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재에 이아립을 올리는 일은 거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하하하. 난 이아립, 별로 안 좋아하거든.
이아립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참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아주 많이 안 좋아했었다.
사실, 너무 개인적인 이유라서, 밝히기도 우스운데.
사춘기를 넘어 오춘기 육춘기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한 자의식으로 점철된 음악.
그런 여성 뮤지션들, 은근히 많은데,
아예 이름만 나와도 뛰어넘는 뮤지션도 한 명 있고,
한번 정도는 들어주는데, 역시 두드러기만 박박 긁다가 안들을 걸 그랬어, 하고 끝내는 뮤지션도 있고, 듣긴 하는데, 얼굴 찌푸리며 듣는 음악도 있다.
더 싫은 건 그런 내 모습이 어찌나 좀스럽고 유치해 보이는지 말야.
아마도 자의식에 감정이 치적치적거리는 내 모습을 엿보는 것 같은 기분에 뜨끔뜨끔 해서 그러는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인가.
이아립도 저 세 부류의 여성 뮤지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편이었다.
이아립 첫 앨범 CD로 받아보고 빈정이 팍 상했었다.
CD면 CD스러워야지 말야, 노트에 사진에 엽서에 하여튼, 바리바리.
CD장에 들어가지지도 않는 그 포스에, 정이 떨어졌었다. (아, 꽁하기도 하셔라.)
그 후론 이아립 목소리에 어찌나 인상을 썼던지,
남편이 정기적으로 베스트 뮤직 CD를 만들 때마다 내 눈치를 보느라, 이아립의 곡은 아예 빼거나 맨 뒤로 돌려서 슬쩍 올려 두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만들었다며 정성껏 모아준 남편의 베스트뮤직 꽁지머리에 이아립의 새 앨범 곡이 한 곡 들어 있었는데, 그만, 앗, 하고 소리를 내버렸다.
아, 이아립이 힘이 빠졌어. 이게 정말 이아립이야?
한 곡을 끝까지 다 듣기도 전에,
그동안 그렇게 싫어하던 내 맘이 살.짝. 미안해져 버렸다.
그래서 여기에 고해성사를 풀어놓기로 한다.
나, 이번 이아립 앨범 다시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