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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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결국은 어른이 문제다. 사악한 짐승의 마음을 가지고 인두겁을 뒤집어쓴 악마들이 너무 많은 사회. 우린 부끄럽게도, 아니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인간껍데기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타락의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탈을 썼다면 그래도 지켜야 할 마지막 선(線)이란 게 있는 법인데...

 

청소년 소설처럼 보이는 조그마한 책이 있기에 무슨 내용인가 싶어 몇 장 읽어보다가, 그만 끝까지 다 읽고 말았다. 그리고 잠시 마음이 먹먹하였다. 비록 소설이라지만 그 내용이 언젠가 떠들썩했던 나영이 사건이나 인터넷 상에 올라왔던 일산 모 유치원의 아동 성폭력 사건과 겹쳐지다보니, 딸 가진 부모로서 참 마음 다스리기 힘들어지더라.

 

<유진과 유진>에서 유치원 원장이 유치원 여자아이들에게 못된 짓을 했네. 이때 성추행을 당한 동명의 두 유진이가 중2가 되어 같은 반이 된다. 큰 유진은 부모가 나름 잘 대처하여 밝게 자라왔으나, 전교 1등짜리 작은 유진은 그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소설은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로 남은 아픔을 가감 없이 건드린다.

 

작가는 어떤 과도한 꾸밈이나 높낮이 없는 민낯의 문체로 피해자들의 무의식에 감춰진 수치감과 분노, 두려움과 자기 파괴적 상실감을 독자에게 들이댄다. 물론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고... 그런데 이런 턱턱 숨이 막히는 무거움이 청소년 성장소설로 자리매김하는 게 나는 마땅찮다. 문제는 이렇게 마땋찮아 외면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럴 수 없다는 거다.

 

어쨌거나 작가는 나무의 '옹이'를 통해 청소년과 피해자 가족들이 아픔을 승화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숨기지 않는다. "나무의 옹이가 뭐더냐? 몸뚱이에 난 생채기가 아문 흉터여(162쪽)."... "감추려고, 덮어 두려고만 들지 말고 함께 상처를 치료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상처에 바람도 쐬어주고 햇볕도 쪼여 주었으면 외할머니가 말한 나무의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물었을 텐데(275쪽)...

 

이런 성장소설을 보면 항상 도종환의 시가 떠오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시적인 언어로 달랠 수 없는 아픔도 있다. 상처를 쳐다보고 옹이처럼 단단하게, 아프지 않은 상처로 다스리라는 것은 치유가 아니라 그저 언어적 유희 일 뿐이다.

 

성적(性的) 방종 속에 움 튼 악의 싹은 빨리 잘라내어야 인간이 인간다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동 성폭력자는 공개리에 거세(去勢, 宮刑)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이 무르니 이런 일이 계속 발생하는 거다. 성이 자유개방화 되고 처벌이 솜방망이니 아동에게까지 마수를 뻗칠 생각을 하는 거다. 아이들은 미래의 희망이자 자산이다. 그들을 보호하고 꾸밈없이 자라도록 하는 것이 바로 어른이란 이름의 책임이고 의무이지 않겠는가.

 

이러나저러나 청소년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둡다. 에휴~ 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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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벌써 5월?
세월은 왜이리도 빠르단가... 새싹이 돋는가~ 했는데 벌써 여름 티가 난다.

우리를 둘러 싼 경제적 환경은 언제나 변화무쌍... 엔저의 위협과 함께 불황형 흑자기조 또한 마치 어둠 속의 두려움 같기만 하다. 5월의 주식시장도 별로 좋지 않을 듯...백수오의 여파를 잠재우기나 하련지...
이런저런 행사도 많아 책을 얼마나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침 가랑비 내려 온갖 나무 봄이 오고,
오얏꽃 맑은 경치 거친 먼지 거두었도다.
이슬 맺힌 꽃 물방울 져 벌레소리 요란하고,
햇빛은 길게 잠겨 나그네의 꿈만 새롭구나!

 

朝雨濠友萬樹春, 李花淑景斂荒塵
露花落適蟲聲動, 日色長沈客夢新   春日之夢 /龜巖 金正德

 

1. 성공하는 남자들의 옷차림 전략 

스티브 잡스를 보라. 얼마나 자유분방한가. 그런데 무슨 옷차림 전략?
여긴 유교사상에 젖어있는 한국이다. 옷차림에 품격이 숨어있다는 걸 왜 늦게 깨달았을까...
이런 책은 의외로 한번 쯤 읽어둘만한 책 같다.


2.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choice

필립 코틀러의 책이라면 적어도 후회(?)는 안하지... 역시 불평등이 주요 테마이다.


3. 대한민국 주식 투자를 지배하는 100가지 법칙

주가라는 것이 어디 이론대로 움직이겠냐만.
그래도 생짜로 모르기 보다는, 나름 고수들의 원칙을 알아둔다면.
적어도 무리수로 패가망신의 길에는 들어서지 않으리.


4. 수급단타왕 주식투자 실전전략 - 상한가 30% 시대에 맞춘 투자전략 완벽 가이드 

이 분, 이 바닥에선 좀 이름있는 분이다. 나름의 주식투자 철학이 없으면 깡통차기 십상인 요즘.

내츄럴엔도텍를 보면 주식매매란게 정말 어렵다는 걸 절감한다.

먼저 읽어본 이들의 실망이 눈에 띄는데... 그래도 읽어두는게 후회하지 않을 듯하다.

 

5. 김 팀장은 왜 나한테만 까칠할까 - 회사에서 통하는 사람 공부 

직장생활하다보면 꼭 이런 상사 한 두분 만난다. 한마디로 합이 안맞는 사람인데... 이거 제대로 마음 관리 못하면 직장 다니기 진짜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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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나체들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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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추리에서 호색(好色)으로
프로젝트를 끝내고 팀원과 함께 약간의 휴가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부담 없이 읽을 만한 책이 뭐 없나~ 책장을 기웃기웃~. 안 읽은 책 더미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은 추리소설 책이 한 권 보인다. "얼굴 없는 나체들"... 오~ 이거 재미있을 듯하다. 얼른 책꺼풀을 싸고_난 책커버로 A4용지의 묶음 포장지를 이용한다. 코팅이 되어 있어 여러 번 사용할 수도 있고 손때도 묻지 않아 여러모로 쓰임새 좋은 재활용지이다._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추리의 '추'자도 발견하기 힘들다. 오히려 저급한 일본풍의 19금 성애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저질 일본판 AV를 문자화 시킨 것에 다름없다. 아니~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런 '빨간 책'도 저술했나? 여직원들도 있는데 괜히 낯 뜨거워서 계속 읽어나가기가 좀 그렇다. 이러다가 "뭐 읽어요?"라고 묻기라도 한다면... 황망함을 감추고 얼른 가방 속으로 책을 숨긴다.

 

2. 바람 같은 변명
동료들이 없을 때 책꺼풀을 살짝 벗겨봤다. 오잉? 이거 뭐야!!!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니라 '히라노 게이치로'... 난 분명 게이고의 추리 책인 줄 알았는데 웬 게이치로의 19금 변태적 섹스탐구? 그 참 난감할세... 출판사를 보니 '문학동네' 책이다. 문동이 이런 수준 이하의 야설 책을?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일단 이 책을 어떻게 소지하게 되었는지 잠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먼저 책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증정' 같은 스탬프 도장은 없다. 그렇다면 이런저런 연유로 출판사에서 받은 건 아닌가 보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인터넷서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자에게 주는 선물에 혹하여 금액 맞추느라 끼워 넣은  책일 확률이 다분하다. 때때로 정신이 깜빡깜빡 하다 보니 구입 당시 두 작가를 착각하였거나, 아니면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게이치로의 <일식 日蝕>처럼 이유 있는 내용이 있을 거라 짐작하여 구매한 듯도 하고...

 

3. 쓰레기 속에서 진주 찾기
 내용이야 잡스런 외설에 가깝다고 하겠다. 주인공 여교사가 인터넷 만남 사이트를 통해 만난 한 남자와 바로 섹스 관계를 맺는다. 고루한 삶을 살던 그녀는 사이버 속 자신의 캐릭터와 현실의 자기를 이원화하여 점점 원초적 욕망 속으로 빠져들고... 그러다가 인터넷에 자신의 사진이 유출된 것을 보고... 이 뒤의 이야기도 뻔하다. 뭐~ 요즘 흔하디흔한 삼류 소설 스토리 아닌가. 그래도 나름 이름 있는 작가인데 어찌 괜찮은 말 한마디 없겠는가. 오물 더미에서 찾은 나름 괜찮은  문장을 건져본다.


○ 현실 사회와 접촉하는 것이 겉이며 외측이라면, 모자이크에 가려진 쪽은 안이며 내측이다. 이런 발상 때문에 인터넷 세계는 늘 간단히 내면화 된다. (15쪽)

○ 통증에도 형태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그녀의 통증은 거꾸로 선 삼각형처럼 아래에 예각을 두고 위로는 음울하고 묵직한 저변의 뿌리를 뻗치고 있었다. (33쪽)
○ 결점이란 남에게 받아들여지기 바라는 자의 고민거리다. (38쪽)
○ 비밀은 자연히 사람을 내면화시킨다. 그러나 그 결과 사람이 신경 쓰게 되는 것은 오히려 외면이다. (42쪽)

 

4. 잘 봐주면 키치(Kitsch), 그러나...
하긴 꼭 인문서적만이 어디 책이겠는가. 이런 하위문화를 즐기는 사람 또한 많이 있을 것이다.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야 가릴 수 없는 갈망 아니겠는가. 세계 모든 여성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만 보더라도 은밀한 성생활과 일탈은 때에 따라 로맨스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일본의 성문화는 참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의 신체구조를 함부로 하고, 그들의 깊은 체액을 여성에게 처바르고 먹일 때 희열을 느끼는 가학적 변태의 습성이 내면화된 족속 같다. 알고 보면 섬나라 좀생이들의 왜소한 핸디캡_오랫동안 법과 규칙에 얽매여 철저히 개인을 억누르며 살아온_에서 나오는 불안의 가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하긴 우리나라도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방종이 제재 없이 일상화 되다보니, '수티 껌디 나무랜다(숯이 검정을 나무란다)’고 이제 그들을 뭐라고 하기엔 민망하긴 하다. 어쨌거나 어떤 문화적 다양성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나의 생각은 이 소설이 저급한 쓰레기 소설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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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 -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실전경제학 입문서
모셰 애들러 지음, 이주만 옮김 / 카시오페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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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읽은 <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는 참 간단치 않은 책이다.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실전경제학 입문서'라는 부제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경제학에 기초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읽기엔 좀 어려울 듯하다. 이론경제를 어느 정도 알고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는 독자라면 읽으면 읽을수록 자기 판단의 잣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배움이 있을 듯하고... 보통의 경제 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우리가 알고 싶은 중대 사안(테마)을 던져놓고 이렇게도 설명되고 저렇게도 설명되는 대립적 개념과 이론을 헷갈리게 제시한다. 뭘 이렇게 딱 떨어지지 않고 모호한 듯한 설명을 하시나 싶은데, 어라? 이게 곱씹을수록 어떤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시대의 경제적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해주네. 그렇다면 이 책은 좋은 책이라 해도 되겠다.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야 개인의 정체성에 따라 다양하겠으나, 저자는 경제학을 구성하는 두 가지 기초, 즉 '경제 효율성'과 '임금 이론'을 중심으로 일상의 경제를 설명해 나간다. 그런데 현실의 경제를 설명하는 이 두 가지 축이 최근 우리나라를 뒤흔드는 부동산 임대료, 연말정산, 무상급식, 증세 논란, 부의 불평등, 최저임금, 고용과 실업 등의 경제적 문제에 대한 답변 같기도 하여 더욱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더라. 1부 <‘경제 효율성’ 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의 소제목을 보면, 부자가 더 부자가 되면, 우리 모두 더 부자가 될까? 경영자가 일반 노동자보다 임금을 431배 더 받는 이유는?  ‘무상교육’은 돈을 낭비하는 일일까? 굶주리고 아픈 사람에게 최소한의 보조금만 주는 까닭은? 등등 바로 현 시점에서 우리에게 왜 그런지 궁금증을 던져주는 사안들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면 기업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최고경영자(CEO)는 거액의 연봉을 챙긴다고 비난 여론이 일었다. 모 회장님의 연봉은  최저임금 노동자의 1540년 치 연봉에 해당한다면서 이게 우리 사회의 두 얼굴이라는 투의 기사도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의 핵심을 성장(경제성장)과 복지(소득분배) 중 어디에 포커스를 두는지도 관심거리다. 전 정권부터 파이를 키우는 성장을 중시하여 대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대기업이 많이 벌면 우리 모두의 소득이 늘기는 느는 걸까? 무상급식과 무상교육의 문제도 첨예한 대립의 관심사이다. 저자는 '파레토의 효율성 개념'_부자와 빈자의 효용성이 다르다는 입장, 재화의 재분배가 파레토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신자유주의의 경제 원칙과 상통하네_을 통하여 현대 경제의 재분배 흐름을 보여준 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결론으로 유도한다.(내가 둔하여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도 얼른 와닿지 않더라.)

 

오늘날의 경제는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는 효용 가치의 상대성이 반영되어 소득의 불평등으로 이어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저자는 "불평등 자체가 파이의 크기를 줄인다."고 말한다. 경제학자는 파이의 크기를 가격으로만 따질 뿐 그 안에 구성물이 얼마나 알찬지는 따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그래서 경제학자는 대다수가 경기가 후퇴한다고 느끼는 상황에서도 경제가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것이란다. 어째 우리 경제학자나 정책당국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서민들이 느끼는 경제의 체감온도가 다른 이유를 아주 잘 대변하는 거 같지 않은가.

독점기업은 소득 분배가 불평등 할 때 가난한 소비자를 무시해 버리고 부자만 상대하는 것이 더 이익이 된다. 이것이 과연 공리(효용)에 맞는 일일까? 그런데 바로 이것이 '220인승 비행기를 48인승으로 개조한 까닭'이기에 독점적 신자유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좋은 이유라 하겠다.

 

경제학자가 경제 규모라는 파이를 측정할 때 소득 분배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는 까닭은 그들이 파레토 효율성_이 표현이 좀 생소하지만 몇 번 읽으니 나름 이해가 된다_을 척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파레토 효율적이지 않은 '최저임금'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정부가 나서서 임금 불평등을 줄여야 하지 않을까? 이는 2부 <'임금이론'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에서 설명되는데, 이 또한 만만찮은 난이도로 나를 맞이한다.

2부의 문을 열면 "자유시장은 노동자가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의 가치만큼 임금으로 되돌려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다.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보수를 조정하면 실업을 유발한다. 만약 정부가 법안을 마련해 고용주에게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하라고 강제한다면, 이는 고용주가 노동자에게 해고통지서를 날리도록 만드는 셈이다. 연간 수천만 달러를 받는 경영자는 회사를 위해 연간 수천만 달러어치의 재화를 생산한다는 것일까? 과연 우리는 어떤 기준에 의해 어떻게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일까?"고 묻는다.

 

임금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면 실업을 유발한다고? 그래서 임금 불평등은 당연한 것일까? 바로 이 임금이론에서 '고전파'와 '신고전파'가 나누어진다는 것을 새삼 다시 상기하게 되었다.  정부의 어떠한 개입도 결국 실업을 유발한다는 신고전파 주장에 대해, 고전파는 정부가 개입하더라도 실업이 발생하지 않고 임금 평등도 증진할 거로 예측한다. 오늘 날 노동자 개인의 한계생산성을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신고전파 이론이 경험적 관찰에 근거해 그것을 분리할 수 없다고 밝힌 고전파 경제학의 임금이론을 대체했지만, 저자는 신고전파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증거는 '없다'라고 단언한다. 이 문제는 '우리는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게 되는 이유가 된다. 최근 각계에선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인상과 생활임금 쟁취를 부르짖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정말 고용주는 노동자를 적게 고용할까?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이 반드시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결과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결과들의 논거를 보면, "생산은 팀으로 수행되고, 한 구성원의 생산물은 전체 팀의 생산물에서 분리할 수 없다."데 있다. 이거 돼지꼬리 땡땡~ 밑줄 쫙, 별 다섯개! 공부꺼리이다.

 

결국 이 책이 다루는 모든 것은 '불평등의 문제'로 귀결된다. 부자와 이를 섬기는 사람들은 소득 재분배를 문제 삼는 일은 비생산적이고 속 좁은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소득 분배가 불평등하면 빈곤층과 중산층은 고통을 받는다. 그들이 가난해서가 아니라 부자에 비해 더 가난하기 때문이다. 소득 격차가 심해지면 판매자는 부자만 지불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한다. 정부는 모든 시민을 평등하게 섬겨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부자는 제한된 자원을 자기가 가져야 할 정당한 몫 이상으로 차지한다(150쪽)." 그러면 정말 소득을 재분배해도 별 효과가 없을까? 저자는 단박에 '허튼 소리'라고 일축해 버리면서 우리 같은 중산층과 서민은 주류 경제학자의 주장을 무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주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되새기고 있다. 부자에게 어떻게 하면 부담 없는 핸디캡을 적용하여 소득의 재분배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참 어려운 문제이지만 더불어 행복해지는 세상을 위해 반드시 어떻게든 실현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이런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 경제와 다소 동떨어진 문제를 다룬다는 느낌도 잠시 들지만, 처음 읽었을 때보다 두 번째 읽었을 때 이 책의 가치를 더욱 깨닫게 되었다. 복잡한 설명 속에 생각의 여백이 많은,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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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코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1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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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은 이상스레 손이 잘 안가더라. 지적 추리 위주의 본격 탐정물을 가장 좋아하고, 범죄 심리나 사회적 현상을 중시하는 도서파(倒敍派)나 사회파 추리도 간간히 즐기긴 하나, 냉혹하고 건조한 스타일의 비정파(非情派) 형사물은 책이든 영화든 별로 땡기지가 않는다. 그래도 가끔씩 북유럽쪽 경찰소설을 읽기는 한데, 잔혹한 범죄의 세밀한 묘사도 조금 부담스럽지만 사건의 저변에 흐르는 비정상적 학대나 소외, 그리고 삐뚤어진 분노와 피칠갑 복수로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느껴지는 냉소와 냉기도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이 아니더라. 혹자는 이런 오싹함과 먼치킨 스타일의 형사에 짜릿함을 느낄지 모르나, 도덕적 판단이 거부된 무감정의 폭력은 나에겐 사양하고픈 영역이다. 나의 피가 식었기 때문일까? 

 

<블랙 에코 The Black Echo>를 읽었다. 수많은 추리 문학상을 휩쓸고 있다는 마이클 코넬리의 전설적인 데뷔작이라기에, 그리고 1992년 출간된 그해 에드거 상을 수상했고 현재까지 현대 크라임 스릴러(crime thriller)의 새로운 고전으로 불려온 걸작이라기에 잠시 눈길이 가더라. 회사의 프로젝트 하나를 마치느라 정신이 피곤해 골치 아픈 책을 회피하고 싶었기도 하고... 560여 쪽의 책을 오랜만에 잠을 설치면서 그냥 주욱 읽어 내렸다. 지적인 추리소설이 아니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겠더라.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더만. 주인공 해리 보슈 형사의 캐릭터는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드 같은 존재지만 특유의 감각으로 사건을 파고드는, 영화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 형사 같은 느낌이 들더라. 아니지. 브루스 윌리스보다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더 멋있을 거란 상상을 더하면 될 듯하다.

 

내용은 크게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이다. LA 헐리우드 근교 한 저수지의 진흙 차단장치로 사용되던 굴에서 노숙자로 보이는 시체가 발견되고... 그냥 마약 과다복용으로 처리하고픈 뉘앙스가 흐르지만, 좌천 당해 온 당직형사 해리 보슈는 직감으로 살인 사건이란 걸 느낀다. 그런데 죽은 이가 우연히도(?) 베트남 전쟁에서 땅굴쥐 부대원으로 한솥밥 먹던 전우일세.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쉽지 않은 살인자 추적과 땅굴쥐_Tunnel Rats, 베트콩의 주이동로인 땅굴에 폭탄을 설치하는 역할을 하는 군인_로 경험한 트라우마 같은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여진다. 과거 시점의 베트남 땅굴은 현 시점의 미국에서 땅굴로 뚫린 은행 강도 사건과 연결되는데, 마치 <다이하드 3>를 보는듯한 착각에 빠져들더라. 그리고 잘 팔리는 소설이나 드라마엔 미모의 여인이 빠지면 안 되지. 해리 형사가 우여곡절 끝에 사건을 같이 추적하게 되는 FBI 여자요원과 러브라인이 그려지기도 한다.

 

물론 이 줄거리가 전부는 아니고 더 짜임 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빠른 스토리 전개와 머리속으로 그려지는 영상미가 상당히 괜찮았다. 머리 아프게 생각해야 하는 지적 추리의 장면 없이도 이렇게 끌렸다는 것이 꽤 인상적인 책읽기였다. 오래전 베트남을 여행했을 때 땅굴 체험을 해 본 적이 있어 더 빠져들었던 거 같기도 하다. 책을 덮은 후 다시 호흡을 가다듬어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은 아니었어도 ‘괜히 읽었다’거나 ‘시간 아까웠다’ 같은 뒷맛 씁쓰레한 것은 전혀 없더라. 오히려 킬 타임용으로 정말 좋은 책을 읽었다는 느낌만 남았다. 이 <블랙 에코>를 시작으로 해리 보슈 시리즈가 16편까지 발표되었다고 하니 독자들도 이 고독한 형사에 제법 빠져들었는가 보다. 이제 고작 1권을 읽은 주제에 뭐라 평을 하기가 좀 그렇지만, 작가가 그려내는 해리 보슈의 캐릭터가 젊은 청춘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라는데 찬동한다. 누가 뭐래도 오랜만에 밤을 새워 읽은 책이다.^^

 

<사족>

1. 블랙 에코 : 95쪽에 이 책의 제목이 <블랙 에코>가 된 연유가 보여진다.그런데 239쪽을 보면 땅굴 입구를 검은 메아리라고 불렀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에겐 95쪽의 느낌이 더 와 닿았다.

2. 한줄 느낌 : 우연 속엔 필연의 씨앗이 싹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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