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2
조엘 디케르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열 다섯 소녀를 사랑했던 서른 살의 작가 해리 쿼버트. 사랑을 기다리며 일생을 보내던 그 앞에 33전 년 죽은 소녀의 유해가 나타난다. 누가 놀라를 죽인 것인가. 놀라는 어떤 소녀였는가. 해리는 놀라를 정말 사랑한 것인가.
다층적으로 고심하며 쌓아올린 소설이다. 살인사건(도무지 알멩이가 보이지 않는 양파같은), 사랑이야기, 작가의 고충, 작가들의 우정, 부모와 자식의 관계, 정치 이야기... 끝없는 이야기들이 겹겹이 쌓이고, 하나씩 때론 한꺼번에 벗겨지는 통에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이게 이 소설의 미덕이자 치명적 약점이랄까. 결정적인 반전이 드러난 직후부터 왠지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나는 건. 탑 쌓는 일에 공을 들이다 탑의 모양이 비뚤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건 아닐까. 
주인공 마커스는 두 권의 책을 집필하는 것으로 나온다. <해리 쿼버트 사건>과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소설은 두 책 사이를 바지런히 쫓는 마커스를 보여주는데, 소설을 다 읽고 난 지금, 내가 읽은 것이 <해리 쿼버트 사건>이었는지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이었는지 잘 모르겠다. 마지막에 루터의 책으로 탈바꿈해 출간된 해리의 책 광고를 보니, 과연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아니, 진실이란 게 중요한 건지, 잠시 머뭇거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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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30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애쉬님. 저도 이 책 읽으면서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애쉬 2015-06-30 18:1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뒤로 갈수록 점점 더해져서, 2권 말미 쯤에는 멀미나더라구요. ^^
놀라의 사건이랑 상관없이, 작가가 어떻게 글을 쓰는가, 작가가 어떻게 현실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가, 뭐 이런 건 굉장히 멋진 주제였는데 말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