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권력이동 - 권력이동을 통해 본 한국사회 대해부
박길성.한준 외 지음 / 굿인포메이션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사석에서 대통령 욕을 했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던 세월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대통령 욕을 하지 않으면 술자리에 끼기 어려울 정도로 세상이 급변했다. 권위주의를 해체하면서 존경과 신뢰가 내포된 권위를 실종시킨 것이 노무현 정부 내내 큰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권위주의라는 과거의 틀을 깨는 과정에서 오히려 사회질서에 꼭 필요한 합리적 권위마저도 훼손되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는 구래의 권위를 거부하고 과거의 권위주의를 해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로운 권위를 만들어내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한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해방 이후 20세기말까지 수평적 권력교체가 거의 없었던 한국 사회였다. 그러다가 2002년 대선과 참여정부의 등장으로 정치세력의 교체뿐만 아니라 사회세력간의 헤게모니 쟁투가 폭발하면서, 권력이동 담론이 언론계와 학계에서 활발히 오가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권력이동 담론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당파적이었다고 보고 권력이동의 개념, 토대, 그리고 지형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오늘날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몇몇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이념 대립을 흔히들 ‘보수’와 ‘진보’의 대립으로 간주하지만 현실적으로 주된 대립의 축은 ‘보수’와 ‘중도’인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필경 냉전 체제 붕괴 후 새롭게 등장한 ‘세계화’의 물결이 중요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진보의 설 자리가 매우 협소해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어쨌거나 서유럽 각국이 20세기에 역사적으로 경험했던 ‘제대로 된 진보정책’을 실천에 옮길 겨를도 없이 중도 노선으로 빨려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한국의 진보 세력은 불운하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권력이동의 축으로서 ‘이념’은 불완전한 것일 수밖에 없다. 보수와 중도의 대립은 전면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도적 이념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도의 입장은 보수와 진보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의 진보주의적 ‘명목’ 뒤에는 보수주의의 ‘실제’가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이런 의미에서 ‘왼쪽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항간의 비아냥거림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있는 것이다.

편집자의 말대로 이 책이 ‘권력이동의 눈으로 한국의 사회변동을 해석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일반 독자들이 돈 주고 사서 읽을 것을 기대하고 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기존의 전문 학술지에서나 볼 수 있는 진부하고 구태의연한 ‘논문식 글쓰기’를 시종일관 견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글쓰기’라는 차원에서 볼 때 이 책의 필자들 중 상당수는 ‘권력이동’에 완강히 저항하는 보수 지식인으로 분류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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