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계에서 미스터리 소설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고,
앞으로 더욱 많은 독자층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 미스터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서는
일단은 어느정도 마음이 후하게 나가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걱정 없이 이 책을 샀고,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어도 크게 실망할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참 많이 짜증난다.
킬러와 형사의 시점이 반복되는 구성이라던가, 통념에서 벗어난 신선한 캐릭터의 설정이라던가, 주된 사건을 둘러싸고 자잘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작은 반전들의 배치라던가,
전반적으로 재미를 느끼게 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단지 이야기만 그럴듯하게 풀어내는 건 시나리오지 소설이 아니다.
투박하고 상투적인 글, 이 좋은 설정들을 이렇게 멋대가리없이,
아니, 오히려 기분나쁘고 짜증나게 묘사하다니.
특히 황형사. 너는 이혼당해도 싸지.
당신은 정신머리를 뜯어고치든지, 그 상스런 주둥이를 확 비틀어 버리든지 해야겠어.
나는 당신이 딸을 키운다는 게 심히 걱정스럽다.
삶을 지긋지긋해하고 넌덜머리가 나는 사람, 이렇게밖에 묘사를 못하다니, 좀 한심스럽다.
장르소설에서 '장르'적 특징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어찌되었든 근본은 '소설'인데,
필력이 이것밖에 안되어서야...
말이 막나가는 것 같아도 어쩔 수 없다.
이 책은 읽은 여성독자들은 비슷한 감정을 다들 느낄거다.
한국추리소설계는 언제쯤 이 버릇을 고치려나.
여성에 대한 묘사, 성행위에 관한 묘사를 재미나 자극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수준낮은 정신세계.
이거 고치지 않으면 여성독자들 잡기 어려울 걸.
이러니, 여자작가 작품밖에 안보게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