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마지막 성장
부위훈 지음, 전병술 옮김 / 청계(휴먼필드)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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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내 나이가 되면 고령화가 바로 긴 병의 일종임을 몸소 깨닫게 될 것입니다.-45쪽

종교를 지닌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정신상태는 별다른 차이가 없는 듯하다. 우리가 그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운 까닭은 아마도 우리가 아직 종교를 지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 가운데 내면적으로 깊은 신앙을 갖춘 참된 종교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사실뿐이다. ...대다수의 환자는 어느 정도까지 신앙을 지니고 있지만 심리적 충돌이나 두려움을 벗어나는데 그 신앙이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91쪽

삶과 죽음의 문제가 영원히 존재하는 한 우리의 종교적 추구도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영적인 종교의 운명이다. 반(反)종교론자인 프로이트, 마르크스, 러셀, 사르트르 등은 자신들의 사유의 제한 때문에 세속적인 생명의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어서, 근본적으로 궁극적 관심이나 궁극적 진리에 관여하는 종교적 구도의 정신적 의의를 체험할 수 없다. -136쪽

우리는 ... 삶과 죽음이라는 궁극적 의의의 성찰을 본질로 삼는 종교의 참뜻을 재인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개별 실존의 <진실한 본연성 종교>(true and authentic religion)와 <제도화된 비본래성 종교>(institutionalized and inauthentic religion)를 구분해야 한다. -222쪽

건전한 생사관을 확립하려고 하지도 않고 인생을 일종의 임무나 사명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다만 사후의 아름다운 세계로 도피하려고만 하는 무책임한 태도로는 생명의 시련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다. -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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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퇴전문 2006-07-07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세를 믿지 않고 종교 없는 자의 생사관이란 어때야 할까.. 생각케 한 계기였습니다. 저자의 지적대로, 삶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아야 한다 는 말은 많지만 죽음이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한다 는 말은 적죠. 독서가 반성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많은 반성이 되었고, 사람의 글에서 흔히 보이는 위선과 무의미함은 그 반대였던 책이었습니다.

안티고네 2006-07-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퇴전문 님의 소개로 좋은 책을 읽게 되어 감사합니다. 후반부에서 번역이 다소 버벅거리고 편집자의 교열에 좀 문제가 보인 것이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개나 고양이보다 훨씬 낳다고(낫다고) 말할 수 있는가"(220쪽), "삶에 의의(삶의 의의)에 대해 말하면"(235쪽) 등에서는 확 깨는 느낌이더군요. (요즘 편집자들 전문성이 예전 같지 않더군요.)

하지만 내용이 좋으니 그것으로 용서하기로 합니다. ^^
 
그러나 개인은 진화한다
남재일 지음 / 강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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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는 군사독재와 싸울 힘을 얻기 위해 결속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개인주의 감수성은 극도로 억압될 수밖에 없었다. 현재 40대가 된 386세대가 막강한 정치적 발언권을 행사하는 한국 사회는 정확하게 386세대의 정체성만큼만 민주화가 진행됐다. 정치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사회 민주화는 이제 막 시작된 상태, 제도는 민주화됐지만 개인의 삶으로 스며들지는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일상의 민주화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집단적 구호와 동원이 아니라 개인적 주장과 실천이다.”(105쪽)

 

다소 길게 인용했지만 이 글이 저자가 바라본 한국 사회의 현주소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저자는 광화문 네거리에서 ‘아이러브 황우석’ 회원들의 집회를 구경하면서 그들의 황우석에 대한 애정 표현이 가미가제 수준임을 느낀다. 집단 속에 파묻혀 있는 그들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고 개탄하면서, 저자는 “자고로 용맹은 무지를 못 당한다”고 덧붙인다. ‘집단에 대한 불신과 개인에 대한 희망’, 그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이다.

 

영화 <트로이>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흥미롭다. <트로이>에는 그리스는 없고 미국만 있다는 것이다. <트로이>에서 그리스의 신들은 다 거세되고 두 명의 잘난 근대인, 헥토르와 아킬레스만이 등장한다. 헥토르는 이성주의, 가족주의, 국가주의의 핵심적 이데올로기를 온몸으로 구현한다. 아킬레스는 살육을 통해 권력을 확인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근대의 파시스트로 규정된다. 저자는 헥토르와 아킬레스라는 국가주의 영웅들이 파리스의 연애담에 동원된 ‘액션 엑스트라’일지도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는다. 국가, 민족, 역사라고 소리치는 시간에 주변 사람들과 연애하는 마음으로 지내면 세계가 평화로울 것이라고 하면서….

 

지금까지 천 편 이상의 영화를 관람했으나 내복 입은 남녀 주인공이 등장하는 정사신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저자의 너스레를 읽다보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1950년대 할리우드 스타 클락 게이블이 영화 속에서 메리야스를 입지 않자 젊은이들이 ‘런닝구’를 입지 않아 미국 메리야스 산업이 타격을 받았다는 ‘설’도 재미있다. 추울 땐 내복을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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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6-15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여배우가 화장 지우고 이불 속에 들어가는 장면도 거의 못 봤어요.
남재일 씨 글 가끔 무지 재밌습니다.^^
 
열림과 닫힘 - 인문학적 상상을 통한 종교문화 읽기
정진홍 지음 / 산처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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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용하는 ‘종교’라는 말은 백 년 전만 해도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서양의 ‘religion’을 번역한 말로 도입되었다. ‘religion’은 서양의 중세 초기에 새롭게 출현한 새로운 개념이다. 이 ‘religion’을 낳은 서양에서 ‘종교란 그리스도교’이고, ‘종교인이란 그리스도교 교인’이었다. 서양에서의 ‘종교’라는 개념은 이렇게 자리를 잡았고, 그 결과 종교란 오직 그리스도교 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다. 서양의 종교개념은 종교란 오직 그리스도교 밖에 없다는 주장의 확산을 낳았고, 우리 역시 그 확산의 수혜자로 종교라는 개념을 수용했다. 그 결과 종교는 닫힌 것이 되고 말았다.

원로 종교학자인 정진홍 교수가 독특한 사유로 종교문화를 풀어내고 있다. 그는 종교라는 개념이 곧 종교는 아니라고 말한다. 개념화된 사물은 이미 ‘경험적 실재’가 아니며, 단지 ‘개념적 실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고약한 것은 이런 곡절을 거쳐 생성된 ‘개념’이 스스로 ‘경험’을 재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언어가 현실을 규정하게 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종교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개념’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종교에 대해 이해하고자 한다면, 종교라는 현상이 존재하게 된 것은 경험주체의 ‘경험’이 있어 가능한 것임을 받아들여야 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경험주체들, 즉 다양한 종교인들의 자기주장을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수의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종교 간의 막힌 장벽을 활짝 열고 평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시한 ‘인문학적 상상을 통해 종교문화에 다가가기’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단, 몽매주의가 당당하게 종교계의 한 축으로 버티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그것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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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온 2014-09-1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수업 안 듣고 뭐 했었나 싶습니다. 들으셨다니 부럽네요ㅎㅎ 책 읽는 것만으로도 선생님의 지적 깊이가 느껴집니다.
 
강유원의 고전강의 공산당 선언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
강유원 지음, 정훈이 그림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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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철학박사 강유원이 자본주의 체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풀어낸 고전강의이다. 상황과 배경이야 물론 다르지만 강유원도 마르크스처럼 대학 밖에서 학문과 저술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연이야 각각이겠지만, 두 사람 모두 학계 밖으로 밀려나 ‘현실’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31쪽 참조).

그래서인지 그의 글에는 현장감이 약동한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 웬만한 회사는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체크한다. 이게 회사의 모습이다(155쪽).” 이런 이야기는 대학에 재직하는 창백한 철학교수의 글에서는 나오기 힘들다. 노동자(회사원)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지닌 저자의 글이기에, 그가 들려주는 자본주의 사회의 ‘노골적 현금계산’(사람이 침묵하고 돈이 발언하는) 관행에 대한 서술에는 마치 피가 도는 듯하다.

그렇다고 저자가 마르크스를 우상화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필요한 오해를 할 것까지는 없다. 저자 자신이 직접 독자들을 타이른다. 무슨 ‘빠’처럼 마르크스의 견해와 주장을 몇 줄 읽었다고 그 사람 책이라면 다 믿는다는 식으로 나가면 곤란하다는 것이다(131쪽). 무릇 교이불권(敎而不倦)은 모든 선생 된 자의 미덕이 아니던가. 젊은이들에게 읽힐 책에서는 상식적인 이야기라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강유원은 ‘독립인문학자’의 독특한 길을 걷는 우리 사회의 귀중한 역할 모델(role model)이다. 한 학기 강의를 바탕으로 이렇게 반듯한 인문학 대중서를 제꺽제꺽 펴내는 그의 뛰어난 저술역량은, 변변한 저서 한 권 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상당수 인문학 교수들을 부끄럽게 하기에 충분하다. 패거리 놀음에 취해 학내 폴리티킹에 전념하거나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들을 솎아내고 강유원 같은 유능한 인문학자를 ‘초빙’해줄 눈 밝은 대학경영자는 언제나 나타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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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 - 하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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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잘 들어 둬. 당신은 속았어.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 게 바로 악마야!..."

-8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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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6-1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의 이름,,정말 전율적인 느낌으로 읽었죠.

안티고네 2006-06-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는 정말 대~단해요~!!!