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 Europe - 개정판(2002.4~2003.8)
고영웅.신중혜,이주은 외 지음 / 블루출판사업부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어떤 배경과 경로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궁금할 정도로 기획력이 돋보이고 저자들의 노력과 섬세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하는데에는 전혀 주저할 필요가 없겠다. 이 가이드북은 한국 여행자 대부분의 여행 유형이라 할 만한 1~2개월 기간의 단체 배낭 여행에 가장 알맞는 책이다. 숙소 정보가 없고 정보가 풍부하지는 않기 때문에 장기 여행이나 진정한(!) 배낭여행 성격에는 약간 부족한 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단기간의 단체 배낭 여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군더더기 없고 필요한 정보만 착실하게 배열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 두 가지. 첫째, 여느 가이드북과는 달리 한 도시내의 여행지들이 단순 배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들을 묶어 도시내의 루트를 합리적으로 짜 놓았기 때문에 낯선 곳에서 방황할 필요가 전혀 없다. 현지에서 다른 루트가 어떨까 고심해 보기도 했지만 책에 나와 있는 루트가 시간, 돈, 체력적인 면에서 가장 경제적인 루트이다. 내 식대로 하고 싶다고 고집 부려봐야 좋을 것 없다는 점.

둘째, 여행 TIP으로 소개되어 있는 먹거리, 놀거리, 볼거리가 정말로 여행의 재미를 쏠쏠하게 해준다. 젊은 감각의 가이드와 TC들이 개발해낸 따끈따끈한 정보로, 인터넷에서 굳이 여행기나 여행 TIP을 뒤적거리며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정보를 찾으려 하지 않아도 이것들만으로 충분하다.암튼,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마음에 드는 책이다. 얼마나 마음에 들면 가이드북에 별 다섯개를 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뭉그니의 배낭여행 따라하기 2 - 인도.네팔편
강문근 글.사진 / 시공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저자의 홈페이지를 보고 책에 대한 은근한 기대와 신뢰를 지닌 것이 애당초 잘못이었을까. 매우 실망스러웠다. 책 표지에는 가이드북 + 여행기라고 되어있지만 이 책은 다양한 정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가이드북도, 개인의 경험과 감상이 깊이 있게 녹아있는 여행기도 아니었다. 가이드북과 여행기를 적절히 버무려 편하고 재미있게 읽으면서도 은연중에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는데, 타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극히 개인적인 일기장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래, 이 책이 지닌 단 하나의 장점이라면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 즐거움 뿐. 아, 사진은 좋다. 흑백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원래 흑백인지는 모르겠으나) 아까울 정도.

책 소개에는 '항공권 예약부터 비자 발급, 환전, 교통편, 숙소 고르기, 현지 음식 맛보기, 해볼 만한 투어, 유적지, 밤 문화 즐기기, 여행경비 절감법까지 상세히 소개한다'고 되어있지만 이 말은 좀 무색하다. 단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내용은 '나는 오늘 얼마를 주고 어디를 갔고 얼마를 주고 어디에서 먹었고 얼마를 주고 어디에서 잤다'는 것 외에는 없다. 저자가 책 머리에서 이 책이 가이드북이 아니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그렇다면 본인이 한 것 외에 다른 정보가 전혀 없는 이 책을 가이드북 + 여행기라고 소개한 이유는 뭘까. 현지의 갈 만한 식당, 숙소, 물가 정도는 가이드북을 보면 넘쳐나는데 말이다. 그리고 감상이란 전혀 없고 사실적인 육하원칙에 따라서만 쓰여진 이 일기장은 왜 여행기란 제목이 붙는 것일까. 저자는 멋있는 사람인 것 같고 호감이 간다. 하지만 책은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다운 파괴 - 깨달음과 사유의 인도 이상의 도서관 50
이거룡 지음 / 거름 / 200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의 위기를 운운한 지 오래일 정도로 우리의 인문학이 이 지경이 된 까닭에는 인문학자들의 글쓰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누차 지적되어 온 사실이다. 인문학은 말 그대로 '인간'과 '인간 삶'에 관한 학문이지만 우리의 인문학은 오히려 그 어떤 학문보다 인간 삶의 현실과는 가장 유리된 탁상공론일 뿐이었다. 학문과 삶을 연계하려는 시도는 커녕 서구 이론을 앵무새 마냥 전하는데 그쳤다. 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삶과 사상을 살찌울 글쓰기나 여타 작업들도 미미했다.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인도철학을 전공한 지식인이 인도의 사상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고도 고맙기 그지 없다. 전공자가 아닌 경우에야 읽는 일도 어렵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이론서보다 몇 배는 가치로운 책인 것이다. 게다가 어설픈 이가 아닌 정통한 지식인이 내놓은 교양서는 무엇보다 안전하고 정확할 것이라는 믿음이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마스떼 - 박종인의 나를 찾는 인도 기행
박종인 지음 / 조선일보사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나는 조선일보를 싫어하고 조선일보 기자들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자들처럼 과연 언론인으로서의 자각을 가지고 있는가 의심하지만 그들이 우리나라 어느 신문사의 기자들보다 기사를 가장 잘 쓴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들의 기사는 정말이지 연성, 견성기사 모두 살떨리도록 훌륭하다. 기자의 여행기를 읽고 느낀 점 두 가지.

첫째, 나도 여행기를 쓸 수 있겠다. 지나친 결벽성인지 소심증인지 자기비하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평소 한 달이 채 안되는 여행기간 동안 쓴 여행기는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 처음으로 방문한 지역이라면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했다. 여행기, 기행문이란게 원래 그러한 류의 글쓰기 방식인데, 우스운 생각이란 건 안다.

하지만 오직 그 짧은 시간과 경험으로 무언가를 인식하고 판단해서 그것을 글로 써 세상에 발표까지 한다는 건 부질없는 일로 여겨지기만 했다. 자기가 얼마나 안다고... 내가 얼마나 안다고...모두 무지와 피상적인 이해에서 오는 감상에 불과할 뿐일 걸... 정확한 이해를 한다면 아마도 그런 감상은 생기지 않을 걸... 그 짧은 경험이 전부인 양 이야기하는, 코끼리 다리나 만지는 장님들...

그러나 이 여행기를 읽으니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자는 한 달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자신이 경험한 온갖 크고 작은 일들은 '기사화'란 작업을 통해 기록해두었다. 그래, 기록하는 일은 곧 기억하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글쓰기 작업을 통해 지나면 잊혀질 기억들을 간직해 두는 것만도 의미있는 일이야.

둘째, 기자에게 부여된 글쓰는 이로서의 양심의 문제. 이 글은 기자 한 개인의 여행기이기에 앞서 '기사'다. 그리고 기사란, 소프트(연성) 기사의 경우 인용 출처를 굳이 밝히지 않더라도 많은 정보들을 여기저기에서 수집해 주워담아 깔끔하게 자기 말과 적당히 버무려 놓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여행기의 부록으로 알려준 인도 소개 책자들의 특정 문장과 기사 문장이 일치하는 것을 여러번 발견하고는, '기자가 글쓰는 이로서 가져야 하는 양심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기자에게 문학 작가들 수준의 양심은 요구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기자에게 부여되는, 최소한의 글쓰는 이로서의 양심은 어디까지인가 하는 의문이다. '기사'라는 독특한 글쓰기 방식에 있어서 기자가 지닐 수 있는 작가적 양심의 자유와 한계 사이의 적정선을 다시금 생각해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은 죄다 여행 내내 카레만 먹었다는데 인도에 카레가 없다구? 분명 인도에는 카레가 있다. 저자 역시 본문에서 인도에 카레가 '있다'고 밝힌다. '우리가 카레라 부르는 카레'는 없지만 '카레'는 있다고...카레가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 이 책의 제목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아이러니는(물론 저자의 의도인지 출판사의 판매 공략인지는 의심이 가지만)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 저자가 이 책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도에 카레가 없다는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도,신비주의와 명상에 경도된 인도의 모습을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곳에서 살며 인도 근대사를 전공한 지식인답게 합리적이고 정확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피상적인 관찰과 감상에 젖은 시각을 거두고 역사, 문화, 사회, 정치적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인도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인도의 다양성과 포용성, 카스트 제도, 여성 불평등, 근대사, 인도 종교의 사상문화사적 배경 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보다 정확하게 인도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인도 붐'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우리나라에서 전파되고 있는 인도 이해가 지나치게 경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자의 안티 테제, 딴지 걸기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같은 아시아인인 우리의 인도 이해는 최소한 서구인들의 제국주의적이고 무지몽매한 시각과는 달라야하지 않겠는가.덧붙여 이 책에서는 지식인인 저자의 글쓰기 방식 또한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인도의 학문 경향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학문과 삶을 분리하지 않으려 하고 삶의 영역을 기반으로 학문적 체계를 형성하며 그것을 다시 삶과 대중에게로 향하려는 자세가 느껴져 감사하고 기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