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용어 바로쓰기
박명림, 서중석 외 지음 / 역사비평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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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은 지중해 동부 연안 지역을 자기네와 가까운 지역이란 의미에서 근동(Near East)이라 불렀고, 자기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동쪽지역을 극동(Far East)이라 불렀다. 근동, 극동이란 말은 철두철미 유럽인의 시각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쪽에서 동쪽을 대상화, 타자화하여 부르는 이름이다.

 

인터넷 검색창에서 ‘극동’을 입력하고 엔터키를 쳐보자. 극동방송, 극동문제연구소, 극동건설, 극동대학교, 극동해운……. 스스로 주인이 되지 못하는 이름이 지금도 너무나 당당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아정체성, 민족주체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언어는 의식을 규정한다고 했건만.

 

한국고대사의 시대구분용어인 ‘삼국시대’란 말도 엄연히 우리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가야의 존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역사왜곡이다. ‘사국시대’로 불러야 할 것이다. ‘통일신라시대’도 마찬가지다. 발해도 엄연히 우리 역사인 만큼, 통일신라와 발해를 아우르는 ‘남북국시대’로 고쳐 쓰는 것이 사리에 맞는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먼저 우리 안을 들여다볼 일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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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뿌리
김중미 지음 / 검둥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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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이야기는 불편하다. 교장선생님이 절대로 혼혈아를 대표선수로 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축구 실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조재민이 후보 선수를 면치 못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읽는 이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그가 학교에서 동네에서 집에서 늘 개밥의 도토리처럼 겉도는 신세인 것도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나도 그 공범자가 아닌가 하여…….

 

주인공 김정원은 그런 재민을 보면 명치끝이 아팠고, 그가 안타까워 안아주고 싶었다. 정원의 편견 없는 고운 마음을 재민이 모를 리 없다. 헤어지기 전날 재민은 말한다. “김정원, 그동안 생각해봤는데 너만큼 친한 친구가 없었어. 미국 가면 너밖에 생각 안 날거야.”

 

우리나라에서 2020년 무렵에 태어날 신생아 세 명중에 한 명은 혼혈아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혼혈과 피부색깔로 인한 깊은 갈등의 골을 서둘러 치유하지 않으면 국가 공동체의 존립마저 위협 받을 상황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누군가 때문에 눈물을 흘리게 되면 그 누군가와 동무가 된다’고 믿는 김중미는 인종, 신분, 성과 직업의 차별을 뛰어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사랑만이 그 해답이라고 말한다. 삭막한 이 시대에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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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용돌이의 한국정치
그레고리 헨더슨 지음, 박행웅.이종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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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현재 세계에서 인종문제도 소수민족 문제도 없는 얼마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한편으로는 민족적 동질성이 분쟁과 긴장의 원인을 감소시키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사회혁신의 원동력도 고갈시키는 면이 있다. 한국에는 세계 다른 많은 나라에 있는, 창조력 있고 근대화 감각이 뛰어난 소수민족이 없다. 보호해야 할 소수파가 없다는 것은 권리를 옹호할 기회가 적다는 것이 되며, 혁신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는 자극이 없다는 것이 된다. -63쪽

이런 점에서 유교는 중세유럽의 교회와 유사하지만 교회와 국가의 분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정적으로 유럽과 다르다. 유럽이나 중동과는 달리 유교사회는 교회(서원)에 독자적인 교권제도가 없었다. 모든 것의 정점은 왕과 그 왕을 통제한 상층 관료였다. ...... 이런 조선의 방식은 중앙정부 이외에 조금이라도 독립성을 가진 도덕적, 종교적 권력이 중앙권력을 견제하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유럽의 중세사회와는 달랐으며, 이슬람사회나 심지어 고려 불교사회와 비교해도 더욱 엄격한 것이다. -69쪽

그러나 이 유배는 공교롭게도 이 왕조가 사실상 거의 손을 놓앗던 일부 지방 개발의 방편이 되었다. 왕궁에서 멀리 떨어져 개발이 크게 뒤떨어진 지방에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왕족들과 그 수행원, 여러 계급의 관리, 대학자(大學者)들이 오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진도(珍島)와 같이 외떨어진 지방은 유배된 관리들에게서 그들이 궁중에서 배운 왕실의 문화, 학식, 요리법, 의례 등의 지식을 고스란히 전수 받을 수 있었다. -80쪽

한국은 조선 시대를 앞지를 정도로 수도 중심 사회로 발전했다. 일본 치하에서는 독립적인 경제인이나 중요한 지위에 있는 관리들이 지방의 도시나 항구의 고리에서 기업을 발전시키거나 출세를 할 수 있었지만, 한국 고유의 제도에서는 모든 것의 본거지가 서울이 아니면 안 되었고, 모든 야심가들은 서울에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서울에 있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꼈고, 지방에서 산다는 것은 불명예를 의미했다. -316쪽

이와 같이 표면화하지 않은 계층이동이 적어도 1592-98년의 임진왜란 기간 동안 진행되었는데, 당시 족보 등의 기록이 대량을 유실됨으로써 이동의 진행이 용이해진 것이다. 이 유동성은 그 후 3세기에 걸쳐 점차 확대되어 신분제도를 침식했고, ......
정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규모로, 거의 모든 계급으로부터 중앙권력을 향해 야망에 찬 개인들이 원자(原子)처럼 흩어진 채 제한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320-321쪽

파벌주의는 전쟁과 부패로 더욱 만연했다. 전쟁은 경험이 부족한 장교들의 오류를 확대시켰으며, 이를 호도하기 위한 파벌 보스의 보호막이 끊임없이 필요해 부패가 더욱 확산되었다. ......
한 장교는 1946년 트럭 1대분의 담요를 부정으로 처분한 것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월북했다가 다시 월남했는데, 그의 파벌 보스인 당시 참모총장이 그를 복직시켰다. 또 다른 장교는 적전에서 지프차를 타고 도주한 사실이 있는데도 복직되었다.많은 사람들이 공금 유용, 군용차량의 부적절한 사용 등으로 고발되었으나 보호를 받았다. -496-49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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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 권력이동 - 권력이동을 통해 본 한국사회 대해부
박길성.한준 외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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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석에서 대통령 욕을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대통령 욕을 하지 않으면 술자리에 끼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급변했다. 권위주의를 해체하면서 존경과 신뢰가 내포된 권위를 실종시킨 것이 노무현 정부 내내 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위주의라는 과거의 틀을 깨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회질서에 꼭 필요한 합리적 권위마저도 훼손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구래의 권위를 거부하고 과거의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해방 이후 20세기말까지 수평적 권력교체가 거의 없었던 한국 사회였다. 그러다가 2002년 대선과 참여정부의 등장으로 정치세력의 교체뿐만 아니라 사회세력간의 헤게모니 쟁투가 폭발하면서, 권력이동 담론이 언론계와 학계에서 활발히 오가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권력이동 담론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당파적이었다고 보고 권력이동의 개념, 토대, 그리고 지형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오늘날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몇몇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을 흔히들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간주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된 대립의 축은 ‘보수’와 ‘중도’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필경 냉전 체제 붕괴 후 새롭게 등장한 ‘세계화’의 물결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진보의 설 자리가 매우 협소해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어쨌거나 서유럽 각국이 20세기에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제대로 된 진보정책’을 실천에 옮길 겨를도 없이 중도 노선으로 빨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진보 세력은 불운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권력이동의 축으로서 ‘이념’은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중도의 대립은 전면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도적 이념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도의 입장은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진보주의적 ‘명목’ 뒤에는 보수주의의 ‘실제’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이런 의미에서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항간의 비아냥거림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는 것이다.

편집자의 말대로 이 책이 ‘권력이동의 눈으로 한국의 사회변동을 해석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이 돈 주고 사서 읽을 것을 기대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존의 전문 학술지에서나 볼 수 있는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논문식 글쓰기’를 시종일관 견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글쓰기’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 책의 필자들 중 상당수는 ‘권력이동’에 완강히 저항하는 보수 지식인으로 분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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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기담 -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 사건과 스캔들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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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택영 후작은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 순종의 장인이다. 순종이 즉위하기 전 그는 딸을 세자비로 간택되도록 하기 위해 요즘 화폐단위로 5백억 원(당시 50만 원)에 해당하는 거액을 로비 자금으로 쏟아 부었다. 문제는 그 돈이 모두 빌린 돈이라는 데 있었다. 이 어마어마한 빚 때문에 그는 남은 일생 동안 ‘채무왕’ ‘부채왕’ ‘차금대왕’ ‘대채왕(大債王)’ 등의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빚이 원체 많으면 배포도 커지나보다. 채권을 집행하러 온 집달리에게 그는 이렇게 우겼다. “본인 재산은 3천만 원(당시 3백 원)밖에 없어.” 신기한 것은 전 재산이 3천만 원밖에 없다던 윤택영이 그 후로도 하루에 수천만 원씩을 쓰고 다녔다는 것이다. 빚쟁이에게 줄 수 있는 돈은 3천만 원밖에 없었지만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위해 쓸 돈은 마르지 않고 샘솟았던 것이다.

문득 어느 전직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는 뇌물죄 추징금을 환수하기 위한 재판에서 29만 1천 원이 든 예금통장을 제출하고 “측근과 자녀의 도움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씀씀이가 큰 것으로 소문난 그가 법정에 제출한 재산 내용은 생활보호대상자 수준이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측근을 대동하고 지방 또는 해외여행을 하고 골프장 나들이를 즐겼다. 그래도 3천만 원을 신고한 윤택영 후작이 조금은 더 양심적이었다고나 할까.

전봉관 교수가 『황금광시대』에 이어 또 역작을 출간했다. 전작이 1930년대의 ‘골드러시’를 다루었다면, 이번 작품은 일제 강점기 4건의 살인사건과 6건의 대형 스캔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일제 강점기 신문과 잡지에서 보도된 기이한 사건들을 추적하고 있다. 4건의 살인 사건은 조선인이 조선인을 살인한 사건(죽첨정 ‘단두유아’ 사건), 조선인이 일본인을 살해한 사건(안동 가와카미 순사 살해 사건), 일본인이 조선인을 살해한 사건(부산 마리아 참살 사건), 그리고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희대의 연쇄 살인 사건(살인마교 백백교 사건) 등이다.

사건 하나하나가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역사는 이국(異國)이다. 불과 70년전 이 땅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낯설고 기이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우리에게 인간성은 불변이라는 교훈을 던져준다. 예나 지금이나 모든 범죄의 배후에는 돈과 여자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흥미 있는 이야기 하나. 일제 시대에는 간통죄가 부인의 부정(不貞)에만 적용되었다고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간통죄로 고발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말이다. 남편을 간통죄 처벌대상으로 올리는 문제가 1930년 일본 의회에서 한 차례 논의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첩을 둔 의원들의 ‘조직적 반발’로 입법화 되지는 않았다. 남편과 부인 모두 간통죄의 처벌대상이 된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다. 형법 제정 당시 남편을 처벌 대상으로 추가한 간통죄는 국회의원 재석원수(110명)의 과반수(56표)에서 겨우 한 표가 많은 57표의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남자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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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8-16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닉네임이 바뀐 거 맞죠? ^^

안티고네 2006-08-16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바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