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새 읽다가 잠이 들기도 하고,
방금 읽은 부분인데 어찌나 멍청하게 읽었는지 내용이 하나도 생각이 안나기도 하고,
이 사람은 누구더라 하고 책 앞부분을 뒤적뒤적 거리기도 하고,
계속 이러면서 보고 있다.
이거 계속 읽어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필립 말로를 이미 만날만큼 만나서 그런가 보다.
<빅슬립>으로 처음 만날을 때는 정말 눈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지금 읽는 책의 전작인 <호수의 여인>를 볼 때까지도 비교적 괜찮았던 거 같다.
(돌이켜 보면 그 모든 이야기들의 구체적인 줄거리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러나 필립 말로를 만나는 것은 그가 사건을 만나고 해결하는 과정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사람 속 박박 긁는 말투와 밑도 끝도 없이 대책없는 비유들과 막나가는 행동들 때문이었다. 그래서 줄거리는 크게 머리에 남아있질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한 그의 행동과 말투들이 조금 식상해진 듯함 감이 있다. 물론 허를 찌르는 그의 비유법들은 여전히 즐겁긴 하지만.
이렇게 대강 봐도 되나 하면서 스스로 자책하고 있지만, 그러지 말아야 겠다.
그냥 필립 말로를 만난 것만으로 만족해야겠다.
마지막 시리즈인 <기나긴 이별>은 내후년쯤에나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