한다. _이 참에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도 SF소설의 평가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적용시켜 보는 것은 어떠한지..._ 

 

1. 창의적 상상력
 <드림 컬렉터>에서 이 '창의적 상상력'은 정말 인정하고 싶다. 작품의 무대도 그렇거니와 주요 소재 또한 예사롭지 않다. 미래 세계의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SF소설에서 흔하디흔한 일이나, 주 무대인 태양계 최고의 유흥 행성 '마야'는 제법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꿈의 행성이라고도 불리는 마야는 인간의 상상에 반응해서 그 사람이 상상하는 일을 실제로 겪게 되는, '모든 상상이 가능한 행성'인 것이다. 꽤 괜찮은 우주적 상상력이지 않은가. 또한 이곳에서만 가능한, 누군가의 꿈을 컬렉트(채집)하고 이를 재가공하여 수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상품화한 '힙노스'가 이 소설의 주요 주제인데, 꿈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영화 <인셉션>이 가끔씩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흥미롭고 괜찮은 설정이다. 사람들은 힙노스를 통해 폭발적인 아드레날린과 유사·대리 체험의 감정적 만족을 얻는다. 별 ★★★★★

 

네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진 환상 행성 - 마야!
○ 판타소스 돔 : 란츠만 지수가 원형대로 유지되는 곳. 상상도우미들이 여러 가지 환상을 실현시켜 주는 래빗 홀이 대표적인 관광지.
아난다 돔 : 시뮬레이션의 천국으로 꿈을 ‘힙노스’해서 상품으로 만든다. 타인의 꿈을 마치 영화처럼 즐기게 되는 곳.
모피어스 돔 : 영화 촬영지로 만들어진 곳으로 불가능하게 여겨지는 특수 촬영이 이곳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닉스 돔 : 란츠만과 마야 코어의 반응을 억제시켜 놓은 곳으로 이곳에서는 환상을 실재화 할 수 없다. 쇼핑몰과 호텔, 식당, 사무실 등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출판사 리뷰에서 인용)

 

2. 캐릭터
사람들이 꾸는 꿈을 수집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 꿈을 즐길 수 있도록 힙노스로 만드는 S급 드림 컬렉터 '야신 카갈리스키'가 이 소설의 메인 캐릭터이다. 큰 키, 짧은 은발과 구릿빛 피부, 기분 나쁜 회색 눈을 가진 일명 '귀신 눈깔'이라 불리는 남자. 한 때 램스필드사 힙노스 개발 수석연구원. 습관적으로 담배를 끼고 살며, 그의 허리춤에 체인으로 연결된 합금 담뱃갑, 그 맨 오른쪽 구석에 부적같이 여기는 담배 하나. 그의 비밀무기(?)이다. 나는 이 야신에게서 '솔로몬 케인'을 떠올린다. 책의 전개와 그 이미지가 엇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이 야신에 대응하는 변혁의 인물은 '카이야 레만', 래빗 홀의 에이스 상상 도우미로 "그는 몽마 같았고, 어떤 의미에선 괴물이었다". 자신의 강력한 꿈 파장을 이용해 마야의 신이자 교주가 되고자 하는 초능력자. X맨의 메그니토를 연상해 본다. 그런데 카이야의 캐릭터는 야신에 비해 너무 조촐하다. 적어도 배트맨의 조커 정도는 되어야 책이 재미있을 것인데...
나머지 인물은 그저 조연에 불과하다. 별★★★☆

 

등장인물
야신 카갈리스키 : 드림 컬렉터. 별명은 귀신 눈깔. 30대 초반. 가장 탁월한 드림 컬렉터. 은발에 검은 스웨이드 재킷을 즐겨 입는 헤비 스모커.
 타소 : 닉스 돔 살류트 거리에 있는 타로 점집 ‘라다’의 주인. 드림 컬렉터들을 거느린 사업주이기도 하다. 20대 후반으로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절세미인. 
카이야 레만 : 검은 머리에 창백한 얼굴의 아랍계 외모를 지닌 의문의 사나이. 교통사고 이후에 꿈을 꿀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꾸어서 팔아먹은 꿈들을 다시 찾아달라고 야신에게 의뢰를 한다.
데르크 아데만 : 마야 행성을 컨트롤 하는 소브컴의 책임자. 감색 슈트에 갈색 머리의 개성 없는 얼굴의 소유자. 철두철미한 실무형이지만 고지식한 사람은 아니다.
재스퍼와 오닐 : 라다 소속의 드림 컬렉터들. 재스퍼는 쓸데없이 명랑하고, 오닐은 전직 프로그래머로 고지식하다.
첸 타이샨과 줄리 캠벨 : 램스필드 소속의 연구원들로 부부 사이. 줄리는 천재로 괴팍하고 첸은 그 비위를 맞추며 살아간다. 첸은 어느 날 램스필드의 연구 자료를 들고 사라져버린다. 줄리는 그를 찾기 위해 야신을 찾아오게 되는데... (출판사 리뷰에서 인용)

 

3. 스토리(구성, 플롯)와 속도감
뛰어난 배경 설정에도 불구하고 스토리 전개는 밋밋하다. 카이야의 존재를 살짝 등장시키고 그의 은밀한 동선에 사건을 붙여 종국적으로 마지막 대결로 이르기 까지 긴장감이나 숨겨둔 복선, 은근한 암시 이런 거 하나도 없다. 기승전결의 전(轉,전환)이 없으니 그저 맹~할뿐... 단편적 사건들 속에 카이야가 있음을 살짝 보여주고 있으나 극적인 위기가 없으니 중간이 지루하였다. 정교한 스토리 속에 주인공이 '위기'와의 대결을 통해 변화할 때_무협지에서도 주인공이 기연을 얻어 거듭나지 않나_ 독자는 소설 속으로 더 몰입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이런 맛이 약하다. 한마디로 전체를 얽는 얼개(플롯)가 허술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작가의 필력이다. 꿈속에 트라우마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인지 마치 해리성 장애를 가진 정신분열환자의 글을 읽는 듯하다. 그러니 재미보다는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몰입이 잘 안된다. 당연히 읽는 속도가 떨어지고 재미도 없어진다. 만약 두 권으로 이루어진 <드림 컬렉터>의 일정 부분을 버리고 좀 더 타이트하고 유려하게 재구성한다면? 제법 우수한 SF소설로 자리매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매우 아쉽다. 별 ★★

 

에필로그1. 부제에 관하여...
<드림 컬렉터> 1권의 부제는 '양(RAM)의 시간'이고, 2권은 '신(SHELL)의 주인'이다. 아~ 애매하고도 쌈빡하다. 저자는 두 권이나 되는 책에 프롤로그나 에필로그 또는 후기 하나 적지 않았다. 도대체 부제가 뜻하는 바가 뭘까? 사전적으로 풀 수 없는 문제이지만 책 속에 힌트가 있을 것이기에 머리를 싸매 본다. 정말 저자에게 묻고 싶다. 어쩔 수 없이 나름의 잣대를 들이대어 본다. _저자의 의도와 달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_

 

○ 양(RAM)의 시간 : Ram은 말 그대로 숫양을 뜻한다. 이 소설의 주된 소재인 꿈과 숫양은 얼른 매치가 되지 않는다. 나는 여기서 토머스 해리스의 스릴러 소설 <양의 침묵>을 떠올린다. 이 소설에서 양은 주인공 클라리스 스탈링을 괴롭히는 유년의 트라우마이다. <드림 컬렉터>에서 카이야가 제공하는 환상은 고객의 다양한 트라우마를 교묘히 건드리며 그의 사도로 변모시킨다. 스탈링이 자신을 괴롭히는 양의 울음소리를 멈추려고 엄청 노력한 것처럼, 아난다 돔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자 힙노스를 찾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양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의 은유가 아니겠느냐. '양의 시간'이 바로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_이거 너무 혼자 내닫는 거 아냐?_ 

 

○ 신(SHELL)의 주인 : Shell에 신(神)의 의미가 숨어 있었던가? 그렇지 않다. 그러면 왜 저자는 신을 Shell이라 표기했을까? 번역서도 아닌데 난해하다. 나는 여기서 그저 셀의 기본적 의미인 껍데기, 뼈대, 겉모습으로 이해를 하고 만다. 마야에서 카이야가 벌인 일은 단순한 교주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꿈을 배포해서 사람들을 포섭했고, 그들에게 환상과 꿈을 공급함으로써 자신의 신도로 만들었으며, 천사를 부활시키라는 감정적이고 종교적인 목표를 꿈으로 줌과 동시에 환상사고로 충성과 능력을 입증하면 사도가 될 수 있게 하였고, 신도가 아닌 사람들에게 까지 마야에 뭔가 대단한 존재가 있다고 믿게 하였다. 카이야가 마야에서 신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신의 영역은 결국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조개껍데기 같은 4개의 돔(shell)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은 원래 스스로를 속이게 만들어졌을까? 환상이 사람들의 도피처가 된다면 마야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저자는 간단한 듯이 글을 풀어가지만 나에게는 어렵기만 하다.

 

에필로그2. 이 소설의 한계에 관하여...
○ 욕설 : 좇나, 씨발, 빨대, 갈구다... 이런 비속어가 들어가야만 캐릭터의 속성을 잘 표현했다고 할까?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다. SF소설의 자리를 스스로 10대층에 얽어매는 사고가 아닌가. 장길산이나 임꺽정에도 욕설이 난무하지만 저급하다고 여기지 않았는데, 이 소설에서는 소설의 수준을 스스로 낮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터넷 소설이 아닌 이상 이런 욕설은 작가의 문학적 필력을 저평가하게 되는 요인이 아닐까.  

 

○ 필력 : 이 소설은 곳곳에서 저자의 지적 수준과 상상력이 상당함을 드러내고 있으나 이걸 작품성으로 연결시키는 문장력은 별로... _작가에겐 조금 미안하구먼..._ 이런 점에서 소설가 김탁환과 뇌과학자 정재승이 만나 쓴 <눈먼 시계공>처럼 협업도 좋은 방안이지 싶다. 다소 무례한 발언 같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소설을 조금 스피드하게 읽을 수 있도록 버릴 것은 버리고 플롯을 다시 짠다면, 어쩌면 저자의 상상력이 세계무대에서도 통할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짜임은 아무래도 젊은 정통문학가들이 한 수 높은 듯...

 

생각해 봐야 할 부분(출판사) 
1권 185쪽. 나이 차가 많이 지는 : '많이 나는'이 맞지 않을까. '많이 지는'이라고 하는 지역도 있긴 하나보다~ 라고 생각은 하지만……. 
1권 405쪽. 몽마 게 새어 들어오는 : 문법적으로 '게'의 사용이 틀린 게 아닌데……. 참 어색.
2권 108쪽. 아닌 것이야, 저회도 알죠 :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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