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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는 카레가 없다
이옥순 지음 / 책세상 / 1997년 5월
평점 :
절판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은 죄다 여행 내내 카레만 먹었다는데 인도에 카레가 없다구? 분명 인도에는 카레가 있다. 저자 역시 본문에서 인도에 카레가 '있다'고 밝힌다. '우리가 카레라 부르는 카레'는 없지만 '카레'는 있다고...카레가 있느냐 없느냐에 관해 이 책의 제목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아이러니는(물론 저자의 의도인지 출판사의 판매 공략인지는 의심이 가지만)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대변해준다. 저자가 이 책을 빌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도에 카레가 없다는게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카레는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도,신비주의와 명상에 경도된 인도의 모습을 제대로 보자는 것이다.
저자는 인도에서 7년이란 긴 시간 동안 그곳에서 살며 인도 근대사를 전공한 지식인답게 합리적이고 정확한 이해의 틀을 제공한다. 피상적인 관찰과 감상에 젖은 시각을 거두고 역사, 문화, 사회, 정치적 이해를 바탕으로 제대로 인도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끈다. 인도의 다양성과 포용성, 카스트 제도, 여성 불평등, 근대사, 인도 종교의 사상문화사적 배경 등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는 보다 정확하게 인도의 진면목을 파악하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더군다나 '인도 붐'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 우리나라에서 전파되고 있는 인도 이해가 지나치게 경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상황에서 저자의 안티 테제, 딴지 걸기는 더욱 필요할 것이다. 같은 아시아인인 우리의 인도 이해는 최소한 서구인들의 제국주의적이고 무지몽매한 시각과는 달라야하지 않겠는가.덧붙여 이 책에서는 지식인인 저자의 글쓰기 방식 또한 의미가 있다고 여겼다. 인도의 학문 경향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학문과 삶을 분리하지 않으려 하고 삶의 영역을 기반으로 학문적 체계를 형성하며 그것을 다시 삶과 대중에게로 향하려는 자세가 느껴져 감사하고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