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정말 몇 장 남지 않았다.
한장한장이 손끝을 빠져나가 결국은 끝이 나버리는 게 아까워, 잠시 쉬어 가기로 한다.
이야기의 세계에 잠식되어 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 읽기에 묻혀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이야기의 끝을 좇아 뿌연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데,
이런 소설 읽을 때마다,
아, 역시 이야기의 세계는 뿌리칠 수가 없어, 하고 한숨을 쉬게 된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가르치는 아이들 중에는 쌍둥이가 두 쌍이나 있다.
쌍둥이인 그 아이들은 그런 이야기 듣는 게 참 싫겠지만,
나는 쌍둥이의 다른듯 같은 모습, 같은듯 다른 모습 보는 게 너무 신기해서,
다 알면서도 계속 묻는다.
누가 언니니?
누가 형이니? 하고.
참, 나도 악취미다.
그 쌍둥이의 이야기이다.
세상과는 단절된 대저택에서 서로의 모습이 세상의 전부인양 살았던 한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쌍둥이 형제의 모습을 온몸에 각인한 채 살아가는,
영원히 완전해 질 수 없는 듯한 한 여자의 이야기.
정돈되지 않은 미궁같은 정원에서, 비 내리는 밤 나직히 들려오는 노랫소리의 흥얼거림을 함께 듣는 기분으로, 500여 페이지의 책을 내달려 왔다.
아, 이제 끝내야 하는 시간이구나.
종국에 그녀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